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년연장·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723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은퇴연령 도래, 저출생과 기대수명 증가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연령 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정부의 문제의식처럼 인구구조 변화는 당장의 현실로 다가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2021년 12월9일)에 따르면 2020~2030년 생산가능연령(만15~64세)인구는 357만명 감소하고, 고령(65세 이상)인구는 490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
⑤파리바게뜨 투쟁이 한창이다. 2017년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제빵사 5천300여명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이후 여러 파고를 거쳐, 노사·시민사회단체·정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가 맺어졌다. SPC그룹이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고, 3년 안에 본사 직원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적용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그렇게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적반하장으로 노조탄압과 인권침해를 일삼았다. 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우리 사회가 정말로 체감한 것은 바로 ‘주 52시간’이라는 노동시간단축이었을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는 명백한 과로사회였다.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라는 기사가 식상해진 지 오래다. 누구보다 출근을 빨리하고 퇴근은 늦게 하는 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이고, 승진으로 가는 길이었다.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오는 게 일상이고, 월요병을 극복하려면 일요일에 출근하면 된다는 조언까지 나왔다.그러던 것이 정부가 바뀌자 엄청나게 변했다. 정부가 삶과 일의 균형을 적극 주장하고, 국회는 근로기준법을
“공정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비 고장에 대한 신속한 정비가 강조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담당 영역이 100여개 이상의 설비가 있는 넓은 공간인 반면, 개인 방독면 보관함은 1개뿐이며 안전수칙 준수에는 60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구를 적절히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산재 역학조사 보고서 중 일부다.안전과 위험.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위험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안전한 방식이 아님을 알면서도 위
국회 앞이나 거리에서 쉽게 마주하는 원색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주장은 과장을 넘어선 허위다. 차별금지법의 목표는 고용·교육·일상서비스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성소수자 인권 침해만 문제 삼지 않는다. 법 제정은 시민들이 다양한 이들의 존엄한 가치를 제고하는 데 의미가 있다.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입법만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개선되거나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질 리 없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멸시에 가까운 노동 차별이 줄어들거나 여성들이 가정과 노동시장에서 겪는 이중고가 해소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차별을 금지한다 한
1. 오랜만에 법률학교를 진행했다. 지난주 사무소 교육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지 못했던 노동법 교육을 했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 참석자 대부분은 노조간부였다.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노동자의 법적 대응 등을 살펴보기 위해 긴급히 편성해서 했던 강좌였다. 지난달 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돼서 하게 된 교육이었는데, 신청자들이 몰려 한 차례 더 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인사를 하고서 나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한두 개의 대법원판결이 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올해 종료할 예정이었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기로 국토교통부와 합의하고 지난 7일부터 시작한 파업을 14일 종료했다.그런데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언론은 연일 불법이라느니, 2조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느니 하면서 정당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기 바쁘다.과연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불법’의 최종적인 판단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이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 역시 억지다.우선 헌법 규정을 보자. 헌법 33조1항은 노동자들이 단결권·단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글을 에 두 번 썼다. 2월28일자 “3차 대전으로 치닫는 러시아의 특수작전”과 4월21일자 “미어샤이머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자는 중국’”이다.앞에서는 “무엇 때문에 침공이 일어났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썼다. 뒤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의 방어벽이 되는 것도 포기하고, 중립국이 되는 것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는 미국 정치학자의 주장을 소개했다.지난 18일 유튜브의 ‘BBC 뉴스’ 채널에 러시아 담당 편집자 스티브 로젠버그가 세르게이 라브로
100년 전 노동운동 선배들은 무슨 활동을 하고 있었을까?노동공제운동을 시작하면서 노동공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역사와 경험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산업혁명과 노동운동이 먼저 발달한 영국을 비롯해 동업조합(길드)의 전통과 프랑스혁명의 경험을 가진 프랑스, 노동기사단과 우애조합으로 시작한 미국, 그리고 노동운동과 협동조합 운동을 결합한 일본의 노동공제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우리나라에서 나타난 노동공제회의 역사적 흔적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됐고, 그 관심은 자연스레 조선노동공제회까지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조선노동공제회에 대한 검색 자
지난 4월20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협약)·98호(단체교섭권 협약)가 국내에서 발효했다. 그 무렵 ILO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발효로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런 질문들에 필자는 “진정한 변화는 정부와 사법부가 ILO 결사의 자유 원칙을 존중하는 법의 적용·집행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번 6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겪으면서 ILO 결사의 자유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는 처
