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단위, ‘월·분기’ 단위, ‘월·분기·반기·연간’ 단위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근로시간 제도 적용 제외를 검토한다.” 12일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7일 ‘당·정 정책 현안 간담회 안건’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당정은 이 같은 노동정책안 추진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근로시간제도에 관해서는 위와 같은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예외를 인정하는 외에도 당정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사무실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사업장에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하러 갔다. 해당 사업장은 ‘남초’에 경직된 위계 문화를 가진 조직이었다. 교육 준비를 위해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상대방이 무심코 “하급자가 하는 을질도 있고” 하는 말을 들었다. 놀라움과 함께 이게 뭔가 싶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검색해 보니 그 사업장에서 몇 달 전 신입 구성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교육 대상과 사업장 상황에 맞춰 내용을 구성해야 하기에, 상하급자가 섞여
지난 10일은 노동자 김용균의 4주기였다. 추모주간 마지막 날 보신각에서 추모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날씨가 흐린 탓도 있었지만, 전날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 때문인지 추모집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추위와 패배감을 뚫고 모였다. 모여서 말하고 들었다.김용균 재판 대리인 박다혜 변호사는 “어떤 죽음을 지켜보았고, 또 다른 죽음을 기억하는, 죽음과 죽음 사이의 분노와 슬픔까지 함께 경험하는 우리들은 동시대인이다. 반복되는 죽음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도의 기술적 조치가 필요해서가 아
지난 9일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됐다. 그 과정은 파쇼권력이 노동자를 어떻게 짓밟는가를 보여준 하나의 전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파업 대응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에 비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를 조폭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를 제 세상인 양 활개 치는 조폭들을 확실하게 정리해, 노사관계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규율되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을 ‘사회 재난’으로 규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굉장한 장악력을 보여준 집단우리는 가족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조직 생활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많고 영향력이 큰 조직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집단은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익숙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조직은 800만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모습으로 확산됐다. 기업이 바로 그 조직이다.산업을 장악한 것은 누구인가. 바보 같은 질문이다. 사회를 대체할 기세로 성장한 산업은 기업으로 이뤄지고 그것을 장악한 것은 기업가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민의 압도적 다수는 기업
자본은 늘 상상 이상이다. 고용노동부가 한민족 동포가 국내에 방문취업하는 H-2 비자를 대형 숙박업소(4~5성급 호텔과 콘도)에도 허용키로 하자, 발 빠른 자본은 ‘조선족 캐디’부터 대거 도입할 생각이다.해외동포는 우리와 언어·역사·문화를 공유하기에 노동시장 적응력이 높아 그동안 여러 업종이 취업 확대를 요구해 왔다. 자본 입장에선 부려 먹기 편해서다.H-2 비자는 중국과 구소련 지역 6개 나라 동포들이 대상이다. 주로 이름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이다. 지금 한창 전쟁의 포화 속에 갇힌 우크라이나 동포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청년이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2년간 일을 하다 더 나은 꿈을 꾸기 위해 도시의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는 도시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고, 집에서 보태주는 생활비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녔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현실적인 경제 문제 등으로 중간에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학교를 그만둔 후 취업을 해 보고자 노력했지만 변변치 않은 일자리에 몇 개월 근속을 하지 못하고 이직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청년복지 정책, 청년자활사업,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의 정
눈이 내려왔다. 대설을 하루 앞둔 이른 아침.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면 왼편으로는 노동권익센터가, 오른편으로는 충남도청이 눈에 들어온다. 도청 너머 펼쳐진 용봉산과 수암산의 능선에도 희끗한 눈의 흔적들이 자리한다.눈이 내려온다. 공원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5분. 어깨에, 외투와 머리칼에 닿아 오는 굵은 눈송이가 출근길 산란한 마음을 다독이는 듯도 했다.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돌아선 골목에서, 크레인에 올라 건물 외벽 유리창을 정비하는 노동자들을 마주한다. 5분 남짓 짧은 출근길, 순진한 낭만에서 이내 깨어난다. 이른 아침, 시린
축구도, 야구도, 인생도, 투쟁도 그렇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열린다.회사도 마찬가지다. 주식회사 청산의 첫 단계는 주주총회의 해산결의다(상법 517조). 청산절차 진행 중, 주주들은 언제든 ‘회사의 계속’ 결의를 할 수 있다(상법 519조). 주주들로 하여금 스스로 손해를 줄이기 위해 계속 결의를 하도록 만들면 된다. 그러면 회사는 완벽히 부활한다.한국와이퍼라는 회사가 있다. 매출 규모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부품 회사인 일본 덴소(DENSO)의 한국 내 자회사다. 덴소는 올해 기준 세계 35개 국가와 지역에서 총 198
1. “정유·철강 등 운송 차질이 발생한 업종에 대해서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마쳤다.”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를 통해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멘트 업종에 더해 정유·철강 등으로 확대 발동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파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이렇게 주장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화물연대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봐 불법파업으로 규정짓겠다는 것이다. 어제 오후 이런 매일
