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평 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 서지도 눕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싸지도 못한 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는 노동자에게 검사 출신 대통령은 말했다. “더 이상 불법을 방치하지 않겠다.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점거농성 30여일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겨우 30여일 만에 대통령은 헌법상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단정하고 엄포를 놓았다.여기 1년 넘게 불법에 방치된 노동자들이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30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SPC그룹을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조합 업무를
“저학력층과 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화제다. 지역, 나이, 성별, 직종만 보여주는 여론조사 표본 지표에 소득과 학력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저학력층과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더라도 이를 ‘계급 배반’이라 할 수 있을까.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톰슨(1924~1993)이 에서 지적했듯 계급형성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집단적 동질감, 문화적 느낌을 공유하는 계급의식의 발전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이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사회
지리산 자락 구례군 오미마을에는 ‘운조루’라는 한옥이 있다. 조선 영·정조 시대 무관을 지낸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운조루는 원래 사랑채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운조루가 이름이 난 이유는 명당 터에 자리 잡은 한옥 고택이 주는 아름다움에도 있지만, 통나무로 만들어진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네 글자를 새긴 뒤주 때문이다. 당시 뒤주 안에는 늘 곡식이 담겨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열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사정이 딱한 굶주린 이웃이 배고픔을 면하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누군가에게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마음 따뜻해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서민·취약계층이다.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말이다.6%까지 치솟은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는 소고기, 닭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6개 품목을 무관세로 수입하겠다고 했다.닭고기와 주정 원료는 이해가 되지만 소고기와 커피 원두가 서민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간접 영향이야 미치겠지만 서민 장바구니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는다.정부 발표로 엉뚱한 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한우 농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우버 파일(Uber files)’을 공개했다. 우버의 전 로비스트가 2013~2017년 작성된 12만4천건의 우버의 기밀 자료를 폭로함으로써 혁신 아이콘 우버 사업모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우버 파일에는 우버가 어떻게 각국의 법과 규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했으며, 아예 법령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구워삶았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일례로 우버가 유럽에 첫발을 디뎠던 파리에서는 2014년 우버의 택시산업 파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격
왕아무개씨는 60대 재중동포다. 아들과 며느리가 일하지만 대출이자가 올라 자신도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분식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녀를 돌봐야 해 아침 10시에 출근해 5시까지 7시간을 일하기로 하고 매월 180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월급날 왕씨의 사용자는 약속한 월급에 한참 모자란 임금을 줬다.사용자는 왕씨가 지시하는 일을 수행하지 않고 사사건건 그 합리성을 따져 자신의 정신적 고충이 막심하다는 이유로 임금을 감액했다. 답답한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이유로 약속한 임금을 감액할 수는 없
마트산업노조는 대형마트 고객 상품의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배송기사가 배송업무를 부여하는 운송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적용할 표준계약서안을 마련하는 데 한창이다. 전자상거래 발달 등으로 배송시장 규모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택배나 음식물 배달서비스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한 식료품 배송물량 역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은 단시간 동안 급격히 성장했으나 해당 분야 종사자인 배송기사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배송기사 처우가 열악한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서가 그 이유 중 하나라는
1기 서울청년진보당 부대표로 2년여의 활동을 마치고 2기 진보당 서울 서대문구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선돼 다음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청년 필진의 한 사람으로 정기칼럼 ‘청년활동가의 할많할많’에서 이야기를 담아 내는 건 이번 글이 마지막이 됐습니다.“나 진보당인데 괜찮아?”2020년 가을, 에서 청년 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코너가 구성 중인데 같이 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 첫 반응은 “나 진보당인데 괜찮아?”였습니다. 2017년 민중당(현 진보당)을 창당하고 3년여의 시간
1. 경찰력을 투입할 듯했던 날들이었다. 당장이라도 파업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불법 엄단’할 기세였다. 그런데 “상처만 남긴 파업”이라고 비난하다니 나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하청업체들과 교섭을 타결해서 투쟁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포털뉴스에서 검색하다가 “상처만 남긴 대우조선 파업 … 임금 4.5% 더 받자고 8천100억대 손실”이라는 커다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여기에 “하청노조측 마지막에 ‘지도부 빼고 손배소 말라’ 요구, 협력사측 ‘수용불가’ 입장에 잠정합의안에서 빠져“라고 작은 제목을 덧
요즘 드라마 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나 역시 ‘본방사수’를 할 만큼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특히 5화에서 사건의 결과(승소)와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는 우영우 변호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여러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만큼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도 생각나는 비슷한 일이 있다.1년 전 나에게 한 남성이 부당징계 사건 대리를 의뢰했다. 자신이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이 됐다고 했다. 그는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는데,
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경비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정확히 3명)이 파업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학습권과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며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피해보상으로 630여만원을 청구했다. 이들 학생 중 한 명은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이 300만~400만원인데 월급을 더 받기 위해 생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술 더 떠 국민의힘 소속 관악구의원이 그 대학을 방문해 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5일이면 77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참 많은 일을 했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부답게 ‘법’을 손보는 스케일도 남다르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세제개편이다. 지난 21일 정부는 법인세·종합부동산세·근로소득세 등을 전방위적으로 개편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개편안이 발표되자 보수언론은 “직장인 세금 최대 80만원 감소”라며 노동자에게 수혜가 되는 것처럼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감세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장 많이 줄어드는 세목인 법인세는 앞으로 5년간 6조8천억원이 감소한다.
