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보공개(open.go.kr)를 통해 국고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청구하는 작업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다. 청구 대상에는 노조에 지원된 국고 내역도 포함된다.이명박 정권 때 일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 핵심 정치인이지만, 당시 한국노총 임원으로 있던 이가 국고를 횡령했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더니, 담당 공무원은 내 개인정보를 한국노총 내부인에게 알려 줘 나를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지금은 근절됐을까.지난달 청구한 정보공개 답변서
미국에서 공부 중인 처남이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어깨를 치고 지나가거나 문을 눈앞에서 닫아 버리는 등 의외의 부분에서 무례하다면서 “미국이었으면 누가 총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 서로 무례할 수가 없다. 그게 ‘45구경의 정의’”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여기에 나는 멕시코는 살인율이 1위이고 한국이 자살률 1위인데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에서 사장이 괴롭히면 노동자가 자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터넷상 농담을 돌려 줬다. 그리고 처남과 나는 둘 다 이것이 농담인 척하는 일말의 진실임을 잘 알고 있다. 최
영화 가 개봉했다. LG유플러스 전주 콜센터(LB휴넷)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양이 이승을 버린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2017년 1~3월치 내 취재수첩엔 분노에 찬 메모가 가득하다.수연양의 죽음을 조사한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강문식 집행위원장은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어느 한 곳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연양은 2017년 1월23일 숨졌는데, 이후 한 달 동안 학교와 전북도교육청은 실족사로 추정한다며 경찰 조사 뒤 대응하겠다고만 했다. 지역 청소년단체는 유족과 친구들을 만나
조선노동공제회는 1922년 7월 이후에는 지방지회들이 활발히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던 반면, 중앙지도부는 상해자금 건이 문제가 돼 완전히 분열돼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1922년 10월14일 5회 임시총회에서 윤덕병·신백우파가 조선노동공제회를 해체하고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자들만의 노동단체로서 ‘조선노동연맹회’를 창립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10월18일 서울 장사동에 있는 동양염직회사 내의 공우협회 사무소에서 조선노동연맹회 창립총회를 열고 강령·선언·규칙을 통과시켰다.조선노동연맹회는 사회주의자와
2016년 1월11일 새해 벽두에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2015년 9월15일 박근혜 정부와 한국노총, 한국경총이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의 파기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2015년 9월 그는 한국노총의 협상 실무 책임자로 정부·재계와 머리를 맞대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합의 체결 다음날 노동계와 합의가 안 된 비정규직 법안을 추진하고, 그해 연말에는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데도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손쉽게 개악할 수 있는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이정식
얼마 전 한 경제신문에서 내가 소속된 법률원에 대한 기사를 냈다. “민노총”이 “변호사와 노무사 등을 대거 영입”해, 한때 존폐 위기에 놓였던 법률원이 현재 “90명까지 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모두 “MZ세대 유입과 함께” 찾아온 변화라고 한다. “과거 투쟁과 파업 중심이던 노조가 실리와 정당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요구에 맞춰 바뀌는 현상”이라는 것이다.사실 경제신문이 노동계 소식을 보도하면서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하지 않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부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들 경제지가
오른쪽 등이 계속 아팠다. 처음에는 어깨 문제인 줄 알았다. 마우스를 손목과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버티컬 마우스로 바꿨다. 마침 아시안핏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래서 기존보다 작아 여성에게 추천한다는 마우스가 새로 나왔다. 여성에게 맞는 크기는 언제나 기본형이 아닌 특수형이다. 근래에 들어서야 여성을 고려한 크기가 출시되는 것이 황당하나 그래도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지덕지다.스트레칭도 하고 온찜질도 자주 했지만, 견갑골이 아린 통증은 계속됐다. 자다가 아파서 깰 정도가 돼서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
2000년대 초중반 돌봄의 사회화가 진행됐다. 신자유주의 경쟁 속에 개인은 돌봄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보육서비스제도가 확충됐고 2006년 이후 사회서비스 일자리 정책이 확대됐다. 2007년 사회서비스전자이용권(바우처 카드)사업이 시작됐으며 2007년 사회적기업법이 시행됐다. 2008년도에는 노인장기요양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2011년도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입법화됐다. 2019년에는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됐고 2020년 사회서비스원법이 제정됐다.돌봄의 사회화 과정은 국가가 주도했으나 서비스 제공은 민간이 담당했다. 국민의 세
1.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두고 (결론이) 엇갈리는 법원 판결이 나온다”며 “법적 안정성이 (떨어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특정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은 거의 없다”며 “큰 차별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임금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는 면이 많다. 구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매일노동뉴스는 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족한 연구회 ‘노동시장이중구조개선연구회’의 전원회의 공동좌장인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그 첫 회의를 마치고서 기자들을 만나서 이렇게
모든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돌봄에 의존하므로 돌봄노동(care work)은 인류의 핵심이며(국제노동기구, 2018) 현재와 미래세대의 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측면에서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에 관심은 크지만 ‘누가, 어떻게’ 돌봄을 수행하는지, 돌봄노동으로 인한 불이익은 무엇인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그중에서도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무급 돌봄노동’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임에도, 이에 대한 가치는 외
