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는 두 차례나 파견소송을 협의했다. 그 둘 다 파견근로를 주장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해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하나는 경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 중인 상용시제차량 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드라이버) 노동자들의 사건이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작성하고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로 일해 왔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생산공정에서 일해 온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왔던 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됐으니, 올해로 꼭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행일 이듬해인 2012년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대해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즉 ① 복수의 노조가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 노조 상호 간 반목 ② 위 ①과 같은 경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 ③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데서 비롯되는 교섭 효율성 저하와 교섭비용 증가 ④ 복수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4차 TV토론회에서 정세균 후보는 이재용 사면 문제에 대한 추미애 후보의 질문에 “저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경우 경제 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고 본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정 후보는 공공연하게 이재용 사면을 주장하는 삼성 장학생 이광재 후보와 얼마 전 후보단일화를 했다.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이재용 사면을 언급하고,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을 긍정하더니, 이제 전직 국무총리인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이재용 사면을 주장한다. 또 정세균 후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유력한 여
우열감은 어떻게 강화될까“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그러니 인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생각하는 이성이 얼마나 위대한가.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신이 창조했다. 고로 존재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성에 대한 믿음이 강렬하게 타오른 근대를 맞아 인류는 과학기술을 더 활짝 꽃피웠다. 산업혁명으로 비약적 생산력 발전을 이룬 인간은 신을 제끼고 만물의 영장처럼 등극했다.이성을 가진 우월한 인간이 동전 앞면이라면 뒷면에 새겨진 개념은 미개인이다. 오래전부터 있던 대륙을 자기들 맘대로 “신대륙”이라 부른 서쪽 인간들은 열등한 미개인에게
복수노조 사업장의 B노조는 A노조에 “어용노조, 꼭두각시, 인간 장사” 등의 표현을 사용한 소식지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A노조는 B노조가 상급단체 연대시위를 진행한 것을 두고 “조합비로 알바 쓰는 1인 시위 중단하라”는 소식지를 발행했고 이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각각의 책임은 어떻게 될까?‘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모욕적인 언사인 것은 맞다. 이 경우에 법원은 비록 모욕적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
연일 보도되는 쿠팡 노동환경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으면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맨몸으로 물류창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면 물류단지의 높고 거대한 건물들이 주는 위압감에 주눅 들곤 했다. 그곳에서 소위 ‘까대기’라고 불리는 택배 분류 작업을 했다. 하루종일 물건을 나르고, 올리고, 내리고를 쉼 없이 반복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생계 때문에 시작했던 일이지만 오래하면 몸이 다 망가질 것 같아 금방 그만뒀다.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기사를 보며 근골격
매일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해운산업 행사를 하느라 가뜩이나 바쁜 부산신항이 이틀간 멈춰 항만업계의 불만이 가득하다는 기사를 ‘단독’이란 이름을 달아 보도했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 와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 및 1.6만TEU급 한울호 출항식’을 열었다. 매경은 7월1일자 1면에도 ‘40분 대통령 행사 위해… 이틀간 멈춘 부산신항’이란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매경은 이 단독기사에서 “대통령 행사 한다고 며칠씩이나 배를 묶어 둬 부두를 마비시키는 게 말이 됩니까” “불만의 목
만약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의 요구가 모두 실현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가장 분명하게 바뀌는 건 정부일 것이다. 일자리·소득·교육·보험·건강·돌봄·양육·자연, 심지어 기간산업까지 정부가 책임지니 말이다. 전지전능한 정부가 탄생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0년대의 여덟가지 키워드 중 마지막인 정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실패를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많아졌다. 현대화폐이론(MMT)은 정부의 무한한 발권력을 이용해 완전고용을 이루자고 주장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생태-사회
“하청 노조로부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점에 더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 사실과 함께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업무수행 과정상 하청 근로자에 대해 구체적·실질적 영향력 행사를 피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불법파견 인정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미 강조돼 왔는데, 이제 단체교섭 당사자 인정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의미도 있으므로 더욱 중요해졌다.”CJ대한통운이 지배·결정할 권한이 있는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관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최근 소송 회의를 위해 당사자들을 방문했다. 원고인단 대표의 요청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설득’이었다. 원고인단을 모아서 소송 회의를 열 테니 그들을 설득해 달라는 것이다.이게 무슨 얘긴가 싶어 사정을 들어보니 이랬다. 원고인단 중 몇 사람은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일한 까닭에, 사측 관리자들과 절친한 사이라고 했다. 오래 일한 만큼 그들이 수집할 수 있는 증거들이 많지만, 사측 관리자들과의 친분 때문에 핵심적인 증거를 수집하고도 소송에 사용할 것을 꺼린다고 했다. 자신밖에 못 구하는 증거라는 걸 누구나 아니까,
