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스포츠인권’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스포츠(교육) 현장의 인권 실태를 다각도로 조사했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선수들을 조직해 전국적으로 인권 특강을 실시했다. 분명하고 뚜렷한 정책 권고를 낸 바 있다. 아울러 그 과정을 총괄하는 사업으로 2010년 ‘스포츠인권 헌장’ 및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를 정부의 유관부처, 무엇보다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 원칙들이 충실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2021년 현재, 한국스포츠의 인권 상황은 적어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지난 일을 평가하는 것은 그 당시에는 불확실했을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 처했던 조건을 고려해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렇게 돌아보는 목적은 향후에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단지 책임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졌다면서 근로장려세제 등의 방식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이나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의 방식
미국서 큰일이 생기면 영국 언론인 가디언과 BBC 독자(시청자)가 늘어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그랬다. 트럼프에게 좌파 매체라고 맹비난당했던 CNN은 당시 전쟁을 생중계했다. 마치 온라인 게임 하듯.그래서 나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CNN 기자를 향해 당신은 빨갱이라고 몰아붙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CNN은 별 고민 없이 온종일 뉴스를 쏟아내는 뉴스 기계에 불과하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이 얼마나 오른쪽으로 갔으면 CNN을 보고 좌파 언론이라는데 언론학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2003년 봄 이라
20세기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군부독재를 끝내는 문민화였다. 그렇다면 21세기의 과제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는 선진화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에는 문민화 이전의 악습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2016년 터진 박근혜 게이트는 이를 단적으로 폭로한 사건이었다. 경쟁을 제한하고, 특권을 이용하는 지대 추구의 정치는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과연 박근혜 탄핵 덕에 집권한 현 정부는 이를 얼마나 어떻게 개혁했을까.이번 칼럼의 주제는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키워드 중 다섯 번째인 민주다. 민주정은 통치권이 대중에게 있는
최근 몇 년 새 노동의 변화를 상징하는 용어를 꼽으라면 플랫폼·알고리즘·인공지능이 금방 떠오른다. 이런 용어들에 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아직 없다.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일거리 배분, 지시와 통제, 평가와 해고 등 노동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기까지를 디지털로 관리하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런 디지털 노동관리 양식은 이미 곳곳에서 노동권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례로 배달플랫폼 요기요는 라이더들이 ‘카스트 제도’라 부르는 인공지능(AI) 노무관리 양식을 활용하고 있다. AI가 배차수락률·배달시간 등을 평가해 라이더를 3등급으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 위험 등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할 필요성이 거듭 확인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초 고용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6월9일에는 예술인에 대해, 올해 1월5일에는 시행령에서 정하는 일정 직종의 노무제공자(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고용보험법에 신설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선언하며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전히 일부 직종만이 그 확대 적용 대상이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달리 구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에 국한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우리나라 헌법 1조1항과 2항이다. 노래가 있을 만큼 헌법 1조는 친숙하다. 부도덕한 정권의 행태에 맞서 국민이 뭉쳐 자신의 뜻을 표출할 때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 친숙함과는 별개로 대다수의 국민은 일상적으로 주권자로서 자신의 힘을 행사해 본 일이 없다.선거 때 투표장에서 기성권력을 심판하고 자신의 뜻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의 위기상황에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 것을 넘어서 ‘365일 우리가 정치하자’는 고민으로 직접
노동청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담당 감독관에 따라 사건처리 기간이나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특히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극명한 차이를 보일 때가 많다. 최근 진행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 2건을 소개한다.사건1 : 진정인 출석조사 후 1주일 만에피진정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친 감독관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근로자 A는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조사와 보호조치 등을 요청했다. 사용자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이 가해자에게도 전달됐는지 가해자는 대리인 사무실로 전화해 “내가 뭘 그리 괴롭혔다고 그러는 것이냐
보수일간지의 ‘귀족노조’라는 공격은 상대적으로 ‘임금’을 높게 받는 중산층 노동자의 등장과 확대를 노동운동의 타락으로 보는 듯하다. 노동운동 활동가 중에도 본인이 소속된 노조 조합원이 정규직·중산층인 반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불안정·취약 계층이라는 점에 내적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운동이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나, 현재 노동운동을 비판하고 제언하는 방식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첫째, 대다수 노동하는 시민들의 삶이 늘 가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은 중간 계급의 중심을 차지한
1. 24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다녀왔다. 경사노위 참석은 처음이었다. 간판을 바꿔 달기 전의 노사정위까지 포함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혹시 내 허연 머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회의 참석에 앞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때 인연 있던 문성현 위원장을 경사노위 위원장실에서 만나 대화를 하면서도 떠올려 봤다. 또렷한 위원회의 추억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재판이 법원 인사이동 이후에 한꺼번에 잡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사무실 변호사들의 신상 변동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가 겹쳐 일이 산더미로 밀려드는 이때,
