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안에서 노동시장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조직노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들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헐거운 논리만 반복하며 정작 현장의 구체적 반론에 묵묵부답인 경우도 본다. 정말 변화를 꿈꾸기보다 ‘진보의 금기’에 도전한다며 조직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지지세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 아쉽다.어떤 문제든 기원과 역사를 밝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법률도, 시민 의식도, 노동운동도 단번에 역사를 뛰어넘을 수 없다. 87년 이후 노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의식도 성장하고 근로조건도 좋아졌지만 우리 사회가 ‘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이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과격하게 친일파 정부라 비난하기도 하고, 신자유주의 정부라 비판하기도 하는 등 각각의 입장에 따라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펼쳐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태를 보고 판단하자면, 이 정부는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바꾸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도가 집약돼 나타난 게 바로 3대 개혁과제인 ‘교육개혁·노동개혁·연금개혁’이다.이 각각의 개혁은 모두 특정한 생애주기상의 문제들에 대
1. 지난달 28일, 금속노조는 5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등 2024년 사업계획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시해 온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에 관한 결의 내용을 보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정권이 강제한 회계공시 제도가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탄압의 수단일 뿐임을 확인하고 전면 거부한다. 금속노조의 거부를 이유로 정권이 가하는 모든 탄압을 인정할 수 없으며 회계공시 범위 확대, 전임자 문제, 타임오프 관련 단협 시정지시로 번지는 정권의 노조탄압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지만 위기해법인 온실가스 감축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발표 결과다. 대폭 줄어도 시원찮을 배출량이 지금도 늘고 있다. 배출량이 늘고 있으니 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것은 뻔하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 역시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인 1.48도를 기록했고, 최근 1년 동안의 평균기온이 이미 1.5도 이상 올랐다는 보고도 있다. 1.5도 상승은 인류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유엔이 정한 일종의
저들은 곧 바닥을 박박 기어 먼 길 행진할 것이니, 오만상 찌푸릴 일이 남았는데, 웃는다. 싸움이 어느새 짧지 않은데, 갈 길이 아직 멀다. 그러나 저들 사이가 더없이 가까워 웃을 일이 있다. 동료 목에 작은 목도리를 둘러 주는 마음이 오체투지 앞둔 긴장감을 녹인다. 봄기운 슬쩍 깃든 그 길에 실은 저것도 곧 더워 번거로워질 것이지만, 그 손길에 한줌
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이번 4월 총선에서 중요하게 여긴 의제는 순서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재개정(59.3%), 주 4일 근무제 및 적정 노동시간 보장(26.3%), 초기업교섭 제도화·단체협약 효력확장(25.4%),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24.9%),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23.7%), 가구생계비를 충족하는 최저임금 보장(20.5%)이었다. 이 의제들 중 세 가지 입법안의 요지만을 정리해 본다. 총선 후보들에게 숙제를 준다는
“해도 돼요?”회사 건물 한쪽에서 조용히 만난 이 사내들은 이렇게 물었다. 조합원 간담회를 하려고 해도 몇 명 모이지 않는다고 하길래 “노조란 곁입니다” 노동하는 현장의 바로 곁에서 노조를 느껴야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용자의 압력을 이겨낸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온라인에 공지하고 말면 오프라인 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조합원은 모일 가능성이 낮다. 간부들이 조합원이 일하는 현장을 순회하며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해도 되냐고 묻는다.“일하고 있을 때 현장 사무실을 돌아다녀도 되나요”. 이들은 그렇게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정했다. ‘경제사회위원회’로 의견이 모아지던 중에 민주노총이 ‘사회노동위원회’를 제안하면서 논의가 꼬였다. 결국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2018년 4월3일)에서 결론이 났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민주노총이 제안한 사회노동위원회라는 1안과 2안(경제사회위원회)을 조율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하면 민주노총은 양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으로 좁혀 버린 명칭사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산재보험제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으며, 산재 인정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의 현실, 산재 판정의 과정, 산재보험의 취지와 법리를 간과한 주장이다.애초 난청의 소멸시효 논란은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48조 관련 별표5에서 치유시기로 보고 있는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
