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민중경선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졌다. 회의결과에는 “쟁점을 확인하고 이후 11. 18(목) 정기중집에서 논의하기로 함”으로 간략하게 정리됐지만, 두 시간에 걸쳐 ‘민중경선’ 추진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찬반 양론 모두 ‘민중경선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달 13일자 에 실린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민중경선을 추진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지금 경선에 대한 입장을 공론화하지 않으면 진보정당들은 각자 다른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의 호소를 주변에서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매일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사실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괴롭힘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76조의3)나 사법기관(민사 손해배상 등)에 기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처럼 명확한 선악 구도로 사건이 정리되는 경우보다, 여러모로 모호한 경계선들 사이에서 문제가 벌어지는 경우가 더 흔한 것 같다.사실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용어부터 모호한 구석이 있다. 근로기준법
먼저 고인이 된 홍정운 학생의 명복을 빌며, 참담한 마음으로 이 문장을 쓴다. 현장실습생이 ‘또’ 죽었다. 지난 6일 전남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생이 허리에 12킬로그램 무게의 납 벨트를 차고 물에 들어가 요트 바닥의 따개비를 제거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고인은 평소 “물을 무서워했다”고 한다. 황망한 마음뿐이다.문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는 데 있다. 2017년 제주도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 학생이 프레스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같은해 전주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에 근무하던 홍수연 학생도
구한말 무렵부터 근대적 관료제도가 도입되어 실시되기 시작했다. 근대 문명 자체가 대체로 일본을 거쳐 들어온 탓에 관련 용어도 대부분 일본 용어의 영향을 받았다. 상당수는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으나 잠시 쓰이다 사라진 용어도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런 말들이 여전히 실려 있는데, 간혹 일본에서만 쓰는 말도 보인다. 아래 낱말이 그렇다.상당관리(相當官吏) : 국가가 채용하지는 아니하였으나 공무원의 대우를 받는 사람. 공립 학교의 직원, 공사의 직원 등이 있다.相當官吏 : 舊制で、官吏と同等の待遇を受けた職員. 官幣社·國幣社の神
1. 지난주 금요일(15일) 오후, 한 은행사업장에서 퇴직했거나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있는 직원들이 찾아왔다. 오늘(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 진행이 궁금해서였다. 질문이 쏟아졌다. 자신들이 은행에서 어떻게 일했다고, 비조합원인 자신들에게는 평소 노조가 관심이 없었다고, 그런데도 노사가 합의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적용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소송대리인인 내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들이 했던 질문은 많았지만 그들의 심경은 하나였다. ‘억울하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서 자신들의 임금을 삭감한 것이 억울하다는 것. 그들 모
넷플릭스에서 출시한 을 봤다.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봤다고 하고,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상물 가운데 관람자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여기저기에서 이 영상물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고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영상물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얘기되지 않고 있다.이와 관련 지난 6일 미국 좌파 인터넷 매체인 자코뱅(Jacobin)에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지옥에 대한 알레고리(풍유)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글을 쓴 사람은 예일대학교 3학년
학교에는 불량학생·보통학생·모범학생이 섞여 있다. 제 이익과 편의를 위해 동료학생을 괴롭히는 학생은 불량학생이다. 선생님은 불량학생의 불량한 행동을 발견한 경우 꾸짖고 교화할 의무가 있다. 통상의 선생님들은 그렇게 한다. 학교의 규칙과 사회의 도덕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들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우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는 노동조합을 이렇게 정의한다.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무정파 99%정파가 뭐지? 산별노조나 민주노총 선거 때면 정파가 내세운 후보가 대부분이다. 가끔 정파 계보를 자세히 보도하는 언론이 있지만, 조합원은 잘 모르니 그냥 찍거나 간부가 지목한 후보에 투표한다. 노조간부라고 해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경험한 ‘87세대’거나 꽤 오랜 간부 경험이 없으면 정파를 잘 모른다.대선이나 총선 때 후보들이 어떤 정당 소속인지를 밝히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에 시민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다. 그런데 10만 넘는 산별노조, 100만 민주노총 선거를 할 때 후보는 어떤 정파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불안정하다’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에 의하면 ‘안정성이 없거나 안정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마치 비정규직 정의처럼 ‘정규직이 아니다’와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그런데 갑자기 웬 불안정 타령인가? 코로나19 이후 언론 기사와 각종 논평을 보면 ‘불안정한 청년, 불안정한 노동’과 같이 청년과 노동 앞에 불안정하다는 수식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표현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듯이 도대체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정한 청년은 누구일까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불안정한 청년의 삶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지난해 7월3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열린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 회원들에 둘러싸여 ‘2년 뒤 폐지’를 약속했다.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60년 만에 폐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복지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장관이 약속한) 당초 계획 2022년보다 앞당긴 2021년 10월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알렸다. 복지부는 1961년 생활보호법 제정 때부터 사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60년 만에 폐
