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지난해 9월14일 출범한 지 117일째 되는 날이다.그동안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원청사용자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교섭에 대한 사용자성은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억압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남용하는 것을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노조법 2조 개정)과 손해배상 청구 금지(가압류 금지, 노조법 3조 개정)를 주요 안건으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고자 93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
커졌던 미움섬에서 상품이 된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때 바다에서 양식을 하던 섬사람들은 쏠쏠한 돈벌이가 되던 김과 미역이라는 수출상품을 만들었다. 저마다 집과 배가 있고, 양식을 할 바다는 마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자연이라 적절한 추첨을 통해 할당 구역을 동등하게 분배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 없었다.섬에서 자란 누이와 형들이 육지의 도시로 갔다. 가족은 한집에서 살고 논밭이나 바다에서 같이 일하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었지만, 섬을 벗어나 먼 타향으로 떠나는 누이들은 가족과 헤어졌다
2022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반발해 형성된 ‘공정담론’과 여성가족부 해체를 위시한 ‘반여성담론’이 마치 사회의 주요한 갈등인 것처럼 부각됐다. 이 바람은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스스로 몰락한 보수세력을 부활시켰고 한국 사회는 또 다시 자신의 당파성을 중심으로 한 맹목적 지지와 맹목적 비난이라는 극단적 분열상태가 됐다. ‘0.73%포인트’라는 적은 득표율 차이가 보여주듯, 서로가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공통의 구성원이자 동료시민일 수 없다는 것처럼 대한다.이러한 한국 정치의 난국상은 일상 시기의 국
“산재 사고 330건 중 300건은 사고 날 징후, 29건은 경미한 사고, 1건은 중대재해 사고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안전관리자라면 자격시험 준비할 적에 공부하는 이론이다. 산재 사망사고 이전에 수많은 조짐이 있다.지난해 하반기를 강타했던 SPC 계열사인 SPL 여성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이전에도 SPC 제빵공장 계약직 노동자가 손가락 끼임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또한 SPC그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이틀 만에 SPC 직원의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면 적어도 300건의 사고 징후가 발생했다고
2001년 메이데이 전야제를 부산역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늘 빨간 머리띠를 매고 결사투쟁만 외치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역 광장에 작은 무대를 세우고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토크쇼를 준비했다. 이야기꾼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노래는 우창수 가수가 맡았다. 역 광장을 오가는 시민에게 차분하게 노동자의 날을 알렸다.다음날 아침 간단한 행장을 꾸려 단신 상경했다. 이렇게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갓 출범한 산별 언론노조에 노보 만들 신문쟁이가 필요해서 올라왔다. 혼자 사는 친구의 상계동 주공아파트 방 한 칸을 공짜로 얻었다. 지금 같으면
30년 동안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는 자신의 투쟁을 ‘자존심’을 찾는 투쟁이라고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은 기타를 만드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콜트-콜텍 회사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물량을 넘겼다. 13년째 싸우던 노동자에게 먼지도 많고 임금도 낮은 그 현장으로 꼭 돌아가야겠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노동자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신이 만드는 기타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기타 소리가 날씨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던 임재춘 노동자의 그 반짝이는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2009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교사 89명이 기소되고, 67명이 해임·정직처분을 받았다. 2010년·2011년 정당에 월 1만원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교사 1천600여명이 기소되고, 46명이 해임·정직처분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교사 33명이 기소됐다. 총선을 앞둔 2016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교사 19명이 기소됐다. 그리고 또 정권이 바뀐 지금, 사회 수업에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올가와 이아르트리, 두 사람은 고려인 부부로 2021년 3월 아이와 함께 카자흐스탄을 떠나 더 나은 일과 삶의 희망을 찾아서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귀환 이주했다.충남 홍성지역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예산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곳은 불법적인 인력공급업체. 두 사람은 어디서 일을 하게 될지, 사장이 누구인지, 임금은 얼마를 어떻게 받게 되는지, 일하고 쉬는 시간은 언제인지,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스탈린 정권에 의한 강제 이주, 민족교육과 민족언어 교육이 금지된
월 500시간 남짓 사업장에 체류하며 일했던 분의 임금체불 사건을 맡았다. 한 달 30일, 720시간 중 500시간을 사업장에서 일했다. 평일 7만원(15시간 체류), 토요일 10만원(18시간 체류), 휴일 10만원(24시간 체류, 연휴에는 며칠이고 사업장에 머물렀다)을 받으며 3년 가까이 일했던 그는 첫 상담에서 장시간 노동에도 2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부당함을 참았던 자신의 과거를 하소연했다.노동청 출석 전날, 진정인과 통화를 끊으려던 순간 진정인의 마지막 말에 흠칫했다. “그런데, 감독관이 왜 참고 일해 왔냐고 물으면
‘현존하거나 계속되고 있는 차별을 제거 또는 과거에 행해진 고질적인 차별을 구제하기 위해, 그리고 미래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나 절차’를 의미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는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작된 반차별적 정책(anti-discrimination policy) 중 하나로 시작됐다. 특히 과거 차별에 대한 보상과 현재의 불평등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소수집단에 채용이나 승진·훈련 등에서 우선적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과잉대표된 특권 집단에
