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반포대로 왕복 8차선 도로 곁 펄럭이던 비닐이며 은박자리. 사람 서넛 가끔 지나던 인도 구석, 서초경찰서 벽에 기댄 농성장은 남루했다. 침낭 두어 개 임자 없이 뒹굴어 노숙 처지를 알렸다. 현수막 두어 개 펄럭여 사정을 전했다. 볕에 그을려 까맣던 손으로 주인장(46)은 믹스커피를 건넸다. 무서울 건 별로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을 두루 향했다. 왼편에서 여기요, 오른편에서 저기요. 사진기자들 요구에 좌우로 도리질 바빴다. 진부한 '포즈'에 파르르, 입술이 떨렸다. 꿈쩍 않고 웃었다. 좌고우면 살피느라 진통이 길었다. 진보통합은 자주 멀었다. 손 꼭 잡아 진통을 나눴다. 밤샘 산통 끝 결실을 널리 알렸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상차림은 간소했다. 준비랄 것도 없다. 잠시 머물 곳, 노제였다.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문 앞에 12일 다시 향내 짙었다. 촛대와 향로 따위 공장 밖 지부 사무실에 갖춘 지 오래다. 능숙히 상 차려 술을 따랐다. 유가족이 오래 울었고 지켜보던 이들은 꺽꺽, 오래 참았다. 입을 앙다물었다. 눈물도 나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구경났다. 으뜸가는 재미가 싸움구경이라고, 그중에도 백미는 육탄전이다. 다 큰 어른들이 한낮에 엉겨붙어 다툼이다. 국회 앞마당이다. 소수 야당 의원들은 이리저리 떠밀렸다. 동참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펼침막이 구깃구깃 난리 통에 수난이다. 한·EU FTA 졸속처리를 규탄한다고 거기 적혔다. 국회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현수막이 장벽인 양 빈틈 없어 젊은 배달 노동자는 멈췄다. 길이 없다. 시간이 없다. 피자는 식는다. 30분 배달제는 사라졌대도 시간싸움이 여전하다. 피자 배달하던 또래 김군의 죽음 뒤에서다. 싸움에 나선 이들을 힐끗,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에 잠시 머물렀다. 부르릉 곧 내달렸다. 그 자리, 산재보험 개혁 외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한껏 낮춰 아스팔트 가까이, 절은 깊어 고행이다. 하지만 바람 깊어 절은 시위다. 삼보일배를 수차례, 제자리 가만 서고 엎드려 이젠 백만배를 센다. 수조원 규모의 론스타 '먹튀' 논란만큼이나 천문학적이다. 징이며 북소리 뿐, 오래 가만 절한다. 금융위원회를 등진 채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매계약 파기를 요구했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머지않은 미래, 지구인의 모습이렷다. 방독 마스크 두꺼운 필터가 버거워 헥헥. 잔뜩 찡그려 한 숨을 해냈다. 노란 우비 꽁꽁 싸매도 불안을 덮긴 어려웠다.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정부는 되뇌었다. 위험하다고, 시민사회는 되물었다. 방사능비가 내렸다. 핵발전은 안전하다고 정부는 재차 말했다. 의혹만이 켜켜이,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거칠 것 없어 꽃만 보고 올랐다. 꾸부정 다리 후들후들 한참을 버텨 찰칵. 찍고 감고 맞추고 누르고. 초점이 삐끗, 노출이 어긋. 봄바람 살랑 불어 흔들리는 꽃잎에 애가 탄다. 나무를 탄다. 폰카 디카며 크고 비싼 것 다 두고 그 옛날 수동 카메라다. 판소리 앞서 지루히 단가 부르듯 찰칵, 찍고 감고 맞추고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꽃이 피었고 분수가 솟았다. 아이는 팔짝, 이리 걷고 저리 뛰었다. 행여 놓칠까, 손 꼭 붙든 엄마가 내내 바빴다. 벤치 앉은 젊은 연인은 제집인 양 안고 속삭였다. 사진을 찍었다. 파란 눈 사람이 더러 지났다. 네거리 건너 양복 차림 사람들이 스마트폰 든 채 오갔다. 하품을 오래, 눈을 부볐다. 14일 광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12일 오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실이 북새통이다. 국회를 오래 출입한 사진기자는 "교과위에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이윽고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나타났고 파바박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 연방 터졌다. 