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호주 의회에서는 ‘허점을 막는 법(Closing Loopholes Act)’이라는 별칭을 가진 공정노동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공정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법의 울타리 바깥에 있던 플랫폼 노동자와 도로 운송노동자의 노동 기준을 설정하고 이들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노동법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한 개정안의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우리 사회에도 노동법의 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영역이 다수 존재한다. 20세기 초 대량 생산 체제 속 노동자를 원형으로 하는 현재의 노동법이 노동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
예산은 법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예산은 법이 아니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에서 예산이 법이 아닌 나라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산편성권이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인 미국도 예산편성권은 국회에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국회 본연의 임무가 입법이기 때문이다. 따
새벽 5시15분.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하루가 시작된다. 씻고, 말리고, 입고. 몸에 새겨진 루틴에 떠밀리듯 출근준비를 하고, 노트북과 자료들로 터져나갈 것 같은 백팩을 둘러맨다. 얼굴에 비비크림 하나 못 바른 상태로 까딱하면 놓쳐버렸을 버스에 몸을 싣고는, 휴~. 먹고살기 힘들구먼. 흔들리는 좌석에 기대어 앉아 비로소 생각에 잠긴다. 이번엔 무슨 주제로 글을 써볼까? 3·8 세계여성의 날에 어울리는 내용이면 좋겠는데. 그리하여 일곱 번째 사연은 20년째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 이야기로 준비했다. 주인공은
요즘 한국 언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의 22대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보도에 혈안이다. 민주당 보도는 친명과 비명 갈등에, 국민의힘 보도는 친윤과 비윤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언론은 한 달여 동안 세상엔 두 갈등만이 존재하는 듯 몰입했다. 몰입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신문 지면엔 국민의힘이 검사 출신을 생각보다 많이 뽑지 않았다거나 비명이 어떻게 분화하는지 세세하게 실린다. 사실은 국민 삶과 1도 관련 없는 뉴스들이다. 언론이 22대 국회 앞에 놓인 시대 과제를 짚어 주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공천 흐름
지난 번에 50명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골격을 다뤘다. 이번에는 실무적인 지점을 다루도록 하겠다. 사업장 위험요인 파악과 관리·예방법이다.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관리계획 수립, 안전보건관리계획 수립시 필요한 내용, 수립한 안전보건활동을 실행기록을 관리하는 방법을 다루겠다.Step.4 위험성평가 수립정부에서는 ‘위험성평가’중심의 자율안전보건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5월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시)’를
1994년 서울지하철 파업1994년 6월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동안 지속된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은 11차례에 걸친 임금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총액기준 15.54%인상과 100억원의 사내복지기금 출연 등을 요구했으나 공사는 3%의 인상과 30억원의 복지기금 출연을 제의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파업은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가 8시간 노동제와 민주노조 결성 등을 요구하며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이다 공권력 투입으로 연행되면서 전국적인 철도파업으로 이어져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교통난을 유발했다.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은
여태 꽃샘추위가 물러나지 않아 서늘한 새벽 공기에 옷깃을 조여 올리며 나섰다. 이번주 공연이 있는 음악가가 탄 비행기가 이른 시간에 도착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팀은 영국에서 온 9명으로, 만나기 전 조금이라도 이름을 익히려고 명단과 여권 사진을 여러 차례 들여다봤다. 그렇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떠올리며 공항으로 향했다.글쓴이에게 공항은 해외 음악가를 맞이하러 가는 곳이자, 배웅하는 곳, 또한 국내 음악가와 투어에 오르는 공간이다. 우리는 해외팀과 업무가 많은 편이라 이곳에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본지 3월4일자 2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짙어진 ‘위험의 외주화’ 그림자”, 4면 “삼성 전자계열사 4곳 노동자 자살 ‘고위험군’” 기사와 관련해 삼성전자측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회사에서 결혼한 직원에게 축하금을 지원합니다. 결혼 안 한 직원을 차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혼 안 한 직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없나요?”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소속 노동자에게 유급휴가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회사의 제도는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현장에서 결혼해 아이를 둔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설계된 복지혜택을 비판하며 비혼 혹은 출산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동등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정부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유사한 경
