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나를 존중하는 건 애플뿐이구나. 그런 말도 하죠.”한 손에 아이폰을 쥔 채로 조영규(33)씨가 웃으며 말했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그에게 애플의 전자기기는 ‘필수 아이템’이다. 화면 속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스크린 리더(화면낭독)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운영체제 내에 스크린 리더 기능이 탑재돼 있어서다. 후천적 장애인으로 살아보니 한국은 불편하고 짜증나는 게 너무 많았다. 그 때문에 “기가 막힐 정도로 편리한 건 아이폰뿐”이라는 농담을 하게 됐다.영규씨는 마주 보는 사람의 형체 정도만 알아보는 시력을 갖고
세탁물을 분류한 작업자의 흰 장갑이 까맣게 변했다. 세탁이 끝나고 물탱크로 모인 물도 시커멨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블루밍’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작업복에 묻은 쇳가루와 기름때 냄새로 세탁소 안은 매캐했다. 작업자들은 “세탁시 장갑과 마스크는 필수”라면서 “우리가 이런 데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냐”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월12일 블루밍이 문을 열기 전까지 노동자들은 이런 작업복을 집에서 빨거나 더러운 채로 계속 입었다.오염된 작업복, 가족 건강까지 위협블루밍은 영세·중소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지난해 11월 청산을 선언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18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반면에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비용은 410억원뿐이다. 그래놓고 노동자 13명을 고용하지 않고 빠져 나가려 한다. 외투기업의 이런 ‘먹튀’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13명은 1년 가까이 빈 공장을 지키고 있다. 이 회사에 지난해 10월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보험금은 약 1천300억원이다. 그러면 당연히 회사는 공장을 복구하고 재가동하면 되는데 그러지를 않았다.지난 19일 오전에
지난해 11월 청산을 선언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18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반면에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비용은 410억원뿐이다. 그래놓고 노동자 13명을 고용하지 않고 빠져 나가려 한다. 외투기업의 이런 ‘먹튀’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일본 닛토덴코는 한국에 구미공장과 평택공장을 두고 있다. 각각 별도 법인으로 돼 있으며(평택공장 법인은 한국니토옵티칼) 양쪽 법인 사장 모두 하기와라 미치히로라는 동일 인물이었다. 똑같은 생산물품인데 왜
지난해 11월 청산을 선언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18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반면에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비용은 410억원뿐이다. 그래놓고 노동자 13명을 고용하지 않고 빠져 나가려 한다. 외투기업의 이런 ‘먹튀’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참으로 치졸하다. 해고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라니. 일본 다국적기업 닛토덴코(日東電工)의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이야기다. 회사는 지난 8월 말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의 부동산과 채권(임차보증금) 총 4억원을 가압류했다. 지난해 10
공공부문이 위험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성과급제의 첫 타깃이 되고 효율화·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일방통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의결했다. 350개 기관이 제출한 717건의 기능조정, 1만7천230명 정원 감축과 4천788명 재배치 계획을 검토하고 통과시키기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공공서비스 축
공공부문이 위험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성과급제의 첫 타깃이 되고 효율화·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일방통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긋지긋한 민영화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그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은 정부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영리화 추진은 더 공격적이고 더 음모적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철도·전기·가스·의료·사회서비스 등 추진 영역부터 광범위하다. 기능 쪼개기와
공공부문이 위험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성과급제의 첫 타깃이 되고 효율화·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일방통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상생과 공정한 임금체계’ 등을 내세우며 직무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 대해 정부 지침과 경영평가제도, 낙하산 임원 등을 동원해 직무·성과급제를 밀어붙이고 있다.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다시 한번 상기하자. 인간이라면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진지 잡수셨유?” 어릴 적에 동
하나의 유령이 내 머릿속을 배회하고 있다, ‘매일노는뉴스’라는 유령이. 선배는 ‘매일노는뉴스’의 코너 중 하나인 ‘업業세이 추천’ 코너를 내게 맡겼다. 업세이 몇 가지를 예시로 들며, 업세이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어졌는지를 소개하자고 제안했다.‘조용한 퇴사자’로서 거절해야 했다. 나는 자타공인 조용한 퇴사자다. 이 일을 시킨 선배도 인정했다. 그런데 돈도 안 되고 대체휴가도 안 나오는 이 일을 내가 하고 있다. “선배가 시키는데 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직장인 마인드와 “선배들은 평소에 열심히 하니 이런 건 내가 해야 한다”는
