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2차 전원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영계는 생산재 물가 상승을, 노동계는 생활물가 상승을 이유로 각각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과 대폭 인상, 업종별 차등적용 찬성과 반대를 주고받았다.헌법 32조는 국가의 국민 고용증진과 적정임금 보장 노력 의무를 언급하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최저임금법 1조는 노동자에게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 생활 안정과 노동력
대법원이 지난달 16일 “합리적 이유 없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다음날 아침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주요 지면에 상세하게 다뤘다. 하지만 신문마다 방점이 약간씩 달랐다.한국일보는 5월27일자 3면 머리기사 제목을 ‘희망퇴직 줄고 줄소송 예고, 기업들 당혹과 긴장’으로 달았고, 중앙일보도 같은날 2면에 ‘대법, 임금피크제 첫 위법 판단 … 재계 기업 혼란 우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썼다. 두 신문은 기업 입장을 대변했다.반면 경향신문은 같은날 1면에 ‘보상조치 없는 임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주말 번화가에는 사람들이 넘치고 재택근무를 하던 이들도 출근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다시 회식을 강요하는 것 때문에 ‘회식갑질’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런데 모든 이들의 일상이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누군가는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고, 코로나19 때문에 일터에서 쫓겨난 누군가는 거리의 농성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구인·구직란을 뒤적이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의 고통을 가장 앞에서 맞이해야 했던 이들이 지
물가 폭등으로 세계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40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도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식품은 7.1%, 석유류는 34.8%,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9.6% 상승했다. 생필품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 계층일수록 체감물가가 높다.이번 물가 상승의 특징은 공급·수요·통화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한꺼번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돼 소비는 증가하는데, 국제적 공급사슬 혼란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6·1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참혹한 성적표를 얻었다. 시·도지사나 시·군·구청장 당선자는 단 1명도 없었고, 지방의회 당선자는 직전 지방선거 37명에서 9명으로 추락했다. 원외 정당 진보당이 울산 동구청장을 비롯해 21명의 당선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의당이 마주한 참혹한 결과의 첫 번째 원인이 ‘양당제’와 ‘불합리한 선거 제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진보정당들의 성적표를 놓고 다양한 견해들이 백가쟁명처럼 쏟아지고 있다. 만시지탄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외양간이 왜 무너졌는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을 돌입했다. 늘 그렇듯 자본은 불법파업과 물류대란을 운운하고 있고, 정부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하도록 상황을 방치한 책임이 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도 기민하게 자본과 머리를 맞대고 ‘파업 동향 및 대응 시나리오’를 짰다. 이 자료에서 정부는 이번 파업의 핵심 현안인 안전운임제가 화물노동자들에게 갖는 의미를 애써 폄하하면서, ‘화물연대가 겉으로는 안전운임제 지속을 주장하지만 실제 목적은 운송료 인상’이라고 당당히 적기까지 했다.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집행되도록 감독
1. 열흘째다. ‘노동을 강제하는 나라, 이건 아니다.’ 이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314조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2헌바66 결정). 단순파업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다고 보아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던 것이다. 정리해고를 통보하자 휴일근로를 거부했고, 이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종결했고 사업장에도 통보했습니다. 우리 지청에선 괴롭힘 사건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처음이네요.”얼마 전 직장내 괴롭힘으로 진정을 제기한 사건 처리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근로감독관과 통화했다.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결과와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지청에서 사용자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이다.올해 초 대표이사의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고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했다. 근로감독관은 노동자와 대표이사를 각각 출석시켜 조사했고 괴롭힘 인정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 5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을 내놓았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를 페미니스트 정부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젠더폭력에 대한 적지 않은 법·제도적 성과, 내각의 여성 비율 등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성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 성평등 전담부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성정책 발전에 나름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리고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여성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의 기조를 선택하고 있어 큰 변화가
아주 불편한 마음이다. 지금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역시 아마 아주 마음이 불편한 하루를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촛불혁명 이후 5년을 보낸 뒤의 정치적 결과로서는 처참하다고 해야 적절한 심정의 표현일 것 같다. 일선 정치에서 물러나 있기에 세밀하게 이 상황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고 적절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써야 할 시점이 딱 지금인지라 진보정치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다른 주제로 칼럼을 쓰는 것도 참 생뚱맞은 일이다.자신의 패배한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 노회찬 의원이 생각난다.