1. 언제나처럼 나는 그랬다. 새해의 해맞이는 올해도 동네 뒷산이었다. 하나도 새롭지 않았다. 미세먼지 안개를 붉게 뒤집어쓴 채 힘겹게 떠오르는 모습이 새해라고 해 봐야 다를 게 없었다. 붉기로 보더라도 전날 그 자리에서 봤던, 서쪽 하늘 아래로 떨어지던 2022년 마지막 해가 더 붉었다. 도대체 새롭게 나아감은 없고,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전혀 새롭지 않은 말만 노동에 대해서 퍼붓고 있었다. 지난해 집권 이후 윤석열 정부가 해 오던 노동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서 하는 것을 새해 첫날에 TV뉴스로 봤다. ‘이 나라
내가 우익과 좌익을 가르는 실천적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강자와 부자와 자본가에게 도움이 되면 우익이고, 약자와 빈자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면 좌익이다. 나의 관심은 실천에 맞춰진다. 하는 말의 ‘좌익’스러움에 상관없이 실천적 결과에서 강자와 부자와 자본가에게 도움이 되면 우익이라 보는 것이다.‘사회적 대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운동권 안에서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자들을 ‘좌파’라 부르지만, 나는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자들을 우익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이들의 사회적 대화 반대 전술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익을 본 집단은 강자와 부
철거계고장이라는 공문서를 처음 본 것은 (난쏘공)에서였다. 철거계고장의 뜻을 몰라 엉뚱하게도 문학용어사전을 뒤적였던 아둔한 고등학생은 이제 비겁한 사회인이 됐지만 난쏘공을 읽었을 때의 큰 충격은 잊혀지지 않는다. 난장이 가족이 살았던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지명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그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고 믿었을 만큼 난쏘공은 나에게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난쏘공이 출간된 지 45년이 지났지만 소설 속 배경과 오늘의 현실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에 자본주의 계급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문학적·
2007년 라희찬 감독이 만든 영화 는 블랙코미디다. 원칙주의에 꽉 막혀 융통성은 일도 없이 고지식한 교통순경(정재영)과 적당히 잘 비벼서 출세길을 달려온 경찰서장(손병호)의 대결 구도가 기본이다.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은 민심도 얻고 야심도 채우려고 은행강도 모의훈련을 제안한다. 교통순경 정재영이 강도로 발탁되면서 훈련이 꼬이기 시작한다.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고지식한 정재영이 열과 성을 다해 강도 연기에 몰입한 탓에 훈련은 실전보다 더 리얼하다. 급기야 특수기동대가 투입되고,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등 실
신현수는 한국노총이 운영하는 충북노동교육상담소 소장이다.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한국노총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40년을 한국노총에 몸담았는데 처음에 맡은 업무는 총무 업무였다. 그는 노동조합이 수협이나 농협처럼 안정적인 직장인 줄 알고 들어왔다는데 기업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띠를 묶고 싸울 줄은 몰랐다고 멋쩍어 했다.그가 한국노총에서 맡은 주된 업무는 노동법률 상담과 교육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 자문을 담당하기도 하기만 주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연간 평균 종합독서량은 4.5권이라고 한다. 이는 2019년 조사 때보다 3권이 낮아진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유튜브나 OTT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하는데, 독서량은 딱히 아닌 듯하다.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은 결과 자연스레 출판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출판업은 사양 산업 1순위로 손꼽힌다. 1인 출판이니 웹 출판이니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으나 빙하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덩달아 작가들도 위기다. 물론 작가가 언
입사 첫해인 올해 법률원과 함께한 여러 활동 중에서 지난 7월23일 ‘대우조선 하천노동자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도에 다녀온 것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 주말 일정에, 왕복 10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짝 망설이기도 했지만, 당시 옥쇄투쟁을 진행하고 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님이 나온 기사 사진을 본 순간 희망버스에 꼭 타야겠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좁은 철구조물 속에 몸을 간신히 구겨 넣은 부지회장님이 손에 쥔 피켓에 적힌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는 지금 다시 떠올려도 울컥하게 된
A씨는 대학원까지 졸업했을 정도로 전공 분야에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직장내 성희롱이 지겨워서 커리어를 포기했다. B씨는 승진하자 악의적인 성적 소문에 시달렸다. 다른 여성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동기들은 성희롱과 성차별을 견디다 못해 다른 직종으로 이직했다. C씨는 직장에 있는 동안 성희롱 상처가 계속 생각나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D씨는 성희롱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이 거절됐다. E씨는 성희롱 신고 후 힘들어하는 피해노동자에게 “퇴사하라”라고 말하는 상사를 목격했다.위의 사례는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
TV에서 화물트럭 기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업복 차림의 부스스한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운전석 뒤 조그마한 공간에 이불이 있고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 몇 가지 살림 도구도 인상적이었다. 트럭을 집인 양 생활하는 모습이 극한직업처럼 느껴졌다.지난달 24일 트럭에서 생활할 정도로 한 푼이 아쉬운 노동자들이 생계를 팽개치고 파업을 했다. 순박한 아저씨들이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무더웠던 지난 6월 이들은 안전운임제를 놓고 한 차례 파업한 적이 있다. 그때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영구 운영 논의 포함) 및
1.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방향이 발표됐다. 이달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정부에 “입법적·행정적 조치에 조속히 착수해” 줄 것을 권고하는 형식이었다. 권고문 내용은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했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서 작성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노동부가 노동법 등 노동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는 연구회는 정권이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에 부합하게 연구해서 권고문으로 노동정책에 관한 개혁 과제들을 밝혀 놓았다. 사실 권고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는 어떤 내용을 권고했을지 짐작이 됐다. 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