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큰 목소리 내려니 마이크와 스피커, 또 전기가 필요했다. 기자회견 청한 사람들은 발전기를 준비했다. 기름 태우는 내연기관이 달린 것이다. 시동 줄을 주욱 당기면 될 텐데, 누군가 여러 번을 실패하고 다른 이가 나섰다. 부르릉 탈탈탈 한 방에 돌았다. 기름밥 좀 먹은 사람의 솜씨다. 너무 빨리 당겨서도, 천천히 당겨서도 안 된다고, 언젠가 벌초 나선 길에 예초기 만지던 아빠가 알려줬다. 꼭 한 번 내 손으로 시동 걸어 풀을 깎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돌아오질 않았다. 막내 등에 기름 묻을까 봐 그랬다고 아빠가 나중에 말했다.
학교 다닐 적, 밥때가 되면 친구들과 주욱 둘러앉아 한바탕 요란스럽게 ‘밥가’를 부르고 숟가락을 들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김지하의 시 일부에 음을 붙이고 후렴구를 보탠 노래였다. 종종 햄 반찬 같은 것 때문에 불편한 긴장이 흐른 적도 있긴 했지만, 나눠 먹는 밥이 참 맛있다는 걸 서로 잘 알았다. 그릇을 싹싹 비웠다. 그러나 콩자반이 늘 남았다. 옛날 어느 공장 식당에서 밥 지어 밥벌이했던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싸 준 도시락엔 김치볶음, 감자채볶음, 미역줄기볶음, 어쩌다 한 번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2일 교육공무직 총궐기를 선포했다.교육공무직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110대 국정과제에 비정규직이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아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통령과 교육감에게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교육공무직 법제화, 교육복지 강화를 요구했다.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정규직의 요구를 외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 운영 촉구 행동에 나섰다.학교급식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김치찌개 등이 담긴 식판과 폐암으로 숨진 급식 노동자의 영정을 들고 대통령실 방향으로 걸었다.올해 5월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산재신청 현황에 따르면 산재신청 64건, 승인 34건, 불승인 5건, 진행 중인 건이 25건이다. 산재인정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 중 5명은 숨졌다. 노조는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대책 마련과 학교 급식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학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12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발족을 알리고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이들은 “돌봄은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로, 필요한 시민들에게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애주기별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돌봄휴가 도입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보장성 강화 △돌봄 기본법(가칭) 제정 △사회서비스원 중
재수 끝에 운전면허를 따낸 어떤 청춘은 당장 차를 끌고 여기저기 달려 볼 생각에 설렌다. 늦은 밤, 탁 트인 자유로를 달리며 평소 꼼꼼하게 선곡해 둔 드라이브 음악을 튼다. 창을 내리고 선선한 바람을 맞는다.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어느 주말이면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들었던 한적한 동네를 찾아가 유유자적 거닌다. 동해안으로 달려 볼까. 저 아래 남쪽 마을은 또 어떨지. 대형마트 장 보는 것도 이제 문제없다. 그러나 초보 운전자는 오늘 도심 복잡한 도로에 나가 거친 야생 속 초식동물의 삶을 겪고야 만다. 온통 바쁜 사람들뿐인 그 도로
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3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임금 삭감·쉬운 해고·노예 계약 저지를 위한 전국 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본부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위탁수수료 단가조정을 통한 임금삭감을 추진하고, 위수탁계약서에 계약 일시정지 조항을 포함해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는 건 눈을 맞추는 일이다. 틈틈이 고개 끄덕이는 일이다. 그리고 핵심을 짚어 받아 적는 일이다. 거기 중요한 말에는 밑줄 쫙, 화살표 날려 덧붙임글을 단다. 동그라미까지 그려 감싸고 나면 눈에 확 든다. 다음 대화를 이어 갈 재료가 된다. 혹시 모를 오해를 줄이기도 한다. 적어도 성의표시 정도의 역할을 한다. 새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갔다. 노조위원장이 먼저 말했고 장관이 종종 눈 맞춰 가며 받아 적었다. 거기 메모엔 강한 유감과 적지 않은 우려가 담겼다. 또 한편 미리 준비한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배원 겸배제도 철폐와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겸배는 집배 인원에 결원이 생기면 집배원들이 배달 몫을 나눠 맡는 것을 말한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니, 산 좋고 물 좋은 곳 여기저기가 사람들로 붐빈다. 마스크 벗은 아이들이 까르르 물 빠진 바닷가 모래밭을 종일 누빈다. 푹푹 빠지는 뻘밭 속 돌멩이를 들춰 게를 잡느라 해지는 줄, 물 드는 줄을 모른다. 꼬르륵 배고픈 건 잘도 알아 짹짹거리는 통에 숯불구이 자욱한 연기 속에서 아빠는 운다. 오랜만에 나선 길, 허투루 보낼 시간이라곤 없어 밤 해변에 축포를 쏴 올린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해 구입한 폭죽은 딱 돈값을 했다. 앙칼진 소리만 요란했지, 기대했던 불꽃은 너른 하늘을 수놓기에 턱없이 소박했다. 거기 별이