지난해 12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렌 셔먼(Len Sherman)이 쓴 우버와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2023년 우버의 매출이 순항하고 있으며 그 결과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이 글은 우버의 수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을 깎아서 이뤄냈다고 조목조목 따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버의 수수료율이 40%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주장은 우버의 공식적인 입장과 크게 어긋난다. 우버의 CEO는 한 인터뷰에서 우버의 수수료율이 15%라고 밝혔기 때문이다.이 기사는 기시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나 여행 가 있는 동안 민지가 시아버지 식사 챙기러 올 수 있나?”결혼한지 1년도 채 안 된 내 친구가 시어머니한테 들은 말이다. 요즘 어디 가서 여성이라 차별받은 얘기를 하면 “그건 다 옛날 일 아니냐, 요즘 MZ들은 안 그렇다더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틀렸다. 옛날이 아니라 아직도 있는 요즘 일이다.다 큰 성인 남성이 혼자 밥을 못 챙겨 먹는 것도 아닐 텐데, 시아버지의 밥을 당신들 자식도 아닌 남의 딸 며느리에게 말하는가. 아직도 밥과 같은 식사와 챙김, 돌봄은 여성의 몫이구나, 이상한 문화가 바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
절기를 가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난 우수(雨水)에는 ‘눈이 녹아 비로 내린다’는 이름의 뜻과 같이, 늦은 밤까지 비가 내려왔습니다. 지구가 이렇게나 아픈데, 절기에 따라 비가 내려오고, 바람에 온갖 내음이 섞여들고 볕이 달라지는 것이 서럽고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스물네 개 중 세 번째 절기, 경칩(驚蟄)입니다. 이름을 풀어보면 ‘잠 들었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뜻인 듯합니다. 그 이름 뜻보다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폴짝, 몸을 움직이고 소리 높여 봄을 알리는 때로 오늘을 기억해 왔습니다
진보진영 안에서 노동시장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조직노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들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헐거운 논리만 반복하며 정작 현장의 구체적 반론에 묵묵부답인 경우도 본다. 정말 변화를 꿈꾸기보다 ‘진보의 금기’에 도전한다며 조직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지지세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 아쉽다.어떤 문제든 기원과 역사를 밝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법률도, 시민 의식도, 노동운동도 단번에 역사를 뛰어넘을 수 없다. 87년 이후 노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의식도 성장하고 근로조건도 좋아졌지만 우리 사회가 ‘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이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과격하게 친일파 정부라 비난하기도 하고, 신자유주의 정부라 비판하기도 하는 등 각각의 입장에 따라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펼쳐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태를 보고 판단하자면, 이 정부는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바꾸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도가 집약돼 나타난 게 바로 3대 개혁과제인 ‘교육개혁·노동개혁·연금개혁’이다.이 각각의 개혁은 모두 특정한 생애주기상의 문제들에 대
1. 지난달 28일, 금속노조는 5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등 2024년 사업계획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시해 온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에 관한 결의 내용을 보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정권이 강제한 회계공시 제도가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탄압의 수단일 뿐임을 확인하고 전면 거부한다. 금속노조의 거부를 이유로 정권이 가하는 모든 탄압을 인정할 수 없으며 회계공시 범위 확대, 전임자 문제, 타임오프 관련 단협 시정지시로 번지는 정권의 노조탄압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지만 위기해법인 온실가스 감축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발표 결과다. 대폭 줄어도 시원찮을 배출량이 지금도 늘고 있다. 배출량이 늘고 있으니 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것은 뻔하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 역시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인 1.48도를 기록했고, 최근 1년 동안의 평균기온이 이미 1.5도 이상 올랐다는 보고도 있다. 1.5도 상승은 인류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유엔이 정한 일종의
저들은 곧 바닥을 박박 기어 먼 길 행진할 것이니, 오만상 찌푸릴 일이 남았는데, 웃는다. 싸움이 어느새 짧지 않은데, 갈 길이 아직 멀다. 그러나 저들 사이가 더없이 가까워 웃을 일이 있다. 동료 목에 작은 목도리를 둘러 주는 마음이 오체투지 앞둔 긴장감을 녹인다. 봄기운 슬쩍 깃든 그 길에 실은 저것도 곧 더워 번거로워질 것이지만, 그 손길에 한줌
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이번 4월 총선에서 중요하게 여긴 의제는 순서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재개정(59.3%), 주 4일 근무제 및 적정 노동시간 보장(26.3%), 초기업교섭 제도화·단체협약 효력확장(25.4%),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24.9%),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23.7%), 가구생계비를 충족하는 최저임금 보장(20.5%)이었다. 이 의제들 중 세 가지 입법안의 요지만을 정리해 본다. 총선 후보들에게 숙제를 준다는
“해도 돼요?”회사 건물 한쪽에서 조용히 만난 이 사내들은 이렇게 물었다. 조합원 간담회를 하려고 해도 몇 명 모이지 않는다고 하길래 “노조란 곁입니다” 노동하는 현장의 바로 곁에서 노조를 느껴야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용자의 압력을 이겨낸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온라인에 공지하고 말면 오프라인 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조합원은 모일 가능성이 낮다. 간부들이 조합원이 일하는 현장을 순회하며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해도 되냐고 묻는다.“일하고 있을 때 현장 사무실을 돌아다녀도 되나요”. 이들은 그렇게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정했다. ‘경제사회위원회’로 의견이 모아지던 중에 민주노총이 ‘사회노동위원회’를 제안하면서 논의가 꼬였다. 결국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2018년 4월3일)에서 결론이 났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민주노총이 제안한 사회노동위원회라는 1안과 2안(경제사회위원회)을 조율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하면 민주노총은 양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으로 좁혀 버린 명칭사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