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주간 점검회의가 열린 4월20일. 부서별 보고가 끝난 뒤 이남신(50) 소장이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좋아요'가 문제였다."지하철 경정비 노동자들이 시청역에서 농성 중인데 (농성 소식을 올린) 페이스북에 '좋아요'가 거의 없어요. 보면 맨날 나만 '좋아요'야."서울지하철 1~4호선
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교실 대신 광장을 택한 교사들이다. 전교조가 이날 9년 만에 벌인 연가파업에는 전국에서 온 조합원 3천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총파업 본대회에 앞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동기본권 쟁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단원고 인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연립주택단지 상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방을 찍은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4·16기억저장소'가 사진가들과 함께 주최했다.아이들이 떠나 비어 있는 방은 지난해 4월16일 이후 그대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복과 인형이 놓인 책상을 치우지 못
우리 조상들이 말을 타고 달렸던 만주 벌판, 옥저에 이어 고구려·발해의 영토였던 곳. 바로 간도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는 이 지역의 출입을 금했다.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일대가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발상지라는 이유였다.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 섬이라는 뜻에서 간도라 불렸다.조선시대 철종 임금 이후 양반과 관리의 학정과 수탈을 피해 백성들이 간
계단처럼 생긴 황토색 민둥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캐는 광산이다. 온통 검은색인 무연탄 광산과 색깔만 다를 뿐이다. 산골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일하는 ‘막장’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민둥산 꼭대기에 있는 석회석 야적장을 향해 크고 작은 덤프트럭 행렬이 이어진다. 전에 없던 광경이다. 민둥산 중턱에 개발된 광
지난 14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은 모처럼 봄날 활기가 넘쳤다. 쌍용차 정문에서 굴뚝이 보이는 곳까지 가는 50미터 남짓한 길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가 차린 굴뚝김밥과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노동자들이 부치는 전, 시민·사회단체와 예술가들의 무료 노동상담, 노래공연·그림·사진전&middo
지난 6일 아침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상가. 이런 곳에도 공장이 있나 싶어 연신 두리번거리다 건물을 겨우 찾았다. 계단을 올라 3층에 닿으니 40~50대 중년 여성 한 무리가 이쪽이라고 손짓을 한다. “열쇠 말고 번호키를 해 달라고 해야겠어.”“흥! 사장이 퍽이나 해 주겠다.”때마침 열쇠를 갖고 있던 또 한 명의 중
지난 19일 설날, 명동 거리는 의외로 썰렁했다. 대형 백화점과 인근 상점들도 문을 닫아 거리는 한산했고 일부 아시아계 관광객들만 넓은 거리를 활보했다. 바로 옆 서울중앙우체국 앞은 달랐다. 우체국 앞에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의 농성장이 차려져 있다. 우체국 앞 15미터 높이의 광고탑에서는 이날로 14일째 고공농성이
지난 12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앞 교차로에 겨울바람이 휘몰아쳤다. 교차로 건너편에 마련된 천막 두 동이 떨듯이 펄럭거렸다. 지난달 9일 세워진 보건의료노조 속초의료원지부 농성장과 이달 4일 자리 잡은 강원도 5개 의료원지부(속초·영월·원주·강릉·삼척) 공동농성장이다. 영월의료원 간호사 한기순(49
TFT-LCD 생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대만자본에 의한 ‘기술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하이디스 대주주인 대만 이잉크사는 회사 살리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이디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광시야각 원천기술(FFS)을 경쟁업체에 제공하고 대가를 챙기는 특허권 사업에 집중하기로 경영방침을 세운 상태다. FFS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하이디
불 꺼진 공장 안. 컴퓨터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시선을 붙든다. 그저 그런 모니터가 아니다. 공장 안에 빼곡하게 늘어선 기계들의 언어를 통역해 주는 신통한 물건이다. 기계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모니터 화면에서 깜빡인다.“Step Stop 중입니다. Panel 공급 요구 중. 세정기 위치 대기 중.”일거리를 달라고 아우
노사발전재단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장의 근로시간과 근무조건을 분석해 기업여건에 적합한 근로형태를 찾는 ‘장시간근로개선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는 지난해 재단 의뢰로 컨설팅을 받은 사업장을 취재했다. 취재 결과 노사 간 소통과 협력으로 장시간근로 개선을 추진한 기업은 노사 모두
“사!” “랑!” “해!”낭랑한 목소리가 겨울 한파로 얼어붙은 강원도 산자락에 울려 퍼졌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는 비정규직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한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에 모여 1박2일간 서로를 다독였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와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
영남지역은 노동자에게 상징적인 곳이다. 대구·부산·울산·창원·마산·포항 등 노동자 밀집도시가 즐비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역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100만8천명·대구 63만9천명·울산 38만4천명·경북 76만8천명·경남
“이게 나라냐.”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답답한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성토한 말이다.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된 전무후무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여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인권·안전 현안이 수두룩한데 정작 정치는 없다. 문제 해결을 기다리다 지친 국민이 광화문으로 모여
“도희야!”장맛비가 쏟아지던 24일 오후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앳돼 보이는 여성은 앞서 가는 친구를 부르기 위해 연거푸 “도희야”라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김도언양의 어머니 이지성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씨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갔다. 이번 참사로 딸을 잃은 이후 이씨는 또래
3만여개의 촛불 행렬이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 18명의 구조를 염원한 촛불 시민들은 지난 17일 저녁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연령도 직업도 달랐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
파란 봄하늘을 등지고 선 사내는 연방 손을 흔들었다. 손이 흔들리는 방향으로 깃발도 같이 나부꼈다. 완연한 봄이었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희망버스 97대가 출발했다. 이날 버스에 탑승한 3천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154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충북 옥천군 옥천IC 인근 광고탑
드르륵, 쿵쿵. 공장의 요란한 기계음 사이로 "어이쿠"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목장갑을 낀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손에서 기계에 끼워 넣어야 할 부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심하세요." "손에 익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쉽지 않네요." 김 위원장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20일 오전 8시 김 위원장은 인천 주안산업단지에 위치한 린나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