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이 뉴노멀(New Normal)인지, 넥스트노멀(Next Normal)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 세상이 무엇이든, 뭐라 부르든 엄청나게 다른 세상일 것일 거라고 믿지 않는 나는 무슨 노멀 논의에 무심하다. 지난 4일 오후 전북대 로스쿨 회의실에서 딴 세상에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아래서 열린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정기학술대회에 노동부문 토론자로 참석했다. ‘팬데믹 이후의 뉴노멀과 민주법학’이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에 이어서 인공지능(AI), 생태·기후위기, 노동구조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네 가지 주제별 발
최근 들어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안티페미니즘이 빠르게 확산하고 여성할당제 논의가 다시금 대두됨에 따라 젠더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젠더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여성할당제 개념에 대한 남성과 여성 혹은 계층 간의 상이함을 들 수 있다. 사실 국내 학자들의 상당수는 분석층위가 사뭇 다른 ‘여성할당제(Quotas for Women)’와 ‘젠더할당제(Gender Quotas)’를 대부분 여성할당제로 기술하거나 번역하는 경향을 보인다.그러나 이론적 관점에서 전자는 생물학적 여성에게 일
우리 헌법은 23조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하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며 재산권 제한에 대한 손실보상을 규정하고 있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1년 이상 유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처음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를 근거로 노래방·피씨방·헬스장 등의
이 글은 마웅 아웅 묘에(Maung Aung Myoe)가 쓴 'Pauk-Phaw의 이름으로: 1948년 이후 미얀마의 중국 정책'에 대한 필자의 독후감이다. 마웅은 국제관계로 미얀마 만달레이대학에서 학사학위, 일본 고쿠사이대학에서 석사학위, 호주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이 나온 2011년엔 고쿠사이대학에서 동남아시아 정치를 가르쳤다. 마웅은 “1950년대 이래 미얀마 정부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반둥 정신인 ‘평화공존 5대 원칙’을 증진하는 맥락하에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한다. 반둥 정신이란 1955
“원래 협동조합을 결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제회를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공제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경기지역 대리운전노조 지부장의 말을 들으면서 두 가지 마음 가닥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 가닥은 이제 노동공제회는 조합원 조직화를 고민할 때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개념이 됐다는 기쁜 마음이다. 또 한 가닥은 공제회를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마음이다. 개념과 의미를 더욱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실무 안내서도 빠르게 만들어야겠다는
뉴스1이 지난달 21일 ‘초등학교 수학여행지가 5·18민주묘지 … 일부 학부모 반발’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기사는 “경남 진주의 한 초등학교가 수학여행 장소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로 정해 학부모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로 시작했다.30여년 전 초년 기자 시절이 생각났다. 선배들 따라 한답시고, 그날 기획기사 첫 문장을 “~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기사는 캡과 부장을 거쳐 크게 수정 없이 사회 2면에 사이드 기사로 실렸다. 이렇게 맛 들인 ‘과장된 수사’는 다음엔 ‘논란이 드높다’거나 ‘논란이 거세다’로 진
뭄바이는 두 번의 인도여행 출발지였다. 첫 번째 인도여행은 뭄바이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 바라나시까지 간 뒤, 아그라를 거쳐 델리로 돌아오는 북인도 여행이었다. 두 번째는 뭄바이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가 고아와 코친을 거쳐, 최남단 트리반드룸에서 몰디브까지 넘어가는 남인도 여행이었다. 덕분에 뭄바이는 인도에 대한 첫인상으로 내 기억에 박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시작은 늘 새벽 뭄바이공항에서였다. 값싼 항공권을 찾다 보면 늘 새벽에 도착하기 마련이다. 인도에 처음 오는 이들이나 혼자 오는 이들은 공항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
공정이 시대의 화두라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지 싶다. 각자 말하는 공정의 의미는 다르더라도 말이다. 공정 담론 속에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 있다.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공정의 의미가 달라진다.공정이 능력주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반대와 정시 확대를 주장할 것이다. 정규 채용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비정규직은 그 능력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기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수능시험이 그나마 가장 공정한 평가 방식이다. 학생부·논술 등이 중요한 수시는 객관적
“노동조합이 계모임이야?” 어느 공무직 노동조합 위원장이 상담소로 들어와 씩씩거렸다.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노동조합 조합비를 공평하게 분배해 나눠 가지고 노조를 해산하자고 했단다. 지방자치단체 청소·위생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20여년간 지자체를 상대로 꾸준히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해 왔다. 덕분에 대기업만큼은 아니더라도 4인 가족 월평균 소득에 해당하는 안정적 임금을 받고 질 좋은 복리후생 체계를 마련했다. ‘비정규직 청소부’로 불리던 자신들이 시민을 위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직 주사’로 불리게 된 것은 노
초등학교 시절 전학을 두 번 갔다.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그 시절엔 돌봄교실이라는 것이 없어 엄마는 수업이 끝난 나를 교실 끄트머리에 앉혀라도 놓으실 요량으로 본인이 새 학교로 전근발령을 받으시면 나도 같이 전학을 시키셨다. 전학 가는 게 너무 싫었는데, 당연히도 잘 다져 놓은 내 탄탄한 인맥을 버리고 새 판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이 꽤나 큰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 엄마는 만날 저렇게 학교를 옮기면서 별로 힘들어하지 않으시는데, 내가 이렇게 힘든 건 아직 어린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엄청난 착각이었다.
