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20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30만4천948명 중 44.9%가 암·심장질환·폐렴으로 사망했다. 전체 사망원인 1위와 타 연령대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으나 청년세대(10~30대)는 그렇지 않았다. 2020년 한 해 20~29세 청년 사망자 2천706명 중 1천471명(54.4%)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찬가지로 10대는 사망자의 41.1%, 30대는 사망자의 39.4%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절망적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를 들여다보다 우리 세대가 마주한 세 갈래 길을
대전의 한 택시회사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고 2013년 12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소속 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4시간20분으로 줄였다. 2인 1차로 운행하는 기사는 하루 12시간씩 택시를 운행하는데도 고작 4시간20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셈이다.기사들은 2018년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라며 그동안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받은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다.대법원은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한 회사의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택시회사 대부분이 최저임금법 위
지난 16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 1호 노동 법안’이라고 떠들었지만 사실 이번 개정안은 십수 년에 걸친 특수고용 노동조합의 제도개선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결과다.90년대 말부터 노조로 뭉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법·사회보험법상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는 유보하면서 산재보험 특례적용이라는 ‘보호 대책’을 제시했다. 그리해 2008년부터 산재보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 이슈만 나오면 헤맨다. 이번에는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한 외신기자의 질문이 문제가 됐다. 기자가 왜 내각에 여성이 없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관을 맡을 만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적어서라고 답했다. 성별과 무관한 능력주의를 따른 결과라는 대답이었다.하지만 이는 오답이다. 유엔개발기구와 세계경제포럼에서 측정하는 성평등지수를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의 고위직 참여에서 점수가 매우 낮다. 여성의 국회의원 비율, 4급 이상 공무원 비
한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회원등록 업무와 결제업무를 하던 여성노동자 A·B씨가 해고됐다. 이들은 상사 C씨의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2명이다. A씨는 징계·대기발령·전보처분을 받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부당대기발령이 인정됐는데 그 사건 진행 중에 최근 해고됐다.A씨는 C씨에게 받은 직장내 괴롭힘과 또 다른 상사 D씨에게 받은 직장내 성희롱을 신고해 고용노동지청에서 직장내 괴롭힘 및 직장내 성희롱 피해가 인정된 바 있다. B씨는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한 후 대기발령 되고, 징계 해고돼 지방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부당해고로
휴가를 내고 이틀째 집에 틀어박혀 있다. 미닫이문으로 주방이 있는 공간과 침실을 나눠 놓고 ‘1.5룸’이라 분류하는 이 오피스텔 한 칸. 그나마 삶의 공간다운 정취를 불어넣는 것은 직사각형 공간의 끝에 자리한 커다란 이중창, 그 안과 밖을 넘나드는 온갖 모양과 소리들이다. 고개를 들고 시선을 바로 하면 멀티플렉스 영화관 간판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창에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내리면 어린 소나무와 온갖 나무들이 자라나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드물게 한낮을 이 공간에서 보내게 되는 날에는 창을 열어 두고 나무의 잎들에 닿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코로나19보다 더 관심을 끈 주제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었다. 지난 3월에 진행된 대통령 선거, 이제 곧 진행되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뜨겁다. 모두가 부동산, 부동산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아파트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는 입주민들이 나오기도 한다.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옆 단지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낮다’는 이유로 용역회사 변경 과정에서 80여명의 60대 이상 경비노동자와 계약해지하고,
1. 이 세상, 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무엇으로 사는가. ‘뭔 뜬금없는 물음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심각하다. 자꾸만 이 세상은 차별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이렇게 질문 던지기로 글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차별이 이 세상의 생존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변하고 있다.2. 23일자 에서 “공공부문 자회사·비정규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파업을 한다”로 시작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파업 소식을 읽었다.구의역
아이를 기르며 우리 교육의 그림자가 노동문제임을 알았다. 부모가 꼭 자녀의 사회적 성공을 바라서 공부에 신경 쓰는 게 아니었다. 한국의 어두운 노동 현실과 마주할수록 아이 성적표에 태연하기 어렵다. 죽고 다치는 현장실습생 소식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기술명장’을 키운다며 ‘마이스터고’도 생겼으나 좋은 변화로 이어졌는지 의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3월24일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학력별 임금격차는 지난 10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 대졸자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중졸 이하는 47.6%, 고졸은
지난 2월 창원지역 에어컨 부품을 제조하는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급성중독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시기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양산지역 ㈜대흥알앤티 노동자 13명도 같은 화학물질에 급성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리클로로메탄은 간독성뿐만 아니라 발암성과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그 유해성 때문에 호흡기로 노출되면 안 되는 물질이다. 유럽 등에서는 이미 세척제로 사용할 수 없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두 사업장은 작업 과정에서 제품 세척을 위해 여러 화학물질이 혼합된 세척제를 상시적으로 사용했는데, 작업자들을 화