마스크 벗고는 처음 만난다며 마이크 잡은 사회자가 거기 모인 스태프들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햇볕도 바람도 좋은 날이었다. 거리가 반짝거렸고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이제 야외에서 마스크 벗고 설 자유를 즐겼다. 말과 표정이 밝았다. 기자회견은 활기찼고 순조로워 보였다. 얼굴을 다 덮는 마스크 쓴 사람들 얘기가 다만 그렇지 않았다. 부당한 해고와 갑질을 증언하던 그들은 자주 울먹거렸다. 무너지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닌 옆자리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고, 프리랜서 방송작
디아지오코리아노조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 앞에서 윈저 브랜드 졸속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윈저 브랜드를 매입하기로 한 사모펀드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메티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인수자금 중 상당부분을 하나금융투자에서 조달받았다.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민 자체 내비게이션의 실거리 오류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한 뒤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배달의민족이 자체 개발한 지도 프로그램이 최종 거리만 공개해 요금 측정 근거를 알 수 없고, 배달에 소요되는 거리가 실제보다 짧게 측정돼 거리와 요금 깎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고통보를 받은 비정규 노동자가 길에 섰다. 재판만 10년째, 해고는 3번째, 이게 법이냐고 종이에 적어 물었다. 이미 아득한 시간을 견뎠다. 온갖 회유와 협박, 시간 끌기에 지쳐 떨어진 동료가 적지 않았다. 흔한 일이다. 불법파견 판결에, 부당해고 판정에도 묵묵부답, 꿈쩍 않는 회사는 큰돈 들여 다툼을 이어 간다. 꼼수 써 가며 피해 간다. 속이 타들어가는 건 목구멍 밥이 급한 사람들이다. 이러는 법이 어딨느냐고 길에서 기고 굶고 소리쳐 보는데, 메아리가 없다. 깜깜한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고, 길에서 오래 싸운 사람들이 다들 말한
서비스연맹 소속 돌봄노동자들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돌봄노동 국가책임 실현과 돌봄임금제 도입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한 뒤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기억은 참 힘이 세지. 온라인 추모관에 누군가 남긴 문장이 노란색 현수막으로 걸렸다. 일찍 피고 진 벚꽃잎 바닥에 뒹구는 길 따라 사람들이 어김없이 모였다. 참담한 기억을 끄집어내 곱씹었다. 여태 모르는 진실을 다시 물었다. 울었다. 눈물은 참 힘이 세지. 온몸으로 꾹꾹 눌러 참아 봐도 기어코 꺽꺽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다. 쭈글쭈글 주름 많은 손이 또 힘이 세지. 제 눈물 싹 훔치고 옆자리 우는 사람 어깨를 도닥이고, 등을 쓰다듬고, 서로의 손을 어루만지다 보면 막 쏟아지던 눈물도 금새 그치는 것이다. 퉁퉁 부은 눈에 웃음 번지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회의가 열린 날, 회의장 앞 기자회견 자리엔 카메라와 노트북 든 기자가 유독 많았다. 앞자리 선 사람들 할 말도 적지 않아 회견이 언제나처럼 길었지만, 자릴 뜨는 카메라가 없었다. 상징의식을 기다렸다. 줄다리기야 흔한 소재였는데, 그 줄이 무대 삼아 세운 현수막을 관통해 연결되어 있으니 호기심을 자극할 만했다. 찢는 거냐, 새로운 현수막이 ‘짠’ 하고 등장하는 것이냐, 그도 아니면 뭐냐, 눈들이 반짝거렸다. 플래시가 번쩍번쩍, 드디어 시작된 상징의식은 한껏 높았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무대그림과
일터의 정년. 공로패며 묵직한 금붙이, 또 동료·가족의 박수와 꽃다발 따위를 떠올린다. 이제는 좀 쉬라는 자식들 잔소리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니 한 귀로 흘린다. 단기 계약직 일자리 소식에 나를 받아 주는 곳이 아직은 있구나 싶어 들뜬다. 종종 어깨 아파 팔 올리기가 쉽지 않았고, 시큰거리는 무릎 탓에 아이고 소리를 달고 살지만, 아직 어디 크게 망가지지는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긴다. 일 안 하면 좀이 쑤신다고도 너스레 떤다. 일하지 않는 날을 상상할 수 없다. 평생을 그래 왔으니 특별할 것도 없다. 많이들 그렇다. 길 위에서 정년을
꽃 피는 계절이라지만 지금 활짝 핀 것들은 다 온실 속에서 키운 것일 테다. 서울 청계천 전태일동상 뒤편 산책길에 산수유나무 정도가 수줍게 노랗더라. 가끔 볕 좋은 곳이면 성질 급한 개나리가 펑펑 꽃망울을 틔우기도 했던데, 드물다. 시청 앞이며 어느 광장 둘레 화분에 잘 가꾼 꽃들도 사람 손을 탄 것이다. 실은 보도블록 틈에 뿌리내린 이름 모를 잡초만이 초록 잎 삐죽삐죽 내밀 때다. 지금 예쁜 꽃들은 노랗고 까만 비닐봉지에 있다. 할매는 사람 북적여 활기찬 동대문 꽃시장에 들러 노란 꽃 화분 하나 사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서울 퇴계로변 번듯한 건물 외벽엔 그림이 죽 걸려 있어, 나 품격 있는 호텔이요 한다. 어느 바닷가 풍경으로 보이는 그림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거기 부딪혀 포말 날리는 바닷물과 흰 구름이며 파란 하늘이 담겼다. 또 그 앞 남산자락 소나무와 인도에 서성거리던 파란 조끼 사람들이 유리창에 비쳐 그림에 섞였다. 먼 길 함께 걸어온 사람들은 목욕탕 낮은 의자에 앉아 쉬며 아직 따뜻한 쑥 빛 네모난 설기로 허기를 달랬다. 또 한 번 내일의 행진을 기약했다. 길에 나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잊히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한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