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부산 한 아파트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치우던 작업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머리부위를 다친 작업자는 다음날 숨졌다. 새해 첫날부터 사다리로 인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사다리는 2~3미터 수준의 고소작업치고는 낮은 높이에서 주로 쓰인다. 이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하니 광범위한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그만큼 친숙한 고소작업 장비다. 최근 5년간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노동자는 200명이 넘는다. 한 해 40명꼴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는 수도 없이 많다.2
강원도 평창 용평에 ‘옛날공이메밀국수’가 있다.메밀은 검은색 삼각뿔 모양을 하고 있다. 삼각뿔의 한 가운데에 씨눈(16%)이 들어 있다.씨눈을 둘러싼 씨젖 부분을 '속가루층(내분층)'이라 하는데 1번 가루로 나온다. 흰색이다. 씨젖은 메밀 전체에서 53%를 차지하는데 씨눈과 함께 1번 가루로 빠져나가고 남은 씨젖 부분을 갈아 2번 가루(중층분)를 만든다. 옅은 누런색이다. 마지막이 속껍질가루(12%)인데 3번 가루(표층분)로 나온다. 선도가 좋은 녹색을 띤다. 일본의 소바(=메밀)는 1, 2, 3번 가루를 구분해서 면을 만든다. 우
지난 11일 서울고법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고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공식 사망자만 최소 1천258명이고, 사건이 공론화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2018년 유죄가 확정된 옥시의 전 대표는 이미 형기를 마쳤다. ‘내 몸이 증거’라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외침은 ‘뒤늦은 정의’에 허탈하다.한겨레는 다음날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항소심선 유죄’라는 1면 기사에 이어 5면 모두 할애해 ‘내 몸이 증거, 13년 호소 끝에… 모든 가해 기업들
국세 통계에 의하면 ‘거주자의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현황’(2021년)으로 집계된 총인원은 787만8천928명이다. 명칭대로라면 해당 사업체(징수의무자)에 의해 사업소득세(소득의 3.3%)가 원천징수되는 사업소득자의 숫자다. 이들은 2011년(327만7천898명)에 비해 2.4배 늘어났다. 전년대비 83만명이 더해져 연간 증가율(11.9%)도 두 자릿수가 됐다. 이런 추세로 후속 통계가 나오면 ‘3.3 천만시대’ 정도가 기사 제목으로 붙을 것이다. 첫 칼럼의 제목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관련 숫자다. 이 숫자의 정체를 따져 묻는
노동상담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제가 겪은 일이 직장내 괴롭힘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속 시원히 해결되는 사례가 드물어 대답 또한 속 시원하게 하기 힘들고 법의 실효성에 대한 한계를 느낄 때도 많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없었다면 직장의 무수한 을들이 자신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얘기를 꺼낼 수 있었을까. 노동자의 머리 길이가 귀를 덮으면 공장 경비가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던 시절을 지나 내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에 여성은 화장을 안 하면 회사에 출근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외모
본지 2024년 1월17일자 8면 “한화오션 사망사고에 노조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사와 관련해 한화오션쪽은 “안전·보건·환경(HSE)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2022년 이후 매년 약 300억~600억원 규모의 안전·보건 관련 집행금액을 추가로 집행하며 안전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또한 “2021년 대비 2023년 말 기준 안전·보건·환경(HSE) 관련 인력은 총 16명 증가했고 한화오션의 안전·보건·환경 관련 업무 인원은 계속 증원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식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한 해 동안 잘한 일과 내년에 할 일을 고민해 종이에 적고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도 수고했다’고 서로 응원하고 ‘내년에도 즐겁게 지내자’고 다짐한다. 이 모임을 하고 나야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오는 기분을 맞이한다.올해의 다짐 열 가지에도 아이 생각은 없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20대 초부터 내 꿈은 아이 셋이었다. 복작복작하게 다섯 식구와 내 방 하나 없이 지내다 혼자 독립해 사니까 쓸쓸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온 그대로 불이 꺼진 집에 돌아갔다. 아무 영상이나 틀지 않으면
요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대한 문의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한 각 사업장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공권력 행사의 명분은 “법치확립”이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노사법치”를 강조하면서, 노사합의로 작성한 단체협약일지라도 형식적으로 노동부 고시보다 면제 한도를 높게 잡기만 하면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선언한 바 있다.기계적으로 해석하면 노동부의 말이 맞다. 노조법 24조4항 문언상 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근로
1.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연차휴가였는데 판결 결과를 알아보러 사무실에 연락하려던 참이었다. 문자메시지를 읽고서 안도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다. 1심 판결을 기다릴 때보다 더 긴장이 됐다. 사측이 1심에서 하지 않은 주장까지 추가해 다툰 터라 도대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가 제대로 인정할지 걱정이었다. 소송대리인인 내가 이랬으니 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 피고 사측 준비서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나는 원고 대표 임○○에게 이러 저런 증거 자료를 수시로 요청했는데 그는 대표로서
“그 사업장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되는 곳이 아닌가요?”지난해 여름 한 근로자위원이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출석한 사용자측에 한 질문이다.기간제법은 기본적으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5명 미만 사업장 쟁점이 있는 사건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사업장에서 기간제로 고용돼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2022년 12월31일 사용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악 만료를 통보받기 전 2020년 7월1일