지난 26일, 안전운임제를 재시행하는 내용의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법 개정안이 오스트레일리아 의회를 통과했다. “노동법의 허점을 메꾸는 법(Closing Loopholes Act)”이라는 부제를 단 공정노동법 개정안은 임시직, 용역,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노동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고, 차별·임금체불로부터의 보호를 강화하며, 노조활동과 초기업적 교섭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보수정부가 폐지한 전국적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개정안은 2022년 말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우리와 좋은 대조를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망한 커밍아웃’ 경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장 인상적인 사연은 누나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남동생의 이야기였다.남동생이 우연히 누나의 성적 지향을 짐작하게 됐고,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밝혀야겠다고도 생각하지 않은 누나는 얼떨결에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나는 여자를 좋아해”라고 담백하게 말한 누나는 남동생이 퀴어 차별적인 말을 하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다. 남동생의 첫 번째 답은 이랬다. “누나도 상의 탈의하고 시위 나가는 그런 페미야?” 몹시 당황하며 넘겼는데, 다음에 오는 말들이 더 가관이었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더 미치는 거죠. 간이화장실에 거품 나오는 변기가 있잖아요. 근데 그것도 관리가 안 돼서 똥이 꽉 차 있어요. 변기 안에만 오물이 있는 게 아니라 뚜껑에도 똥이 묻어 있고. 여자들은 오줌 참다가 방광염에 걸리고. 생리 때는 나가기를 포기하는 현장도 있어요.”7년 차 마루 시공 여성노동자 김아무개씨(46세)는 건설 현장 화장실을 설명하며 진저리를 친다.내 똥은 못 누고 남의 똥은 치우고 재작년 똥칠갑을 한 뉴스가 막 쏟아졌다. ‘인분 아파트’였다. 건설노동자들이 파렴치범으로 지목됐는데,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리
노동조합의 채용 상근자 인력난은 이미 심각하다. 무엇보다 사람 자체를 찾기 어렵고, 두 번째로는 새로 진입한 상근자와 원래부터 그 조직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던 활동가들 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은 노조나 단체의 인재 수혈 구실을 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던 학생운동 그룹들은 매년 10여 명씩 젊은 활동가들을 배출했고, 이들은 겸손한 자세로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운동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 진출했다. 그들은 노조 혹은 노조 없는 사업장에 들어가 내부의 조직 갈등을 대면하고, 인내심을 갖고 역량을
대법원은 2019년 4월18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파주시 지역 소재 택시회사가 택시노동자와 2010년 개정된 최저임금법 6조5항(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을 앞두고 실근로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합의를 한 것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그 후 전국 곳곳 택시 운전기사들은 택시회사를 상대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
본지 2024년 2월27일자 10면 “자회사 인력 줄이고 용역 늘린 현대해상” 기사에서 현대해상이 콜센터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는 메타넷엠플랫폼이 아닌 메타엠이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1.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원 총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 핵심 역할을 불평등·양극화 해결과 노동자·시민 권리보장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차별 없이 일할 권리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사회 공공성 강화·시민 생존권 보장 △한국사회 체제 전환 5대 영역 40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등 그동안 민주노총이 요구해 왔던 노동정책들이 망라돼 있다. ‘주 4일제 도입’ 요구도 포함돼 있었다. 주 4일제라니 순간
사람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간다.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부부는 서로에게 의존하며, 부모도 노인이 되면 그 자식에게 의존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의존을 최소화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도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왔을 것이고, 나이가 들면 또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며, 이미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서로 도우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연이라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사건은 2023년 4월 말 기준 2만6천95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9.3건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중 취하 등을 제외한 근로감독관이 실제 조사·수사한 사건은 1만1천220건으로 감소하지만 그럼에도 하루 평균 8.2건에 달한다. 게다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조항인 근로기준법 75의3에 의하면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자에게 신고하고 사용자가 조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정치인들은 증세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반면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선거 시기에는 늘 세금 감면이 대세가 된다.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가 살아나 세수도 늘어난다는 식의 ‘낙수효과’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없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사실일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감세의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이 있다. 이론적 토대로는 ‘레퍼곡선’이 등장한다. ‘아서 레퍼’라는 학자가 레이건과 식사하면서 냅킨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밖에 떠돌 일 많은 나는 방수 신발을 사랑한다. 어릴 적부터 ‘메이커’를 동경했던 나는 그중에서도 무슨 텍스라는 이름의 기능성 소재라면 껌벅 넘어간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든든한 것이다. 그러니 신발장이 터져 나간다. 통장이 텅 비어간다. 언젠가 멀리 사는 늙은 엄마 아빠에게도 꼭 필요할 것 같아 사 드리려는데, 극구 싫다 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