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복지혜택, 저녁이 있는 삶, 사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고용관계, 시간이 지날수록 호봉이 올라가 상향되는 봉급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 있다. 그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합격의 문턱을 넘기 위해 긴 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한다.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합격 후 그들의 업무처리 방식은 참담하다. 관료제의 대표적인 예시로 인용되는 그 직업은 관료제의 장점이 아닌 문제점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그 직업의 문제점과 관련한 사례를 소개해 본다. 단언컨대, 이 글을 보는 모
37.8도. 사람의 체온이 아니다. 2022년 어느 초여름 저녁 쿠팡 물류센터 내 온도였다. 아직 열대야가 시작되기도 전인 7월 초 한밤중 온도였다.여름이 시작되면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나오지만, 더위가 그 기세를 꺾고 물러날즈음 폭염대책에 대한 논의도 사그라든다.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더위의 정도는 심해지지만, 더위에 노출된 노동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외 작업 중심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온에 의한 장해를 예방하기
언제나 밀당관계에는 밀당이 있다. 밀고 당기기는 탄생부터 시작된다. 한 몸이던 엄마와 아이는 서로를 밀어내 출산한다. 아이는 배고프거나 아프면 울음으로 엄마를 당긴다. 관계의 밀당은 성장하면서 친구 관계나 연애에서도 부단히 작동한다. 너무 매달리면 관계는 기울고 너무 밀어내면 관계는 끊긴다. 사업이나 계약에도 밀당이 벌어진다. 밀당 없는 관계가 좋을까. 그러나 밀당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집단적이고 사회적인 관계에서 밀당은 규모나 작용하는 요소들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밀당이 작동한다. 정치에서도 너무 경쟁 정당을 밀어내면 정
국가권력 서열 3위의 막강한 실력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3~4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예고되지 않은 방문이었다. 상대국 대통령의 여름휴가 중에 들이닥친 느닷없는 방문이었다. 이걸 놓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고 그를 만났어야 한다는 둥, 오산 미군기지 비행장으로 입국했을 때 정부 대표가 아무도 영접하지 않은 것은 의전상 큰 결례라는 둥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국회의장이라는 일국의 고위 당국자가 상대국을 공식 방문하면서 그 나라 최고 권력자
지난달 프리랜서로 일하는 조합원의 ‘임금체불’ 노동상담이 들어왔다. 사실상 (임금)근로자이지만 명목상 프리랜서인 ‘위장’프리랜서가 아니었다. 다년간 숙련(?)된 임금체불 노동상담 레퍼토리는 무용지물이었고, 근로기준법은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됐다. “계속 주지 않으면 소송밖에 답이 없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근기법이 적용 안 되니 임금체불을 들고 노동청에 갈 수도 없고, 소송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적었다. 적당한 방법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노조의 ‘위력행사’.프리랜서 조합원과 함께 ‘체불임
다른 언론이 앞서 보도한 기사를 뒤늦게 보도하는 건 맥 빠진다. 그래서 이런 기사를 물먹은 기사라 한다.지난달 22일 조선일보는 7개월 전 상대방 허락 없이 성관계 사진을 찍고 도중에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이 상황을 중계해 논란을 일으켜 퇴직했던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9급 비서관이 7개월 만에 8급으로 급수를 올려 복직했다고 보도했다.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21일 ‘여친과 성관계 영상 찍고, 지인에 전화 중계… 與의원 9급 비서 사과’란 제목으로 이 비서관의 비리를 첫 보도 했다.한겨레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에 걸쳐 조선일
조선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많은 노동자들이 조선소를 떠났다. 이들 중 일부는 경기도 반도체 공장, 울산·여수·대산(충남)의 석유화학산업단지, 발전소 같은 플랜트 건설현장으로 떠났다. 이들이 건설현장으로 떠난 첫 번째 이유는 임금이다. 임금 하락이 발생한 조선소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안전관리다. 조선소에서 플랜트로 넘어온 작업자들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들 대다수가 조선소에 비해 플랜트에서 일하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한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플랜
옥포 조선소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민낯이 드러났다. 참혹한 노동조건에 관해서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저임금·고강도·장시간 노동에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두 배가 넘는 원하청 임금격차까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대우조선은 세계 최상위권 대형 선박 제조업체며, 동시에 “소나기 퍼붓는 옥포의 조선소에서”라는 노동가요 가사가 있을 정도로 한국 노동운동의 중요한 산실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대우조선에서 벌어진 것일까.현재 기업 상태부터 보자. 솔직히 말해 대우조선은 회
빨리 온 여름이 맹렬하다. 6월부터 시작된 더위가 정점에 달했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기후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요즘이다.더위는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비정규 노동자만 봐도 그렇다. 비정규 노동자는 냉난방 시설이 미비한 일터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휴식·휴가 등 쉴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며, 소득이 낮아 주거 및 에너지 지출을 감당하기 버겁다.더위를 참지 못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 6월23일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폭염대책 마련과 성실교섭 촉구’를 요구하며 투쟁에 돌
며칠 전 언론을 통해 지난 6월30일에 작성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이라는 제목의 대통령실 문건이 폭로됐다.해당 문건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여는 주체를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둘로 구분했다. 전자는 ‘권력 비판’의 성격을, 후자는 ‘권리 요구’의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목해야 할 쟁점으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결합”을 지적하고,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연결을 차단하는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지난 1일, 해당 문건에 적시된 민주노총·참여연대·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낯익은 이름으로부터 오랜만에 온 연락에 반가워하며 만났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었다. 2014년께, 업무상 사유로 발병한 우울증 등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과의 행정소송을 통해 2017년에 이르러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에도 공단의 휴업급여 부지급 결정에 대해 심사청구를 통해 겨우 휴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었고, 공단의 진료계획 변경승인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신청한 요양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다행스럽게 그는 회복해 직장에 복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업무상 사유로 우울증
