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부터 홈플러스는 조직개편으로 매우 분주했다. 기존에 3개 법인으로 쪼개져 운영되던 것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했다. 2020년은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일반노조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노동조합은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고 몇 주 뒤 법인끼리 통합돼 새로운 법인이 되면 다시금 교섭을 요구하는 등 지난한 절차를 거쳐 겨우 두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다.2020년 4월이 돼서야 첫 교섭자리에 앉은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교섭을 몇 차례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일터에서 사망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고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각종 매체에서는 산업현장 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미국의 안전 심리학자인 피터 샌드만 교수는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피해자들의 분노를 헤아려야 하는 심적 감정관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 사회는 김용균씨 사망사고와 같은 후진적 재해에 분노했고, 이는 안전 분야에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라
대양그룹은 ‘복수노조’를 활용한 노조탄압으로 지난해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대양그룹 소속사인 ‘대양제지공업㈜’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자 ‘대양제지’에도 복수노조 설립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대양제지는 지난해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했다. 화재 초기 많은 이들은 조만간 복구될 것이라 예측했고, 노조도 조속한 복구를 기대했다. 하지만 화재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지난달 14일 회사는 “구조조정 및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관련 협의 요청”을 노조에 통보했다
평택항에서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덧없이 스러졌다.이번 사고로 원청업체라 불리는 동방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과연 이 업체만의 책임일까. 평택항을 소유하고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정부와 항만공사는 책임이 없을까. 이선호씨를 채용한 업체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그리고 컨테이너의 소유자인 선박회사에는 문제가 없을까.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고 이선호씨의 부친이 지적했듯이 정치권과 감독기관이다. 책임의 경중을 따지면 이들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부서의 책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 1월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한 것에 대해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서울시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4월 말 경찰에 고발했다. 이어 지난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재빠르게 이 사건을 1호 수사 사건으로 결정했다.12일에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등이 2014년 인천 해직교사 2명의 특별채용과 2018년 부산 해직교사 4명의 특별채용에 관해서도 같은 이유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이로써 감사원과 공수처의 ‘서울교육감 죽이기’ 뒤에는 국정농단 정당인 국민의힘이 도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해직교사 특별채
5월12일은 국제간호사의 날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한 실천행동이 있었다.열악한 현실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간호사의 날을 맞이해서 요구 2가지를 얘기해 보려 한다.내가 근무하는 곳은 대구에 있는 경북대병원이다. 대구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1차 유행이 끝날 때 쯤 전국에서는 ‘K방역이 코로나를 막았다.’ ‘덕분에 챌린지’ 등 K방역을 칭찬하는 여론이 다수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현장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은 “정말 큰 일 날
지난달 22일 공공노총·교육연맹·광역연맹·교사연맹·전국통합공무원노조 등 여러 공무원노동단체가 한국노총에 모였다. 노총과 함께 주최한 ‘공무원·교원노조법의 위헌성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과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 쟁점과 개선방안’ ‘공무원·교원의 실질적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보기 드문 내실 있는 토론회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문제상황에 대한 성토와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지난 4년간 늘어난 국방 예산을 보면 과연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문 정부 시기 매년 국방 예산은 평균 7% 늘어났는데, 이는 과거 정권들의 국방비 증가액 4.1%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지난해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30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런 추세로 5년 후인 2026년에는 70조원 가량을 국방비로 첨단 무기를 구매하는 것에 소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세 배 수준 경제 규모를 지닌 일본에 근접하는 군비다. 물론
권순원 교수님 안녕하십니까.저는 교수님이 재직하는 숙명여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최정순입니다. 2016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미화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는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중식비도 없었고 설·추석 떡값조차 없이 일했습니다. 노조에 가입하고 난 이후 학교를 상대로 투쟁해 지금은 최저임금보다는 몇 백원 더 높게 받고 있고, 점심 식대도 있고, 명절 상여도 만들어 냈습니다.대부분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이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본지 2021년 4월5일자 12면에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칼럼 ‘강순희 이사장에게 묻습니다’가 게재됐고,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더 쉽고 더 편리한 산재보상을 위한 공단의 노력’(4월13일 16면)이라는 제목의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가 강 이사장 답변을 재반박했습니다.금속노조는 이달 7일부터 울산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산재처리 지연 문제 근본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강순희 공단 이사장의 ‘더 쉽고 더 편리한 산재보상을 위한 공단의 노력’이란 기고가
