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닐 때 서울 성북구의 어느 학원에서 일했다. 사업주는 같은 고향 출신이었는데,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내게 동향이라 반가움을 표시하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을 시켰다. 당시 최저시급이 3천원이 채 안 됐다. 학원강사 노동은 시급으로 따지면 1만원이 넘어 매력적인 일자리였다.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원장은 “같은 고향 출신인데 형을 못 믿느냐고” 화를 냈다. 결국 두 달 동안 월급을 안 주다가 학원을 폐업하고 도망갔다. 당시 원장을 상대로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하려 했다. 그런데 노동청 부근의 법률상담소에서 “
2017년 노동절 오후 2시50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 중 다른 크레인을 충격해 하청노동자 31명이 사상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800톤급 크레인과 부딪쳐 무너진 크레인에 깔려 6명이 목숨을 잃었고, 동료의 사상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사고 후 몇 년이 지나도록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산재로 인정받았다. 참사 후 5년이 흐른 지난해 6월에야 법원은 원청인 삼성중공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인정하고 벌금 2천만원을 확정했다. 원청이 ‘크레인 간 중첩 작업시 충돌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우리 맑스님은 200년 전 공산당선언을 통해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하셨고, 이로써 오늘도 가볍게 1승을 적립하셨다. 국가를 대표하는 경찰이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무도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동자들에게만은 유독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공포의 몽둥이’가 된다. 이는 정권과는 상관이 없었으나, 체감상 이번 정권의 ‘빠따질’은 평소보다 맵고 얼얼하다. 노동자들을 향한 경찰력 사용의 경위는 아래와 같다.지난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 8명은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비정규직 실상을
평일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에서는 주로 기사를 읽는다. 구독 중인 뉴스레터에서 추천하는 기사도 읽고, 도 보고, 몇 개 언론사의 메인기사도 읽는다. 이번 달에 읽은 기사 중에는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키워드는 각각 성희롱과 임신·출산·육아기 노동자 차별이다.두 기사 중 하나는 ‘사귀라’며 분위기를 몰아가는 언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한 판결에 관한 기사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누구랑 만나 보라’고 몰아가는 일들은 회사에서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기사 속 노동자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상사가 신입직원에게 신입직원보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기준 중앙정부 산하 347개(2022년 350개) 공공기관의 공공기관 총정원은 1분기 기준 43만9천명(윤석열 정부의 인력감축으로 2022년 말 44만5천명 대비 9천명 감소됨)이다. 예산규모는 2022년 791조원으로 추경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예산액의 1.16배다. 총자산 규모는 1천55조원으로 국가 총자산의 37.2%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한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 의외로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잘 알지 못한다.중앙 공공기관을 통일적 관리체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있어 대법원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를 환영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이론에 심히 우려를 표명한다.”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이렇게 논평했다.11일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부과한 7일 격리 의무는 5일 격리 권고로 바뀌고, 동네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게 된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현재도 코로나19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나갔다고 해서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 대신 다음 감염병
3월6일자 이 칼럼에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 바 있다. 그때 못다한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한다.윤석열 정권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국정의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서도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노동을 개혁해야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고, 경제가 잘 굴러가야 민생이 잘 될 수 있고, 민생이 잘 돼야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져서 다른 개혁(악)이나 수구보수 정책을 관철할 수 있다는 접근방식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저지하려면 그의 노동개혁부터 제대로 박살 내야 한다.하지만 노동운동·사회운동은 윤석열
현장 간부의 고민“우리는 어떻게 할 건지 판단해야죠.” “(절차 없이 불법 정치파업을 의미하는) 쌩파업은 어렵죠.” “그건 알아.” “총회를 소집하면 안 될까요. 총회를 소집하면 집회 참가 쪽수는 좀 늘 거니까.” “그것도 몇 시간은 일이 중단되는 부담이 있잖아요. 조합원 교육시간을 잡죠.” “뭐 총회 소집이나 조합원 교육을 잡는 거나 그게 그거지.” “총회 시간은 별로 없어요. 정 안되면 확간파업하죠.”총파업 지침이 떨어졌는데 이걸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한 노조 현장간부들이 하는 대화다. ‘확간파업’이란 확대 간부의 파업이다.
