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당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가 아닌 ‘월·분기·반기·연간’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2022년 11월18일 매일노동뉴스) 뻔한 뉴스였다. 예상했던 대로여서 이 첫머리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싫어졌다. 도대체가 지겨운 세상이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인 세상이라서 지겹다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 이 나라는 퇴행할 궁리만 하는 것인지 나는 지겹기만 하다. 아무리 떠들어 봐야 쓸 데가 없다. 여기도 저기도 가짜다. 자유도, 권리와 의무도, 책임도 그 개념을 잃었다.“이를테
장면 1 : 빼앗긴 봄, 4월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고 그중에서 4월이다. 엘리엇이 시 에서 4월을 “잔인한 달”로 묘사하면서 4월을 그렇게 알고 있다. 거기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불길한 달로 생각한다. 오죽하면 엘리베이터에 4층 버튼 대신 F(Four)를 쓸까? 반면 박목월은 에서 목련꽃 피는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히는 달이라고 말했다. 4월을 보는 시각은 서로 다르다. 분명한 사실은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돋는 3월과 신록이 짙은 5월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달은 4월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21개월을 꽉 채운 딸을 키우며 둘째 출산을 3개월 앞두고 있다. 요즘 내 아침 풍경은 늘 이렇다. 딸이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나면 쭉쭉이 체조를 해 주면서 딸의 잠을 깨우고, 아침을 차려 먹인다. 딸이 아침을 다 먹으면 양치질, 머리 묶기, 어린이집 가방 채우기 등 등원 준비가 시작된다. 그러고 나면 9시. 어르고 달래서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빠빠이’ 하고 나면 일어난 지 두어 시간.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나를 위한 하루가 시작된다. 겨우 한숨 돌리는 순간,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등원길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사망자수가 점점 증가한다는 보도가 이어졌을 때 ‘정말 실화인가? 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하고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했다.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참사 당시 처절하고 절망스러웠던 상황이 계속 보도되던 와중에 경북 봉화 광산에 고립됐던 광부 두 분의 생환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덜컥 눈물이 났다.사연을 들어보니 참으로 소중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가지고 갔던 커피믹스와 암벽 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모아 마시고, 갱도에서 비닐로 텐트를 치고 산소용접기
1년 가까이 노조파괴에 항의하는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의 천막농성이 진행됐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 인도에 화단이 생겼다.서초구청이 최근 양재동 SPC 본사 앞 인도에 5미터 넘는 아름드리 가로수 세 그루와 허리 높이 나무 20여그루를 심어 가로 8미터 세로 1미터의 화단을 조성했다.연일 불법이 자행되는 노동 현장의 억울함을 알릴 길이 없어 그룹 본사 앞에 벼랑 끝 천막을 치고 광장의 시민들에게 호소했던 공간을 지방정부가 봉쇄했다. 노조는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구청은 주민 편의를
“아침에 지하철이 연착돼 지각했습니다. 사장님께 지하철 지연운행에 따른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는데 지각 처리된 부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구제받을 방법이 없을까요?”수도권에 살며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많은 직장인이 한 번쯤은 겪었을 애환이다. 노동자로는 억울하겠지만 지각으로 인해 감액된 임금을 사업주에게 보전받을 방법은 없다. 지하철 연착으로 인한 피해를 사업주에게 고스란히 짊어지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논리상으로는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지하철 공사나, 버스회사를 상대로 운행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국 민관협력 노동센터는 54개다. 13개는 광역 지방자치단체 노동센터고, 41개는 기초 지방자치단체 노동센터다. 서울만 놓고 보자면, 올해 기준으로 자치구·권역·광역 노동센터가 23개 존재한다. 상근자는 총 150여 명 정도다. 노동센터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해서 우후죽순 설립됐다. 초기에 민간 노동센터 비중이 컸다면, 이제는 민관협력 노동센터가 대부분이다.노동센터운동은 사각지대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주목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대량으로 양산됐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
지난여름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던 A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회사는 A가 구제신청을 하자 복직과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취하를 요청했다. A는 회사를 신뢰했고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A는 회사가 갑자기 징계를 말한다고 했다.A는 회사에 새로운 대표가 오고 지난 1년 사이에 2번의 부당대기발령, 2회에 걸친 부당한 징계요구, 두 차례의 인사이동을 겪었다. 보통의 직장인이 1년에 한 번도 겪지 않는 일을, 아니 한 직장에서 한 번도 겪지 않을 일이 반복됐다. 첫 번째 대기발령 때 대표는 A에게 매일 반성문을 작성하라고 했다. A가 대기발령
사무금융노조 소속 지부에서 회사의 인권침해 행위를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겠냐는 질의를 받았다. A금융그룹은 수개 계열사를 보유하면서 여신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각 계열사 내 콜센터 직원들에게만 출근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사업장 출입구에 있는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기다가 콜센터 직원들 중에서도 센터장·팀장에게는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고 팀원들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휴대전화가 생필품이 된 현대사회에서 도대체 휴대전화가 없으면 긴급한 연락은 어떻게 주고받을 수 있으며