80년대 말 전국 곳곳에 지역의료보험노조가 결성됐다. 개별노조로 나뉜 의료보험노조는 1991년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총연맹’을 구성했다. 90년대 초 지역의보노조는 ‘민주노조’의 표본이었다. 그 전투성은 민주노조 진영에서도 유명했다.복지학을 전공한 나는 기자 초년병 시절에 이 노조의 파업 때마다 가장 발 빠르게 취재해 썼다. 학과 동기나 선후배가 이 노조에 대거 가입해 있어 정보를 빠르게 받았다. 멀쩡하게 대학 졸업해 공단에 입사했는데, 구청 총무과장 하던 구닥다리 관료가 의보조합장으로 와선 커피 심부름이나 시키니 열 받을 수밖에 없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 취업자 중 초단시간 노동자(4주 동안을 평균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154만명이었다. 10년 전인 2012년 4월(80만8천명)과 비교하면 90%가량 증가했다. 초단시간 노동의 급속한 증가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2020년 4월 초단시간 노동자는 109만3천명이었다. 그런데 1년 뒤인 지난해 4월에 그 수는 151만명으로, 무려 40만명이 넘게 늘었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의 파고가 밑으로 흘러,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을 덮친 것이다.초단시간 노동자는 법의 테두리 밖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박범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다. 우리 사회의 맹목적인 젊음에 대한 찬양, 나이 듦을 죄악시하는 풍토에 비춰 보면 큰 울림을 주는 말이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여전히 죄다.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대표적인 제도가 임금피크제다.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이 개정돼 정년이 기존 55세에서 60세로 늘었다. 선진국에서라면 난리가 날 일이다. 정
재작년 초, 아침 일찍 시작된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찾아온 분들이 있었다. 귀화한 여성 두 분, 내국인 여성 한 분이었다. 전라남도의 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노조 지회장님의 소개로 발걸음했다. “우린 지자체 재활용센터에서, 서너 해를 바라보면서 일하고 있는데 공무직이라는 신분을 인정받지 못한 채 연도마다 기간제 채용에 응시하거나 일시사역(일용직) 채용에 응시해야만 해요. 같은 비정규직인데 기간제와 일시사역 간에는 월급 차이가 있고요. 기간제로 처음 고용됐다가 다음해 기간제 채용에서 탈락하면 일시사역으로
1. 목요일은 바쁘지만 지난주 목요일(26일)은 더욱 그러했다. 오전 10시 전부터 시작된 전화는 오후 늦게까지도 계속해서 나를 불러 댔다. 이날 대법원 판결 선고가 있다는 것도 전화를 받고서 알았다. 선고 결과도 전화를 받아 알 수 있었다. 여러 언론사 기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바빴던 날이었다. 바로 임금피크제 사건에 관해서 대법원 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전화 질문에 답변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사실 항소심까지도 원고 노동자들이 승소했던 사건이라는 것도 이날 기자가 보낸 1·2심 판결문을 읽고서 알았다. 사용자가
1.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 노동법 사각지대다. 온갖 유형의 비정규직이 노동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수십년 동안 방치되고 있다. 많은 사람의 투쟁과 희생 덕분에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2. 노동부는 CJB청주방송 이한빛 PD 투쟁으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자 2018년 이후 드라마 제작현장, 청주방송,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부분적인 근로감독이나 실태조사를 했다. 그러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22일 전북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한 학생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극빈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이에 대해 이른바 진보언론과 진보정당에서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을 비하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을 도와 드려야 한다는 얘기”라며 “너무 사는 게 힘들면 자유가 뭔지 느낄 수 있겠나”라고 해명했다.자칭 진
특권을 향한 경로사랑·우정·의리·이익·권력·질투 등 인간관계에는 다양한 것이 작동한다. 그중에 권력만 부각해 일상적 관계를 권력 문제로 보는 시각이 무서워졌다. 삶에 스며든 권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반대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가 권력 문제라면 일상생활이든, 사회 문제든 권력을 가져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권력의지’는 모두의 필수품이다. 권력욕을 최대한 끌어올려 우리 모두 권력투쟁에 매진할까.정치와 권력투쟁은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둘은 꼭 붙어 있다. 좋은 정치를 위한 선한
새 정부 스포츠 정책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향과 속도인지는 분명치 않다. 국가 차원에서 스포츠 정책을 총괄할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과 차관도 임명돼 업무를 개시했지만, 새 정부 출범 한 달 가까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뚜렷한 가치 지향이 보이지 않는다.언론계 출신이 장관으로 입각하고, 한때 대한체육회 사무를 총괄했다고는 하나 오랫동안 기획재정부 공직을 맡아 온 인물이 스포츠 정책을 직접 관장하는 차관이 됐다. 그런데 이 장·차관의 경력을 다소 기계적으로 압축해 보면, 스포츠 정책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현미경처
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13년간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 부산국제영화제 비프 메세나 상을 받았다. (2012)와 (2015)를 만들었던 이수정 감독의 작품이다.2007년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무더기 정리해고되고, 공장이 폐쇄됐다. 경영위기를 이유로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회사는 세계 기타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1등 기업이었다. 노동자들은 법원에 해고무효 소송을 내고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의 투쟁에 콜트·콜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