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회의적이다. 그보다 급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설립을 강행한다면 현장의 안전보건 개선에 별 효과 없는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 공무원만 늘리는 ‘성과’만 거둘 가능성이 크고, “전문적 산재예방행정조직”이라는 원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작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우려되는 문제는 두 가지다.첫째 근로감독 행정과 안전보건 행정의 분열 문제다. 한국 근로감독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점이다. 현 정권이 감독관을 증원해도 감독의 양과 질
지난달 21일 오전 9시께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이동우씨가 천장크레인 보수작업 중 발생한 안전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3일이 지난 이달 13일, 고인의 유가족은 포항에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영정사진을 들고 상경했다. 고인의 죽음 앞에서 동국제강은 상황을 모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포스코·현대제철에 이은 국내 3대 철강회사로 연매출이 7조원에 달하는 동국제강에 상식적인 태도를 기대한 것은 너무 큰 바람이었다.동국제강 본사 앞, 기자회견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인 사망 이
정의당 사회연대전략회의는 한국 사회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일자리에 주목했다. 결론으로 사회연대일자리 모델을 제시했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사회연대일자리의 정의사회 구성원의 불평등은 사실상 일자리의 불평등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일자리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활 기회와 사회적 지위 및 그것의 향상 기회는 달라진다. 일자리 불평등은 단지 시장임금의 양적 격차만으로 환원될 수 없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일자리와 연계된 다양한 생활 기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자리 영위자들에게 차등적으로 제공된다.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과 재해의 위험
노무현을 닮은 정치인 김영춘은 “거대 담론의 시대를 지나 ‘생활정치’의 시대가 열렸다”는 일성을 남기며 퇴장했다. 모든 정당이 새겨들을 말이다.1950년 조소앙의 한국사회당 이후 한국 진보정당은 욕망의 화신이었다. 오죽하면 허경영 같은 이가 1991년 6월 치러진 서울시의원 선거에 민중당 후보로 나왔을까. 1990년 이우재·장기표·이재오·김문수·오세철 등이 만든 그 민중당이다.이후 조봉암의 진보당과 2공화국 때 사회대중당, 1987년 민중의당, 1990년 민중당, 2000년 민주노동당을 거쳐 지금은 복수 진보정당 시대다. 2000년
노회찬재단에서 4월부터 ‘월간 노회찬’이라는 이름으로 강연회를 시작했다. 매월 특정한 주제의 저자를 불러 강연을 듣고 참석자들과 함께 저자와 대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주제는 특정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 선정할 계획이다. 그 첫 시간으로 자신의 기획기사를 모아 는 책으로 엮어 낸 박찬수 한겨레신문 기자를 불러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이 책은 지난해 말에 출간됐으나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 관심 있게 본 분들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아직 소용돌이의 먼지가 가라앉지 않았다. 정치 현상을 보고
일터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소중하다. 노동자는 자신의 몸과 지식이 가장 큰 생산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의 국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4천500명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소 산재사망자 비율이 감소하긴 했지만 1년에 평균 900여명의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갔다가 차가운 시체로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5월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차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동국제강 산재 사망사고 공개사과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있었다. 고 이동우 노동자의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가했다. 고 이동우 노동자는 동국제강 포항공장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지난 3월21일, 천정크레인 보수 작업 중 갑작스럽게 설비가 작동하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동국제강은 도급인으로서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를 입회시키지 아니했고, 작업계획 및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라 작업자 배치와 작업이 이뤄지는 여부, 천정크레인
최근 이사를 했다. 28개의 건물로 이뤄진 기숙사 단지에는 학생·박사과정생·인턴·교육훈련생 등이 거주한다. 그중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지은 지 60년이 넘은 2층짜리 건물로, 32명 남짓이 살고 있다. 책상과 옷장, 침대가 있는 3평짜리 방은 문화재보호와 창문 통일성 유지 때문에 언제 리모델링했는지 모를 오래된 상태 그대로다. 씻고 나면 물이 발에 찰랑찰랑거리는 화장실 하나를 8명과 공유하고, 누가 내 오렌지주스를 훔쳐 마시고 죽은 벌레도 심심찮게 나오는 주방 한 곳을 16명이서 공유한다. 최근 이 건물의 한 방에서 빈대가 또 다시
지밸리산업박물관. 구로 넷마블 신사옥 3층에 위치한 서울시립박물관이다. 그곳을 둘러본다. 구로공단의 역사와 생산품들,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몇 년 전에 열렸던 서울역사박물관의 기획전시회 ‘가리봉오거리’, 가산동에 있는 상설전시관인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의 내용과 같거나 비슷할 뿐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해당 박물관과 전시관을 갔다 와서라기보다는 내가 영등포구 가리봉동 태생이기 때문일 것이다.현재 거주하고 있는 가리봉동의 주거지역 한 편에는 구로 1공단의 영역으로 연결되는 내리막 계단이 있었다. 계단 중간쯤의 우측에는 정
1.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는 국가나 사회나 기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려운 그런 시대가 됐다.”“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고 노동자가 당당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제가 드린 약속을 실천해 나가겠다.”누군가. 이 나라에서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할 자는 누구이겠는가. 이 대한민국에서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현재 최고권력자이거나 장차 될 자일 게다. 그렇다면 이제 임기 한 달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공약했던 ‘노동존중 사회의 실현’을 이뤄 내지 못한
