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11월 펴낸 ‘중대재해 사고백서 : 2023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책을 최근 다시 읽었다. 업무 때문에 보기 시작했지만 참 잘 만든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대재해 원인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일반에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의 중대재해조사 결과가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세련된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덟 번째 사연은 정부의 재해조사와 그 보고서에 관한 이
이 글은 30권 1호에 게재된 ‘영국 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과 조직 변화: 조직화와 관리주의의 동거?’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이 지난 20년간 계속됐고, 최근 주요 산별노조들은 자체적인 조직화 사업을 본격화했다. 한국에서 조직화 사업의 주요 주체가 산별노조로 이동하면서 조직화 사업에 따른 노조조직 변화의 해법을 고민하고 조직 혁신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은 우리보다 앞서 조직화 사업에 따른 조직 변화를 경험한 영국의 주요 노조의 사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국내 정치판은 뚜렷한 양극화 속에서 조국혁신당이 제3지대 정당으로 향하던 시선을 모두 사로잡은 것 같은 느낌이다. 조국혁신당은 등장한 직후 파란을 일으키며 급상승했다. 이제 임계치까지 온 것인지, 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압박하면서 더 지지세를 확장할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조국혁신당의 세력 확장은 좀 더 선명한 대정부 투쟁을 원하던 기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이동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녹색정의당이나 개혁신당이 약세를 보이면서 과거 녹색정의당을 지지했던 진보 성향
지난 1월27일부터 5~49명 사업장까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됐다. 그나마 중대재해에 가장 취약한 1~4명 사업장은 이번에도 빠졌다. 중대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의 절반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걸 감안하면 뒤늦은 조치였다.그럼에도 보수언론은 “중소기업 다 죽게 생겼다”거나 “식당·빵집 사장도 처벌받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동안 보수언론은 사력을 다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5~49명 사업장 확대 시행은 수년을 유예했다가 이번에 겨우 실시하는데도 유예기간 끝날 때만 되
본지 2024년 3월21일자 18면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전에 산별노조들 5억8천만원 쾌척’ 제하의 기사에서 산별노조 모금액은 6억1천만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본 신문은 지난 2월14일자 노동면에 “인건비 손에 쥔 의회, 경기도교육연구원에 ‘단협 문구 지워라’”라는 제목으로 경기도의회가 인건비를 손에 쥐고 경기도교육연구원 단체협약에 개입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이에 경기도교육연구원은 “단체협약 체결은 경기도의회의 개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재량근로제 등이 도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과 교육청 종합감사,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의 개선요구사항을 반영해 연구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사가 자발적·평화적으로 체결한 것이고,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입장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각 정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담아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하고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내놓은 22대 총선의 공약 속에서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규정할 노동정책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검사 출신의 현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폭력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야당의 구호나, 야당이 지역 개발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로 얼룩진 대표 보호에만 골몰한다며 여야는 서로를 심판하자고 대립하고 있다. 그 정치적 갈등 사이에 노동정책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 돌봄서비스에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보고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현재 간병과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으로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돌봄을 중심으로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한국은행이 보고서에서 내놓은 대안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우리나라 조선업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고용효과가 크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국가·기업·노동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다만 우리나라 조선업은 강점과 단점과 모두 가지고 있다. 강점이 기술력이라면 단점은 다단계 하도급에 의존한 생산구조다. 이 때문에 조선업은 호황 때마다 인력수급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022년 파업을 통해 조선업 구조개선을 요구했고,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모처럼 조선업의 수주가 늘어나 국가 및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
이론의 여지 없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반노동자적이다. 거부권 행사를 통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의 목소리를 짓밟았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시도함으로써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부정했다. 또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격을 가하고 회계 공시를 통해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있다.경기 침체 국면에서 인건비 통제를 위한 자본의 압박과 작업 현장에 대한 통제 흐름은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운동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자본의 통제에 맞선