이틀 전 한겨레가 ‘이준석 너머’라는 제목을 단 김우재 하얼빈공과대 교수의 칼럼을 몰고(沒稿)한 일이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칼럼니스트로서 해당 매체의 데스크에 의해 칼럼을 ‘킬’ 당하는 일은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 데스크에서는 몇 가지 논리 비약을 설명하고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데스크는 그대로는 기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5월31일, 김우재 교수는 한겨레 칼럼 기고를 중단하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히면서 원고를 올렸다. 무려 900명이 넘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그린뉴딜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린뉴딜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산업구조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탈탄소 경제로 가는 전 사회적 프로젝트다. 화석연료를 버리고 태양과 바람에서 얻은 에너지만으로 경제와 사회를 움직이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불평등 해소의 돌파구다.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산업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전환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어떤 분야의 기술자를 일러 장인(匠人)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거나 활동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많은 만큼 각 분야 장인도 무척 많다. 국어사전 안에 그런 장인을 가리키는 낱말이 꽤 실려 있는 편이지만 누락된 장인도 상당수다. 누락된 장인 명칭을 제시하자면 한이 없고, 풀이가 이상한 장인 이야기부터 해 볼까 한다.마조장(磨造匠) : 조선 시대에, 선공감(繕工監) 및 지방 관아에 속해 연자매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연자매란 말이나 소의 힘을 빌려 돌리는 커다란 맷돌 혹은 방아를 말하는데, 마조장은 연자매만 만들던 사람
1. “2010년대 중반 이후 조직된 사내하청노동의 경우에는 ‘정규직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임금·단체협약을 통한 노동시장 조건 개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그는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상대적으로 대규모로 조직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에는 임단협을 통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주력하는 양상”이며 “원청 사용자성 제도화의 한계로 인해 두드러진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금속노조 전략조직화 사업을 배경으로 지속적인 조직확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비정
별별 노동해방“노동해방의 꿈은 전설처럼 사라진 걸까.”뜬금없어 보이지만 주변에 짧은 질문을 던지다 색다른 반응을 접했다.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을 통한 노동해방’,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하는 ‘대박을 통한 노동해방’, 빼어난 실력으로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능력을 통한 해방’, 심지어 남을 속여 부자가 되는 ‘사기를 통한 해방’도 있단다.‘노동해방’을 특정 시기 급진적 노동단체가 추구하는 이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아니다. 누구나 고되고 긴 노동을 줄여 좀 더 편하게 살기를 원한다. 이렇게 보면 노동해방
주택 문제가 한국 사회 격변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주택 문제는 지난 4·7 재·보선에서 한국의 정치지형을 요동치게 했다. 집권 여당이 2016년 총선 이래 2017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이번에는 야당이 압승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렇게 급격하게 대세가 바뀐 것도 이변이지만 압도적으로 자유주의 보수당을 지지해 왔던 2030 청년세대가 대거 수구보수 정당 지지로 넘어간 것은 더욱 이변이다.이런 정치지형 변화를 가져온 주된 요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국 사건으로 상징되는 ‘내로남불’ 문제
6월2일이면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에 저항해 농성을 시작한 지 100일이다.신라대가 청소용역 업체에 지난 2월 말일부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 노동자 51명이 집단해고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14년 집단해고 사태 때 79일간의 고공농성 끝에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고용승계를 얻어 냈다. 하지만 여전히 용역업체와 1년 단위 계약을 맺으며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신라대는 과거부터 용역업체에 청소업무 도급을 준 것이므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국내 언론이 떠들썩하던 시기에 해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영화는 다.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는 중국계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극영화다. 일종의 로드무비로, 미국 서부의 광활한 암석사막과 석양이 펼쳐진다. 연기도 압권이다. 로 유명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원래 길 위에서 사는 실제 인물들을 캐스팅해 다큐멘터리의 질감을 한껏 끌어올렸다.1. 서브프라임 모기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스포츠인권’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스포츠(교육) 현장의 인권 실태를 다각도로 조사했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선수들을 조직해 전국적으로 인권 특강을 실시했다. 분명하고 뚜렷한 정책 권고를 낸 바 있다. 아울러 그 과정을 총괄하는 사업으로 2010년 ‘스포츠인권 헌장’ 및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를 정부의 유관부처, 무엇보다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 원칙들이 충실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2021년 현재, 한국스포츠의 인권 상황은 적어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지난 일을 평가하는 것은 그 당시에는 불확실했을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 처했던 조건을 고려해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렇게 돌아보는 목적은 향후에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단지 책임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졌다면서 근로장려세제 등의 방식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이나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의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