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에 이어 기록적인 폭우가 한국 사회를 휩쓸었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의 한 단면이라고 이를 이해해야 할까. 모두가 한 번쯤은 얼핏 들어봤을 울리히 벡의 라는 책이 떠올랐다. 1986년에 출간된 책에서 그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위험사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란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다. 그는 저서에서 앞으로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망하며, 위험이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평준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반복적
지난 4월28일 개정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시에 근거한 ‘발생빈도가 높은 근골격계 상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이 지난달 1일 제정·시행됐다. 이 지침은 고시의 문제점을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이라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취지, 그리고 법리에 위반된 내용이 많다. 아래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첫째, 재해조사 절차에 각 조사 및 자문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개별 조사 담당자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조사가
지난달 말 경총은 ‘중대재해 발생시 고용부 작업중지 명령의 문제점 및 개편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의 작품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보고서는 왜곡과 과장으로 점철돼 있다. 보고서는 지금의 작업중지 명령이 감독관의 재량에 의해 남발되고 있고, 복잡한 해제절차로 작업중지 기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강력한 제재에 비해 산재예방 효과가 미미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작업중지 명령의 기준 요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명령절차를 세부적으로 정해야 하며, 작업중지 명령 해제 심의위원회 절차는 삭제해서 작업중지 기간을 단축해야
보건교육은 자기건강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건강습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학습경험 과정이며 건강증진 사업의 핵심 전략이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N번방 사건)을 통해 소아·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2022년에 이뤄진 17차 청소년건강행태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청소년들에서 신체활동 감소로 비만 학생 증가와 스트레스,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의 증가 경향이 보인다. 최근 10대를 포함한 MZ세대들에게 유행하는 식욕억제제(일명
전 세계가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역대 최악’이라는 기록이 곳곳에서 수시로 경신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예상과 경험은 기후위기 앞에서 쉽게 힘을 잃고,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앞에서 전례 없는 재난을 겪고 있다. 연일 폭염특보가 울리는 한국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더위에 쓰러지는 노동자의 소식은 매년 끊이지 않는데, 기업은 언제나 그렇듯 눈 깜짝하지 않고, 정부는 한참 부족한 수준의, 그마저도 의무가 아닌 권고만 하며 일단 이 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고온에 의한 노동자의 건
A씨는 2021년 4월9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서부지사에 직장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우울증의 상병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공단은 2021년 9월9일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요구서를 보내왔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은 특별진찰이 많이 밀렸다면서 2022년 4월에서야 특별진찰을 시작했다. 이 사건은 2022년 7월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 넘겨졌다. B씨는 2022년 2월16일 공단 용인지사에 상사의 괴롭힘으로 발생한 우울증의 상병으로 산재 신청을 접수했다. 2차례 요청했지만 공단 담당자는 사업주 의견서를 아직도 보내주지 않고 있다. 담당자
고용노동부는 7월27일 ‘2022년도 상반기 산업안전보건감독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7월의 사망사고는 4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건 증가했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50명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는 23건으로 같은 기간 15건이나 늘었다.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산업혁명에서 시작된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의 발견은 경제적 발전과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이로 인해 근로환경에서의 사고 위험은 높아졌다. 새로운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검증위원회’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파리바게뜨 여성 제빵노동자들의 노동인권, 특히 임신과 모성보호에 관한 열악한 환경을 드러내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언론에서는 SPC그룹의 주장을 인용하며 검증위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등장했다. 기사에서는 소위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단 5.94%라는 설문조사 모수는 조사의 신뢰도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수준” “설문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두 자릿수 참여율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보도했다. 설문조사 모수(?)가 5.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건설안전부문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업들은 전담 안전조직을 신설했으며,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을 높여 가고 기업마다 안전임원을 선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요즘 안전인력시장은 시쳇말로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는 호황의 시기가 됐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건설안전부문의 안전실적은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초 정부는 산업재해 사고를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고용노동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일터에서의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긍정적이라면 그동안 소홀했던 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해 노동조합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자 한다든지, 작업자도 모르는 사이에 형식적으로 실시하거나 사측의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실시했던 위험성평가를 노사가 공동으로 추진하게 됐다는지 하는 것 등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과 실질적인 작동, 그 과정에서 안전보건 문제의 당사자인 일하는 사람의 의견 청취를 통해 유해·위험을 낮추기 위한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마련돼 시행된 지 지난 16일로 3년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접수된 직장내 괴롭힘 신고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7월16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총 1만8천906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대부분 ‘취하’(7천460건)하거나 ‘법 위반 사항 없음’(5천064건) 또는 ‘조사 불능 및 근로기준법 미적용’(8천347건)으로 사건을 종료했다.이러한 분석 결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직장내 갑질 문화 근절을 위해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들게
