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19의 종식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팬데믹이 점차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가 발표한 각종 지침과 보도자료 등을 갈무리해 보면서, 재난을 통제하기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되짚어 본다. 그중 하나가 시기별로 강력한 사전예방적 조치들을 취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의심증상 발생시 집에서 며칠간 쉬면서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심지어 증상이 없더라도 밀접접촉자는 스스로 격리할 의무가 부여되기도 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추가 감염 여부
지난달 31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중대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중대재해는 그 이전에 관련한 수많은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지속적으로 무시된 결과로 발생한다. 상당수 중대재해는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의 미비로 인해서 발생하는 재래형 재해다. 그러나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의 미비를 단순한 인적 오류나 현장 감독자의 안전불감증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선험적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중층적인 고용계약 관행 속에서 안전보건 시설과 장비에 투자해야 할 비용이 누수되고, 적정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지 못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일부개정 고시(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를 발표했다. 근골격계질환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직종과 상병을 추가한 이번 고시가 과연 진일보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부가 도입하려 했던 복합부위 상병은 아예 삭제됐다.그밖에 문제점을 짚어보면, 첫째 추정의 원칙 적용 요건인 근무기간이 일부 축소됐다. 6개 신체부위(목, 어깨, 팔꿈치, 손·손목, 허리, 무릎) 중 목(경추간판탈출증), 어깨(회전근개파
새로운 권력의 등장으로 여러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게 좋다’지만, 권력의 성격이 변했다고 해서 기존의 ‘사회적 합의’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일터의 안전·보건 문제에 있어서는 명백한 후퇴가 예고되고 있다.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한국경총이다.경총은 지난 1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10만명의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국회에서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겠다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등 여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지가 중차대한 문제로 부각됐다.최근 과로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직업성 질병’에 포함되진 않지만,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로 인한 근로자의 과로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된다는 검찰의 유권해석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모두 예방에 초점을 두고 예방에 필요
오랜만에 서울에서 일정을 마치고 도심을 벗어나던 차에 지방소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수막을 목격했다. ‘경축! 1차 정밀안전진단 통과-○○재건축추진위원회’. 건물이 안전하지 못해서 재건축이 필요하다는데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며 경축한다니, 쓴웃음을 지으며 차를 달려 예정된 교육장소에 도착했다. 작업환경측정을 주제로 진행되는 교육에 찾아온 노동자들을 미리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 현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가 당최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한쪽에는 자기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고도
“빨리빨리.”대한민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1위이자, 해외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1위라고 한다. 한때 80~90년대 ‘삐삐’로 부르던 호출기를 쓰던 시절에도 8282(빨리빨리)는 누군가를 채근할 때 번호에 붙여 자주 사용한 기호였다.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은 전 세계 각지에서 산업현장을 이끌어 준 우리의 부모님, 부모님들의 부모님의 노고와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분들의 몸에는 훈장과도 같은 상처들이 남아 있다. 진폐증, 소음성난청, 유기용제 중독 같은 각종 산업재해다.