지난달 7일 한국복지패널 원자료가 일반에 공개됐다. 복지패널은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패널조사로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06년부터 구축해 오고 있다. 빈곤층 실태를 충실하게 파악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저소득층 표본가구를 조사대상에 충분히 포함하면서 가중치를 부여해 전체 가구를 대표하도록 하고 있다.이번에 발표된 17차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실시된 것으로 모두 8천169가구 조사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해마다 이 자료를 공개하면서 해당
‘노사 법치주의’ ‘노동규범의 현대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현재 고용노동부가 기치로 걸고 있는 3가지 노동개혁 방향이다. 모두 첨예한 주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정책을 집행하는데 주요한 대화 파트너인 노동조합을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점이다.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대화는커녕 관료들과 일부 학자들끼리 몇 개월간 논의해 도출한 결과를 마치 개혁의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입법예고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이 떼돈을 벌었지만 정작 플랫폼에 매달려 살아가는 배달 라이더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호소해도 별 소용이 없어 라이더들이 ‘배달료를 올려 달라’며 파업을 준비하자 조선일보는 ‘배민 라이더들 어린이날 파업’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이런 제목 달기는 전형적인 ‘의제 비틀기’로 본질을 숨기고 엉뚱한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노동자(라이더)와 자본(플랫폼기업)의 갈등을, 노동자와 소비자의 갈등으로 손쉽게 치환해 버렸다. 조선일보는 어린 동심마저 파괴하는 못된
“한국제강 대표 A씨 1년 징역, 법정 구속. 하청업체 사장 B씨 집행유예, 한국제강 벌금 1억원”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처벌법) 2호 판결, 한국제강 사내 도급업체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무게 1천220킬로그램에 달하는 방열판 인양 작업도중, 방열판을 인양하기 위해 고정해둔 슬링벨트가 끊어져 발생했다. 당시 작업공간 하부에 있던 피해자는 이를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열판에 한쪽 다리가 협착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이번 판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여러 토론회가 열리고, 지난 1년간 이 사회가 어떻게 퇴행했는지 열거된다. 코로나19의 끝에서 만난 이 정부는 경제회복과 복지확대를 위한 재정 지출은 거부한 채 재벌에 대한 세제 특혜과 보유세 완화 등 감세정책을 폈다.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며, 노후 원전 가동 연장을 시도한다. 지금도 허술한 양곡관리법인데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농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방식으로 강제징집 피해자들에게도 고통을 더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하고 여성 및 소수자
세상사가 다 유·무죄의 일도양단으로 갈릴 수 있다면 특별히 어려운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콩나물국을 끓이더라도 짠맛, 짭짤한 맛, 시원한 맛, 싱거운 맛, 맹물, 그리고 어느 중간의 독특한 맛들이 있고 딱히 정답이랄 것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어떤 적절한 정도가 있을 뿐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간을 잘못했다고 꾸중하지는 않는다.그런데 그런 범위의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법조인들이고, 특히 검찰이 그런 듯하다. 이들은 승패만 따지는데, 그 기준은 유죄-무죄, 인용-기각 이런
노동정치를 둘러싼 뭇사람들의 언어는 참 불친절하다. 그것이 정작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얼마 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기존의 우려를 벗어나 토론 수준으로 다뤄진 민주노총 정치방침안 4항 “농민, 빈민 등 진보 민중세력 및 진보정당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노동중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와, 5항 “여러 진보정당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보정치 세력이 대단결 하는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말은 ‘
1.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평균 42.8점을 매겼다.” 직장갑질119가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절반 이상이 “사용자에 관대하고 노동자에 가혹하다”고 평가했고, 노동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점수는 평균 42.8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매일노동뉴스는 직장인들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 평균 42.8점으로 낙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2023년 5월8일자). “낙제”라니. 이에 대
5월8일 어버이날이다. 경상도 시골 부모님 댁에 왔다. 아버지만 계신다. 지난해 이맘때 어머니가 장날 읍내에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가셨다. 큰 병원으로 옮겨 수술하고 치료받았지만 지금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신다. 자식들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재활병원에 그냥 누워 계신다. 어머니가 갑자기 없어진 시골집에 아버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젠 아버지가 걱정이다. 여든 남자 노인의 일상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자식들은 다 타지에 나갔고, 먹고살기 바쁘다. 그 많은 농사일보다 세 끼 식사와 빨래, 청소가 문제다.
1886년 5월1일 수많은 노동자들이 더 이상 못살겠다고 하루 8시간 노동을 외치며 분연히 일어났다.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시위했지만 정부는 총으로 노동자를 무참히 짓밟았다. 공권력의 힘은 대단했다. 곧바로 7명의 노동자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다. 노동자에게 가혹하고 사용자에게 관대했던 법이 존재했던 150년 전 미국 산업화 시대의 모습이다. 그렇게 5월1일 노동절이 생겼다. 노동절은 국가가 노동자들의 노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날이기에 기쁜 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낸 슬픈 날이기도
공장법(factory act)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낡았다는 논리를 끄집어낸 이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역사에 공장법이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조선에 공장법을 도입을 고민한 적은 있다. 당시 일본인 자본가는 물론 조선인 자본가도 반발했고,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공장법 도입은 무산됐다.조선총독부가 공장법 도입을 고려한 이유는 식민지 조선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노동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했기 때문이다. 1911년 1만5천명이던 공장 노동자수는 1943년 33만5천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