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는 국가별 맥락에 따라 만들어졌다. ‘호봉제’ 내지는 ‘연공급제’라 칭해지는 임금체계는 1960년대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던 ‘고성장 저임금’의 경제적 호황기로, 자본가들은 눈앞의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면서며 숙련노동자를 붙잡을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했다. 그 결과, 미숙련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입사시켜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을 점차 올려주는, 평생 고용을 전제로 성립된 연공급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자리잡게 됐다. 특히 연공급제는 고용안정과 더불어 생애주기 흐름에
1. 이 빌어먹을 세상은 틈만 나면 자유다. 지난 19일에는 대통령의 4·19 기념사에서 들어야 했다. 4·19로 쟁취한 자유, 민주주의가 사기꾼들에 농락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뉴스를 듣자니 이제 자유가 지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유를 위해 이토록 강렬하게 4·19 기념 연설했다는 걸 도대체 믿지 못하겠다. 권력에 피투성이로 맞서 싸웠던 이들의 자유를 위해서는 아닐 테다. 자꾸 궁금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를 생각해봤다.내가 이 세상에
노동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고양시노동권익센터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 설치 및 운영과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했다. 2021년 10월부터 (사)한국노동조합총연맹경기도지역본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고양시에서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먼저 우리 센터는 지난해에 388건의 노동상담을 진행했다. 이 중 사용자가 요청한 7건의 상담을 제외하면, 381건이 모두 노동자들이 요청한 상담이다. 그렇다.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사람들 대부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에 나설 기세다. 중국과 러시아가 상대다. 평화 보장을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 위반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니, 별문제 없다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중국과 러시아도 그렇게 생각할까.기왕 국제적 전쟁에 대한민국 군대가 나서는 것이라면 윤 대통령이 총사령관의 자리에 서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미군사조약에 따라 전쟁이 나는 순간 한국군 총사령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저절로 교체된다. 70여년 전 이승만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다 바친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은 자
‘급성 독성간염이 집단 발병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직업성 질병 1호 사건이 될 법 하다’는 소식을 지인에게서 처음 접했다. 급성 독성간염을 일으킨 문제의 물질은 ‘트리클로로메탄’이다. ‘클로로포름’이라고도 하는 이 물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손수건에 적셔 상대를 기절시키거나, 동물 해부 수업에서 개구리를 마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익숙한 화학물질이다. ‘트리클로로메탄’이 다량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한 29명의 노동자에게 급성 독성간염이 발병했다.이어 수사가 진행되고 기소에 이르면서 이 사건은 ‘직업성 질
함경남도 신흥군에 있는 장풍탄광은 함경남도에서 가장 큰 탄광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는 500~60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했다. 200~300명은 산업프롤레타리아였고 나머지 200~300명은 이 지방 주민으로 구성된 일용노동자였다.광산에서의 노동조건은 대단히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수공업적 방식으로 탄광의 굴진작업과 채탄작업을 진행했다. 탄광에서 갱도가 허물어지거나 폭발하거나 침수되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12시간 이상의 지하노동을 했다. 노예에 가까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은 불과 60~80전에 불과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사회복지는 실용학문답게 방학 때면 2~3학점씩 주는 현장실습을 두 번 해야 졸업이 가능했다. 첫 실습은 잃어버렸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는 아동일시보호소에서 했다. 근무자는 첫날 내게 “절대 아이들을 함부로 안지 말라”고 당부했다. 버려진 아이들이라 안아주면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들 돌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마지막 현장실습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여름방학 때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했다. 홀트는 한국전쟁과 밀접하다. 미국인
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충남 아산의 어느 제조업체 생산 공장에서 일했다. 전체 직원이 50여명 남짓 소규모 업체였다. 관리직을 제외하면 작업 라인을 담당하는 노동자 30여명은 대부분 젊은 산업기능요원이나 이주노동자들이었다.사업주는 채용 포털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긴 했지만 대부분 알음알음 지인이나 친인척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관리부장의 동네 지인이었다. 그러나 우리 중 아무도 이러한 인력채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관리직이라고 해 봐야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별 볼 일 없었고, 사업주의 친인척이라도
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이상헌씨의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참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나 ‘길’은 지금 시대에는 어색한 단어다. 같은 전망을 가진 공동체는 해체됐고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만 남은 경우도 많다. 개인들은 파편화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지쳐 있다. 이런 사회에서 ‘함께 길을 만들어 보자’는 권유는 허망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희망이 오래된 농담처럼 취급되는 시대에 꾸준히 희망을 말하는
화장지가 없는 직장을 생각해 보자. 회사에서 비용이 부담된다고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과 업무공간의 화장지를 없앤다면 아마 대부분의 노동자는 황당할 것이다.지난해 연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는 건물관리 업체와 계약을 중단했다. 임금인상을 위해 건물관리 업체의 직원들이 파업을 하자 비용절감을 이유로 계약을 중단한 것이다. 그 이후 청소가 되지 않아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화장실의 화장지가 바닥이 나서 직원들은 개인용 화장지를 각자 집에서 가져와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돼 사람들은 황당해했다.그렇