성남시에서 30대를 보냈다. 인생의 기초를 세우던 때여서 그런가. 성남의 풍경은 지금도 자주 생각난다.성남은 정말 풍경의 콘트라스트가 강한 도시였다. 북쪽에 있는 절반은 산업화 초기 서울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산 산동네고, 남쪽에 있는 절반은 천당 밑에 만든 도시라는 분당이어서 그런 듯하다.북쪽 성남에는 반지하 집이 있는 연립주택과 옹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들이 가파른 산 위에 빽빽하게 모여 있다. 좁은 골목길에는 주민들이 신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이중 삼중 승용차들을 주차해 놓았고, 주택과 차들 사이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전력선·케
올해 초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다섯 곳의 노동 관련 센터 상근자들이 힘을 합쳐 교육TF를 꾸렸다. 현재 서울 내 노동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교육 중이다. 개별 노동센터에서 직접 교육하기에는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다. 규모가 작은 자치구 센터의 경우 직원이 3~4명으로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일이 적은 게 아니니 교육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지난 3월에 신입직원 교육(10명)을, 6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센터장 교육(19명)을, 그리고 9월과 10월에는 세 차례에 걸쳐 경력직원 교육(30명)을 했다. 향후
배신일까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이 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자 일부에서 배신자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2000년대에 민주노총은 국회 진출을 위해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체제에 갇히게 될 집단적 투항이라는 비판도 있었다.(2016년 산업노동연구 22권 1호,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활동 및 평가, 정병기 글 참고) 이런 논란은 노조에 스며든 어떤 증상이 아닐까.20세기 중반부터 기업 중심의 자본주의와 당 중심의 공산주의가 오랜 냉전의 시대를 보냈다. 한국의 운동권(민족해방파 NL과 민중민주파 PD 모두)은 후자를
참 피곤한 일이다. 노측 대리인으로서 자신들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회사와 다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고로운 일인데, 구제신청 과정에서 당연히 보장돼야 할 노동자의 기본적인 방어권에 무심한 노동위원회와 소모적인 입씨름을 하다 보면 기운이 쫙 빠진다.노동위원회에 사건이 접수되면 담당 조사관이 지정되고 조사관은 노사 양측의 주장요지와 제출된 증거를 취합해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노동위원회는 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객관적 사실규명을 위해 조사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나쁘지 않다.그러나 여기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18세 이상 성인 인구 대비로는 1차 접종이 90%와 2차 접종이 70%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에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지금까지 잘해 왔듯이 조금만 더 견뎌 내면 계획대로 모두가 희망하던 일상회복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보도를 접하고 든 생각은 ‘거짓된 희망으로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일
1. 이달 20일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당연히 쏟아져야 할 언론의 비난 공세도 없다. 온통 여야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관심이 쏠려서인지 아직은 조용하기만 하다. 분명히 경총과 대한상의·전경련 등 사용자 자본의 단체들이 번갈아 가면서 경제상황을 내세우며 각종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쏟아내 비난할 때가 됐는데, 그에 발을 맞춰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 등의 권력기관은 법질서 준수를 내세워 파업 자제를 호소하고 협박할 때가 됐는데. 이 나라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관심이 없는가.민주노총은 이미 9월 초부터 총파업
정치 밖 전문가일 때는 괜찮았는데 정치권에 들어가니 사람이 이상해졌다는 세간의 평가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진보적인 학자가 장관이 됐는데 기대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노동계에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정치는 쇄신과 물갈이를 이유로 법률가나 학자, 시민운동가나 언론인 및 고학력 운동권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꾸준히 유입됐고 여아를 막론하고 정당에서 최대 집단을 이루게 됐다. 노동운동 진영도 법률가나 전문가들의 자문을 비롯해 각종 용역연구, 토론회 등을 통해 접촉량이 상당하다. 그런데 왜 기대한 정책은 잘 실현되지 않고 변화는 쉽
(*이 글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넷플릭스 시리즈 이 그야말로 ‘핫’하다. 한 편의 드라마를 둘러싸고 매일 다른 시각에 초점을 맞춘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공개 초반에는 폭력성, 표절시비, 여성비하 등을 키워드로 한 ‘비평’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미국 뉴스채널 앵커, 녹색 트레이닝복 입고 등장해 미 빈부격차 지적” “인도네시아, 인권교육 자료로 활용” 등 ‘ 현상’이라 불릴 만한 뉴스들이 적지 않다.다행스럽게도(?) 필자는 무수한
명필름과 시네마6411, 그리고 노회찬재단이 공동제작한 다큐 영화 이 10월14일 개봉된다. 전국의 메가박스 상영관과 독립예술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개봉에 앞서 몇 차례 시사회를 개최했다. 언론배급사 시사회, 명사 시사회가 열렸다. 특별히 ‘6411 노동자’로 표상되는 청소·돌봄·봉제 노동자들을 모시고 별도로 시사회를 진행했다. 참석한 분들은 영화를 본 후 느낀 감동의 크기를 전해 주셨다. 영화에서, 아니 그의 삶 가운데에서 유독 눈이 가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진보정치를
코친에서의 사흘을 마치고 이제 인도의 남쪽으로 더 들어간다. 인도 대륙의 아래로 뾰족한 꼬리부분이 아주 가까워지는 셈이다. 목적지는 바르칼라. 코친의 에르나쿨람 기차역에서 출발해 4시간 정도 걸린다. 숙소에서 아침식사로 나온 빵과 잼, 버터로 기차에서 먹을 점심용 샌드위치를 만들고는 배낭을 챙겨 나선다.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하는 날은 점심을 해결하는 게 애매해서 숙소의 아침으로 도시락을 싸는 경우가 많다. 기차역에서는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버스표나 배편을 사려면 남녀가 구별돼 줄을 서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