이틀 전 한겨레가 ‘이준석 너머’라는 제목을 단 김우재 하얼빈공과대 교수의 칼럼을 몰고(沒稿)한 일이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칼럼니스트로서 해당 매체의 데스크에 의해 칼럼을 ‘킬’ 당하는 일은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 데스크에서는 몇 가지 논리 비약을 설명하고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데스크는 그대로는 기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5월31일, 김우재 교수는 한겨레 칼럼 기고를 중단하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히면서 원고를 올렸다. 무려 900명이 넘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그린뉴딜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린뉴딜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산업구조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탈탄소 경제로 가는 전 사회적 프로젝트다. 화석연료를 버리고 태양과 바람에서 얻은 에너지만으로 경제와 사회를 움직이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불평등 해소의 돌파구다.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산업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전환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어떤 분야의 기술자를 일러 장인(匠人)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거나 활동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많은 만큼 각 분야 장인도 무척 많다. 국어사전 안에 그런 장인을 가리키는 낱말이 꽤 실려 있는 편이지만 누락된 장인도 상당수다. 누락된 장인 명칭을 제시하자면 한이 없고, 풀이가 이상한 장인 이야기부터 해 볼까 한다.마조장(磨造匠) : 조선 시대에, 선공감(繕工監) 및 지방 관아에 속해 연자매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연자매란 말이나 소의 힘을 빌려 돌리는 커다란 맷돌 혹은 방아를 말하는데, 마조장은 연자매만 만들던 사람
1. “2010년대 중반 이후 조직된 사내하청노동의 경우에는 ‘정규직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임금·단체협약을 통한 노동시장 조건 개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그는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상대적으로 대규모로 조직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에는 임단협을 통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주력하는 양상”이며 “원청 사용자성 제도화의 한계로 인해 두드러진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금속노조 전략조직화 사업을 배경으로 지속적인 조직확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비정
별별 노동해방“노동해방의 꿈은 전설처럼 사라진 걸까.”뜬금없어 보이지만 주변에 짧은 질문을 던지다 색다른 반응을 접했다.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을 통한 노동해방’,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하는 ‘대박을 통한 노동해방’, 빼어난 실력으로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능력을 통한 해방’, 심지어 남을 속여 부자가 되는 ‘사기를 통한 해방’도 있단다.‘노동해방’을 특정 시기 급진적 노동단체가 추구하는 이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아니다. 누구나 고되고 긴 노동을 줄여 좀 더 편하게 살기를 원한다. 이렇게 보면 노동해방
주택 문제가 한국 사회 격변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주택 문제는 지난 4·7 재·보선에서 한국의 정치지형을 요동치게 했다. 집권 여당이 2016년 총선 이래 2017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이번에는 야당이 압승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렇게 급격하게 대세가 바뀐 것도 이변이지만 압도적으로 자유주의 보수당을 지지해 왔던 2030 청년세대가 대거 수구보수 정당 지지로 넘어간 것은 더욱 이변이다.이런 정치지형 변화를 가져온 주된 요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국 사건으로 상징되는 ‘내로남불’ 문제
6월2일이면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에 저항해 농성을 시작한 지 100일이다.신라대가 청소용역 업체에 지난 2월 말일부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 노동자 51명이 집단해고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14년 집단해고 사태 때 79일간의 고공농성 끝에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고용승계를 얻어 냈다. 하지만 여전히 용역업체와 1년 단위 계약을 맺으며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신라대는 과거부터 용역업체에 청소업무 도급을 준 것이므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국내 언론이 떠들썩하던 시기에 해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영화는 다.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는 중국계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극영화다. 일종의 로드무비로, 미국 서부의 광활한 암석사막과 석양이 펼쳐진다. 연기도 압권이다. 로 유명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원래 길 위에서 사는 실제 인물들을 캐스팅해 다큐멘터리의 질감을 한껏 끌어올렸다.1. 서브프라임 모기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스포츠인권’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스포츠(교육) 현장의 인권 실태를 다각도로 조사했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선수들을 조직해 전국적으로 인권 특강을 실시했다. 분명하고 뚜렷한 정책 권고를 낸 바 있다. 아울러 그 과정을 총괄하는 사업으로 2010년 ‘스포츠인권 헌장’ 및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를 정부의 유관부처, 무엇보다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 원칙들이 충실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2021년 현재, 한국스포츠의 인권 상황은 적어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지난 일을 평가하는 것은 그 당시에는 불확실했을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 처했던 조건을 고려해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렇게 돌아보는 목적은 향후에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단지 책임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졌다면서 근로장려세제 등의 방식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이나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의 방식
미국서 큰일이 생기면 영국 언론인 가디언과 BBC 독자(시청자)가 늘어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그랬다. 트럼프에게 좌파 매체라고 맹비난당했던 CNN은 당시 전쟁을 생중계했다. 마치 온라인 게임 하듯.그래서 나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CNN 기자를 향해 당신은 빨갱이라고 몰아붙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CNN은 별 고민 없이 온종일 뉴스를 쏟아내는 뉴스 기계에 불과하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이 얼마나 오른쪽으로 갔으면 CNN을 보고 좌파 언론이라는데 언론학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2003년 봄 이라