편집자는 남의 글을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책이라는 정돈된 결과물(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일의 특성상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편집자의 이 ‘평가’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 원고의 ‘첫 번째 독자’이자 ‘유일한 독자’라는 설렘과 부담감 속에서 이루어진다. ‘유’에서 또 다른 ‘유’를 만드는 일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에 비할 수 있을까? 나는 글, 더 정확히는 그 글을 만들어낸 저자의 경험과 생각에 비하면 편집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글은 ‘평가’ 이전에 ‘감탄’할 준비가 되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야외활동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은 엔데믹 선언 뒤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경륜선수노조 조합원이 독자들에게 목적별로, 가격대별로 알맞은 자전거를 추천한다. ■출근할 때 타기 좋은 자전거(자출족을 위한 가성비 자전거)자출(자전거 출·퇴근)하는 이들의 환경은 모두 다를 것이다. 자전거도로, 공도, 코스, 언덕이 많은 길 등. 이 모든 환경에 적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전거가 바로 하이브리드 자전거다.한 분야에 특화돼 있지 않지만 조금 더 편한 포지션으로 적당한 속도감도 느낄
마지막 호다. 매일 ‘노동’ 뉴스만 전해 오거나 접해 왔던 기자들과 독자들의 짧은 여름 놀이를 끝낸다. 3호 테마는 ‘업세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기록하는 ‘업세이’라는 장르가 등장한 지 오래다. 눈에 띄는 작품도 적지 않다.본지 임세웅 기자가 주목할 만한 업세이를 소개하는 글을 ‘자신의 업세이’로 선보인다. 유명한 업세이 를 편집했던 정경윤씨는 노동자들에게 업세이를 쓸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당신은 평범하지만 당신의 일 얘기는 평범하지 않다’고.최근 집
‘국민의 마음에 직접 가닿고 싶다.’조합원 수기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가 살아 있는 책을 만든다면, 읽는 사람 역시 그 안에 온전히 빨려 들어가 의료현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른다. 심지어 자신이나 가족이 입원해도 병원이 제공해 주는 정보에 의지할 뿐, 의료진의 설명을 뛰어넘거나 권유를 거절하기 어렵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료영역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폐쇄적이고
주말 아침 젖은 머리를 채 다 말리지 않고 수건을 목에 걸친 채 운전석에 앉는다.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건다. 몇 장의 계약서를 훑어본다. 어떤 건은 거리당 요금이 높지만 운송거리가 짧아 총비용은 낮다. 거리당 요금이 적당하고, 어느 정도 운송거리도 보장한 계약 위주로 찾는다. 총비용이 3만유로를 넘기는 계약이 있지만 10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사고 위험과 피로도를 생각해 1만유로대 계약으로 고른다. 350킬로미터를 고철을 싣고 달리는 계약이다. 같은 거리에 훨씬 많은 돈을 주는 계약도 있지만 ‘위험 화물’이라 계약을 수주할 수
2007년 겨울이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하청업체 폐업을 앞두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과 대응투쟁을 논의했다. 폐업은 말뿐 바지사장만 바뀌는 것인데, 조합원들의 근속과 연월차가 모두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다른 사내하청업체들이 폐업을 빌미로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전례를 여럿 봐온 터라 불안했다.전면파업을 하기로 했다. 언제 파업하고, 어디서 모이고, 경비가 와서 폭력적으로 해산시키면 다시 집결하는 장소는 어디고, 현장 판단을 누가 할지, 다른 업체 조합원들은 어떻게 결합할지 끝없이 이어지는 논의를 끝내고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은 많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사람도 많다. 좋아하는 팀이 있는 사람도 물론 많다. 그중 외국 팀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국내 팀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보다는 적다. 국내 팀 중에서도 내 지역에 있는 팀을 좋아하는 사람은 훨씬 적다. 부끄럽지만, 나부터가 수원에 살지 않는데 K리그 수원삼성을 응원하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젠가. 사실 딱히 문제는 아니다. 그러면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내 지역에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프로함’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이 얘기는 잠시 뒤에
2019년 한국 밴드와 영국 투어를 마치고 입국했을 때였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이런 소리를 했다. “근데 도연씨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일하는 모습은 맨날 놀고 있는 것처럼 즐거워 보여요.”살짝 놀랐고, 그런 마음이 들 수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일터가 공연장이나 페스티벌 또는 투어 중 여행지다 보니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항상 재밌어 보였던 것 같다. 필자는 음악가들의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며, 대중에게 선보이는 공연기획자다. 이런 직업을 프로모터(Promoter)라고 부른다. 페스티벌·단
1호가 세상에 나오고 ‘반전의 재미’가 즐거웠다는 독자의 후기를 전해 들었다. 일의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매일노는뉴스 2호 테마는 노동×놀이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일과 삶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진다. 때로는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구분이 어려운 순간들도 있다. 이재 기자가 ‘노동자가 된 게이머’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임도연 하이징크스 대표가 ‘덕업일치’의 피곤하지만 즐거운 삶의 기억들을 전한다. K리그 수원삼성을 응원하는 강남규 의 저자는 어느 축구팀이든 지지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