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문수가 임명됐다. 경사노위는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사회적 대화’ 기구로 설치돼 운영돼 온 것인데,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면서 노동변호사로서 20여년을 살아오다 보니 몇 차례 방문했던 적도 있었다. 무슨 위원이나 전문가로 임명된 것은 아니고 무슨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나 토론자로서였다. 그러고 보니 오로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 타령으로 산다고 자부하는 자로서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이 나라에서 노동에 관한 대표적인 기구라고 하면
신당역 살인사건에서 경찰과 사법부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다. 징역 9년 중형을 구형받은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적극적 감시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2차례 성 관련 전과가 있고, 피해자에게 350여 차례의 강요·협박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 개인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동료라는 점은 왜 고려되지 못했을까. 모 서울시의원의 발언을 보면 잘못된 관점이 문제였음을 알게 된다. “좋아해서 … 살인했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을 학대가 아닌 ‘좋아하는 행위’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스토킹은 정서적 학대(abuse) 행위다. 국제노동기구(ILO) 협
역사적으로 노동법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 힘의 차이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제정됐으며, 그중 근로기준법은 노동법 영역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사회와 함께 발전했다(한권탁, 2017). 특히 근기법 1조에 의하면 이 법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노동환경을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근기법 11조(적용범위) 1항에 따라 근기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68.3%를 차지하고, 임금노동자의 22.
올해 들어 많은 노동법이 개정됐다. 5명 이상 사업체 노동자에게 모든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노무제공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들 또한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차휴가·휴업수당·퇴직금을 꿈조차 꿀 수 없는 그림자 속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특수고용 노동자다.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적용되는 노동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동조건의 최소한인 최저시급, 근로시간에 관한 기준이 전무하다. 게다가 노동법에서 금지되는 위약예정의 금지, 부당해고, 해고예고의 의무, 휴업시 평균임금의 70%
언론의 ‘프레임 전쟁’은 사실 ‘네이밍 전쟁’이다.사실이 조각조각 흩어진 숲속에서 논리와 근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대상이나 사건을 어떻게 호명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말장난 같은 전쟁에 가깝다.9월 초 언론에 본격 등장한 ‘노란봉투법’은 보름 남짓 지나자 ‘불법파업조장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매일경제 9월22일 12면, ‘불법파업조장법 청년·진보·호남서 더 반대’)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배·가압류 상한선 정도를 정하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불법’ 딱지를 붙이려는 이성 잃은
물가냐 경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각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반년 넘게 논쟁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은 물가를 먼저 잡겠다고 일찌감치 결정했다. 약간의 경기침체를 대가로 물가상승을 조기 수습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연준은 올해에만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물가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이유로 급등한다. 첫째, 갑자기 공급이 감소할 때다. 석유와 곡물이 대표적이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확하게 이 둘의 공급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공장”으로 불리며, 러시아는 유럽연
간접고용·특수고용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요구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점점 더 해괴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조법 2조·3조 개정 요구에 대해 “핵심은 특정 사람들과 단체에 있어서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해도 책임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권 문제”가 있어 반대한다고 답변했다.수년간의 임금삭감에 책임 있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대우조선해양 하
그녀는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하루 3교대제로 주 6일간 반도체 포토공정 노광작업과 검사 및 세척업무를 하다 너무 힘들어 몇 년을 못 채우고 퇴직한 노동자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06년 그녀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없는 불치병, 노인성 질환이라는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입·퇴원을 반복하고 수술도 몇 차례를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병과 좌절도 깊어지던, 병 진단일로부터 10년쯤 지난 어느 날 반도체 생산공정이 직업성 암을 비롯한 각종 희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그녀와 가족은 곤궁
전 세계 고용은 1990년대부터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고, 피고용자 내부의 양극화는 더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중위소득 하락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제사학자 아론 베나나브(Aaron Benanav)는 이와 같은 고용감소의 원인이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생산능력 과잉에 따른 탈공업화에 있다고 본다. 지난 수십년, 자본은 이윤추구를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공급사슬을 재편해 왔고, 노동의 힘은 약화해 왔다.실제 선진국들의 노조 조직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초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
1. 막상 하고 나면 그렇지 않은데, 하기 전까지는 괜히 하겠다고 했다는 생각까지 드는 경우가 있다. 지난 23일 했던 인터뷰도 그랬다. 국회방송에서 정년연장에 관해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기에 재판과 상담이 없는 일정을 찾아 약속을 잡았던 것인데, 가만히 들어 보니 그냥 정년연장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고용과 연계해서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년연장의 필요성 등을 살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년고용에 정년연장이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뷰 시작 전까지 ‘할 일도 많은