20세기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군부독재를 끝내는 문민화였다. 그렇다면 21세기의 과제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는 선진화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에는 문민화 이전의 악습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2016년 터진 박근혜 게이트는 이를 단적으로 폭로한 사건이었다. 경쟁을 제한하고, 특권을 이용하는 지대 추구의 정치는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과연 박근혜 탄핵 덕에 집권한 현 정부는 이를 얼마나 어떻게 개혁했을까.이번 칼럼의 주제는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키워드 중 다섯 번째인 민주다. 민주정은 통치권이 대중에게 있는
최근 몇 년 새 노동의 변화를 상징하는 용어를 꼽으라면 플랫폼·알고리즘·인공지능이 금방 떠오른다. 이런 용어들에 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아직 없다.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일거리 배분, 지시와 통제, 평가와 해고 등 노동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기까지를 디지털로 관리하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런 디지털 노동관리 양식은 이미 곳곳에서 노동권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례로 배달플랫폼 요기요는 라이더들이 ‘카스트 제도’라 부르는 인공지능(AI) 노무관리 양식을 활용하고 있다. AI가 배차수락률·배달시간 등을 평가해 라이더를 3등급으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 위험 등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할 필요성이 거듭 확인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초 고용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6월9일에는 예술인에 대해, 올해 1월5일에는 시행령에서 정하는 일정 직종의 노무제공자(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고용보험법에 신설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선언하며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전히 일부 직종만이 그 확대 적용 대상이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달리 구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에 국한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우리나라 헌법 1조1항과 2항이다. 노래가 있을 만큼 헌법 1조는 친숙하다. 부도덕한 정권의 행태에 맞서 국민이 뭉쳐 자신의 뜻을 표출할 때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 친숙함과는 별개로 대다수의 국민은 일상적으로 주권자로서 자신의 힘을 행사해 본 일이 없다.선거 때 투표장에서 기성권력을 심판하고 자신의 뜻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의 위기상황에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 것을 넘어서 ‘365일 우리가 정치하자’는 고민으로 직접
노동청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담당 감독관에 따라 사건처리 기간이나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특히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극명한 차이를 보일 때가 많다. 최근 진행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 2건을 소개한다.사건1 : 진정인 출석조사 후 1주일 만에피진정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친 감독관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근로자 A는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조사와 보호조치 등을 요청했다. 사용자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이 가해자에게도 전달됐는지 가해자는 대리인 사무실로 전화해 “내가 뭘 그리 괴롭혔다고 그러는 것이냐
보수일간지의 ‘귀족노조’라는 공격은 상대적으로 ‘임금’을 높게 받는 중산층 노동자의 등장과 확대를 노동운동의 타락으로 보는 듯하다. 노동운동 활동가 중에도 본인이 소속된 노조 조합원이 정규직·중산층인 반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불안정·취약 계층이라는 점에 내적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운동이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나, 현재 노동운동을 비판하고 제언하는 방식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첫째, 대다수 노동하는 시민들의 삶이 늘 가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은 중간 계급의 중심을 차지한
1. 24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다녀왔다. 경사노위 참석은 처음이었다. 간판을 바꿔 달기 전의 노사정위까지 포함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혹시 내 허연 머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회의 참석에 앞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때 인연 있던 문성현 위원장을 경사노위 위원장실에서 만나 대화를 하면서도 떠올려 봤다. 또렷한 위원회의 추억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재판이 법원 인사이동 이후에 한꺼번에 잡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사무실 변호사들의 신상 변동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가 겹쳐 일이 산더미로 밀려드는 이때,
1. 청주지방법원은 이달 13일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의 노동자성과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하는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2020나10528 판결). 법원은 고인이 청주방송의 간부 또는 정규직 PD가 정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들의 지휘·감독하에서 조연출과 연출 및 각종 행정 업무를 수행한 점, 고인은 프로그램 방영·촬영 일정이나 정규직과의 협업 등에 따라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았고(근무시간의 일부 탄력적인 부분은 업무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런 사정은 정규직 PD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업무내용과 특성, 업무수행 방식과 장비 등으로 인
인도여행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내 정신줄이 어디 있나 늘 확인해야 하는 극한의 모험이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멘붕의 연속이다. 1일 1멘붕은 기본인데, 만약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너무나 순조로웠다면 다음 날은 평화로운 하루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 두는 편이 좋다. 십중팔구 멘붕으로 가는 지옥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술자리에서 인도여행에 관해 이렇게 얘기하면 듣는 이들의 반응은 딱 절반으로 갈린다. 당장 표를 끊겠다는 사람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난 인도랑은 안 맞는 듯”이라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