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을 가장 쉽게 해결할 방법은 교섭이죠. 원청이 해준다고 하면 바로 해결됩니다. 하청노동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요. 그런데 정규직화하자고 하면 원청이 교섭에 나옵니까? 불법파견 정황이 뚜렷한 하청노조가 교섭 요구해도 안 나오는데, 합법 도급으로 포장된 곳은 더욱 안 나오겠죠. 하청노조는 뭘 할 수가 없습니다.”원청을 대상으로 근로자지위확인(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의 말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으로
사용자 찾기 어렵고, 단체교섭하기도 어려웠던 특수고용직·플랫폼 영역의 노사관계는 최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 회피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진짜 사장 찾기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는 얼굴을 숨기지 않고 노사관계 전면에 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노동자성을 둘러싼 긴 싸움 끝에 특수고용직 노사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연 것은 택배·대리기사다. 택배노조 전신인 택배연대노조는 2017년 8월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같은해 11월 교부받았다. 대리운전노조는 대구지역대
쪼개진 노동, 사라진 교섭 권리간접고용 노동자는 ‘진짜 사장’을 찾아 십수 년을 헤맸다. 교섭으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원청은 ‘내가 사장이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 사용자를 간신히 교섭테이블로 끌고 왔지만 노동조건 개선에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꽉 막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열쇠는 단체교섭이다. 교섭할 권리를 잃은 사내하청·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묻는다. 누구랑 대화하란 말인가. 무엇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말과 행동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구호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은 많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결사체를 만들어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행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유력한 방안으로 꼽는다.현 정부는 양대 노총을 포함해 기존 노조를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범으로 꼽지만, 기존 노조 조합원들과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에는 인색하다. 관련한 정부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년여간 정부가 주력한 것은 ‘법치’란 이
완성차노조의 단체교섭은 우리나라 정규직 노조 교섭의 표상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원인 중 하나로 정규직 노조를 지목하는 경우가 늘었다. 교섭력이 강한 정규직 노조의 교섭 요구안에는 2차 노동시장 노동자를 위한 요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올해 교섭에서 완성차노조는 곳에 따라 14만~18만원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은 600만원부터 4천500만원까지 분포한다. 기본급 인상은커녕 최저임금 인상이 실질적 교섭이고, 아예 임금체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들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기본급 18만4천900원 인상, 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면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두 적용받지만 구청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일부만 적용받는다. 같은 학교에서 일해도 조리사는 안전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특수교육지도사는 그렇지 못하다. 왜 이런 차별이 발생하는 것일까. 가 다음달 1일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 고시 개정에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일부를 적용제외하는 ‘현업업무 종사자 기준’ 문제를 3회에 걸쳐 살핀다. “(표준)직업분류표도 찾아봤는데 우리 일은 없더라고요. 민간과 달리 농기계를 수리하고
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냉방장치 없이 무더위에 일하는 노동자의 고통도 어느 때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강도 높은 심야 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위험하다. 쿠팡 물류센터 ‘폭염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4회에 걸쳐 싣는다. 지난 2021년 초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정황상 과로사가 의심됐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야간노동, 고강도 육체노동을 했다. 쿠팡 물류센터가 여름에는 찜통이고 겨울엔 냉골이라는 증언이 쏟아졌다. 야간노동, 고강도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면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두 적용받지만 구청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일부만 적용받는다. 같은 학교에서 일해도 조리사는 안전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특수교육지도사는 그렇지 못하다. 왜 이런 차별이 발생하는 것일까. 가 다음달 1일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 고시 개정에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일부를 적용제외하는 ‘현업업무 종사자 기준’ 문제를 3회에 걸쳐 살핀다. 예측불가능한 도전적 행동에 언제나 대비“이 법은 우리에게 꼭 필요해요.”강원도에서 15
