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나라당 대권 주자로도 거론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80년대 서노련을 거쳐 90년대 초까지 진보정당인 민중당에서 활동했다. 내내 그의 수하였던 차명진 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들어가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할 때 보좌관과 공보관으로 지근거리에서 일했다. 덕분에 차 전 의원은 2006년 17대 총선에서 김 지사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2선 의원까지 지냈다. 차 전 의원은 1989년엔 민중당 노동위원회가 만들었던 편집장을 맡았다. 90년과 91년엔 민중당 구로갑지구당 사무국장도 지냈다.이랬던 차 전 의원
지금쯤이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사 간 임금·단체교섭이 한창일 것이다. 지난 2년간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50명 미만 제조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업은 일상이 됐고, 서비스 사업장에서는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기본 노동시간이 뭉텅뭉텅 잘려 나갔다.사업주 일부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꾸며 고용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은 무급으로 그냥 쉬었다. 돈이 떨어져 대리운전이며 배달서비스로 ‘투잡’에 나섰던 수많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에서는 노조 지회장인 임종린씨가 53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임종린 지회장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말하는 바는 너무나 소박하다.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하라. 아프면 쉬게 해 달라. 가족이 상을 당하면 장례에 참석하게 해 달라. 노조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길 만한 요구를 걸고 53일이나 단식을 한다는 것은, 회사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아예 귀를 닫고 있다는 뜻일 게다. ‘행복상생’을 이야기하며 농가를 응원한다는 파리바게뜨가, 고객의 소리를 적극 경청한다는 파리바
지난해 5월18일 고용상 성차별 금지 및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노동위원회 시정제도를 도입하는 개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공포됐다. 그동안은 고용상 성차별을 신고해도 감독관마다 차별 문제에 대한 전문적 역량, 성인지 감수성의 격차가 커서 일관성 있는 차별 판단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정권고에 강제성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갈지언정 고용노동부에 차별진정을 제기하는 예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이달 19일부터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차별조사를 진행하고 사업주에게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지역에는 코티(Kotti)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여행객과 이제 막 베를린에 온 사람들에겐, 범죄와 마약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매달 약 30~50건의 상해, 40~100건의 절도, 40~90건의 마약 관련 범죄가 발생해 60평 규모의 경찰서가 이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곳의 주민 일부와 활동가들은 “범죄 예방은 경찰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주민이 불안을 느끼는 지점은 교통, 쓰레기, 술에 취한 사람, 부족한 가로등, 인종차별, 성희롱 때문이다” “경
1.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졸지에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이라 불리고 보니 나는, 기분이 한껏 ‘업(up)’됐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2항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양 순각 착각에 빠졌다.지난 10일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전문을 읽었다. 이렇게 국민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을
“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노동조합에서 일을 시작할 때 소위 사수에게 상담업무와 관련해 교육받은 것은 팩트를 설명해 주되,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특히 노동관계법률을 노동자에게 하다 보면 불리한 상황들이 대부분인데 내담자의 말을 잘 들어보고 어렵지만 할 방안들을 안내해 줘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상담업무를 15년 남짓 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가 겪어야 할 고단함도 같이 느껴지는 점이다
어떤 기억자료를 찾다가 몇 년 전 서울 강남의 천막농성장 근처 식당에서 사회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온 분을 만났던 기억이 났다.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도 왔다. 학생은 인정투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그분은 “왜 계급투쟁이 아닌 인정투쟁인가”를 물었다. 온라인 댓글에 인정을 의미하는 ‘ㅇㅈ’이 자주 등장하던 때라 인정투쟁 얘기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그분은 지도교수의 깐깐함을 잃지 않고 집요하게 캐물었다.인정이라는 말은 흔히 쓰지만 인정투쟁 이론은 난해하다. 단순하게 불평등에 맞선 노동자에게 분배가 중요하고 무시당해 온 소수
칼 마르크스는 라는 글에서 “역사는 반복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소극으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마르크스는 제1공화정을 파괴한 비극적인 사건인 나폴레옹 1세의 쿠데타와 그것을 흉내 낸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를 두고 그렇게 비극과 소극(코미디)으로 비유했다.마르크스의 이 말을 떠올린 것은 지난 9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줄여서 ‘봉봉’ 마르코스)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것을 보고 나서다. 마르코스의 집권은 필리핀 역사에서
근로기준법 2조1항1호는 ‘근로자’에 대한 정의규정이다.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돼 있다. 최저임금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등도, 각각의 법률에서 언급되는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늘 첫 번째 관문이 된다. 이 칼럼은, 판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
