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사건은 2023년 4월 말 기준 2만6천95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9.3건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중 취하 등을 제외한 근로감독관이 실제 조사·수사한 사건은 1만1천220건으로 감소하지만 그럼에도 하루 평균 8.2건에 달한다. 게다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조항인 근로기준법 75의3에 의하면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자에게 신고하고 사용자가 조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정치인들은 증세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반면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선거 시기에는 늘 세금 감면이 대세가 된다.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가 살아나 세수도 늘어난다는 식의 ‘낙수효과’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없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사실일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감세의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이 있다. 이론적 토대로는 ‘레퍼곡선’이 등장한다. ‘아서 레퍼’라는 학자가 레이건과 식사하면서 냅킨에
‘조국 사태’는 2019년 하반기를 관통했다. 이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며 승리했다. 그때까지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사건은 2021년 3월 일어났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에 100억원대에 달하는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민심은 폭발했고,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했다.‘조국 사태’ 전에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조
“여보세요.”휴대전화에서 다부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젊은 목소리였다. 재활기록 속 이름과 생년월일을 빠르게 스캔했다. 나보다 겨우 한 살 위네. 어색한 침묵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려고 나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안녕하세요. 일환경건강센터입니다. 예전에 작업용 차량 개조 지원했던….”일면식도 없는 마흔 중반의 두 사람은 그렇게 10분 남짓 대화를 주고받았다. ‘무사안일’ 여섯 번째 사연은 산재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강인한 의지로 원직복귀에 성공했던 한 노동자가 겪은 두 번의 좌절에 관한 이야기다.청소차노동자에게 닥친 첫
과거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그 정권이 외세의 힘에 의존해 대통령이 되거나(이승만의 경우 미군정이라는 외세의 힘에 의존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군부의 쿠데타에 의해 집권함으로써(박정희는 5·16 쿠데타에 의해, 전두환은 12·12 쿠데타에 의해 집권) 권력형성의 정통성이 직접 문제가 됐다.김영삼 정권은 3당 합당으로 창출돼 개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외세에 힘입어 정권을 창출했던 것도 아니고 군부 쿠데타에 의해 집권한 것도 아닌 만큼 최초의 문민정부라는 점에서 권력형성의 정통성은 인정받을 만했다. 그러나 권력행
* 이 글은 드라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티빙 오리지널의 최근 드라마 는 장단점이 뚜렷한 드라마다. 기본 스토리 라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이재(서인국 분)가 자살에 대한 벌로 12번의 생을 부여받고 12번의 죽음을 반복한단 것. ‘자살은 가장 큰 죄악’이라는 종교계에서 흔하게 언급되는 세계관에 최근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환생 판타지가 버무려졌다.12번의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만큼 드라마는 여러 명의 주연급 배우들과 다양한 장르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령 학교폭력의 피해자 권혁수(
경희대 학생 고 권대희씨가 2016년 9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인한 과다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저혈량 쇼크로 49일 만에 숨졌다.MBC PD수첩이 2019년 7월9일 이를 보도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고인의 사망 원인 규명에 수술실 CCTV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도 PD수첩 보도 다음날 ‘성형수술 충격의 수술실 … 억울한 죽음 막을 CCTV설치 권대희법 통과될까’라는 제목으로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그러나 검찰은 여러
진짜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주축인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신속하게 주요 대학병원을 필두로 전국의 전공의 1만3천명 중 6천500여명이 집단 사직하는 방법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동조하며 전국의 의대생 9천여명이 휴학을 신청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했다.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수술과 진료가 미뤄지고 취소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3주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큰 의료대란이 올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영해 물류센터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인원이 1만6천45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내가 만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일용직의 경우 출근 신청을 했는데 출근확정 문자가 오지 않으면 ‘혹시 내가 블랙인가?’ ‘어제 일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생각한다 했다. 관리자들이 블랙리스트를 암시하면서 현장통제에 순응하게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쿠팡은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한국사회 세대담론은 주로 세대 간 갈등을 강조하며 가장 큰 불평등을 마주하고 있는 청년세대에 지원해야 한다는 방식이다. 세대 내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 세습으로 인한 견고한 구조적 격차라는 본질을 가린다. ‘청년세대’라는 일반론은 이것이 재현하는 삶의 조건과 필요, 요구가 어느 계층의 것인지 인지할 수 없고, 거기서 배제된 집단의 삶은 제거된다.각 세대 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 내의 자산, 주거, 고용, 소득, 학력 등의 불평등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명확히 보여주는 계