1. 청주지방법원은 이달 13일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의 노동자성과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하는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2020나10528 판결). 법원은 고인이 청주방송의 간부 또는 정규직 PD가 정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들의 지휘·감독하에서 조연출과 연출 및 각종 행정 업무를 수행한 점, 고인은 프로그램 방영·촬영 일정이나 정규직과의 협업 등에 따라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았고(근무시간의 일부 탄력적인 부분은 업무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런 사정은 정규직 PD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업무내용과 특성, 업무수행 방식과 장비 등으로 인
인도여행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내 정신줄이 어디 있나 늘 확인해야 하는 극한의 모험이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멘붕의 연속이다. 1일 1멘붕은 기본인데, 만약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너무나 순조로웠다면 다음 날은 평화로운 하루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 두는 편이 좋다. 십중팔구 멘붕으로 가는 지옥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술자리에서 인도여행에 관해 이렇게 얘기하면 듣는 이들의 반응은 딱 절반으로 갈린다. 당장 표를 끊겠다는 사람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난 인도랑은 안 맞는 듯”이라는 사람으로
“밥값 바우처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얼마 전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노동공제회를 통한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도 제안된 자리였다. 언론노조에서도 공제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말도 들어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방송작가유니온과 노회찬 의원과의 깊은 관계를 생각하면, 꼭 공제회가 아니더라도 참여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그간 방송작가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업무의 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당하
한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1위를 달리는 걸 보니, 진중권이 이준석을 너무 많이 키웠다”고 썼다. 정신건강을 위해 진중권의 글을 안 읽은 지 오래돼서 진중권의 이준석론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준석을 키운 건 8할이 낮시간대 ‘시간 때우기’ 방송 대담코너다.집에서 작업할 땐 늘 DMB로 방송뉴스를 틀어 놓는다. ‘백색소음’이라 생각하고 듣다 보면 온종일 같은 내용의 기사가 반복된다. 뉴스 다양성이 일(1)도 없다. 이처럼 빈약한 뉴스로 그 많은 방송시간을 채울 수 없다 보니 이런저런 평
“사장님이 임금을 안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월급 줄 형편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합니다. 지금 그만두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임금체불을 상담하는 피해노동자의 목소리는 절박했다.“월급이 밀린 지 얼마나 됐나요?” 필자의 질문에 피해 노동자는 “한 달 반 정도 돼 간다”고 답했다. 보름 정도 더 기다렸는데도 월급이 지급되지 않으면 그때 고용노동부에 가서 신고하고, 그 후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건조한 나의 답변에 피해 노동자는 황당해하며 말했다.
청주방송에서 PD로 일하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1심에서 패소한 후 삶을 등진 고 이재학 PD가, 유가족들이 이어서 진행한 2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13일 청주지법은 고인이 청주방송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부당하게 해고당했음도 인정했다. 해고당한 지 3년, 그리고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후 1년3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이 판결문을 보면 기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화가 차올랐다. 한 사람이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유가족들이 나서야만 이 판결문 한 장을 받아들 수 있는
나무 이름 중에 특이한 것들이 꽤 많다. 그중에는 정식 명칭인 것도 있고, 민간에서 편한 대로 지어서 부르는 이름도 있다. 그렇다면 아래 소개하는 나무 이름은 어떻게 해서 귀신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을까?귀신나무(鬼神나무) : ‘초령목’을 달리 이르는 말.언뜻 생각하면 한자로 귀목(鬼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은 없고 초령목의 다름 이름이라고 했다. 에서 초령목을 찾으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초령목(招靈木) : 목련과의 상록 교목. 높이는 16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 또는
1. “이겼어요.” 지난 14일 오후 근무시간 중에 자택에 있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현대차 판매직 노동자 사건에 관한 소장을 작성할 때였다. 어떤 사건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긴 사건이 무엇인지 나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당선된 의장의 직무집행을 정리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 사건이었다. 지난 3월2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심문기일을 진행하고, 재판장이 정한 서면 제출 마감일이 4월14일이었으니,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가 됐다고 법원에 수시로 확인해 보라고 사무실 이 과장에게 지시해 놓은 사건이었다.
2017년 노동조합으로 한 통의 민원전화가 왔다. 학교급식실 조리업무를 하는 동료가 폐암판정을 받았는데 일하던 학교의 환기시설이 매우 노후화돼 있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조합원이 근무하던 학교 조리실은 창이 난 쪽에 학교운동장이 있어 흙먼지로 인해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배기장치와 급기장치가 노후화돼 조리시 발생하는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환기시설이 잘 작동하지 않음을 학교에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1년이 넘도록 수리하지 않고 있었
엇갈리는 혁명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기술권력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면서 사회 서열을 낳는 기술혁명이 있다. 1차 증기와 기계화에서 시작되어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대량생산을 거쳐 3차의 컴퓨터와 디지털 혁명 연장선에 있음에도 섣부르게 4차로 부르는 산업혁명의 선두에 타다, 배달의 민족, 쿠팡 등 새로운 비즈니스의 선구자인 양 등장한 기업가들과 창업 성공스토리로 포장된 사람들이 있다.한편에는 시민들이 서로의 존엄을 위해 사회적 관계를 더욱 평등하게 만드는 권리혁명이 있다. 인권의 개념을 탄생시킨 근대 시민혁명이 1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