다음주 열리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의제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강제노동의 폐지 △아동노동의 철폐 △차별 금지 네 영역으로 이뤄진 ‘일의 기본 원칙과 권리(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에 직업안전보건(occupational)을 다섯째 영역으로 추가하는 것이다.이 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ILO협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지난 20일 ‘ILO 중대재해예방 협약 비준 및 산업안전보건 기술협약의
지난 4월부터 노회찬재단에서 진행하는 강연·대담 기획 의 두 번째 강연자는 시사인 전혜원 기자였다. 재작년에 발간된 의 저자다. 책은 2018년부터 취재한 23편의 기사를 아홉 가지의 주제로 묶었다. 종속적인 자영업자를 비롯해 플랫폼 일자리까지, 그리고 산업재해와 임금체계까지 노동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 대한 글들이 담겨 있다. 열악한 노동현장을 스케치하는 수준을 넘어 법과 제도의 문제까지 천착한 글이다.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미리 던지고 있다. 저자가
한때 한나라당 대권 주자로도 거론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80년대 서노련을 거쳐 90년대 초까지 진보정당인 민중당에서 활동했다. 내내 그의 수하였던 차명진 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들어가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할 때 보좌관과 공보관으로 지근거리에서 일했다. 덕분에 차 전 의원은 2006년 17대 총선에서 김 지사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2선 의원까지 지냈다. 차 전 의원은 1989년엔 민중당 노동위원회가 만들었던 편집장을 맡았다. 90년과 91년엔 민중당 구로갑지구당 사무국장도 지냈다.이랬던 차 전 의원
지금쯤이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사 간 임금·단체교섭이 한창일 것이다. 지난 2년간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50명 미만 제조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업은 일상이 됐고, 서비스 사업장에서는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기본 노동시간이 뭉텅뭉텅 잘려 나갔다.사업주 일부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꾸며 고용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은 무급으로 그냥 쉬었다. 돈이 떨어져 대리운전이며 배달서비스로 ‘투잡’에 나섰던 수많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에서는 노조 지회장인 임종린씨가 53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임종린 지회장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말하는 바는 너무나 소박하다.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하라. 아프면 쉬게 해 달라. 가족이 상을 당하면 장례에 참석하게 해 달라. 노조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길 만한 요구를 걸고 53일이나 단식을 한다는 것은, 회사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아예 귀를 닫고 있다는 뜻일 게다. ‘행복상생’을 이야기하며 농가를 응원한다는 파리바게뜨가, 고객의 소리를 적극 경청한다는 파리바
지난해 5월18일 고용상 성차별 금지 및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노동위원회 시정제도를 도입하는 개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공포됐다. 그동안은 고용상 성차별을 신고해도 감독관마다 차별 문제에 대한 전문적 역량, 성인지 감수성의 격차가 커서 일관성 있는 차별 판단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정권고에 강제성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갈지언정 고용노동부에 차별진정을 제기하는 예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이달 19일부터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차별조사를 진행하고 사업주에게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지역에는 코티(Kotti)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여행객과 이제 막 베를린에 온 사람들에겐, 범죄와 마약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매달 약 30~50건의 상해, 40~100건의 절도, 40~90건의 마약 관련 범죄가 발생해 60평 규모의 경찰서가 이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곳의 주민 일부와 활동가들은 “범죄 예방은 경찰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주민이 불안을 느끼는 지점은 교통, 쓰레기, 술에 취한 사람, 부족한 가로등, 인종차별, 성희롱 때문이다” “경
1.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졸지에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이라 불리고 보니 나는, 기분이 한껏 ‘업(up)’됐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2항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양 순각 착각에 빠졌다.지난 10일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전문을 읽었다. 이렇게 국민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을
“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노동조합에서 일을 시작할 때 소위 사수에게 상담업무와 관련해 교육받은 것은 팩트를 설명해 주되,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특히 노동관계법률을 노동자에게 하다 보면 불리한 상황들이 대부분인데 내담자의 말을 잘 들어보고 어렵지만 할 방안들을 안내해 줘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상담업무를 15년 남짓 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가 겪어야 할 고단함도 같이 느껴지는 점이다
어떤 기억자료를 찾다가 몇 년 전 서울 강남의 천막농성장 근처 식당에서 사회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온 분을 만났던 기억이 났다.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도 왔다. 학생은 인정투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그분은 “왜 계급투쟁이 아닌 인정투쟁인가”를 물었다. 온라인 댓글에 인정을 의미하는 ‘ㅇㅈ’이 자주 등장하던 때라 인정투쟁 얘기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그분은 지도교수의 깐깐함을 잃지 않고 집요하게 캐물었다.인정이라는 말은 흔히 쓰지만 인정투쟁 이론은 난해하다. 단순하게 불평등에 맞선 노동자에게 분배가 중요하고 무시당해 온 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