1주일은 며칠일까? ‘1주일은 7일’ ‘하루는 24시간’과 같은 것은 보편적 상식일 텐데, 사실 1주일이 며칠인지를 두고 꽤 오랜 세월 논쟁이 있었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의 원칙을 회피해 가급적 길고 싸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부리고 싶은 이들 때문이다. 만약 근로기준법상 1주일은 5일이고(세상에!)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경우,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 12시간 연장근로, 그리고 1주일에 포함되지 않는 토·일요일(세상에!!) 16시간까지 모두 합쳐
2019년 7월 시행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지난해 강화됐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 이후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위반하거나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직장내 괴롭힘은 법 시행 직후인 2020년 36.0%에서 현재 23.5%로 감소했다.(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하지만 법 시행에도 우리나라 직장인 4명 중 1명은 여전히 괴롭힘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사업주가 갑자기 해고를 통보하거나 코로나로 인한 업무 결손이 예상돼 코로나 검사를 아예 못 하게
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추모의 연원은 1993년 5월10일 심슨 가족 인형을 만들던 태국 케이더(Kader Industrial) 공장 화재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 간다며 대피로가 될만한 문들을 잠근 채 일을 시켰고 화재가 나자 188명의 노동자가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1996년 4월28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에 참석했던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이 비극적인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전부터 미국노총은 1971년 4월28일 안전보건청(OSHA
건설업 산업재해는 원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능력이 취약한 관계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거의 모든 건설공사가 원·하도급 구조를 갖는 건설업의 특성상 협력업체 근로자가 절대적으로 다수인 점을 고려할 때, 건설업 산재예방은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수준 향상에 답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건설업 협력업체 안전관리의 현실을 살펴보고 원청사와 협력업체의 역할 관점에서 협력업체 안전관리 역량 제고 방안을 제안한다.자체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못한 협력업체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심의 사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총 3천462건, 2020년 4천392건, 지난해 4천600여건을 판단했다. 한 번의 심의회의에서 40건 내외를 처리하고 있다. 산재재심사위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거의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심리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재결 판단의 일관성이 유지되거나 산재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 법리에 충실한 것만은 아니다. 아래에서 사건 유형별 판단의 문제점과 대안을 간략히 모색하기로 한다.일단 과로성 뇌심질환 사건이다. 재심사 청구 사건은 업무상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은 포스팅하는 글마다 오늘이 며칠째인지 날짜를 꼽는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불과 6시간 전 그녀가 올린 페북에는 ‘1,074일째’라는 기록이 담겼다. 2019년 4월 수원시 고색동의 아파트형 공장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김태규님의 어머니 신현숙님이 아들의 죽음 이후, 또 다른 오늘을 살아 내고 있는 방식이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인 고 김태규님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난 18일 오전, 그녀는 307일이라는 날짜도 기록하고 있었다. 그녀는 항소심이 열리기까지 무려 307일이 걸린 또 다른 산재
지난해 10월14일 41조(고객의 폭언 등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2항을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면서 고객응대 근로자의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해야 하는 보호조치 범위가 확대됐다. 법 개정 전에는 고객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고객응대 근로자였으나 개정 법은 업무와 관련해 고객을 비롯한 제3자의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근로자로 변경됐다.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41조2항의 ‘업무와 관련해’를 해석할 때는 근로계약
꽃비가 흩날리는 4월이다. 꽃비처럼 노동자들도 일터에서 떨어져 내리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 한가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오늘은 영화 이야기다. 길거리에서 함께 외치고 주장하는 일이 만만찮은 격리의 시대, 당분간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이들에게 뭔가 나눌 거리가 있는 다큐멘터리로 를 소개한다.영화는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한 두 건의 보잉 737MAX 여객기의 추락사고를 다루고 있다. 2018년 10월29일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737MAX가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현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근로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이러한 흐름의 영향으로 산재에 대한 근로자들의 인식 역시 많이 개선됐음을 느낀다. 상담을 해 보면 ‘산재는 사업주가 승인해 줘야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에서 ‘산재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이전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의 변화를 새삼 느
세상에는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게는 저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이 세상을 함께 견디고, 두 번째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삶은 더욱 지옥이 된다. 어디선가 이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동의했다. 쉼 없이 들려오는 일터에서의 죽음 소식은, 타인의 생사에 반응하는 두 종류의 인간을 함께 불러오기 때문이다.동료 조합원의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즉시 전국에서 모여 대책위를 꾸리고 사고조사를 하고 중대재해 대응 투쟁
우리나라 산업재해사망률은 불행하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다. 지난해 발표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은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정부부처 간 협업으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며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정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824명으로 2020년에 비해 54명 감소했으며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도 사망사고가 줄었다.그동안 산재 사고사망이 많이 발생한 건설업에서는 추락사고가, 제조업에서는 추락·끼
한국경총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6대 분야 30개 과제에 대한 경영계의 제안을 담은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를 발간하고 25일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를 전달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서 밝혔다. 6대 분야 중 하나는 ‘안전한 일터 조성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경영환경 구축’이다. 해당 분야 과제를 살펴보니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선진국형 산재예방행정체계 구축, 예방과 보상의 효율적 연계를 통한 산재 감소 효과 제고 같은 일면 전향적 방향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앞세운 과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보완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수사대상이 잇달아 나타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기업들의 공포가 더욱 커진 느낌이다. 많은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하며 법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의 큰 과제를 직면하고 있는데도, 이를 준비하는 자세가 조직 내부적으로도 통일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