1. “이번 판결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순간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했다. 노동자 권리에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해야 하는데, 지난 10일 기자의 질문에 나는 어째서 그렇다고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2019년 9월 서울고법 판결이 선고되고서 피고 서울메트로가 상고했다. 그리고서 3년이 넘었으니 원고들 소송대리인이라도 자세한 사건 내용은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다. ‘메피아’로 지탄받았던 원고들의 이번 대법원 승소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지 즉각적인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힘만 키운 수퍼히어로지난 4일, 금요일 밤에 현장 노조간부가 불쑥 영상을 보내왔다. 영화에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을 등장시킨 M사와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을 등장시킨 D사를 비교한 4년 전 동영상이었다. M사의 영화에서 아이언맨에게 슈트가 없거나 토르가 망치를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좌절을 거치며 성찰을 통해 다시 일어선다. 그러나 D사의 시리즈는 더 센 악당을 등장시키고, 영웅은 더 힘을 키워 무찌르면서 물리적 힘만 계속 키운다고 한다. D사가 M사보다 흥행에 뒤진 이유란다.동영상 분석이 정확한지가 핵심은 아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주일이 지났다. 이 참사를 놓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날 그곳에 국가는 없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국가의 부재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심지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국가의 부재를 언급한다.지난 1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10만명의 노동자가 결집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숭례문 앞길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이 촛불집회에서 사회자는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국가가 책임져라”고 다함께 외칠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는 근로자, 사용자, 쟁의행위 등에 대해 정의하는 규정이다. 노조법 2조는 70년 동안 개정된 적이 없어서 현대의 근로자, 사용자 개념을 다 포섭하지 못한다.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노동자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고, 이들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진짜 사장’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반대하거나 정치운동, 다른 노조나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투쟁을 광범위한 노동쟁의 범위에서 제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이어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필담까지 더해졌다. 논란이 한 번의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SBS 처럼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여러 언론과 함께 보도한 MBC는 오늘부터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타지 못했다. MBC는 명백한 취재 제약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MBC가 왜곡·편파방송을 그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웃기고 있네’ 필담도 여진이 계속된다. 당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장에선 김대기
‘오후 6시34분 그리고 122건.’ 156명의 시민이 거리에서 죽음을 마주하기 이전에 거리의 위험을 알리는 최초 신고시간 그리고 총 신고 횟수다. 이 두 숫자에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글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물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비극적인 참사에 국가의 책임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누구도 일상의 공간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살아가지 않기에, 그리고 이 막연한 믿음은 ‘국가’ 또는 ‘사회’
유엔 기후총회가 지난 6일 이집트에서 개막했다. 지난해와 달리 총회 분위기는 우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경제위기, 에너지 대란 등 악재가 산적한 탓에 어느 나라도 자신 있게 기후위기 대응 얘기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후총회 때 합의했던 ‘2030년 기후 목표(NDC) 상향’을 이행한 나라도 193개국 가운데 26개국에 불과하다.올해 총회의 핵심 의제는 ‘손실과 피해’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이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탓에 큰 손실과 피해를 보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올해 7
지난 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근로자’ ‘사용자’ 정의를 현실화하는 것을 포함한 노조법 2·3조 개정 5만 국민동의청원이 완료됐다. 국회청원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5만명 동의 완료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했던 화물연대, 대우조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이기도 하지만 ‘근로자’ ‘사용자’ 정의 개정 요구가 지난 20여년간 숙원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진보정당이 최초로 국회의원을 배출한 17대 국회 이후 현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같은 취지의 법 개정안들이 매번 제출됐다. 그러나 특수고
“지시명령을 위반하고 점검실적이 저조해 근로계약의 기본의무를 위반했다. 반성하는 태도 없이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해 일벌백계해 엄중히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서울의 몇몇 도시가스 고객센터가 안전점검원들에게 보낸 징계통지서의 내용이다. 안전점검원은 주로 가스 검침 및 점검, 요금고지서 송달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서울시가 정한 ‘도시가스 공급규정’에 명시돼 있는 하절기 격월검침 제도를 따르고, 코로나19 대비 가스점검 이행수칙을 정한 서울시 지침에 따라 점검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서울시민에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안전을 관
지난 7일 월요일은 입동(立冬)이었다. 새로운 계절은 피어나고 한 해는 저물어 간다. 끝은 시작과 닿아 있고, 피어나고 저무는 일은 이어져 있으나 마음에 닿지 않는다. 피어나는 것보다는 저물어 가는 것에, 돌아오는 무엇보다는 떠나가는 무엇에 마음의 무게가 기운다. 월요일 한낮의 볕은 온화했다. 아픈 지구에서 마주하는 '겨울의 시작'은 비교적 따뜻했지만, 계절과 기후에 상관없이 내내 서늘하고 시린 날들을 살아간다.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모두를 함께 기억한다. 소중한 이들을 잃고, 몸과 마음을 다친 모든 분들의 치유와 평안을
1. “3일 취재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생산전문 통합계열사인 유니투스(UNITUS)·모트라스(MOTRAS)·에이치그린파워(H GREEN POWER)는 2일부터 4일까지 부제소 확약서를 작성한 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흘간 입사지원서를 받는다.”(2022. 11. 4. 매일노동뉴스).현대모비스에서 사내하청업체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자회사를 설립해서 하게 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회사에서 채용한다는 것이다. 용역, 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업체 소속으로 사업장에서 근무해 온 노동자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른바 정규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