이상한 직업의 앨리스입사와 함께 바로 간부가 되는 신입사원이 있다. 수만명 혹은 수십만명 조합원이 소속된 지역과 전국단위 노조에 채용된 사무처 신입이 그렇다. 차장이나 부장의 직함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차장이나 부장이라면 경력도 끗발도 꽤 있다. 그런데 신입사원이 부장이 되는 일이 노조에 흔하다.군사독재 시절에 꽤 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악전고투를 치른 끝에 1990년대에 들어서서 비로소 민주노조들이 정착했다. 민주노조들이 지역과 전국을 연결해 상급단체를 만들었다. 이런 곳에서 활동하게 된 사람들 대부분이 현장 활
학문은 왜 존재하는가?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진리는 나의 빛’(베리타스룩스메 veritas lux mea)이라는 단어를 모토로 삼고 있는 한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이 진리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 대학에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딱 한 분 있었다. 을 우리말로 번역한 그가 정년퇴임한 후 그 대학에서는 그의 후임자를 뽑지 않았다.마르크스 경제학만이 진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수만명의 경제학자들이 있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만도 수십명인데도 부르주아 경제학은 어찌해서 2008년
조합원들과 회의가 끝난 뒤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대화 중에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내 입에서는 ‘공존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적대’ 혹은 ‘대립’ 속에서 서로를 악이나, 이해 못 할 존재로 몰아세우는 것이 아닌 세 번째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한 조합원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단호한 그의 이야기에 생각이 복잡해졌다.서울퀴어퍼레이드지난 토요일, 청년유니온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2022서울퀴어퍼레이드’에 다녀왔다. 3년 만에 오프라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다음날 아침 여러 신문에 총격 직후 도망하는 용의자를 정장 입은 남자들이 붙잡는 사진이 실렸다. 한겨레는 2면에,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3면에 해당 사진을 실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뒤에서 용의자의 양팔을 붙잡고, 같은 복장의 또 다른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용의자의 왼쪽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뒤에 우산 쓴 여성과 자전거 탄 남성의 위치로 봐서 세 신문은 같은 사진을 실었다.그런데 세 신문의 사진 출처는 제각각이다. 한겨레는 ‘나라/로이터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8일 출범했다. 연구회는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꽤 힘을 싣는 모양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정 대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니만큼, 전문가의 권위를 정부 정책의 정당성으로 내세우려는 것 같다. 하지만 노동계가 “답정너”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대략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노동시간은 유연화하고, 임금체계는 직무·직능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바이기도 하다. 이정식 고용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온 31.5℃에 습도는 80%, 또 하루는 36.7℃에 습도는 43%. 두 날짜 모두 온열질환에 노출될 만한 상태다. 하루는 습도가 너무 높아 체온이 올라가는 상태며, 또 하루는 폭염경보에 해당하는 온도다. 이곳은 쿠팡 물류센터였다. 정신없이 컨베이어가 움직이기에 노동자들은 온몸이 땀으로 젖도록 일을 한다. 컨베이어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도 하루 2만보 이상을 찍을 만큼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상하차를 하는 노동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노동강도가 높다
열흘 전쯤, 연일 쉴 틈을 갖기 어려웠던 에어컨이 멈췄다. 인터넷 친구들과 매뉴얼 조언에 따라 전원을 차단하고 기다리길 수 시간. 수 차례의 시도에도 더운 바람을 내뿜다 오류 코드를 깜빡이는 에어컨. 어쩐지 여름날의 ‘과로’를 토로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기계도 사람도 견디기 어려운 날들을 살아간다.주말을 지나 연락이 닿은 서비스 센터. 상담원과의 대화는 사과에서 시작해서 사과로 끝이 난다. 긴 통화 대기시간에 대한 사과, 고장으로 불편을 겪게 된 것에 대한 사과, 한 달 이후에나 가능한 방문 점검과 수리 일정에 대한 사과. 아침부
얼마 전 파업이 한창인 옥포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서 임금체불 문제로 상담이 들어왔다. 사내하청업체가 폐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5월분 임금을 대부분 지급하지 않고 있었던 것.폐업이 사실이라면 당시 하청업체의 재산은 7월10일 원청인 대우조선에서 입금될 도급대금이 전부였다. 이에 급하게 도급대금채권에 대해 채권가압류신청서를 작성하는데, 하청노동자 상당수는 큰 숫자 앞에(-)표시가 된 통장잔고를 보유 중이었다. 급여명세서에 적힌 실수령액란을 보니 왜 그런지 이유를 알 듯했다.5월 한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대가로 책정된 급여는 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