본지 2021년 4월5일자 12면에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칼럼 ‘강순희 이사장에게 묻습니다’가 게재됐습니다. 이에 대해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산재노동자에 대한 애정으로 그간 근로복지공단에 질책과 제언을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산재보험은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사회보장 제도로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촉발한 전 국민 고용보험제, 감염병 전담병원, 취약노동자 노후소득보장, 체불노동자 생계보호, 일자리안
‘함께 구제한다’는 뜻의 공제(共濟)는 ‘길드’나 ‘계’와 같이 사람들이 공동체를 꾸리고 협동하며 살아온 역사의 곳곳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노동자 공제사업도 이미 자본주의 형성 초기부터 시작됐다 한다. 우리나라도 1920년 조선노동공제회가 최초의 전국적 노동단체로 설립됐다. 해방 이후에도 여러 현장 노조들이 소비조합과 신협을 운영하며 공제사업을 진행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노동조합운동의 변혁적 역할이 강조되고, 노동권 향상으로 노조활동이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에 집중되면서 ‘공제’는 노동운동에서 잊혀진 과거가
지난해에는 삼성의 노동역사에 많은 일이 있었다.삼성화재에는 창업 68년 만에 무노조경영의 틀을 깨고 지난해 2월3일 최초의 진성노조가 설립됐다. 같은해 5월6일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경영에 대한 사과 및 폐기선언이 있었다. 9월1일부터 단체협상에 따라 사무실 지원, 전임자 같은 노조활동이 보장됐다.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사과와 폐기선언 5개월 후 새로운 전략이 펼쳐진다.친사협의회를 노조로 전환해 복수노조로 만들고, 진성노조를 무력화시키라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S그룹 노조파괴전략’ 문건의 마지막 페이지가
26~27일 ‘노동자건강권포럼’이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이 포럼은 2012년부터 시작돼 10년째 진행되고 있다. 10년 전 포럼을 열게 된 이유는 우리 스스로, 그리고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 때문에 사망해도 사회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았다. 심지어 노동운동·노동조합운동 영역에서도 고용이나 임금은 주요한 의제였지만 생명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주체가 될 수 있는 전문가·노동조합·활동가·단체 등이 모여 사회적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으로 매년 한자리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역대 최초로 3명의 의장 후보가 출마한 치열한 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선거 과정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돌았으며 심지어 투표 결과와 별개로 법적인 소송까지 진행한 후보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물론 어떤 선거든 당선자와 낙선자가 있기 마련이며 낙선한 후보 입장에서는 모든 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다양한 선거를 통해 당선과 낙선을 경험해 본 단위노조 위원장이기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선거처럼 단일후보
강원도 원주의 건설현장과 레미콘 공장들에서는 매일매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싸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조합원이 부상을 당하고, 어떤 조합원은 차에 치이기도 했다. 싸움은 점차 격해지고 양상이 복잡해져 간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건설현장에는 수시로 콘크리트믹서트럭이 드나든다. 레미콘을 싣고 와서 현장에 공급(타설)하는 건설기계장비다. 레미콘이 없으면 건물이 세워질 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믹서트럭을 운행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고용돼 있다. 개인이 사업자 등록을 하고 믹서트럭을 소유하는 특
지난해 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된 이후 3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노조법은 협약 비준에 당장 장애가 되는 최소한의 조항만 다듬는 수준으로 개정돼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가 ILO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지금이라도 ILO 회원국으로서 위상에 걸맞은 노조법과 관계법령 정비를 하는 게 도리다.그런데 한국경총이 지난 9일 발표한 ‘노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관련 경영계 보완요구사항’은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
최근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논의가 산업안전 분야의 뜨거운 감자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언급된 것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개편이다.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언급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최근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33년간 대한민국의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했던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으로서 필요성에 공감한다. 마침내 새로운 행정조직의 개편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움직임이라 생각된
고용노동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64시간까지 1회 4주 이내, 1년간 90일 한도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시행규칙 9조).지난해 1월부터 삼성전자 광주공장에서도 특별연장근로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지금부터 삼성전자 광주공장에서 일어난 일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앞서 말했듯이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의 근무시간에서 12시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
1975년 발표된 김지하의 시 는 당시 박정희의 군부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민중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군부정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혹한 탄압을 가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싹을 짓밟으려 했으나 들불처럼 번지는 민주화 열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라는 작품처럼 끊임없이 민주화를 갈망하는 지식인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이는 마치 어두운 흑암 속 한 줄기 빛으로 나타나 민주주의라는 꽃의 자양분으로 작용했다.‘타는 목마름’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다.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신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