대화 1.어느 토요일 점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동생과 간만에 같이 점심을 먹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었는데, 밥을 먹고 난 후 동생이 쪼르르 부엌으로 갔다. ‘물 떠오려고 그러나?’ 싶었지만, 동생이 가져온 건 약 한 뭉텅이였다. 스트레스 탓으로 귀에 염증과 이명이 생겨 처방받은 약 개수만 16개였다.순간 ‘동생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한다고 하면, 나는 동생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한국 사회에 살며 경험했던 많은 알바와 단기근무는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갈망을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타인의 돌봄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돌봄노동은 천대받고 돌봄노동자 또한 폄하돼 온 게 현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돌봄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닫는 중이며, 돌봄노동의 가치와 의미는 재조명되고 있다. 감염병의 심화로 돌봄은 곧 ‘생존 안전망’이 되고 있다.교육현장의 돌봄과 복지의 중심에는 학교비정규직이 있다. 전국 약 17만명의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은 2만여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육기관에서 일한다. 교사·공무원과 함께 근무하며 급식부터 교무행정·
1. 지난주 기다리던 판결이 나왔다. 여러 가지 주장을 하면서 임금을 청구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주된 법적 쟁점을 살펴보자면 첫째는 재직자 조건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둘째는 기본급 기준으로 지급한 주휴수당은 위법해서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지, 셋째는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는지(이에 따라 퇴직금 산정기초인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 등이었다. 하나하나가 이 나라 노동자의 임금권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쟁점이었다. 법원에 신청한 청구취지로 보면, 그 쟁점 모두에 관해서 법원이 내가 했
문화는 법·제도가 바뀌더라도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가 그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들이마시고 있는 공기처럼 너무나도 익숙해서 가부장적인 행동인지, 태도인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자행된다. 문제는 평등사회를 실현하고, 노동자의 이해와 권리를 대변하며 민주주의의 수행자 역할을 해야 하는 노동조합 역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혹은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이미 노동조합이 최근 변화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조응하며, 여성 역시 변화된 노동조합 문화를 향유하고 있음을 주
1988년 8월 미얀마 민주항쟁 때 중국은 ‘기다려 본다(wait-and-see)’는 입장을 취했다. 그해 9월8일 중국 외무부는 “오랜 우정의 전통을 가진 나라로 중국 정부는 사태 전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가능한 최선의 수단을 통해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 경제적 번영과 인민의 삶이 발전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9월12일 미국은 항공모함 1척과 전함 4척을 미얀마 영해로 진입시켰다. 중국군은 국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했다. 9월18일 군부가 시위대를 학살하면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고,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가 권력을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대선 분위기가 물씬 난다.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소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외환위기 때 확산한 비정규직에 대해 당시에는 국가도, 사용자도, 노동자도 임시방편이라 여겼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국가와 사용자의 내심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20년 넘게 개선 의지는 없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고만 하니 말이다. 그렇게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란 개별 사업장의
어떠한 기준을 정할 때 최저라는 표현은 그 아래로는 더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저 기준이 모든 경우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면 최저라는 표현이 있을 이유가 없다. 구성원들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보장 기준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최저 기준은 그보다 더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만약 그 힘이 없거나 약하다면 굳이 최저라는 표현보다는 적정·표준·기본·평균 등과 같은 다른 말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내년 최저임금을
인도 남부는 북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인도로 통합되기 이전, 북부의 왕국들과는 전혀 다른 왕국이 들어섰던 곳이라 그런 면도 있고,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기 전에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곳이 많은 탓도 있다. 그래서 남부 쪽으로 오면 성당 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 가 볼 고아 역시 꽤 포르투갈 식민지배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도시다. 역사는 역사일 뿐이다. 지금의 고아는 그런 역사는 한겹 아래 묻어둔 채 인도양을 바라보며 끝도 없이 남북으로 펼쳐진 멋진 해변과 황홀한 일몰을
우리 언론은 지난달 25일에도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아 기념기사를 쏟아 냈다. 서울신문은 8면에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외벽에 내건 참전용사 이름을 새긴 현수막을 찍은 사진을 실었다. 한겨레는 13면에 국립서울현충원 장병 묘역에서 자원봉사하는 학생군사훈련단(ROTC) 대학생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10면에 한국전쟁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96살의 참전 미군을 화상 인터뷰했다. 참 한결같다. 이념의 노예이거나 ‘국뽕’에 취한 한국전쟁 보도는 어떤 감흥도 없이 타성에 젖었다.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좀 색다른 전쟁 이야기를 보도했다.
부산에 사는 37세 유경우씨는 금속가공 중소기업에 다니는 생산직 노동자다. 최근에는 경리를 담당하는 동료가 그만두는 바람에 사장님을 포함해 4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노동하는 삶을 ‘유튜브’를 통해 전한다. 그가 올린 170여개의 브이로그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5명 미만 사업장의 생산직 10년차 월급을 공개한 콘텐츠였다. 200만회를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한국 사회 5명 미만 사업장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독자들은 수많은 댓글로 ‘희망을 잃지 마라’고 격려했지만 희망을 말하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