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넘게 일하다가 월급이 너무 적어서 퇴사하겠다고 얘기하며 퇴직금을 요청하니 파트타임 근무자라서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담자가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1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사람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봤지만 본인은 근로계약서도 썼고 매주 그 이상을 일해 왔으니 당연히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계약서에는 1주 14.5시간의 근로시간이 적혀 있었다. 내담자에게 물으니 정해진 수업시간은 14.5시간이지만 작은 학원이라서 적어도 1시간은 일찍 나와 학원 문을 열고 청소도 해야 하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 전쟁은 초기에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국가 간 전쟁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면서 국제적인 전쟁이라는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낳은 인도주의적 피해를 부각시키며 세계의 친서구 정권들로 하여금 이 전쟁에 동참하도록 바람을 잡고 있다. 그는 키이우 주변 소도시 부차에서 일어난 민간인 300여명 학살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은 지난 10일 직접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복잡 상태계급은 같지만 동일하지 않다. 사용자는 재벌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보는 풍경이 다르다. 노동계급 또한 노동력을 팔아서 임금을 받지만 구체적 조건이 다르기에 시각도 엇갈릴 수 있다.임금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절박한 권리고, 사회적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 대기업이나 최근 고공행진 중인 IT업계 등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과욕일 수 있다. 최저임금은 보통 시민에게 법적 사회적 당위이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절박한 요구지만 영세 자영업자에게
삼성은 무노조 정책을 ‘신화’로 불렀다. 신화가 아니라 흑역사다.이 흑역사의 주인공인 삼성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실형판결이 지난 2월과 3월 연이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 노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조직차원에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징역 1년4개월 등 노조파괴 주범인 임직원 12명에 대해 징역형 및 벌금의 유죄선고를 내렸다. 경찰 출신인 강 전 부사장은 2011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며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방식으로 에버랜드 노동자
노동상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청년유니온이오?” 그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지난밤 딸 아이와 마주 앉아 나눈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딸은 전문대를 졸업하고 미용업에 종사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딸로부터 들은 현실은 절망스러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그조차도 교육비·기자재비 명목으로 공제하면 얼마 남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의 길고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경북 군위군이다. 투표장에 나온 군위군민 83.19%가 윤 후보를 찍었다. 덕분에 김영만 군위군수는 지난달 25일 인수위 집무실에서 윤 당선자와 독대했다.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6번째로 인구가 적은 군위는 관광 명소도 없고 산업단지도 없어 소멸 위험이 높은 지자체다. 바쁜 대통령 당선자가 인구 2만2천945명의 초미니 지자체장을 만났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경제3면에 ‘尹당선인 찾아간 지자체장, 소멸위험 1위 군위’라는 문패를 단 큼지막한 르포 기사를 실었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3월 물가상승률이 8.5%를 기록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4% 상승률을 예상한다. 물가상승은 노동자의 실질임금(같은 액수의 임금이 가지는 구매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곧 시작될 임금교섭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주택가격도 실질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주거비가 물가에 포함되긴 하지만, 노동자가 체감하는 집값 상승에 따른 잠재적 비용은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크다. 저축하든 빚을 내든, 주택 구매의 잠재적 비용이 증가해서다. 최근 아
지난 1일, “아마존노동조합(Amazon Labor Union)”이라고 쓰인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입은 다양한 피부색의 노동자들이 교섭대표노조 승인 소식에 얼싸안고 환호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만 두 번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거대 기업, 세계 2위의 부자로 온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는 가운데에도 우주여행을 다녀온 제프 베이조스가 지배하는 아마존에서, 미국 최초로 아마존 노동자의 교섭대표노조가 승인된 순간이었다.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에서 노조설립 자체는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만 노조가 어느 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단체교
지난해 1월5일 비종사 조합원의 조합활동에 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됐다. 비종사 조합원에 관해 수많은 쟁점이 있지만, 본 지면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비종사 조합원의 조합활동이 가능한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노조법 5조2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개정됐다. 즉, 노조법은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을 종사 조합원으로,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을 비종사
지난 4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56차 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기준 전 세계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43%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인준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한 바 있는데, 해당 보고서는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경우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인류에게 재앙을 안겨 줄 것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2020년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 선언
