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정리해고로 거리에 내몰리고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통해 복직했으나, 복직 1년 만에 다시 집단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있다. 지난해 7월12일 두 번째 집단해고를 당한 자일대우버스 주식회사 노동자들 이야기다. 두 번째 집단해고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폐업해고’다. 회사가 어려워 울산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근로계약 관계를 더 이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버스 폐업에는 아무래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만 같다.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대도 사용자가 노조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가치와 사실의 관계에 대해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인간과 환경의 투쟁을 과장해 사실과 가치를 부당하게 대립시키거나 부당하게 분리시키지 말아야 하고 역사에서의 진보는 사실과 가치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성취된다고 했다. 가치와 사실은 상호의존하고 또한 상호작용한다는 그의 주장은 “가치는 사실에서 나온다”라는 명제와 “사실은 가치에서 나온다”라는 명제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명제가 상호작용해 객관적인 역사가 이뤄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사실
5년 만에 고은이 문단에 복귀했다.경향신문은 지난 10일 1면 사이드에 ‘성추행 한마디 반성 없이 고은, 5년 만에 문단 복귀’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에 이어 20면 머리에도 시인과 출판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은 “예술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은 더 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는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의 발언도 옮겼다.고은 복귀는 매일경제도 같은날 26면에 1단 기사로 다뤘으니 경향 단독보도도 아니다. 미투에 발 빠르게 대응한 한겨레는 하루 늦게 지면에 보도했다. 그것도 주요 면이 아닌 20면 맨 아래쪽에 썼다.불매운동까지 번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꼭 1년이다. 그간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했고, 산재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솜방망이식 처벌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법이 시행됐음에도 산재 사망자는 눈에 띄는 수준으로 줄어들지 못했다. 2022년 산재 사망자 통계를 보면 건설업에서 약간 줄어들고, 제조업에선 오히려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설파하고 있다.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잘못된 규제라는 식의 기사가 연이어
노동조합은 자치조직이지만 헌법과 법률을 통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있는 자치조직으로서 자율적·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의무를 진다. 노동조합 활동을 규율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조합 대표자가 6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원을 통해 노동조합의 모든 재원 및 용도, 현재의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내용과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25조1항·2항)이뿐만 아니라 노조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상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학원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였는데, 어느 날 학원 원장이 프리랜서 계약을 하자고 하더란다. 한 노무법인이 나서서 학원들에 고용형태 변경에 관한 컨설팅을 했고, 그 때문에 주변 대다수 학원이 고용형태를 바꿨다고 했다. 4대 보험이 적용 안 돼 불안해하는 강사들에게 수업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임금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강사 입장에서는 계속 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프리랜서 전환을 수용했는데,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된 후 학생수에 따라
“왜 여자들은 배달 오면 숨어?”라는 물음을 받고 생각해 봤다. 왜 나는 방금 숨었지? 일단 이 자취방에 여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시간이 없거나 귀찮은 날에는 밖에서 먹고 오거나 집에 오는 길에 포장을 해 온다. 정 혼자 배달 주문해서 먹는 때에는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한다. 내가 무방비로 맘 편히 지내는 사적인 공간에 모르는 사람(특히 대개 남성)을 향해 문을 열어 줄 만큼의 세상을 향한 신뢰는 없다.이는 나만의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실체가 있는 두려움과 걱정이다. 몇 년 전 처음
1. 모든 ‘문화(文化)’에는 이상(理想)을 향한 의지가 자란다. 문화(文化)란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자연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습득·공유·전달되는 행동 양식과 그 결과물을 일컫는다. 노사 간에도 이러한 문화가 시작되는 시점이 있다.2.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18년께부터 원청 사용자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CJ대한통운과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집배점)과 택배 배송에 관한 위수탁계약
지역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경험'을 찾아 수도권을 향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간 청년들도 결국은 주거비 부담, 삶의 질 저하, 외로움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청년유니온 자체 실태조사 결과, 비수도권 청년 43%가 수도권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75.8%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수도권으로 간 청년 중 일자리를 찾아온 이들이 32.1%로 가장 많았다. 비수도권 거주 청년들이 느끼는 일자리 불충분은 상당히 크다. 또한 수도권
나는 지난주 국정원의 ‘생계형 언플’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이번주엔 전국 곳곳에서 압수수색을 펼쳤다. 압수수색 당한 이들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일본 여행 가려고 환전해 둔 엔화(한화 100만원가량)를 보고는 공작금이라거나, 화장실 천장에서 나온 폐건축 자재를 보고는 ‘공기총 탄피를 발견했다’거나 캠핑 때 사용한 무전기를 ‘(북한과) 교신기가 나타났다’거나 거실의 빔프로젝트 리모컨을 보고는 ‘녹음기’라고 호들갑 떠는 기가 막힌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급기야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와 민변 경남지부는