기자들은 자리 잡기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땀이 줄줄, 밟히고 눌려 비명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살아 꽃구경 몇 번이나 하겠느냐며 큰 맘 먹고 나선 길. 가죽신이 반짝, 아까워 몇 번 신지도 않았을 새 신을 신고 제일 멋진 옷을 차려입었다. 선글라스며 스카프로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비행기 뜨고 내리던 그 옛날 모래섬 여의도에 11일 봄꽃 축제 선다기에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지
ⓒ 매일노동뉴스 꼭 짜인 길은 굴레였다. 물길인들 물보란들 헤치면 그게 길이다. 청춘은 축축, 젖지 않았다. 다만, 물불 가려 뒷짐 진 우리 점잖은 어깨만 젖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물을 찾아 뛰어든 청춘들처럼 밤이면 밤마다 우린 술독에 들어 젖은 탓이다. 묵은 과실주처럼 어느새 늙은 까닭이다. 그만큼씩 찌들었다. 좌고우면에 능수능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한무리 유령이 서울을 배회하고 있다. 해고자라는 유령이다. 정리해고엔 너나없어 한모습을 했다. 서슬 퍼런 서바이벌 시대, 탈락은 죽을 맛이다. 아니 죽음은 실로 잇따랐다. '기름밥 청춘'을 못다 부른 원통함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곡소리 삼아 낯선 땅을 정처없이 떠돌았다. 여기저기 유령처럼 출몰했다. '마른잎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모여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광화문 인근 주요 명소를 두루 담았다. 바짝 따라붙은 경찰의 연행 경고는 한 귀로 흘리고 사진찍기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하나님의 경고"라고 누군가 용기 있게 말했다. "우상과 천황 숭배 때문"이라고 또 누군 설교했다. 바다 건너 이웃한 땅에 서린 참담한 슬픔을 두고 그 말씀이 거침없다. 강바람 드센 모래밭에 세운 거대한 성전에 올라 복음을 아니, '(주)예수' 말씀을 그리 전했다. 그 세가 하늘을 찌르고 남는다더니 과연, '무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이상한 일이다. 5대 노동현안이라 했는데 거기 현수막엔 한진중·쌍용차·현대차·전북버스 네 곳만 적혀 있다. 한 곳이 빠졌다. 백혈병 얻어 쓰러지고, 업무스트레스 끝에 투신하는 노동자가 줄을 잇는 그 공장. 산재 인정도, 사과도 없어 유가족들 여럿이 다만 거리에서 오래 떠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제철이 따로 있나. 겨울밤,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는 딸기며 수박 찾아 밤새 헤맸다는 무용담은 이제 무상하다. 24시간 열린 대형마트엔 온갖 신선과일이 향기롭다. 다만, 비싸 엄두 내지 못할 뿐. 비닐하우스 세우고 난로 피워 노심초사 살펴 가꾼 노동값이겠거니 생각해 안타까움 삭인다. 꽃샘추위 기승이라 봄은 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제집인 양 철퍽 앉아 기댔다. 침낭은 푹신했고 겹겹이 옷이 두툼하니 한숨 잘 모양이다. 아니 나흘 밤을 길에서 버틸 요량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자릴 깔았다. 올 때마다 춥다지, 큰 비가 내린다지. 희소식커녕 봄소식도 멀어 겨울이 길다. 꽃샘이 유난해 춘래불사춘. 봄마중 나선 길이 고생길이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꽹과리는 다그당 북소리가 두구둥 요란하니 정월이라 마을굿이로구나. 상쇠 앞서 발 구르면 동네 사람 모여 따라 얼싸절싸. 징소리가 삐끗하니 북소리가 어긋나고 쇠소리 따라 헤매니 박자고 뭐고 난장이라. 노조 허락받아 마신 막걸리 한잔 술 탓인가, 한 잔뿐인 탓인가. 에라 모르것다. 행군이다. 군복 입은 할배가 꽹과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길가에 텐트 두어 동, 한겨울 추위 앞에 처량했다. 그것도 호사라고 많은 이들 침낭에 비닐 싸매 번데기처럼 누웠다. 서울 남영동 어드메, 정처 없이 떠돌다 몸 뉘인 곳이 고작 담벼락 아래 찬 바닥이다. 천정이 따로 없어 하늘 높은 줄을 밤새 알았다. 입 돌아간다는 추위와 밤새 싸웠다. 작정하고 버텨 외치길 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