6년 넘게 일하다가 월급이 너무 적어서 퇴사하겠다고 얘기하며 퇴직금을 요청하니 파트타임 근무자라서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담자가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1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사람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봤지만 본인은 근로계약서도 썼고 매주 그 이상을 일해 왔으니 당연히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계약서에는 1주 14.5시간의 근로시간이 적혀 있었다. 내담자에게 물으니 정해진 수업시간은 14.5시간이지만 작은 학원이라서 적어도 1시간은 일찍 나와 학원 문을 열고 청소도 해야 하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 전쟁은 초기에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국가 간 전쟁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면서 국제적인 전쟁이라는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낳은 인도주의적 피해를 부각시키며 세계의 친서구 정권들로 하여금 이 전쟁에 동참하도록 바람을 잡고 있다. 그는 키이우 주변 소도시 부차에서 일어난 민간인 300여명 학살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은 지난 10일 직접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복잡 상태계급은 같지만 동일하지 않다. 사용자는 재벌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보는 풍경이 다르다. 노동계급 또한 노동력을 팔아서 임금을 받지만 구체적 조건이 다르기에 시각도 엇갈릴 수 있다.임금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절박한 권리고, 사회적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 대기업이나 최근 고공행진 중인 IT업계 등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과욕일 수 있다. 최저임금은 보통 시민에게 법적 사회적 당위이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절박한 요구지만 영세 자영업자에게
삼성은 무노조 정책을 ‘신화’로 불렀다. 신화가 아니라 흑역사다.이 흑역사의 주인공인 삼성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실형판결이 지난 2월과 3월 연이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 노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조직차원에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징역 1년4개월 등 노조파괴 주범인 임직원 12명에 대해 징역형 및 벌금의 유죄선고를 내렸다. 경찰 출신인 강 전 부사장은 2011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며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방식으로 에버랜드 노동자
노동상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청년유니온이오?” 그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지난밤 딸 아이와 마주 앉아 나눈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딸은 전문대를 졸업하고 미용업에 종사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딸로부터 들은 현실은 절망스러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그조차도 교육비·기자재비 명목으로 공제하면 얼마 남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의 길고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경북 군위군이다. 투표장에 나온 군위군민 83.19%가 윤 후보를 찍었다. 덕분에 김영만 군위군수는 지난달 25일 인수위 집무실에서 윤 당선자와 독대했다.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6번째로 인구가 적은 군위는 관광 명소도 없고 산업단지도 없어 소멸 위험이 높은 지자체다. 바쁜 대통령 당선자가 인구 2만2천945명의 초미니 지자체장을 만났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경제3면에 ‘尹당선인 찾아간 지자체장, 소멸위험 1위 군위’라는 문패를 단 큼지막한 르포 기사를 실었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3월 물가상승률이 8.5%를 기록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4% 상승률을 예상한다. 물가상승은 노동자의 실질임금(같은 액수의 임금이 가지는 구매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곧 시작될 임금교섭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주택가격도 실질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주거비가 물가에 포함되긴 하지만, 노동자가 체감하는 집값 상승에 따른 잠재적 비용은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크다. 저축하든 빚을 내든, 주택 구매의 잠재적 비용이 증가해서다. 최근 아
지난 1일, “아마존노동조합(Amazon Labor Union)”이라고 쓰인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입은 다양한 피부색의 노동자들이 교섭대표노조 승인 소식에 얼싸안고 환호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만 두 번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거대 기업, 세계 2위의 부자로 온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는 가운데에도 우주여행을 다녀온 제프 베이조스가 지배하는 아마존에서, 미국 최초로 아마존 노동자의 교섭대표노조가 승인된 순간이었다.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에서 노조설립 자체는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만 노조가 어느 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단체교
지난해 1월5일 비종사 조합원의 조합활동에 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됐다. 비종사 조합원에 관해 수많은 쟁점이 있지만, 본 지면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비종사 조합원의 조합활동이 가능한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노조법 5조2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개정됐다. 즉, 노조법은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을 종사 조합원으로,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을 비종사
지난 4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56차 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기준 전 세계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43%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인준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한 바 있는데, 해당 보고서는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경우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인류에게 재앙을 안겨 줄 것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2020년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