지난해와 올해 2건의 이주노동자 징계 건을 들었다. 허구한 날 욕하는 이사님께 한마디 했다가 정직처분을 받은 이주노동자, 회사 사정으로 휴업을 하는 날이 많아졌음에도 휴업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가, 도리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업무태만이라고 정직 처분을 이주노동자.이주노동자에게 일주일 정직 처분, 한 달이 넘는 정직 처분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니 조사관은 일주일 정직 처분이면 그리 길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한다. 한 달 월급의 4분의 1을 받지 못하는데, 그것이 길지 않을까. 한국에서
산업에서 에너지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에너지 산업은 모든 산업생산의 기초가 되는 인프라 산업이며, 기반하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이 무엇인가에 따라 경제의 성격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1700년대 후반 1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점차로 석탄·석유·가스라고 하는 고밀도 에너지를 갖는 화석연료에 기반해 산업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 측면에서 보면 지난 200여년 동안의 경제는 대체로 화석경제라고 부를 수 있다.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화석경제는 도대체 어떤 경로로 그 이전의 경제에서 전환돼 올 수
1. 일을 시작해야 했던 월요일(19일) 나는 를 펼쳐 들었다. “고공농성 조합원 쇠사슬 두른 동료 보고 울었다”는 제목에 기사를 읽게 됐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에 노동자가 고공농성 투쟁을 한다는 기사는 이것 말고도 더 있었다. “화물연대본부 알콜지회 노동자 고용농성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울산 한국알콜산업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나라 노동자들이 아직까지도 고공농성 투쟁을 한다
이번에는 ‘이승만’이다. ‘박정희 신화’가 무너지자 보수우파쪽에서 이승만을 새로운 ‘신화’로 제시하려는 듯하다. 정당이 수행해야 할 정치적 선전을 영화 한두 편으로 행하려는 세태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문예활동이 지닌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자 보수우파가 이라는 영화로 맞불을 놨다. 관련한 많은 논의가 여론을 달구고 있지만 따로 살펴봐야 할 만큼 의미 있는 주장을 찾아보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어떠한 논거를 가져오든 결국에는 이승만 ‘개
문재인 정부에 들어 노사정대표자회의 첫 회의가 열린 건 2018년 1월31일. 첫 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계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의제별·산업별 의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계하는 일’은 사회적 대화기구의 구성 및 운영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근거법의 초안을 작성하는 일이었다.제1차 노사정대표자회의(2018년 1월31일)를 계기로 본격화된 사회적 대화기구의 전면 개편안은 같은해 4월23일에 개최된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2020년 12월부터 4년에 걸쳐 연재한 ‘아무나 유니온’ 칼럼이 새로운 이야기로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건준 아유 대표가 인터뷰한 노조 밖 아무나씨 100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 자아가 왜소한 것 같아요”. B의 얘기다. 시청률 따라 성취도 절망도 빠른 방송작가의 마음 근육은 어떨까. 비교하고 평가받는 마음에 자존감 차오르기 쉽지 않다. 물론 이야기를 쓰고 출연자를 섭외하는 등 변수를 극복하면서 쌓인 내공도 있을 것이다. 자아가 비대한지 왜소한지를 비롯해 안정형, 무시형, 집착형, 혼란형 등 애
여전히 많은 사무실에는 ‘여직원’이라고 하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그러한 근로자들과 업무상 역할들이 있다. 주로 사무실 구성원 대부분 남성인 경우에 ‘여직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런 ‘여직원’들은 다른 남성 직원들과 담당하는 업무와 역할이 구분돼 있고, 근속연수가 길고 능숙한 베테랑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나이 어린 계약직으로 많이 바뀌어 가는 추세다. 정규직인 경우에도 직급이나 보수가 결코 높지는 않았고, 근속연수가 길더라도 직급상 제한이 있었다. 물론 변호사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확대하겠다며 ‘늘봄학교’ 계획을 발표했다.다음날 모든 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초등 1학년 원하는 누구나, 학교서 밤 8시까지 돌본다’고 보도한 데 이어 10면에도 ‘3월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학교 시범운영 … 내년 전면 도입’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도 1면에 ‘초등 늘봄학교 2학기 전국 시행’이란 기사에 이어 10면에 ‘우선순위 없애 희망자 모두 이용 가능 … 2026년 전 학년 시행’이라고 보도했다.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학부모에겐 가뭄에 단비지만, 그동안 넘치
간신히 예정대로 시행됐다. 정부 여당의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안에 대한 2년 유예 시도가 여야 합의 불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80만에 달하는 50명 미만 사업장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됐다.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많은 사업장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고질적 문제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50명 미만 사업장들이
횡성은 대표적인 강원도 산간지역이다. 메밀은 고원 지역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수해나 가뭄으로 농사를 망친 절망의 땅에 메밀을 뿌리고 두 달이면 수확한다. 둔내에서 가장 골이 깊다는 곶은골은 둔덕 너머 평창에 이르도록 화전으로 일군 너른 메밀밭이 펼쳐졌다, 청일면 고라데이(골짜기의 강원도 사투리) 마을 역시 화전에 감자, 옥수수, 메밀을 키워 기나긴 추위 속 배고픔을 달랬다. ‘산에서 나는 밀’, 메밀은 노란 뿌리, 붉은 줄기, 녹색 잎, 흰색 꽃, 검은 열매의 오방색을 띤다. 선조들은 천지 기운인 오행을 담은 오행식물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