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고 다시 읽었다. 혹시 내가 빠트렸나 해서 거듭 읽었지만 찾지 못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한 퇴임 연설의 전문에서 나는 ‘노동정책’은 어떻게 자평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노동’을 찾았지만 없었다.퇴임하는 대통령 문재인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응원하겠노라고 연설하고 있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그리고, 이제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중요 성과를 평가하고 있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 한동훈 딸의 ‘스펙 쌓기’로 시끄럽다. 한동훈 부부가 미국에서 낳아 이중국적자인 딸은 ‘A’란 영어 이름을 갖고 있다. A는 채드윅 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 School)에 재학 중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이 학교는 2010년 개교한 ‘외국교육기관’으로 유아원·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이 있다. 위키백과의 ‘외국교육기관’을 누르니 ‘외국인학교’로 넘어가며 이런 설명이 붙는다. “외국인학교란 어떤 나라 안에 거주하는 다른 국가의 학생을 위해 설립된 학교이다.”위
매일노동뉴스에 쓴 두 개의 칼럼, ‘평등주의 노동운동은 끝났다’(1월3일자)와 ‘평등주의 노동운동과 이별하며’(3월28일자)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 노동조합운동은 경제 평등주의를 실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평등주의라는 노동운동의 지향’은 ‘노동조합 주력이 불평등 수혜자라는 사실’과 충돌한다. 노동운동 일각에서 주장하는 불평등체제 타파가, 그 주장에 가장 크게 공감하고 함께해야 할 노조 바깥 하위노동자의 지지를 받기는커녕 외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조합운동 내부에서조차 그 어떤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다.거듭 강조하
2019년 10월30일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25년 이상 건설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왔고, 2017년 경동건설로부터 안전하고 성실하게 일해 온 것을 인정받아 상까지 받았던 고 정순규님은 바로 그 경동건설이 원청업체로서 관리·감독하는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 이후 세 번째 봄을 지난 지금, 원·하청 관계자들의 항소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사고 당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께 비계에 올라 벽면 작업을 하려던 피해자는 비계에 올라간 지 3분 만에 추락했다. 당일 누구도 사고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
한국일보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5일자 6면에 윤석열 당선자가 “단상을 더 낮게 청중들에게 더 가까이 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기사를 썼다. 5년마다 한 번씩 대통령 취임 초엔 이런 미담기사가 쏟아지지만 딱 5년만 지나면 진짜 국민을 위한 정부였는지는 늘 회의적이다.따라서 이런 류의 기사가 갖는 의미도 별로 크지 않다. 국민이 이런 기사에 크게 감동받지도 않는다. 결국 굳이 지면 아깝게 쓸 필요조차 없는 기사다. 그런데도 한국일보는 당선자의 ‘특별 주문’임을 부각했다. 단상 낮추면 국민께 봉사하는 낮은 자세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
지난 1월11일 국회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법률은 공포일부터 6개월 후인 8월4일부터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130개 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이고, 위 공공기관들은 비상임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부터 반드시 노동이사 1명을 선임해야 한다.법안을 사람으로 빗대어 본다면, 이 법안은 꽤나 운이 좋은 녀석이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저마다의 셈법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찬성한 탓에 국회에서 큰 반대 없이 통과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여러 차례
고등학교 때,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2000년대 초반, 근교농업과 물류창고가 경기도에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찾아 하남으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난생처음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만났다. 연령대, 나라도 다양했다. 나에게는 모국어라 가르치는 게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살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것과 가르치는 것은 천지 차이임을 번번히 확인했던 과정이었다. 외국인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은 각자의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깊숙이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학습자 개인의 특성 파악과
1. 132주년 노동절, 어김없이 메시지를 쏟아냈다. 스스로 진보와 민주를 칭해 온 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 향상에는 크게 관심을 둘 것 같지 않은 자들까지 노동자를 위한다는 메시지를 내서 놀랐다.1886년 5월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시카고에서 경찰이 총을 쏴 강제 진압하고 ‘헤이마켓 광장’ 폭탄사건과 관련 있다며 노동운동 지도자 수백명을 체포했다. 증거를 찾지 못했음에도 급진적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선고해 처벌했으며 그중
A씨는 직속 상사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회사에 신고했다. 회사는 A씨에게 조사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시하고,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사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그럴수록 A씨는 신고를 하기 전보다 더 위축됐다. 자신이 신고한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판단을 받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게다가 조사기간 동안에는 기존에 A씨가 하던 업무 중 직속 상사와의 출장업무를 동료들이 분담해 수행했는데, 이로 인해 업무가 과중해지자 동료들의 불만이 점차 쌓여 갔다. A씨는 업무분장을 다시 해서 동료들에게 업무량이 몰리지
언제부턴가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라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무성하다. 2018년 ‘BBS TV 화쟁토론 37’에서 이각범 전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대의 철학의 빈곤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자리 잡았던 극단적 사고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협소하다 보면 이것이 옳으면 저것이 틀리다고 하는 흑백논리에 빠지거나 네 편, 내 편 나누는 진영논리 같은 것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극적으로 치달을 때 우리는 사회 전체가 극단적 사고에 빠졌