“한강 물도 녹을 때 한쪽부터 살살 녹지 일시에 녹지는 않지 않습니까?”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료 징수에 대한 정부안을 설명하던 당시 김성중 노동부 차관의 말이다. 통상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부담하는데 특고노동자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하도록 하겠다며, 꽁꽁 언 한강이 차차 녹듯이 단계적으로 산재보험 제도 내로 편입하겠다는 정부의 뜻을 밝혔다. 향후 사용종속관계의 정도 등을 고려해 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특고노동자의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는 단서도
나의 일, 나의 일터, 내가 살아 온 날을 기록해 보자. 전문작가의 글처럼 수려하고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나의 삶이 꼭 성공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삶을 기록하는 자체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사회적기업인 협동조합 은빛기획이 노동자들과 퇴직예정자들에게 글쓰기, 자서전 쓰기를 제안한다. 나에게 책을 쓰라고 처음 얘기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 임기 4년 차를 시작할 무렵, 노 대통령은 내게 “청와대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 그런 특별한 경험을 책으로 써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소수
우리 조합원들은 첫차를 타거나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에 출근한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일을 해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평을 쓸고 닦고, 쓰레기통을 치우고, 변기 수십 개를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을 채워 넣는다. 청소노동자가 일하는 새벽에는 냉·난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니, 땀이 범벅이거나 몸을 벌벌 떨며 일을 한다. 금세 체력은 바닥이 난다. 그래서 오전 일을 하는 와중에 아침밥이나 간식을 먹는다. 휴게실이 가까우면 휴게실에서, 아니면 일하던 자리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담당구역 청소를 모두 끝내고 오전 11
대상 판결 :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9013, 2019다28966 판결1. 사건대상 판결은 원고 109명의 사건(대법원 2019다29013호)과 원고 52명의 사건(대법원 2019다28966호)에 관한 두 개의 판결이다. 2006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에 따라 고용의제와 고용의무로 사건을 구분해서 청구해서 소송을 진행했던 것이다. 원고들은 피고 현대제철 주식회사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현대제철 순천공장(2013년 합병 전에는 ‘현대하이스코’)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다. 피고 순천공
3월20일 수요일 중앙노동위원회 주식회사 현진아카데미(부당해고) 주식회사 이지바이오(부당해고) 오후 1시30분, 갑진개발 주식회사(부당해고) 오후 2시30분, 농협은행 주식회사(부당해고) 사단법인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부당해고) 오후 3시30분, 주식회사 씨앤케이에어로(부당정직) 오후 4시30분
판결 요지 :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되어 피고의 순천공장에서 냉연강판 등의 생산에 필요한 지원공정 업무나 차량경량화 제품 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한 것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1.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먼저 선고받을 수 없나요?” 지난 12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고 나서 노조 법규부장은 일부 조합원들이 문의하고 있다며 내게 전화를 했다. 함께 일하는 고 변호사에게 질문했더니 고등법원에서 따로 판결 선고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에서 파견근로를 인정해 주지 않은 원고들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그대로 판결해 달라고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주장과 입증을 보충해서 새롭게 재판을 받아야 하니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 않고 파견근로로 인정된 원고들은 청구금액 계산만 새로 정리해서 판결받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가 화제다. 무려 예산의 4조6천억원을 삭감한 여파가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해서 최근 과학기술자단체 ESC(Engineers and Scientists for Change)에서 예산 삭감 문제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해 현장에 있는 과학 연구자 및 학계의 의견과 그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다. 첫 번째로 참여한 정당은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이었다. 조국 대표는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연구비 삭감이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청취한 뒤 문제의 핵심은 이
전통적인 경제학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통상적인 방식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온실가스배출 비용이라는 ‘시장 실패’를 탄소가격 등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탄소세 등으로 가격을 교정하면,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자동으로 오염 비용이 부과된 상품은 시장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고, 소비자는 오염을 배출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결국 기업들은 오염을 배출하는 제품생산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기술혁신을 통해 오염 배출 없는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 실패는 정부가 ‘교정’해서 다시 시장의 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운영원칙 가운데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성격을 합의기구가 아닌 협의기구로 규정했다는 사실이며, 두 번째는 노사중심성의 원칙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계층위원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의 주관적 판단이다.이제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사회적 대화=협의’라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협의(concertation)로 규정했다는 사실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사회적 대화는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사회적 합의(social consensus)를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