“얼마나 걸리나요?” 상담을 하는 대부분 의뢰인은 이렇게 묻곤 한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하면 그 처리기간은 얼마일까?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의하면 25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25일 한도로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연장을 하고도 기간 내 처리가 곤란하면 신고인의 동의를 받아 다시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실제로 처리기간이 지켜지고 있을까? 나는 현재 진정 접수 후 7개월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사건을 하나 가지고 있다. 퇴직금과 주휴수당 청구건인데, 근로계약서는 쓴 적 없고
1.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해고가 부당하다는 이유를 소장과 준비서면으로 작성하는 데에 나는 관심을 두고 있었을 뿐이다.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법 562호에서 이틀 전에 송달받은 피고 준비서면 주장을 반박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겠다며 다음 재판기일을 잡고서 법정을 나오면서 살펴보니 그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피고의 준비서면을 읽고서 기분이 좋을 원고 해고자는 없다. 그래도 수십년 동안 민주노조 활동을 해 오면서 산전수전을 겪었을 그이기에 일반 해고자와는 다를
국제연합(UN) 창설 50주년이자 세계여성의 날 20주년이 되는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4차 세계여성대회가 열렸다. 베이징여성대회에는 전 세계 189개국 정부 대표와 UN 관련 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 약 5만명의 여성들이 참가했다. 특히 베이징행동강령-12개 주요 관심 분야와 전략목표-에서 여성 지위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Institutional Mechanisms for the Advancement of Women)를 통해 국가기구와 기타 정부기구를 설립하거나 강화할 것을 촉구·선언했다. 그리고 이어 UN이 베이징 선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종교의 억압’이 민주주의의 시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주류 종교였던 천주교는 옛 체제 자체였다. 1789년 파리 민중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점령하면서 시작된 혁명은 1799년 나폴레옹의 군사 쿠데타로 막을 내렸다. 당연히 천주교 세력이 다시 권력의 자리에 돌아왔다. 혁명에 줄기차게 반대한 프랑스 천주교는 19세기 내내 민주주의 혁명을 억압하는 데 진력했다. 이런 이유로 1871년 노동자 정권인 파리 코뮌 지도부는 강령에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못 박을 수밖에 없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면, 고용주를 지목할 것이다. 여기서 한 번 더, 그러면 당신의 고용주는 누구인가 질문하면 대답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자본가계급을 지칭할 것이고, 상인과 농민과 어민을 지칭할 것이며, 국민을 지칭하기도 할 것이다.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초창기 자본주의 시대, 자본과 노동을 분석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따르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이는 자본가다. 이론상 소자본가에 포함될 수 있는 상인과 농민과 어민까지는 그렇다 치고, 국민은 자본가계급이 아니다. 국민에는 모든 계급이 포함되고,
새 정부가 노동정책 중 근로시간제 개편과 최저임금 차등제에 주목하고 있다. 원일희 대통령직 인수위원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이 지난 5년간 급격히 인상돼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경제에 부작용이 컸다”며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근 “(최저임금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기업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여 버리는 결과가 와서 사용자·근로자 둘 다 패배한다”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이에 관해 인수위는 최저임금위원회에 특별히 의견을 전달하지는 않았다지만, 사실 현행 법정 최저임금 결정구조상
공(共)적 영역이라는 말이 조금은 생뚱맞을 수도 있겠다. 이 칼럼은 깊이 있는 연구의 결과가 아니고 단상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먼저 전제하고 시작하겠다. 우리는 공(公)과 사(私)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다. 여기서 공과 사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다. 공이 아닌 것이 사고, 사가 아닌 것이 공이다. 공사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사는 개인이나 자아를 의미하기도 하고, 개인적 이해를 뜻하기도 한다. 소유관계에서는 공적 소유가 아닌 사적 소유를 의미하며, 경제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비난하자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이를 반박하며 “장애인 콜택시를 타는데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많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연합뉴스가 지난달 31일 김 의원 발언을 팩트체크해 ‘장애인 콜택시 타려고 2시간 기다리는 경우 많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연합뉴스는 서울시설공단 자료를 활용해 평균 대기시간이 30분에 불과하기에 김 의원 발언이 사실상 틀렸다고 평가했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평균 대기시간은 29.5분이라는 거다. 공단 자료엔 2시간 이상
“사장님이 일을 안 줍니다. 청소나 잡무만 하게 하고….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정말 괴롭습니다.”자신이 받는 임금에 비해 사업주가 일을 많이 시켜 괴로운 것이 대부분 노동자들의 심정이다. 그러나 노동상담을 하다 보면 사업주가 일을 시키지 않아 괴로운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사업주의 눈 밖에 나 해고 위기에 놓인 노동자나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가 대표적이다.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임금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월급은 사실상 계약에 의해 우리에게 생긴
3월30일은 사회복지사의 날이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사회복지사법)이 제정된 날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사회복지사법 3조에 따르면 국가는 사회복지사 등의 적정 인건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지난달 30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사회복지사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간 이유는 단 하나다. 정부만이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