올해도 어김없이 폭염이 찾아왔다.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고, 고용노동부도 어김없이 폭염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는 뭐라도 달라진 것이 있을까 싶어 살펴보다가 전에 없던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10일자 보도자료 ‘고용노동부,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실태 특별점검’에서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근로자 본인과 동료작업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첨부된 ‘온열질환 자가진단표’를 활용해 스스로 온열질환 취약도를 선제적으로 판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총 10개 항목으로 이뤄진 자가진단표의 1~7번 항목은 현재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의 현주소를 수치로 살펴볼 수 있는 거울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20개 보건의료 분야 직종에 대한 현황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인력이 늘어난 직종은 간호조무사이고 가장 빠르게 증가한 인력은 보건교육사(연평균 19.4%)와 작업치료사(연평균 15.4%)다.작업치료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에서 정하는 ‘의료기사’ 범주에 포함되는 6개 업종 중 하나다.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를 취득한 후 신체적·정신적 기능장
고백하자면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기분 좋게 듣던 시기가 있었다. 업무일정과 과업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출퇴근 버스에서 깨어나지 못해 종점까지 가기 일쑤였고, 택시에 짐짝처럼 실려 귀가하는 일도 잦았다. 문자 그대로 ‘뇌를 갈아 넣은’ 서면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고, 눈뜬 직후부터 눈감기 직전까지(가끔은 눈을 감고도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업무회로를 돌리며 누락된 것을 챙기고 떠오르는 문구를 쓰느라 스마트폰 메모장은 언제나 새로운 메모로 가득 찼다. 내가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월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다음날 대통령이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대통령의 본심이 어떻든 일주일에 최대 92시간 근무까지 가능한 제도를 도입하려다가 노동부는 ‘고용노동부’가 아닌 ‘산업노동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거듭나기 위해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닌 노동을 위한 행정으로 탈바꿈하길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산재통계 중심의 사업장 관리 방법을 개선할 것을 요청한다.우리나라 사망재해 발생건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지난 23일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대해서 브리핑했다. 이튿날 대통령의 출근길 언론 문답(도어스테핑)을 통해서 공식 입장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 돼 버렸지만 이번 정부의 노동정책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언론에 배포된 브리핑 자료에는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30년을 총연맹 단위의 노동조합에서 기획·정책통으로 있었던 장관이 모를 리 없었을 터인데, 다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 투쟁의 역사’라고 표현한다. 어떤 의미로 해당 문장을 언급했는지는
국내 급성심정지 발생률은 2008년 인구 10만명당 44.3명에서 2020년 인구 10만명당 61.6명으로 증가했다. 고령화와 뇌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복잡한 사회현상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으로 보인다. 심장정지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심폐소생술과 자동 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한 응급처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급성심정지 환자가 목숨을 구하고, 생존 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4분 내에 소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AED와 심폐소생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심폐소생술만 했을 때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10차 총회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노동기본권에 포함하기로 결의했다. ‘일터에서 안전과 건강, 이를 위해 보장돼야 할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전 세계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채택한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의 조성, 이를 제공할 사용자와 정부의 책무가 이제야 국제적인 기준이 된 것에 대해 그동안 너무 지체된 것일 뿐 특별하게 의미 부여할 것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또한 즉각
1972년 발간된 로벤스 보고서는 영국 산업안전보건관리 체계의 변화를 요구한다. 안전보건관리 법령·담당기관 ‘통합’과 규제방식의 ‘자율 확대’가 이 보고서의 근간이다. 즉 기존의 여러 안전보건 관련 법률들을 포함하면서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법률 체계로 통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강행)규정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반적인 필요사항으로 한정하고 구체적인 조치는 매우 기술적이므로 새로운 지식에 맞춰 쉽게 변경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에 따라 공장법·탄광법·폭발물법·농업법 등 산업별로 나뉜 규제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교섭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몇 시간 전까지도 교섭당사자가 아니라며 발뺌하던 정부의 대응은 어찌나 설익은 것이었는지 앞으로의 행보가 걱정스럽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차치하고, 우선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일반인들도 무서울 정도로 치솟는 기름값에 화물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 임하는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안전운임제를 유지함으로써 생존권을 지켜 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 운임이라는 시장의 논리에 안전이라는 가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