상담 활동 경력이 10년을 넘었지만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상담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 사회경제 환경 변화로 인해 다양해진 고용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노사갈등을 기존 노동법이 다 보듬지 못하기 때문이다.2000년대 초반 야구선수들이 선수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나서 사회적 이슈가 된 사례가 있었다. 지금이야 고액연봉을 받는데 무슨 노동조합이냐며 선수들의 집단행동으로 비난받을 것이 뻔하지만 당시에는 선수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협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유명선수조차도 혹사당하는 현실이 알려지면서 ‘스파르타쿠스의 난’이
인구 8만의 작은 군단위 농어촌 버스회사 운전기사인 노동자 A씨는 2020년 3월 어느 날, 근무 중 브레이크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해 회사에 보고했다.A씨는 휴게시간에 차량을 수리하려 했으나, 차량수리 시간이 부족해 결국 브레이크가 고장났고 차량운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A씨는 회사에 차량이 고장났다는 것을 보고하고 한참을 대기하다 정비사가 도착해 임시 조치한 후 정비사와 함께 차량 운행이 불안정한 상태로 회사로 돌아갔다. A씨는 고장난 차량 때문에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운전을 했고 그날 오후 차량은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없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이 답답한데, 영화 볼 때마저 답답한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고, 두 번 이상은 더욱 보지 않지만 은 두 번 봤다. 정의로운 결말의 영화도 좋아한다. 영화에서라도 ‘사이다’를 들이마시고 싶다. 영화 도 세 번쯤 봤다.하나 더 잘 본 영화가 있다. 이다. 주연 세 명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 직원이다. 회사 내에서 권한 없고 발언권 없는 세 명이 회사의 폐수 방출 문제를 파헤쳐 나가는 내용이다. 회사에서 무시당하는
‘해방’은 구속이나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구속은 관계로부터 시작되며, 그 관계는 서로 대등하지 않기에 억압이 동반된다. 이에 인간은 끊임없이 구속과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해방 의지를 통해 역사를 변혁시켜 왔다. 봉건 신분제로부터의 해방, 제국주의 식민지로부터의 해방, 폭압적인 국가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러한 해방은 그냥 이뤄지지 않았고, 피땀 흘려 싸워서 쟁취한 것이다. 이를 법·제도로 규정해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기억하고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노사관계 역시 약자인 노동자의 해방 의지와 단결 투쟁으로 이뤄
1. 9일, 판결이 선고됐다. 2018년에 소장을 제출했으니 4년을 기다려 받은 1심 판결이었다. ‘드디어’ ‘마침내’를 덧붙여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날 인천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재판장은 주문을 무심하게 읽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듣고 있던 나는 결코 무심할 수가 없었다. 무미건조한 판결 주문들이 생생하게 내 머리에 꽂히고 있었다.별지2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별지3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들었을 때에는 그 별지에 포함돼 있는 원고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으니 우리가 몇 명 승리한 것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5월31일자 본란의 ‘거품조성과 거품붕괴, 둘 다 못 피한다’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예고한 바 있다.해를 넘겨서 국내 경제신문도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양적 긴축을 실시할 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양적 긴축에 주춤거렸다. 그 사이 인플레이션은 1월 7.5%, 2월 7.9%, 3월 8.5%로 계속 높아졌다. 이렇게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1분기 경제성장률은 -1.5%로 추락했다. 고물가 속의 저성장 또는 침체인 스
소울리스한 동영상이 소울리스(Soulless)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영끌’이 유행하더니 ‘영혼 없음’이 주목을 받는다. 노동에 절망해 빚투자에 영혼을 갈아 넣었다가 ‘폭망’하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영혼을 분리수거하면 안전할까. 비록 불안한 단기계약에 저임금의 ‘빡센’ 노동을 할지라도, 몸과 영혼을 분리해 육체는 망가져도 멘털은 건강할 수 있을까.영혼 없이 일하는 모습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 기괴하지 않은가. 무노조 재벌기업에 관리당해 관계를 뒤틀리게 하던 상처받은 영혼을 생각하면, 몸을 회사에 팔았으나 ‘영혼만은 팔지 않겠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의 원·하청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 2심 첫 공판이 지난 7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앞서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1심 판결에서 김용균 사망 사고의 경위와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다. 하지만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등 임·직원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임·직원들에게 각각 업무상 과실치사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등 공소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6개월~1년6개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했다. 양벌규정에
2023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2차 전원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영계는 생산재 물가 상승을, 노동계는 생활물가 상승을 이유로 각각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과 대폭 인상, 업종별 차등적용 찬성과 반대를 주고받았다.헌법 32조는 국가의 국민 고용증진과 적정임금 보장 노력 의무를 언급하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최저임금법 1조는 노동자에게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 생활 안정과 노동력
대법원이 지난달 16일 “합리적 이유 없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다음날 아침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주요 지면에 상세하게 다뤘다. 하지만 신문마다 방점이 약간씩 달랐다.한국일보는 5월27일자 3면 머리기사 제목을 ‘희망퇴직 줄고 줄소송 예고, 기업들 당혹과 긴장’으로 달았고, 중앙일보도 같은날 2면에 ‘대법, 임금피크제 첫 위법 판단 … 재계 기업 혼란 우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썼다. 두 신문은 기업 입장을 대변했다.반면 경향신문은 같은날 1면에 ‘보상조치 없는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