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를 가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난 우수(雨水)에는 ‘눈이 녹아 비로 내린다’는 이름의 뜻과 같이, 늦은 밤까지 비가 내려왔습니다. 지구가 이렇게나 아픈데, 절기에 따라 비가 내려오고, 바람에 온갖 내음이 섞여들고 볕이 달라지는 것이 서럽고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스물네 개 중 세 번째 절기, 경칩(驚蟄)입니다. 이름을 풀어보면 ‘잠 들었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뜻인 듯합니다. 그 이름 뜻보다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폴짝, 몸을 움직이고 소리 높여 봄을 알리는 때로 오늘을 기억해 왔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005년 이후 19년이 지났다. 황씨 이후에도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는 산재사망을 노동자 스스로 끊기 위해 반올림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해 7월18일부터 8월18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판매 노동자의 건강과 노동환경실태를 조사했다. 연구진의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삼성전자판매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총 4천95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대형 사업장이다.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나의 일, 나의 일터, 내가 살아 온 날을 기록해 보자. 전문작가의 글처럼 수려하고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나의 삶이 꼭 성공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삶을 기록하는 자체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사회적기업인 협동조합 은빛기획이 노동자들과 퇴직예정자들에게 글쓰기, 자서전 쓰기를 제안한다. 엊그제 나는 한 대학의 학생이 됐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대학 학부생이 된 것이다. 학부 3학년. 지난 겨울에 꼭 41년 전 떠났던 대학에 재입학 신청을 했고, 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학교 안내대로 수강 신청
삼성전자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005년 이후 19년이 지났다. 황씨 이후에도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는 산재사망을 노동자 스스로 끊기 위해 반올림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해 7월18일부터 8월18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판매 노동자의 건강과 노동환경실태를 조사했다. 연구진의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삼성전자서비스 소속으로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하거나 센터에서 고객의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 자재 업무 및 상
진보진영 안에서 노동시장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조직노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들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헐거운 논리만 반복하며 정작 현장의 구체적 반론에 묵묵부답인 경우도 본다. 정말 변화를 꿈꾸기보다 ‘진보의 금기’에 도전한다며 조직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지지세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 아쉽다.어떤 문제든 기원과 역사를 밝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법률도, 시민 의식도, 노동운동도 단번에 역사를 뛰어넘을 수 없다. 87년 이후 노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의식도 성장하고 근로조건도 좋아졌지만 우리 사회가 ‘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이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과격하게 친일파 정부라 비난하기도 하고, 신자유주의 정부라 비판하기도 하는 등 각각의 입장에 따라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펼쳐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태를 보고 판단하자면, 이 정부는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바꾸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도가 집약돼 나타난 게 바로 3대 개혁과제인 ‘교육개혁·노동개혁·연금개혁’이다.이 각각의 개혁은 모두 특정한 생애주기상의 문제들에 대
1. 지난달 28일, 금속노조는 5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등 2024년 사업계획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시해 온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에 관한 결의 내용을 보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정권이 강제한 회계공시 제도가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탄압의 수단일 뿐임을 확인하고 전면 거부한다. 금속노조의 거부를 이유로 정권이 가하는 모든 탄압을 인정할 수 없으며 회계공시 범위 확대, 전임자 문제, 타임오프 관련 단협 시정지시로 번지는 정권의 노조탄압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지만 위기해법인 온실가스 감축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발표 결과다. 대폭 줄어도 시원찮을 배출량이 지금도 늘고 있다. 배출량이 늘고 있으니 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것은 뻔하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 역시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인 1.48도를 기록했고, 최근 1년 동안의 평균기온이 이미 1.5도 이상 올랐다는 보고도 있다. 1.5도 상승은 인류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유엔이 정한 일종의
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이번 4월 총선에서 중요하게 여긴 의제는 순서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재개정(59.3%), 주 4일 근무제 및 적정 노동시간 보장(26.3%), 초기업교섭 제도화·단체협약 효력확장(25.4%),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24.9%),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23.7%), 가구생계비를 충족하는 최저임금 보장(20.5%)이었다. 이 의제들 중 세 가지 입법안의 요지만을 정리해 본다. 총선 후보들에게 숙제를 준다는