나는 노동 문제가 풀리지 않는 데에 정치 부재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정치의 미덕은 서로 다른 입장, 다양한 이익과 열정을 가진 이들의 갈등을 제도화하고 인간이 가진 싸움의 본능을 처리해 사회가 내전이나 무정부 상태로 퇴락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는 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갈등을 조정해 해결에 다가서기보다 지지자나 관련 단체와 결속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정당과 정치인이 시민을 더 거칠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에는 폭력이 정당한 대응일 수 있다는 신호를 사회 곳곳에 보낸다.화물연대의 단체행동에 대한
얼마 전 맡은 사건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미교부에 대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했다. 진정인은 무려 23년 동안 작은 빌딩의 관리자로 혼자 근무했다. 최근 몇 년을 제외하고는 그 오랜 기간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사회보험도 가입되지 않았다. 진정인은 입주자들이 출근하기 전인 8시에 출근해서 엘리베이터 전원을 켜고 계단과 옥상, 건물 주변을 청소했다. 좁은 골목에 건물이 있던 터라 행인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는 일이 많아 이를 감시하는 것도 진정인의 역할이었다. 사무실이나 휴게실도 없어서 엘리베이터 하부 피트에 진정인이 직접 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2월2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중대본의 운영을 종료했다.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업무를 ‘원스톱 통합지원센터’와 ‘이태원 참사 행안부 지원단’을 통해 수행하겠다고 하면서 그 이외에 범정부적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로부터 나흘 전인 지난달 28일. 정부는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물류체계 마비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국가핵심기반 마비는 코로나19, 이태원
엥겔스가 자신의 명저 에서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가 있다. 물질(material)이 먼저냐 영혼(spirit)이 먼저냐. 유물론이라 불리는 물질론은 물질이 먼저이며 영혼을 물질 운동의 과정이자 결과로 본다. 물질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진다. 몸과 그를 둘러싼 환경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며 마음의 작동 방식을 결정한다. 물질인 몸이 존재해야 마음도 존재한다. 그 역은 성립될 수 없다.관념론으로 불리는 영혼론은 영혼이 먼저이며 물질을 영혼 운동의 과정과 결과로 본다. 마음이 사라지면 몸도 사라진다.
지난달 21일자 여러 신문 사람면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해의 CEO’로 뽑혔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매일경제는 29면에 ‘최정우 회장, 글로벌메탈어워즈 올해의 CEO’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는 같은날 23면에 ‘최정우 회장, 미주·유럽 아성 넘어 올해의 철강사 CEO’라는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글로벌 메탈 어워즈’라는 이름이 생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운영하는 철강 분야 정보 분석기관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가 주관해 주는 상이다. 해마다 17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데 관련 업계의 그렇고 그런 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의 무리한 요구로 노동자가 정신적 고통에 처할 위기에 있는 경우 사업주는 고객과 노동자를 분리조치하는 등 고객의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가 수차례 고객에게 폭언당해 사업주에게 대응을 요구했는데도 사업주가 제대로 된 노동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담 사례가 있었다.나는 해당 업체 사업주에게 법에 따라 폭언을 한 고객으로부터 고객 응대 노동자를 분리조치하고 유급휴가 등을 부여해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사업주는 당당하게 자신은 “감정노동자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한 말이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대응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에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최근 한 근로자복지센터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요청한 강의 주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노란봉투법은 어떤 내용인지, 지금 쟁점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하필 노란봉투인지를 궁금해했다.우리 헌법은 33조에서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 3권을 보장한다. 그중 파업으로 대표되는 단체행동권은 노동자에게 사용자에 대해 노동을 제공하지 않을 무기를 부여한다.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노동자에게 노동하지 않음으로써 사용자에게 맞선다는 것은 마치 자신의 생존을 건 투쟁이다. 우리 법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수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 심리학용어사전은 수치심을 “다른 사람이 자신을 결점이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다고 판단할 때 발생하는 정서”라고 말한다. ‘자신의 결점이 외부에 노출됐을 때 느끼는 정서’이며, ‘자신의 자아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의해 유발되는 정서’라고 설명한다.‘수치심’이란 감정은 이제껏 성폭력의 법적 판단 기준에 중요한 요소로 다뤄져 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이나 아동복지법 등의 법률
이야기 하나, 내가 디딘 마룻바닥주 40시간을 넘어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주 35시간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딛고 있는 마룻바닥을 시공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과 주 70~80시간의 중노동에 노출돼 있다. 당연히 건설현장에도 주 최대 52시간 상한선이 존재하지만, 마루노동자들은 3.3%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 제한과는 무관하게, 새벽별 보며 출근해서 해가 진 다음에야 퇴근한다. 마루노동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