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산재예방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정체기’로 현재를 규정한 노동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로드맵을 제시했다. ‘산업안전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중대재해 감축에 범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노동부는, 로드맵의 실현을 통해 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또한 제시했다.정부가 제출한 로드맵이 실질적인 중대재해 감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경동건설은 저희 아버지가 1미터 높이에서 추락했다고 했지만 시신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온몸에 피멍과 골절상을 입었고, 오른팔은 뼈가 어긋난 채로 팔을 뚫고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부어오른 목이 보였습니다. 아, 이래서 아버지가 의식을 잃으셨구나. 산소 공급이 안 돼 뇌사가 왔구나.”부산의 경동건설 신축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씨 딸 승남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경동건설 현장소장은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했다”며 “경동건설로부터 ‘죄송하다’
지난 9월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순찰 중이던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이 같은 회사 동료의 스토킹 범죄로 숨졌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부실한 대응뿐만 아니라 서울교통공사의 미흡한 조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법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일터에서 젠더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나아가 젠더폭력이라는 일터의 위험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가 우리 사회에 과제로 던져진 것이다.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동·여성단체, 학계가 모여 ‘신당역 사건으로 본 일터 내 젠더폭력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
직장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온 대한항공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사측의 처리 태도가 지원적이지 않아 재해자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증이 발생, 악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6일 취재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는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직원 장유정(가명)씨의 요양급여 신청에 “신청상병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장씨는 2017년 직속 상사에게 강간미수 피해를 입은 뒤 직장내 성희롱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강원 원주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케이씨씨(KCC)건설과 하청업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노동부 강원지청은 6일 서울 서초구 KCC건설 본사와 강원도 원주시 KCC 문막공장 내 현장사무실, 경기도 화성의 KCC건설 하청업체 삼원이엔시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압수수색은 9월21일 KCC건설이 시공하는 강원 원주시의 KCC 문막공장 증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이뤄졌다. 당시 하청업체 삼원이엔시에 소속된 노동자가 변압기실 장비를 교체하다 감전당해 숨진 바 있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한국서부발전 소속 비정규직 고 김용균(당시 24)씨 4주기를 맞아 시민·사회단체가 추모주간을 선포했다.129개 노동·사회단체가 참가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4주기 추모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추모주간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추모주간은 기일인 10일까지 이어진다. 6일에는 김씨의 일터였던 태안 화력발전소 앞에서 추모제가, 8일에는 재판 관련 기자회견이 대전지법 앞에서 열린다. 추모주간 마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타율적 규제가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효과가 없었다는 전제에서 영국·독일 등의 선진국과 같이 자율적 규제를 통해 예방 관점에서 산업안전을 구축한다는 것을 큰 방향으로 하고 있다.중대재해 감축 추진 방향으로는, 위험성평가 강화와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위험성평가를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정기감독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하고, 중대재해 수사시에 기업이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충분한 예방 노력을 헸는지를 참작 요인으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3
학교 급식실 노동자 100명 중 1명이 폐암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조사가 나왔다. 양성결절이 발견된 경우를 포함하면 4명 중 1명 이상이 이상소견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검진 중간 현황’을 발표했다.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은 55세 이상이거나 경력 10년 이상인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 단층촬영(CT) 등 폐암 건강검진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 내년 2월 말
고용노동부가 경기 의왕시 오봉역 철도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강제수사로 전환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노동부는 1일 오전 대전 코레일 본사와 서울 수도권광역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오후 8시27분 오봉역에서 철도 수송원 A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A씨는 화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입환작업 중 시속 25킬로미터 속도로 진입한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사망사고 이후 철도노조는 “안전 작업로나 이동통로도 없고 선로 간격이 좁아 다가오는 열차를 피할 수 없다”며 “열차가 선로에 제대로 진입하는지 확인
군필 남성 대부분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군대에 다시 가는 악몽을 꾼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웃픈 이야기일 것이다. 고백하자면 현역병 생활을 한 적이 없는 나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악몽이 있는데, 다름 아닌 컨베이어에서 일하면서 떠밀려가는 꿈이다. 컨베이어 속도에 맞춰서 일하다가 제시간에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해 내가 만들던 차량에 떠밀려가고, 겨우 수습하고 돌아서면 다음 차량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꿈속에서도 여전히 진땀 나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공장을 떠난 지 제법 되었건만, 10여년간 컨베이어 속도에 통제