사계절 중 덥고 끈적한 여름나기가 제일 힘들다. 더워서 에어컨을 쐬면 감기에 걸리고,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냉방을 자제하면 덥다. 여름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보면, 여름이 지나가 버리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시행착오 끝에 올해는 여름을 잘 지내기 위해 수영장을 등록했다. 초급반은 물에서 걷기, 물에 머리 넣기처럼 귀여운 커리큘럼으로 시작한다. 수영강사는 아이 다루듯 물에 머리 넣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한번은 수업에 가지 못했는데, 바로 다음 수업에서 내가 물에 머리 넣는 자세만 보고도 지난 수업에 빠졌느냐고 물어
0.3평 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 서지도 눕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싸지도 못한 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는 노동자에게 검사 출신 대통령은 말했다. “더 이상 불법을 방치하지 않겠다.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점거농성 30여일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겨우 30여일 만에 대통령은 헌법상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단정하고 엄포를 놓았다.여기 1년 넘게 불법에 방치된 노동자들이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30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SPC그룹을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조합 업무를
“저학력층과 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화제다. 지역, 나이, 성별, 직종만 보여주는 여론조사 표본 지표에 소득과 학력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저학력층과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더라도 이를 ‘계급 배반’이라 할 수 있을까.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톰슨(1924~1993)이 에서 지적했듯 계급형성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집단적 동질감, 문화적 느낌을 공유하는 계급의식의 발전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이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사회
지리산 자락 구례군 오미마을에는 ‘운조루’라는 한옥이 있다. 조선 영·정조 시대 무관을 지낸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운조루는 원래 사랑채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운조루가 이름이 난 이유는 명당 터에 자리 잡은 한옥 고택이 주는 아름다움에도 있지만, 통나무로 만들어진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네 글자를 새긴 뒤주 때문이다. 당시 뒤주 안에는 늘 곡식이 담겨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열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사정이 딱한 굶주린 이웃이 배고픔을 면하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누군가에게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마음 따뜻해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서민·취약계층이다.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말이다.6%까지 치솟은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는 소고기, 닭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6개 품목을 무관세로 수입하겠다고 했다.닭고기와 주정 원료는 이해가 되지만 소고기와 커피 원두가 서민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간접 영향이야 미치겠지만 서민 장바구니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는다.정부 발표로 엉뚱한 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한우 농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우버 파일(Uber files)’을 공개했다. 우버의 전 로비스트가 2013~2017년 작성된 12만4천건의 우버의 기밀 자료를 폭로함으로써 혁신 아이콘 우버 사업모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우버 파일에는 우버가 어떻게 각국의 법과 규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했으며, 아예 법령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구워삶았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일례로 우버가 유럽에 첫발을 디뎠던 파리에서는 2014년 우버의 택시산업 파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격
왕아무개씨는 60대 재중동포다. 아들과 며느리가 일하지만 대출이자가 올라 자신도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분식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녀를 돌봐야 해 아침 10시에 출근해 5시까지 7시간을 일하기로 하고 매월 180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월급날 왕씨의 사용자는 약속한 월급에 한참 모자란 임금을 줬다.사용자는 왕씨가 지시하는 일을 수행하지 않고 사사건건 그 합리성을 따져 자신의 정신적 고충이 막심하다는 이유로 임금을 감액했다. 답답한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이유로 약속한 임금을 감액할 수는 없
마트산업노조는 대형마트 고객 상품의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배송기사가 배송업무를 부여하는 운송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적용할 표준계약서안을 마련하는 데 한창이다. 전자상거래 발달 등으로 배송시장 규모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택배나 음식물 배달서비스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한 식료품 배송물량 역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은 단시간 동안 급격히 성장했으나 해당 분야 종사자인 배송기사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배송기사 처우가 열악한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서가 그 이유 중 하나라는
1기 서울청년진보당 부대표로 2년여의 활동을 마치고 2기 진보당 서울 서대문구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선돼 다음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청년 필진의 한 사람으로 정기칼럼 ‘청년활동가의 할많할많’에서 이야기를 담아 내는 건 이번 글이 마지막이 됐습니다.“나 진보당인데 괜찮아?”2020년 가을, 에서 청년 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코너가 구성 중인데 같이 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 첫 반응은 “나 진보당인데 괜찮아?”였습니다. 2017년 민중당(현 진보당)을 창당하고 3년여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