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는 근로자, 사용자, 쟁의행위 등에 대해 정의하는 규정이다. 노조법 2조는 70년 동안 개정된 적이 없어서 현대의 근로자, 사용자 개념을 다 포섭하지 못한다.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노동자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고, 이들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진짜 사장’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반대하거나 정치운동, 다른 노조나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투쟁을 광범위한 노동쟁의 범위에서 제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이어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필담까지 더해졌다. 논란이 한 번의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SBS 처럼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여러 언론과 함께 보도한 MBC는 오늘부터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타지 못했다. MBC는 명백한 취재 제약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MBC가 왜곡·편파방송을 그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웃기고 있네’ 필담도 여진이 계속된다. 당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장에선 김대기
‘오후 6시34분 그리고 122건.’ 156명의 시민이 거리에서 죽음을 마주하기 이전에 거리의 위험을 알리는 최초 신고시간 그리고 총 신고 횟수다. 이 두 숫자에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글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물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비극적인 참사에 국가의 책임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누구도 일상의 공간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살아가지 않기에, 그리고 이 막연한 믿음은 ‘국가’ 또는 ‘사회’
유엔 기후총회가 지난 6일 이집트에서 개막했다. 지난해와 달리 총회 분위기는 우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경제위기, 에너지 대란 등 악재가 산적한 탓에 어느 나라도 자신 있게 기후위기 대응 얘기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후총회 때 합의했던 ‘2030년 기후 목표(NDC) 상향’을 이행한 나라도 193개국 가운데 26개국에 불과하다.올해 총회의 핵심 의제는 ‘손실과 피해’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이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탓에 큰 손실과 피해를 보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올해 7
지난 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근로자’ ‘사용자’ 정의를 현실화하는 것을 포함한 노조법 2·3조 개정 5만 국민동의청원이 완료됐다. 국회청원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5만명 동의 완료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했던 화물연대, 대우조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이기도 하지만 ‘근로자’ ‘사용자’ 정의 개정 요구가 지난 20여년간 숙원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진보정당이 최초로 국회의원을 배출한 17대 국회 이후 현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같은 취지의 법 개정안들이 매번 제출됐다. 그러나 특수고
“지시명령을 위반하고 점검실적이 저조해 근로계약의 기본의무를 위반했다. 반성하는 태도 없이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해 일벌백계해 엄중히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서울의 몇몇 도시가스 고객센터가 안전점검원들에게 보낸 징계통지서의 내용이다. 안전점검원은 주로 가스 검침 및 점검, 요금고지서 송달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서울시가 정한 ‘도시가스 공급규정’에 명시돼 있는 하절기 격월검침 제도를 따르고, 코로나19 대비 가스점검 이행수칙을 정한 서울시 지침에 따라 점검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서울시민에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안전을 관
지난 7일 월요일은 입동(立冬)이었다. 새로운 계절은 피어나고 한 해는 저물어 간다. 끝은 시작과 닿아 있고, 피어나고 저무는 일은 이어져 있으나 마음에 닿지 않는다. 피어나는 것보다는 저물어 가는 것에, 돌아오는 무엇보다는 떠나가는 무엇에 마음의 무게가 기운다. 월요일 한낮의 볕은 온화했다. 아픈 지구에서 마주하는 '겨울의 시작'은 비교적 따뜻했지만, 계절과 기후에 상관없이 내내 서늘하고 시린 날들을 살아간다.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모두를 함께 기억한다. 소중한 이들을 잃고, 몸과 마음을 다친 모든 분들의 치유와 평안을
1. “3일 취재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생산전문 통합계열사인 유니투스(UNITUS)·모트라스(MOTRAS)·에이치그린파워(H GREEN POWER)는 2일부터 4일까지 부제소 확약서를 작성한 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흘간 입사지원서를 받는다.”(2022. 11. 4. 매일노동뉴스).현대모비스에서 사내하청업체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자회사를 설립해서 하게 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회사에서 채용한다는 것이다. 용역, 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업체 소속으로 사업장에서 근무해 온 노동자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른바 정규직
얼마 전 러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간이대지급금 수령에 관한 상담 의뢰가 있었다. 노동자는 노동지청에서 체불확인서를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간이대지급금 지급도 결정했다. 러시아로 귀국했다. 부인은 한국에 남아 있었지만 간이대지급금을 받을 수 없었다.전쟁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나토를 지원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거래도 금지된다. 임금채권보장법은 엄격하게 간이대지급금의 본인 계좌 수령을 정하고 있고, 시행령에서 ‘부상 또는 질병’의 경우 가족이 위임 수령할 수 있다고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지난 5일 한국인 사망자 130명 전원의 발인도 마무리됐다.이제부터는 진실과 책임의 시간이다. 그동안 정부 또는 여당은 “지금은 애도할 때”라거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진상조사 요구를 봉쇄하면서도, 사건 당일 관계자들의 행적을 수사하며 책임 범위를 좁혀 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없는가?제일 먼저 짚을 것은 “개최 주체가 없어서 선제적인 안전관리가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배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과 노조탄압으로 유명한 SPC 계열사 사업장에서 근로감독관의 가방이 사용자에 의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진상조사를 경찰에 맡겼다고 하는데, 국가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그리 신뢰할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각종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에서 이미 경험한 ‘물타기’와 ‘꼬리 자르기’가 SPC 관계자가 근로감독관 가방을 뒤져 감독계획서를 촬영한 사건에도 일어날 게 뻔하다.국가 권력과 행정기구에 대한 불신은 근로감독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 하