위험성평가가 내년 300명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할 경우 시정명령이나 벌칙을 받도록 관련 규정을 바꾼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30일 발표했다.로드맵은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통해 사망사고 만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828명으로 2026년까지 지금의 3분의 1을 줄여야 한다.노동계는 “이미 실패
철도노동자들이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산업재해 사망사고 이후 19일 만에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한 한국철도공사와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공사와 정부가 노동자 생명보다 시멘트 수송을 더 우선했다고 비판했다.철도노조(위원장 박인호)는 29일 정오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사용자와 공사가 제대로 된 안전보건조치 개선대책 없이 졸속으로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통상 중대사망재해에 따른 작업중지명령은 현장노동자 의견 청취와 노사 간 협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검토를 거쳐 해제를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과 관련해 노동·언론단체가 “태아산재 유해요인을 확대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함께 열었다.조승규 공인노무사(반올림)는 “노동자의 생식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은 1천484가지에 이르는데 시행령
근로복지공단이 전자파에 노출돼 일하는 전기(배전) 노동자에게 발생한 감상선암을 산재로 본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해 관련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유사한 질병에 걸린 배전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제약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건설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최소한의 보상받을 권리마저 박탈하는 이유 없는 항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김정남(53)씨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배전노동자로 일했다. 주로 전신주에 올라 전기가 흐르는 가운데 송·배전선로 유
한국노총이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에 힘쓴 기업과 전문가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한국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안전보건 혁신사업 최종 성과를 발표하고 사업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감사장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 사업은 50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사업주의 안전보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했다.올해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국비엠㈜을 안전보건 혁신 사업장으로 선정해 지원했다. 건물 종합청소 대행 서비스를 주요업무로 하는 이 회사는 상시노동자 10명의 소규
정부와 여당이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기조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논의했다. 이미 실패한 기업 자율안전 대책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당정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중대재해사고 사망만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명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산재사망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828명으로 사고사망 만인율은 0.43명이다. OECD 38개 회원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당정은 △노동정책 패러다임을 규제·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책으로 전환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제도는 안전보건 분야를 기업경영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켜 기업 스스로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체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활동이다. 지난 20여년간 공공기관 주도의 유일한 안전보건인증 제도로서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재해예방 활동에 기준과 절차가 되는 규격으로 인식돼 왔다.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란 안전보건을 관리(위험성 관리 등)해 경제적 효과(재해 손실비용의 감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의 경영성과를 위해서는 자율안전관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의 구축 및 유지
지난달 21일 건설노동자 3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신축공사 붕괴사고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에서 14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고용노동부는 “SGC이테크건설이 시공하는 현장 31곳을 감독한 결과 29곳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감독 결과를 보면, 31곳 중 14곳에서 안전난간 미설치 등 안전조치 미준수 사항 35건, 14곳을 포함한 29곳에서는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 안전관리 미흡사항 107건을 각각 적발했다.노동부는 사망사고를 직접 일으킬 수 있는 안전조치 위반행위 35건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예비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교육을 한다.경기도는 24일 “최근 사회초년생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산업안전사고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노동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사회 첫발 예비노동자 산업안전교육’ 사업은 경기도교육청과 협업해 올해 처음 도입한다.시범사업 첫해인 올해는 이날 여주제일고를 시작으로 다음달 29일 의정부공고까지 도내 총 13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 937명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도내 109개 직업계고 중 학사 일정과 안전교육 실시 여부를 종합적으
어떤 종류의 일터에서든 갑이 아닌 을(또는 병·정)로 일해 본 사람들은 모두 안다. “언제든 편하게 의견을 내 달라”는 갑의 말이 얼마나 곤란하고 난망한 말인지. 또 크든 작든 어떤 조직의 대표가 “우리 조직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조직은 정말 위험한 곳일 가능성이 크다. 말해도 닿지 않거나 말할 수조차 없었던 중요한 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대표라는 사람은 전혀 영문을 모르거나 모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일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란 결코 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