우리는 달리는 자본의 등에 올라탄 지 오래다. 그동안 누군가는 자본을 멈추려 하고, 누군가는 자본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그러나 자본은 갈수록 더 매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는 자본을 찬양하든, 비판하든, 저주하든 여전히 달리는 자본의 등에 올라타 있다. 속세를 떠난 구도자나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자연인이 아닌 이상 말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 갔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의 정점에 선 자의 자조적이면서도 솔직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자본 권력의 파이는 더 커졌다. 행정부·
새해가 밝았고 아주 오랜만에 새해 바람이 생겼다. 평소에 새해 목표나 바람 따위는 갖지 않았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 매일 뜨는 해처럼 성실히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길지 않게 끝났으면 했던 싸움이 해를 넘기자, 새해에는 꼭 이 싸움이 끝나길 바라야만 했다. 대전의 구즉신협 이야기다.구즉신협은 인근 신협보다 실적이 높은 ‘잘나가는’ 신협으로 손꼽힌다. 그렇지만 이직률도 높은 편이었다. 구즉신협의 실적은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야근, 성과 압박, 경쟁적인 분위기와 억압적인 업무지시처럼 사용자의 직장내 괴롭힘으로 만들어진
김어준씨(이하 존칭 생략)가 TBS를 나가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 첫 티저영상 이후 보름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그의 지지자들은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사회적 현안마다 꽤 높은 발언력을 행사하는 김어준의 파워가 새삼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유튜브 채널이 며칠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일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연예인들에겐 비일비재한 일이다.김어준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가는 크게 둘로 갈린다. 일부는 그의 음모론적인 방송이 끼치는 해악에도, 철도나 에너지 사영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노동자의 일터환경은 하나같이 열악하고, 비상식적인 상사나 고객은 어디나 있다. 그러니까 귀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새 ‘글쎄 … 직업에 귀천이 없나?’ 하는 의심이 든다.최근에 나는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구하려고 이곳저곳 면접을 봤었다. 필라테스 강사는 남자를 본 적이 없는데, 희한하게 면접 보는 대표들은 다 남자였다. 한번은 헬스장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구한다고 했고, 면접을 봤다. 그는 내게 “남자 꼬셔본 적 있어요?”라고 물어봤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
1. 연초부터 소란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도 없이 2023년 1월이다. 지난해 12월29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동조합 253곳과 공무원·교원노조법상 공무원·교원노조 81곳을 대상으로 29일 자율점검 안내문을 일괄 발송했다. 이 때문에 자문노조들로부터 심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지난해 하반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가 본격적으로 받들어 나가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9일에는 노동부는 윤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 업
#장면1 : 금강산의 댐초등학교로 변한 국민학교에 다닐 때 얘기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국가를 위해 모금이 있으니 각자 성금을 가져오라고 했다. 넉넉지 않았던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졸라 얼마간의 성금을 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많지 않았다. 당시 모든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일반 시민도 성금에 동참했다. 심지어 정부는 기업 규모에 따라 성금 액수를 정해 강제 모금도 서슴지 않았다. 반공이 온 나라를 휩쓸던 시기여서 성금을 내지 않으며 ‘애국자’가 아닌 ‘빨갱이’로 낙인 찍힐 판이었다. 성금은
정확히 90년 전인 1933년 미국 실업률은 24.9%에 달했다. 1929년 10월 말 ‘검은 화요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할 때는 아무도 공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1920년대 초반의 경기침체와 비슷한 것이라 여겼다.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활황으로 불타올랐다. 1930년대 들어 은행과 증권가가 몰락하고 실업률이 25%가 되는 상황에서야 사람들은 전례 없는 공황을 겪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1929년 3월4일 후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괜찮았던 경제 사정은 점점 악화해 9월부터 은행과 증권가를 중심으로 위기가 본격화되면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는 경제학 격언은 유명하다. ‘공짜 점심’에 대한 항간의 속설에는 미국 서부 어느 식당이 나오기도 한다. 식당에서 손님이 없어 고민하던 당시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기책을 낸다. 대신 음료는 한 잔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공짜 점심 소문에 고객들이 몰렸다. 가게 주인은 음식을 짜게 만들어서 음료 소비량을 늘리고 음료 가격도 올렸기 때문에 손해는커녕 큰 수익을 올렸다. 결국 식당 고객들은 공짜 점심으로 이익을 얻은
조선일보가 2021년 8월 ‘충북동지회’ 사건을 들고나왔을 때 우스웠다.1950년대 이후 한국 언론의 간첩 기사엔 ‘포섭’ ‘지령’ ‘침투’ ‘공작’ 같은 말이 끊이질 않았다. 충북동지회는 정치권에 침투하려고 민중당(현 진보당)에 침투했고, 그중 일부는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 노동분과 특보로 임명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내가 아는 이도 있었다. 손모로 알려진 그는 2016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이후 노동자나눔치유 협동조합을 만들고 충북청년신문이란 지역신문을 설립했다. 국정원은 충북동지회라는 간첩단이 이 지역신문
“회사 구내식당 밥이 정말 맛이 없고 부실합니다. 맵고 짜고, 야근 때문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것은 어떻게 개선이 안 되나요?”수화기 너머 상담을 의뢰한 노동자의 회사에는 식당이 없다.그가 말하는 구내식당이란 그가 속한 회사를 비롯해 중소 영세기업이 아파트형으로 밀집한 공업단지 내에 공용으로 이용하는 민간위탁 뷔페 음식점을 말한다. 입주기업 대표회에 민원을 넣어 보시라 답변 드리는 것 외에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몇 해 전 구내식당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국내 유명 기업들의 회사 구내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