‘무덤에서 요람까지’ 유명한 이가 했다던 말을 거꾸로 읽을 때 울림이 더 크다. 알 수 없는 미래 대신,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누구로부터 어떤 지지와 도움을 받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손길과 마음을 생각하다가, 내게 없었다면 안 됐을 것들로 추리고 추려보니 마침내 남은 것은 두 글자다. ‘돌봄’타인을 돌보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아직도 미덕이기를 바란다), 동시에 타인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그 타인이 혈연관계에 있을 때 미덕은 쉬이 의무로 바뀐다. 단순히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많은 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소방관을 꼽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방관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직업,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를 던져 다른 이를 구하는 고귀한 사람들이라는 것 외에 정작 업무가 무엇이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근무조건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해 7월께 직장암에 대한 공무상 재해 불승인 통지서를 가지고 온 소방관 부부를 상담하면서 필자 역시 ‘정말 소방관이 근무하는 환경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됐다.소방관 업무는 현장 지휘 및 화재 진압, 119구급, 구조업무와
1.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집단탈퇴를 막는 산별노조 규약이 노조법 위반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의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지난 14일 매일노동뉴스는 보도했다. 지난해 금속노조가 지회 총회를 통해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추진한 포스코지회 임원 등을 제명한 사건을 계기로 산별노조가 부당하게 자유로운 탈퇴를 막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윤석열 정부는 산별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추진해왔다. 이제 노동위원회에서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결까지 받았으니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등 집단탈퇴를 제
시민이 두 노총을 앞지르고 있다놀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이 지난 11일 발표한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2차 결과 때문이다.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69세 이하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시민인식과 양대 노총 인식이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민인식이 오히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보다 더 낫다고 할 정도다.시민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본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의견이 58.5%로 반대 11.1%의 다섯 배
윤석열 정권이 노동시간을 유연화·탄력화한다면서 노동시간 연장을 꾀하다가 원숭이가 나무에서 재주를 피우다 떨어진 꼴이 됐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노동을 명령했음에도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상승하자 자신감이 넘쳤던 것. 임금제도를 연공급에서 직무·성과급으로 개편해 착취도를 높이려는 노동개혁(악)의 주목표를 달성하기에 앞서 근로시간 선택성 강화라는 미명으로 자본의 필요대로 자유롭게 일 시키는 제도를 도입하는 꼼수를 부리다가 이렇게 됐다.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대중이 잘
대구시 동구 건설현장에서 마루시공 노동자로 일하던 A(49)씨가 지난달 21일 현장 근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약 4개월간 평일은 하루 12시간, 주말에는 10시간씩 주 80시간 가까이 일했다고 알려졌다. 주말이나 정해진 휴식일 없이 한 달에 하루나 이틀만 쉬었다.마루시공은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공사가 시작돼 건설 공정 중에서도 공기가 1~2개월 정도로 짧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루시공이 이렇게 ‘몰아치기 노동’의 전형이 된 근본 원인은 불법하도급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마루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 매출, 순이익 격차가 심각하다. 대한민국 법인 53만개 중 대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36%를 점유한다. 대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6%에 그치지만 전체 이익의 67.4%를 차지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72%를 담당하지만 이익은 32%에 불과하다. 100대 재벌로 범위를 좁히면 어떨까. 고용 비중은 4%에 머물지만 전체 매출은 29%, 이익은 60%를 독점한다. 이렇듯 불공정한 시장은 임금격차를 낳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창업 장애로 작용한다.불평등과 불공정
총선이 1년이나 남았는데 언론은 벌써부터 난리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35살 청년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 이유와 이후 행보가 신선했다. 소방관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지난 3년 동안 대형 화재 피해를 줄이는 소방시설법 전부 개정과 화재예방법·화재조사법 제정에 이어 소방관이 각종 질병과 부상당했을 때 국가가 앞장서 보호하는 소방관공상추정법 개정, 반복되는 대형화재의 주원인인 가연성 건축 자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잇따른 소방관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대거 양산되기 시작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22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897만명이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41.3%였다. 이마저도 위장 자영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가 과소 추정된 것이다. 그리고 간접고용, 기간제·단시간부터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 등까지 비정규직은 규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그 형태도 다양해졌다.비정규직 확대는 여러 사회 문제를 낳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꾸준히 확대됐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민주노총이 이달 2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양수 부위원장 등 인사들은 이 안을 어떻게든 통과시킬 태세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대의원 구도상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다른 일부는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한다.지난 2월15일 칼럼에서 밝혔듯, 민주노총 총선방침(안)은 많은 과정을 누락하고 있다. 본안은 초안에 비해 좀 더 다듬어졌음에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천의 공백을 면밀한 분석과 대안보다는 의지주의로 덮고 있다. 다분히 기술적인 방안에 치중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