전설(legend)의 사전적 의미는 옛날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요즘엔 어떤 일이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이나 성과를 냈을 경우 오랫동안 그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전설이라 부른다.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 한국야구의 전설 선동렬, 한국영화의 전설 신성일 등이 대표적이다. 전설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싸움의 전설이다. 혼자 17명과 싸워서 이겼다는 내용이지만 ‘뻥(허풍)’이 다분하다.윤석열 정부에서도 전설이라고 부를 일이 생겼다. 물론 싸움은 아니다. 17명보다 280배 많은 4천829대 1의 전설이다. 경찰이 역대급 특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무리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다가 채무상환을 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매우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 태영건설이 대주주로서 추진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마을과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당리에 있는 관지미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에 살던 마을을 떠나야 했다. 태영건설이 ‘진천테크노폴리스’라는 산업단지를 추진하면서 마을이 통째로 산업단지 부지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산업단지에도 토지강제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
2012년 말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다. 노조 교육을 위해 자카르타를 방문했는데, 현지 여성간부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고 했다. 뭐가 축하할 일이냐 물으니, 여성 대통령이 돼 여성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표명했다. 여성이 대통령이라는 것과 여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다른 문제라 말하니,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에 대한 실망인지, 박근혜에 대한 실망인지 잘 모르겠다.청년유니온이 생겼을 때다. 를 열독한 청년 노조간부가 청년유니온이 생겼으니, ‘꼰대’가 장악한
10년도 더 된 일이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간장을 사러 집 근처 할인마트에 갔다.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했다. 뿌듯한 마음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뛰듯 걸었다. 집에 다다를 때쯤 사지 않은 물품이 떠올랐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슈퍼에서 살 요량으로 집 앞 슈퍼에 들렀다. 역시나 비쌌다. 빈손으로 되돌아 나오자 주인이 나를 불러 세웠다. 비닐봉지 안에 든 간장을 꺼내 보라고 했다. 난생처음 도둑 누명을 썼다.당시 감정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짐작도 어려울 것이다. 결백했지만 ‘결백을 입증하지 못해서 도둑이 되면 어쩌지’
대설주의보로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지난 9일 부산과 대구를 하루에 찍고 돌아오는 빡빡한 출장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일환경건강센터가 얼마 전 국소배기장치를 교체해 준 영세 제조업체 두 곳이다. 새로 설치한 장비가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이날의 출장은 한 건의 공문으로부터 시작됐다. 두 달 전 ‘작업환경개선 지원사업 후보사업장 추천’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센터에 접수됐다. 발신인은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공단처럼 큰 기관이 우리같이 작은 센터에 무슨 볼일이지? 네 번째 사
* 이 글은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괴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래서 누군가를 괴물이라 규정하는 순간, 괴물로 명명된 존재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세계에 발붙일 수 없게 된다. “괴물이 누구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은 영화 바깥에서, 즉 안전한 거리에서 ‘괴물 찾기’를 즐기던 관객을 기어코 영화 안으로 끌어들여 진짜 괴물이 누군지 따져 묻는 영화다. 이를 위해 영화는 등장인물 셋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독특한 3부 구성 형태를 취한다.1부의 싱글맘 사오리의 시점에서는 아들
신군부 정권의 성격신군부 정권은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공수부대를 국가폭력으로 동원, 광주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5·18 살인극을 벌였다. 5·18 광주항쟁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한 과잉진압의 결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신군부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정권찬탈)을 달성하기 위해 광주시민을 희생시킨 계획적인 살인극이었다.‘사람사냥’을 한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이 광주시민들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 뒤 비무장 광주시민에게 헬기 기총사격을 가한 것은 무장시위대에 대한 자위권 차원
국가보훈부가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발표하자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26일 4면에 “‘과(過)’도 있는데 … 이승만 추앙하는 윤 정부”라며 정부를 비판했고, 한국일보는 같은 날 8면에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이승만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에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제 와서야 선정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승만이 진즉에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돼야 했고 주장했다.이승만만큼 논란의 인물도 드물다. 조갑제는 자기 책 ‘고문과
갑진년 새해 첫 상담은 해고예고도 없이 잘린 어느 50대 노동자 이야기다. 노동자는 사업주를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했지만 노동지청은 아무 조치도 없이 사건을 끝냈다고 한다. 그는 분통을 터뜨리며 “해고예고 수당을 좀 받아 달라” 애원했다. 사건 종의 사유가 뭐냐 물었더니 “피진정인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쓰여 있더란다.신병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해 피해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해야 할 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이 가해자가 어디 있는지 몰라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니. 귀를 의심했다. 이처럼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들은 하나
얼마 전까지 청년 활동가들끼리 글쓰기 계모임을 했다. 각자의 활동을 ‘글’이라는 언어로 쌓아가자는 취지였다. 보증금을 내고 글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강제요인을 둬 꾸준히 글을 써 보고자 했다. 내가 참여한 이유는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활동을 글이라는 언어로 정리해 나가는 게 왜 중요한지, 다른 참가자들의 글을 보면서 이 모임의 취지를 이해하게 됐다.동시에 우리 센터에서 매년 진행하는 비정규노동 수기공모전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지난해에 13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