2018년은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이슈였다.근로기준법은 1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초과해 노동할 수 없도록 개정됐다. 당시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 역시 큰 이슈였다. 노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2017년 기준 집배원 1명당 연간 2천745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단계적 실현 방안을 강구했다. 장기적으로 집배원 1명당 연간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으로 줄이자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집배원의 노동강도는 여전히 강하다. 그 이유는 바로 아무런 법률적
지방 소도시에서 일하던 이진오는 금속노조 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당한다. 덩달아 이진오의 동료들도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한다. 노동자 해고를 서슴지 않던 경영진은 회사를 다른 기업에 매각한다. 마침내 이진오는 해고 노동자를 대표해 45미터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간다. 이진오와 노동자들의 주장은 아주 명확하다. ‘복직과 고용승계’.굴뚝에 오른 지 한 달이 되고, 100일이 지났는데도 회사는 아무 반응이 없다. 힘이 들지만 이진오는 묵묵히 이겨 낸다. 사실 이진오에게는 삼대째 금속노동자의 피가 흐른다. 1대 증조부 이백만은 일제 강
부산에서 제일 가는 번화가인 서면의 한복판 서면 일번가라 불리는 곳에 서면시장이 있다. 이 전통시장이 언제부터 그곳에 자리 잡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상인들은 1971년부터 서면시장번영회를 구성해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키워왔다. 서면시장번영회의 회원인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사무직·시설직·주차관리직 노동자들이 일해 왔다. 이들은 항시적인 인력부족으로 사무직 노동자가 시설직 업무까지 떠맡기도 하고, 법정노동시간을 넘어 일하면서도 초과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주차관리직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식사시간도 보장받지
2022년 9월15일과 16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정상회의. 세계 역사는 이 회의를 1980년대 말 미국과 소련의 공동 노력으로 이뤄진 냉전의 종식 이후 지금껏 유지돼 온 글로벌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로 전환된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억할 것이다.2001년 6월14일과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는 지난 20년 동안 “상호신뢰, 상호이익, 평등, 상호협의, 문화적 다양성 존중, 공동발전 추구”의 기
한 달에 한 번 상담소의 운영비를 정산하기 위해 부천 원미구의 한 농협 점포를 방문한다. 업무상 불가피하게 직접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데 점심이 지나 오후 2시쯤 농협 점포를 방문하면 내 앞으로 4~5명 정도의 대기 인원이 있다. 대출 상담을 하는 2명의 여신담당 직원을 제외하면 입출금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은 3명 남짓이다.직원 한 명당 업무의 특성에 따라 대기하는 시간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고객 한 명당 최소 5분에서 길게는 15분 이상이니, 최소 15분에서 최대 45분으로 평균 20분 이상이 걸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대기시
일곱 권짜리 조사보고서와 한 권의 백서가 도착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종합보고서였다. 그동안 밝혀진 내용도 있고 이번 특조위에서 특별하게 더 조사해 알려진 내용도 있다. 많은 사회적 참사가 그 진상을 밝히지 못한 채 종합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묻힌 것에 비하면, 비록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확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여야 합의로 만든 조사위원회의 공식 보고서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문호승 조사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이 보고서를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 우리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바칩니다”고 했다. ‘
어느 날 선배 노무사에게 지하철에서 일하는 분들의 산재신청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하철이란 이야기에 ‘이번에도 정비직군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상담 날 들은 직종 이름은 다소 낯설었다. 지하철 보안관이라고 했다.지하철 보안관은 말 그대로 지하철과 역사에서 승객들의 안전과 질서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지하철과 역사를 순찰하며 이른바 질서저해자를 단속하고, 지하철 탑승객들에게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민원 사항을 해결하는 등의 일을 한다.그렇다면 지하철 보안관들의 하루 업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거참 말 안 통하네.”평화로운 어느 월요일 아침. 카페의 고요한 정적을 깨는 소리와 함께 예기치 못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랑이의 주인공은 바로 나. 청소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는 사람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그를 막아 세우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그러자 곧 ‘말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대꾸가 돌아왔다.왜 그는 나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을까? 우리는 같은 언어(한국말)로 대화했지만 실상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테제처럼 나의 한계는 나의 언어의 한계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1. ‘노란봉투법’을 두고서 야단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포함해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등의 의원 56명이 지난 1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단체와 이를 대변하는 보수언론들, 그리고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은 민노총 구제법”(조선일보), “불법파업 부추기는 ‘노란봉투법’ 강행에 재계 ‘직장점거하는 행위 금지해야’”(헤럴드경제), “노란봉투법=황건적 보호법”(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노란봉투법 국회통과되면 거부권 요청할 것”(이동근 경총 부회장), “노조에
국가보안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세간의 쟁점이 되고 있다.이달 15일 헌법재판소에서 국가보안법 2조·7조의 위헌성 여부 심리를 위한 공개변론이 있었다. 종래 일곱 차례나 이 법의 위헌성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이 있었으나 모두 합헌으로 결정 났다. 그 과정에서 공개변론은 한 번도 없었다. 또 15일에는 정의당·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56명의 국회의원이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남발되는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필자는 이 난에서 그 두 악법 각각에 대해 의견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