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냉방장치 없이 무더위에 일하는 노동자의 고통도 어느 때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강도 높은 심야 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위험하다. 쿠팡 물류센터 ‘폭염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4회에 걸쳐 싣는다. 2020년 10월12일, 스물일곱 살 장덕준 노동자가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전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야간 고정근무를 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사망 1주일 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2시간10분, 3개월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지금 한반도 정세는 풍전등화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한 핵위협을 ‘억제’하고, 핵개발은 ‘단념’시켜, 북한이 비핵화 협상(대화)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기조하에서는 사실상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 간 강대강 대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라는 격랑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가능할까.내년 1월18일 늦봄 문익환 목사 30주기를 맞는다.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가 주축이 돼 시민사회, 학계, 평화통일 진영이 참여하는 늦봄 30주기추진위원회(이사장 송경용 신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공동체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모두
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냉방장치 없이 무더위에 일하는 노동자의 고통도 어느 때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강도 높은 심야 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위험하다. 쿠팡 물류센터 ‘폭염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4회에 걸쳐 싣는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각 센터에서 일하는 물류노동자들은 통상 연장근무 1시간을 포함해 하루 9시간 동안 일한다. 식사시간이 중간쯤 있는 경우 4시간 일하고, 1시간 동안 식사를 한 후 다시 5시간 동안 연속 일한다. 구체적인 시간 배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
“아파트보다 저렴하면서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셋집으로 이사했어요. 그런데 뉴스에 나오는 일이 닥쳐서 그저 막막한 생각만 듭니다.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반환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눈앞이 깜깜해졌어요.”경기도 용인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공현기(41·가명)씨는 2년 계약 만료를 앞둔 지난달 임대인인 소형 건설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 2억6천만원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경매정보를 보니 대부분 세대가 경매 목록에 올랐다. 공씨는 법
집은 삶이다. 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고로 집이란, 사람이 살 만한 집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어야 한다. 그 집에 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주거비가 부담 가능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것을 주거권이라 부르고, 국가는 이 땅에 살아가는 이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거정책을 펼쳐야 할 책무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한국에는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거처에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 (반)지하나 옥탑(옥상)에 위치한 집, 쪽방, 고시원과 같은 비주택
근로기준법이 제정 70년 만에 다시 변화의 갈림길에 놓였다. 동족상잔 비극 와중에 탄생해 껍데기로만 있던 근로기준법은 짧은 영광의 시대, 거대한 후퇴의 시대를 거쳤다. 지금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앞에서 다시 방향을 찾아야 할 때다.한국전쟁 중 집단적 노사관계법보다 늦게 탄생70년 간 변화 없는 ‘근로자 정의’, 보호 취지는 퇴색1953년 5월10일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시 만든
2030 청년들은 진학과 일자리를 좇아 서울에 왔다. 제 한 몸 뉠 자리를 구하긴 쉽지 않았다. 정부의 청년전용 전세자금 대출제도로 평생 본 적도, 만져 본 적 없는 돈을 은행에서 빌렸다. 어떤 청년은 셋방살이를 선택했다. 한 달 꼬박 일해 손에 쥐는 돈은 250만원이 안 됐다. 숨만 쉬고 살아도 나가는 월세를 줄이려 햇볕이 들지 않는 땅 아래 집, 서울 밖 근교에 둥지를 튼다. 일자리는 신용을, 대출을, 주거의 근거를 결정했고 삶의 터전을 갈랐다. ‘노동-금융-부동산’고리 속 한 번 갈라진 틈은 이어 불일 수 없을 만큼 벌어지고
복지정책은 시장 작용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복지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주거정책도 마찬가지다. 우선 주택시장을 정상화해 주택복지 수요를 줄이고 그래도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정책으로 지원하면 된다.주택시장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가수요다. 주택 소유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주택시장은 언제라도 투기판이 될 수 있다. 일단 시장이 투기 국면에 접어들면, 당장 주택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
노조 불법행위 처벌, 노조의 불공정 채용 단속,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밀어붙이는 정책들이다. 그런데 노동시장 격차 완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제시된 정책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검증됐지만 정부와 자본이 외면해 왔다. 산별교섭 활성화와 단협효력 확장이다. 이런 정책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4회에 걸쳐 싣는다. 단체교섭이 개별 기업 수준이 아니라 산업·업종 수준에서 조정되고 집중될수록 노동시장의 불평등도가 낮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노조 불법행위 처벌, 노조의 불공정 채용 단속,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밀어붙이는 정책들이다. 그런데 노동시장 격차 완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제시된 정책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검증됐지만 정부와 자본이 외면해 왔다. 산별교섭 활성화와 단협효력 확장이다. 이런 정책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4회에 걸쳐 싣는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고용관계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근로계약을 맺어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위·수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