지난달 27일 대법원이 현대차·기아의 간접공정·2차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자 재계는 국민(소비자)을 상대로 ‘제품 가격 인상’을 협박하고 나섰다.(매일경제 11월3일 16면 “2차 사내하청 직고용 판결 재계 ‘제품 가격 인상 우려’”)재계는 그동안 사내하청을 남발해 많은 이익을 챙겼지만, 법원 판결로 쉽지 않아지자 곧바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재계가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도 아니다.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이달
지워진 산재 위험 공간이 있다. 우리 생활 공간과 가장 가까운 장소, 학교 급식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학교 급식실에 산업재해가 발생하겠냐’고 생각하지만, 학교 급식실의 노동강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단체급식, 학교 수업시간표에 맞춰 밥을 배식해야 하는 문제, 급식의 퀄리티 관리,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교육 공간이라는 특성상 각종 위생·안전·조리 점검이 상시 이뤄지는 공간이기에 노동강도가 높고, 그만큼 산재 위험도 높은 곳이다.학교 급식실은 식자재를 받고 다듬고 정리하는 공간인 전처리실, 음식
지역에서 노동상담을 하다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권한을 이용해 적극적 노동행정을 펴 줬으면 하고 바란다.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 대표적이다. 지자체가 예산과 권한을 활용해 이러한 활동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산업현장에서 다치고 죽는 노동자는 줄어들 것이다.다행히 2014년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적극적 노동정책을 펼쳤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노동문제를 경제와 일자리의 부수적 문제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독
이태원 참사 이후 이틀을 멍한 상태로 보냈다. 종일 사고 소식을 들여다보고 사건을 계속 검색한다. 계속되는 죽음의 소식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이게 트라우마구나 생각한다. 홍수가 나면서 일가족이 지하에 있는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밤샘 노동을 하던 여성노동자는 홀로 일하다 배합기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매몰돼 아직 구조되지 못하고 있다. 매일매일 전해지는 산재사망 소식, 매일매일 전해지는 사고 소식. 이를 들은 우리는 이 사회에서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우
1.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투쟁현대제철 당진공장에는 약 4천명의 정규직과 1만명의 비정규직(자회사·하청 등)이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금속노조는 충남지부 산하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를 설립했다. 금속노조는 오랜 기간 싸워 일정 성과를 얻어 가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시정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현대제철에 내린 것, 다른 공장에 대해 이미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지난해 여름 현대제철은 자회사 전환 방침과 사내하청업체들의 폐업 방침을 밝혔다. ‘자회사 전
독일에서의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타국에서 여러 대륙 여러 나라의 다양한 배경을 지닌 노동운동가·연구자들과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이들과 함께 노동정책을 배우며 활동하는 시간은 다른 배경 속에서 노동운동을 한 사람과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가 해 왔던 운동을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른 환경 속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는 운동 양상을 발견할 때면 우리는 세계로 연결돼 있음을 느꼈고, 서로의 운동에 참고할 만한 부분을 발견할 때면 국제교류의 필요성을 생각했다.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에
어떤 노동자가 일하는 곳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다.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심문회의 결과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 달 뒤 지노위는 판정문을 통해 사용자에게 노동자가 신청한 취지대로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사측이 노동위의 구제명령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그 노동자는 판정문이 송달된 뒤 한 달 이내에 원래 일하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만약 그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하기 전 사용자에 의해 ‘프리랜서’로 명명됐다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결과 ‘근로기준법
1.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번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당시 정부가 밝혔던 것처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이라는 노동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지난 27일, 사내하청 노동자 479명이 원청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한 소송에 대법원 선고가 있던 날 한 언론사 기자가 한 질문이었다. 이에 순간적으로 나는 “아니다”는 말부터 쏟아 내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아 내면서 이번 판결의 의의와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문제를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매년 개선되고 있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은 이미 유명하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010년 187시간에서 2021년 164.2시간으로 급감했으나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로 나타났다.2004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주 40시간 근무제’ 이른바 ‘주 5일 근무제’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04년 7월1일자로 시행됐다.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 외에도 시차출퇴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