지난해 3월9일 20대 대선이 있은 지 1년이 가까워 온다. 패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직과 거대 야당 대표직을 방패 삼아 윤석열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맞서고 있다. 검찰은 이달 16일 대장동·위례 개발비리와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을 이유로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국회는 27일 체포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명은 회기 중 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구속을 피하고자 계속 국회를 계속 열어 두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체포동의안이 계획대로 부결되지 않고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가 나와 가결될 경우 민
어쩌다 너는 ‘꼴수’ 나는 퇴보예상 못 한 인연들이 만나면 다양한 얘기들이 튀어나온다. 정부를 반노동 꼴보수로 보는 사람, 그나마 깡패 같은 이 포퓰리즘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보는 사람, 낭만검객이 거칠게 휘두르는 정부로 보는 사람 등 다양하다. 각자의 초점은 다르지만 일치하는 것은 이런 나라 꼴을 벗어나기 바란다는 것이다.어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곳에 진일보가 있다며 오염된 표현인 ‘중간’도 ‘중도’도 아닌 ‘중원’을 열자고 한다. 어떤 이는 지금 필요한 것에 미달한 상태를 한탄하며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
지난해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고(故) 이동우 정비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사건 발생 10개월이 지난 1월에서야 관련자들을 수사 대상으로 입건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였다. 이어 이달 14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사건을 기소의견 송치했다. 이미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장과 하청업체 대표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늦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대구노동청은 지난해 5월 검찰에 입건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을 공격하며 지지율을 올리고,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고, 재미를 보고 있다. 마치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가 노동조합으로부터 비롯된 것처럼 비약하고 적대화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 사회 보수정당의 레퍼토리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레토릭에 반응하는 시민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너무나도 떨어져 버린 대중적 지지와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정규직-비정규직’ ‘내부노동시장-외부노동시장’으로 분절
소설가 장강명이 이란 에세이집을 신생 출판사 ‘유유히’에서 냈다. 원래 이 책은 미디어창비(창작과비평 자회사)가 출판하려고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장 작가는 이 책에서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것에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고 썼다. 이 문장은 장 작가가 지난해 웹진 ‘채널예스’ 6월호에 이미 썼다. 그럼에도 창비는 미디어창비에서 출판작업을 할 당시 이 문장에 들어 있는 ‘궤변’을 ‘나름의 논리’로 바꾸고 괄호에 ‘이
“사무직 정기교육은 분기당 3시간, 사무직 외 근로자는 매분기 6시간, 판매직은 3시간…”안전관리자들이라면 다들 한번씩 봤을 근로자 안전보건교육 기준이다. 하지만 이 규칙은 규칙일 뿐이다. 많은 사업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공기관이나 일부 대기업 정규직 정도가 준수하는 편이다.우리나라 산재사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건설업의 경우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4시간 동안 별도로 진행하게 한다. 해당 교육은 회사가 아니라 전문기관에서 진행한다. 일종의 ‘노가다 자격증’이라고 할 정도로, 건설현장에서 교육 이수증 없
오래전의 일이다.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던 서울시청광장에서 건설노조 한 지부의 깃발을 봤다. 그 지부 깃발에는 무지개깃발도 달려 있었고 조합원들은 안전화를 신고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우리 건설노동자들도 퀴어퍼레이드에 함께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즐겁게 행진하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노조로 뭉친 건설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소수자들의 싸움에 함께했고, 사회적 참사 피해자 곁에 있었다. 힘든 비정규직 노조의 싸움에도 늘 건설노조의 깃발이 함께했다.그런데 정부가 그 건설노조를 불법 범죄집단으
유명한 댄스 기법인 문워크(Moonwalk)를 모두 아실 것이다. 댄서가 앞으로 스텝을 딛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로 움직이는 동작인데, 전설적인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1983년 공연에서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문워크가 세상에 알려진 지 어언 40년, 최근 절륜한 문워크를 선보이며 마이클 잭슨의 위상을 위협하는 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공정거래위원회’다.지난해 12월2일, 여느 때와 다름없던 출근길에 낯선 광경을 목도했다.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이 노조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노동조합과 대치하고 있었다. 공문을
민주노총은 4월 대의원대회를 한 차례 더 열어 2024년 총선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총선방침 초안(총선안)이 내리고 있는 주요한 상황 진단에는 기성정치의 현 상황에 대한 암울한 인식과 노동조합의 절박함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선거 대응에서의 각자도생”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총선방침 수립을 통해 진보정당, 제 민주·민중세력과 함께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자”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악조건과 암울한 예상을 모두 건너뛴 것인데, 총선안은 이런 공백을 보다 면밀한 분석과 대안보다는 의지
1.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상급단체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근거로 지부·지회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정명령을 추진하는 대상은 상급단체의 집단탈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금속노조의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 사무금융노조의 ‘조합원 가입·탈퇴 처리규정’이다.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 입후보자의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한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규정도 ‘피선거권 제한’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