“해도 돼요?”회사 건물 한쪽에서 조용히 만난 이 사내들은 이렇게 물었다. 조합원 간담회를 하려고 해도 몇 명 모이지 않는다고 하길래 “노조란 곁입니다” 노동하는 현장의 바로 곁에서 노조를 느껴야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용자의 압력을 이겨낸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온라인에 공지하고 말면 오프라인 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조합원은 모일 가능성이 낮다. 간부들이 조합원이 일하는 현장을 순회하며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해도 되냐고 묻는다.“일하고 있을 때 현장 사무실을 돌아다녀도 되나요”. 이들은 그렇게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정했다. ‘경제사회위원회’로 의견이 모아지던 중에 민주노총이 ‘사회노동위원회’를 제안하면서 논의가 꼬였다. 결국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2018년 4월3일)에서 결론이 났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민주노총이 제안한 사회노동위원회라는 1안과 2안(경제사회위원회)을 조율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하면 민주노총은 양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으로 좁혀 버린 명칭사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 임명 △김종진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지역대학장 △신동희 한국폴리텍대학 충주캠퍼스 지역대학장 2024년 3월1일 시행
■ 임명 △성재민 부원장 △노세리 기획조정실장 연구위원 2024년 2월28일 시행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산재보험제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으며, 산재 인정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의 현실, 산재 판정의 과정, 산재보험의 취지와 법리를 간과한 주장이다.애초 난청의 소멸시효 논란은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48조 관련 별표5에서 치유시기로 보고 있는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
지난 26일, 안전운임제를 재시행하는 내용의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법 개정안이 오스트레일리아 의회를 통과했다. “노동법의 허점을 메꾸는 법(Closing Loopholes Act)”이라는 부제를 단 공정노동법 개정안은 임시직, 용역,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노동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고, 차별·임금체불로부터의 보호를 강화하며, 노조활동과 초기업적 교섭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보수정부가 폐지한 전국적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개정안은 2022년 말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우리와 좋은 대조를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망한 커밍아웃’ 경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장 인상적인 사연은 누나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남동생의 이야기였다.남동생이 우연히 누나의 성적 지향을 짐작하게 됐고,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밝혀야겠다고도 생각하지 않은 누나는 얼떨결에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나는 여자를 좋아해”라고 담백하게 말한 누나는 남동생이 퀴어 차별적인 말을 하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다. 남동생의 첫 번째 답은 이랬다. “누나도 상의 탈의하고 시위 나가는 그런 페미야?” 몹시 당황하며 넘겼는데, 다음에 오는 말들이 더 가관이었다
지난 20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대대적으로 벌였던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산재 추정의 원칙’과 ‘산재 환자 전용 특별수가’ 도입 등이 산재 부정수급자 증가, 산재기금 부실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일명 '나이롱환자'와 이들 덕에 수익을 올리는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과 공단이 한통속이 돼 산재보험기금이 줄줄 새고 있다고 주장한 데에서 비롯된 감사다.감사 발표 결과 떠들썩했던 나이롱환자-병원-공단의 카르텔이 밝혀진 것은 없었다. 대신 ‘산재카르텔 의심 정황’이라며 노
국제노동기구(ILO) 350차 이사회가 다음달 4~14일 스위스 제네바 ILO본부에서 열린다. 이사회 안건은 기관 관련, 정책 개발, 국제노동기준, 사업 및 재정, 고위급 관련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기관 관련 의안으로는 △전차(349차) 이사회 회의록 승인 및 2024년 112차 국제노동대회(연차총회) 의제 및 준비 △‘ILO 일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1998년 채택, 2022년 개정) 후속 활동 보고서 검토 △ILO 2022년 성평등 실천계획 실행 중간보고서가 주요하게 다뤄진다.또한 질베르 웅보 사무총장 취임
“그러니까 여자들은 더 미치는 거죠. 간이화장실에 거품 나오는 변기가 있잖아요. 근데 그것도 관리가 안 돼서 똥이 꽉 차 있어요. 변기 안에만 오물이 있는 게 아니라 뚜껑에도 똥이 묻어 있고. 여자들은 오줌 참다가 방광염에 걸리고. 생리 때는 나가기를 포기하는 현장도 있어요.”7년 차 마루 시공 여성노동자 김아무개씨(46세)는 건설 현장 화장실을 설명하며 진저리를 친다.내 똥은 못 누고 남의 똥은 치우고 재작년 똥칠갑을 한 뉴스가 막 쏟아졌다. ‘인분 아파트’였다. 건설노동자들이 파렴치범으로 지목됐는데,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리
대상 판정 : 경기2023부노116 시흥허브푸드(바로고 시화정왕4허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경기2023부노118 시흥바로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 개요배달대행 플랫폼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바로고는 배달대행 서비스업을 이행할 지역 대리점(창업자)을 모집해 이 사건 사용자와 허브계약서를 합의·작성했다. 허브계약서에는 본사가 지정한 상호, 명칭, 상표, 로고, 심볼, 디자인 또는 서비스 마크를 사용하고, 대리점 배달기사의 복장과 배달통은 본사의 디자인 정책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계약조건에 포함돼 있다. 본사 ㈜바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