로스쿨 1학년 시절, 한 외부인사 특강 시간이었다. 매주 귀감이 될 만한 법조계 선배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날은 젊은 나이에 삼성그룹의 임원이 된 변호사가 초청됐다. 그는 삼성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자랑했다. 나아가 당시 화두였던 준법경영에 있어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의실에 앉아 있던 예비 삼성맨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때 한 학생이 물었다. 최고 수준의 준법경영을 하는데 왜 헌법은 지키지 않느냐고. 헌법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왜 삼성은 지키지 않느냐고 물었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동조건을 가진 완성차 노조에 대해 ‘성공의 역설’로 설명하는 시각이 있다. 안정된 고용과 상대적 고임금을 누리는 것은 노조가 성공한 결과지만, 그런 노동조건을 특권이나 기득권으로 여기고 연대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고용불안의 격랑에 휩쓸려 자기 생존에 더 집착하는 유전자를 갖게 한 쓰린 경험이 있다.같은 산업, 다른 현실외국계 완성차 기업은 현대기아차와 딴판이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의 폐쇄에 이어 부평 2공장 가동 중단을 앞두고 1공장과 창원으로 전환배치를 한다.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쌍용차 노동자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곧 취임한다. 재계는 ‘보수’ 정부 집권을 기회로 노동보호 규제완화에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노동계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하에서의 노동 탄압과 ‘개악’을 상기하며 노동권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은 구체적 정책으로 보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구체화하지 않은 공백들을 지난 경험과 현재의 요구들에 기반해 채워 나가면서 노사 각 주체의 입장들이 자세히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 당선자가 ‘청년’을 호명하며 노동시간 유연화와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숨지거나 아픈 사람이 수십만명에 달하지만 이를 알리지도 않고 제품을 팔아 수익을 챙긴 제조사들은 12년째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최근 제조사들은 조정안조차 거부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이런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속 유해물질을 제품 라벨에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공정위는 2018년 3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어긴 두 회사에 시
세계화의 종말. 최근 언론들이 유행어처럼 꺼내는 말이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끝나면 민중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진보 좌파 일각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오늘날의 세계화 위기는 진보의 기회보단 문명적 퇴보의 위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세계화는 냉전 종료 이후의 세계 질서였다. 냉전이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서로를 봉쇄하는 체제경쟁 질서였다면, 세계화는 국제연합(UN)·세계무역기구(WTO)·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무역협정 등을 통해 만들어진 ‘규칙 기반의 질서’다. 이런 질서 속에서 세계는 30여년간 상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엔비디아·TSMC·삼성 등 ‘테크’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시가총액을 자랑하듯이 반도체 없는 자본주의 산업을 생각하기 어렵다. 인천·광주에 공장을 둔 앰코테크롤로지코리아는 TSMC나 삼성만큼 유명한 기업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조립)회사다. 모회사인 앰코테크놀로지는 아남반도체로 시작해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전 세계에 3만명의 직원이 있고, 자회사인 앰코의 연매출도 2조원이 넘는다.내가 이 회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수년 전에 직업성 암 산업재해 사건을 담당하면서였다. 앰코에서 일하다
쪼개기 하나이주 여성노동자 L. 그는 대전지역의 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주여성지원기관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을 하며 12년을 보냈다. 시간도 생계도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최근 지역의 다른 비영리단체에서 이주 여성을 위해 통·번역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다닐 아이에게 필요할 것들을 마련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이직을 결심했다. 퇴직 의사를 밝힌 L에게 이주여성지원기관은 일방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보상금을 요구했다. 12년을 같은 기관에서 같은 일을 했
아픈 사람들은 병원을 찾는다. 거주지와 가까워서,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특정 상병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기관을 결정한다. 다만 마음대로 병원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안타깝게도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절실한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다.지정의료기관에서만 치료받아야 하는 피해자들얼마 전 뇌경색을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는 통원치료가 가능한 재활병원을 수소문했다. 그런데 곧바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거주지 인근 재활병원 중 산재 지정의료기관은 3개밖에 없었으며, 이마저도 치료 일정
1. ‘자유는 차별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서 생각해 보니 방금 한 말인데도 자꾸 의심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의심하면서도 나는 다시 말하겠다. ‘차별하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자유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아니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유다. 자유민주주의니 뭐니 온갖 개념에 덧붙이면서 색칠하면서 제한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인 양 왜곡해 왔지만 본래 자유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권력에 맞서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유는 천부인권이라고 선언했다. 그 선언으로 이 세상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자유를 빼앗는 권력은 철저
한국에서 일본 논의는 과거사에 집중된다. 한일관계 특성상 불가피한 부분도 있겠으나 특정 부분은 다소 과장해 해석하는 반면, 이외 부분에는 무관심하다. 비록 불편한 이웃국가라 해도 보수의 가치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사실 ‘자민당 일당독재’란 수사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민주적 선거경쟁이 존재하지만 일당이 장기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체제는 한국의 87년 이전 권위주의체제와 구분된다. 1932년부터 44년간 사민당이 집권한 스웨덴을 독재국가라 말하지 않듯 말이다.일본 보수는 성장뿐 아니라 분배에도 유능했다. 오랫동안 정권교체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