지난해 10월29일 개인택시면허 매매업자가 지자체의 감차 정책에 불만을 품고 포항시 공무원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 염산을 뒤집어쓴 공무원은 한쪽 눈과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가해자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의 택시정책은 10여년 전부터 줄곧 감차였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12월 택시 가동률과 실차율(운행 택시의 탑승률) 등을 고려한 택시 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에 따라 지자체의 적정 택시수를 산정해 지방정부에 택시 감차를 유도해 왔다.최근 불거졌던
조선소의 도시인 거제를 배경으로 거제여자상업고의 댄스스포츠 동아리 학생들을 담아 낸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영화는 전국 댄스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댄스스포츠를 연습하는 학생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영화 대부분이 함께 댄스스포츠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화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동료가 되는 과정 같은 것들이 주된 장면을 이룬다. 최근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됐는데, 이유는 댄스스포츠를 하는 학생들 모습이 아니라 학교의 바깥, 가족과 거제라는 도시의 풍경 때문이었다. 거제의 기반산업인 조선업의 위축과 구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생이다. 20대에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었다는 1980년대 중후반을, 30대에는 민주화가 이뤄지고 중산층이 형성된 1990년대 초중반을 경험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골고루 잘사는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때가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가장 태평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보통 청년 시기 경험이 평생의 세계관을 형상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세계관은 아마도 태평천하 시대의 생각들로 구성돼 있을 것 같다.이런 세계관은 취임사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도약과 빠른 성장”으로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취임사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35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자유를 강조한 것이다.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가 오직 자유만을 의미하는 공허한 자유일 것 같아 걱정된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
지난달 말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2022년 정규직 평균 임금인상률을 9%로 결정하자, 이달 2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측이 단체교섭권 없는 노사협의회와 임금 인상을 결정한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헌법 33조에 따르면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에게 있다. 근로자참여법 5조에서도 노사협의회가 회사와 협상할지라도 노조와의 교섭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임금인상안을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향의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돼 올해 9월 시행된다. 찬반 입장 모두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호소한다. 그러나 개정법 아래에서도 노동사건 처리절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검사는 여전히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의 범죄수사에 대해서 종전과 같이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기관들이 강고한 ‘공안적 세계관’을 공유하며 노동사건 처리에서 보여줬던 적폐는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다.검찰·경찰·고용노동부 등의 국가기관들은 대기업 총수의 배임·횡령 같은 범죄와 사용자의 부당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지난 2월 여성가족부 폐지를 우선순위로 공약한 것에 대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답변이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그의 주장처럼 ‘개인 대 개인’ 문제만으로 바라봐도 괜찮을 만큼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은 개선됐으며, 여성가족부는 정말로 역사적 소명을 다했을까.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여성부의 당초 소명은 ‘여성차별과 폭력 철폐’였다. 여성부를 출범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역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산다. 과거의 열정, 현재의 나, 미래의 꿈.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손안의 모래알처럼 언젠가는 모두 다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잡으려고 하지 않는,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잡는다 해도 남는 것이 없는 수많은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여성들은 일터에서 (혹은 일터에 진입하려는 그 순간부터) 매일 조금씩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다. 누가 가져가는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
1. 읽고 다시 읽었다. 혹시 내가 빠트렸나 해서 거듭 읽었지만 찾지 못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한 퇴임 연설의 전문에서 나는 ‘노동정책’은 어떻게 자평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노동’을 찾았지만 없었다.퇴임하는 대통령 문재인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응원하겠노라고 연설하고 있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그리고, 이제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중요 성과를 평가하고 있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 한동훈 딸의 ‘스펙 쌓기’로 시끄럽다. 한동훈 부부가 미국에서 낳아 이중국적자인 딸은 ‘A’란 영어 이름을 갖고 있다. A는 채드윅 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 School)에 재학 중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이 학교는 2010년 개교한 ‘외국교육기관’으로 유아원·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이 있다. 위키백과의 ‘외국교육기관’을 누르니 ‘외국인학교’로 넘어가며 이런 설명이 붙는다. “외국인학교란 어떤 나라 안에 거주하는 다른 국가의 학생을 위해 설립된 학교이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