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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253건)
현장으로 가는 길
현장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멀다고, 그 앞 움막 사는 남자가 말했다. 신작로가 반듯했지만 실은 거기 깊은 산골이었다. 겨울이면 가슴팍...
정기훈  |  2015-03-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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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 엄마 품에
다시금 해는 길어 봄기운 천지에 무성하다. 땅 아래 웅크려 겨울을 견딘 온갖 잡풀이 삐죽 연녹색 잎을 내민다. 쑥이 쑥쑥 올라온다. 노...
정기훈  |  2015-03-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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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차이쯤은
제 손톱 깎기는 쉬워도 남의 손톱 자르긴 어렵다. 혹시 다칠까, 손 내밀어 맡겨 두기도 마뜩잖다. 믿음이 우선이다. 한 번에 될 일은 ...
정기훈  |  2015-03-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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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칼 한 줌
남편은 잘렸다. 바람 많이 불던 날 낯선 거리에서, 아내는 남편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뭉텅 잘린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놓질 않았다. 자...
정기훈  |  2015-03-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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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서울 남산 아래 우체국 앞 터에 봉수대가 있다. 밤에는 횃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를 올려 위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시설이다. 요즘 소식...
정기훈  |  2015-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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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서
흰 옷 입은 저들은 오체투지 행진을 할 예정이었다. 아침부터 모였지만 해가 다 눕도록 출발하지 못했다. 막아선 경찰은 해산을 명령했다....
정기훈  |  2015-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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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박박
겨울 그늘진 곳에 농성장을 꾸렸다. 강바람 드센 자리였다. 비닐 덮개 간신히 바람을 막는 정도였으니 노숙농성은 시작부터 고됐다. 100...
정기훈  |  2015-0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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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춤
허허벌판에 칼바람 일어 허수아비 춤춘다. 다 거두고 그 들에 이제는 쭉정이도 귀했지만, 덜렁덜렁 바람 따라 쉬지 않고 춤춘다. 굶주린 ...
정기훈  |  2015-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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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숨이 한숨처럼
겨울, 어느 건설현장이 새벽부터 분주했다. 뚝딱뚝딱 형틀 짜던 목수가 몸을 녹이려 쉼터에 잠시 들었다. 담배 한 개비 꺼내 물었다. 가...
정기훈  |  2015-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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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같다
저기 나무 높은 자리에 까치가 산다. 거뭇거뭇 두 덩이, 까치집이다. 부지런히 드나들지만 언 땅에 벌레가 귀하다. 감나무에 까치밥 인심...
정기훈  |  2015-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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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낮이
흰옷 입은 사람들이 땅을 기었다. 양팔과 두 다리며 이마를 다 낮추느라 행진은 느렸다. 거기 눈길, 흙길, 또 얼음길이었지만 북소리 어...
정기훈  |  2014-12-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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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엣가시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갔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정당했다고 법은 끝내 말했다. 공장으로 돌아가자던 사람들이...
정기훈  |  2014-1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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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비였다고 새로 시작하는 어느 사극 광고판에 적혀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빠고 엄마라고, 길에 나선 노동자...
정기훈  |  2014-1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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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경비노동자
된바람에 낙엽 날더니, 금방 눈 쏟아진다. 빗자루며 쓰레받기 들고 경비노동자가 일복에 겨웠다. 무 배추 토막 널브러진 음식물 쓰레기통을...
정기훈  |  2014-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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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이는 아홉 살
주강이는 대법원 앞에서 내내 웃고 활달했다.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데 거칠 것이라곤 없었다. 눈빛 맞추면 누구나 이모, 삼촌이다. 거기...
정기훈  |  2014-11-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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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비닐하우스
노랗고 붉은 가을, 비닐하우스에선 온갖 것이 말라 간다. 빨간 고추 고루 말린 자리 빌 새도 없이 벼·수수·참깨·들깨·나물이며 버섯이 ...
정기훈  |  2014-1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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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을 게 뭐 있다고
전동 이발기 든 동료는 손이 빨랐다. 망설임 따위 없었고 능숙했다. 구호 새긴 보자기 목에 두른 사람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처분을 기다렸...
정기훈  |  2014-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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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김
겹겹이 쌓아 올린 카트 더미가 무너졌다. 검은 옷 날랜 경찰이 줄줄이 들이닥쳤다. 계산대 옆 바닥에 누워 버티던 노조원들이 하나둘 사지...
정기훈  |  2014-10-2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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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시간은 어김없다. 찬바람 불어 훌쩍 가을이다. 농성장을 떠나지 못하는 유가족과 시민이 낙엽 지는 4월16일을 또 하루 산다. 낙엽 빛깔을 닮은 황갈색 담요 싸매고 바람길에 앉았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 바람을 다시 읊...
정기훈  |  2014-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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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지면 겨울
광화문광장 옆 큰 책방 건물 벽에 나무 그림 붙었다. 하나둘, 이파리 떨구는 나무 아래 산 사람들이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긴다. 고개를 ...
정기훈  |  2014-1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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