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장에 가서 일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노조 가입이다.”놀랍게도 미국 해군 출신인 대통령 루스벨트가 1930년대 한 말이다. 그로부터 85년이 흐른 2023년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노조를 사회악, 범죄집단으로 규정짓고 탄압을 일삼아선지,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는 데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한마디로 매우 험난한 길이다.충남 천안에도 홀로 험난한 길을 가는 노동자가 있다.주류 배송회사인 ㈜유일주류에서 배송기사로 6년 넘게 일하던 한 노동자가 코로나 핑계로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고 오래 일해도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는
1. “21일 가 확보한 현대차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의 올해 1월 임금명세서를 보면 통상시급은 9천16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9천620원보다 460원이 적다.” 5월22일자 에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통상시급이 이렇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기사 제목을 읽을 때부터 어째서 현대차 비정규직 A씨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통상시급을 지급받는 것인지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2. 현대차 비정규직, 즉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 등 근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된 이후 폭발적인 관심과 다양한 예측이 이뤄졌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주제는 일자리의 미래다. 세계경제포럼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는 미래 일자리 핵심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디지털 기술을 꼽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리버흄 미래지능센터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미래에 여성차별 구조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학습’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교육과정과 사
지난해 7월부터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queerdong.net)는 퀴어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노동상담, 교육, 정책사업이나 법률구제사업을 하겠다며 뜻이 맞는 퀴어와 앨라이 노무사들 8명이 모여 지난해 7월 야심차게 출범한 단체다. 그런데 어디 가서 이런 활동을 한다면 꼭 듣는 이야기가 있다. ‘퀴어노동자와 관련해 특별히 할 일이 있느냐’ ‘퀴어노동자만 겪는 특별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이미 지역마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권익센터나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있고, 노동법률사무소나 노무법인도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병역의무의 한 형태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병역처분 된 사람을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서비스 업무나 행정업무 등을 하도록 만든 제도다.사회복무요원은 국기가관, 지자체, 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사회복무요원은 출·퇴근하며 복무기관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복무기관이 정한 업무를 수행한다.사회복무요원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극우언론 폭스뉴스가 지난달 24일 미국 가짜뉴스의 표준 모델인 터커 칼슨 간판 진행자를 해고했다. 칼슨은 2020년 대선 결과가 개표 조작 때문에 뒤바뀌었고, 이렇게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이 곧 나라를 중국에 팔아 먹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칼슨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동도 미 연방수사국(FBI)가 꾸며낸 선동이라고 호도했다.개표기 업체 도미니언은 칼슨 같은 허풍쟁이 입을 풀어놓은 폭스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였고, 최근 폭스뉴스는 1조원을 물어주겠다고 합의했다. 이는 미국 언론의 명예훼손 소송 역사에서 최고 배상금액이
1929년 원산 노동자 총파업, 1930년 5~6월 신흥 장풍탄광 노동자 파업투쟁에 이어 평양고무공장 노동자가 파업을 선언했다. 커다란 폭력적 파업투쟁이 벌어졌다.조선고무공업에서 평양고무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량으로 보나, 노동자 집중상태로 보나 큰 비중을 점한다. 조선 고무공장에서 서울이나 부산 등 다른 지방에 비해 평양에서 파업 발생건수가 빈번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평양은 서울보다는 다소 늦은 1922년 무렵부터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해 1928년에는 적어도 8개의 공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33년에는 18개 공장으
대학을 다닐 때 서울 성북구의 어느 학원에서 일했다. 사업주는 같은 고향 출신이었는데,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내게 동향이라 반가움을 표시하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을 시켰다. 당시 최저시급이 3천원이 채 안 됐다. 학원강사 노동은 시급으로 따지면 1만원이 넘어 매력적인 일자리였다.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원장은 “같은 고향 출신인데 형을 못 믿느냐고” 화를 냈다. 결국 두 달 동안 월급을 안 주다가 학원을 폐업하고 도망갔다. 당시 원장을 상대로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하려 했다. 그런데 노동청 부근의 법률상담소에서 “
2017년 노동절 오후 2시50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 중 다른 크레인을 충격해 하청노동자 31명이 사상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800톤급 크레인과 부딪쳐 무너진 크레인에 깔려 6명이 목숨을 잃었고, 동료의 사상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사고 후 몇 년이 지나도록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산재로 인정받았다. 참사 후 5년이 흐른 지난해 6월에야 법원은 원청인 삼성중공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인정하고 벌금 2천만원을 확정했다. 원청이 ‘크레인 간 중첩 작업시 충돌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우리 맑스님은 200년 전 공산당선언을 통해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하셨고, 이로써 오늘도 가볍게 1승을 적립하셨다. 국가를 대표하는 경찰이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무도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동자들에게만은 유독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공포의 몽둥이’가 된다. 이는 정권과는 상관이 없었으나, 체감상 이번 정권의 ‘빠따질’은 평소보다 맵고 얼얼하다. 노동자들을 향한 경찰력 사용의 경위는 아래와 같다.지난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 8명은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비정규직 실상을
평일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에서는 주로 기사를 읽는다. 구독 중인 뉴스레터에서 추천하는 기사도 읽고, 도 보고, 몇 개 언론사의 메인기사도 읽는다. 이번 달에 읽은 기사 중에는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키워드는 각각 성희롱과 임신·출산·육아기 노동자 차별이다.두 기사 중 하나는 ‘사귀라’며 분위기를 몰아가는 언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한 판결에 관한 기사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누구랑 만나 보라’고 몰아가는 일들은 회사에서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기사 속 노동자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상사가 신입직원에게 신입직원보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기준 중앙정부 산하 347개(2022년 350개) 공공기관의 공공기관 총정원은 1분기 기준 43만9천명(윤석열 정부의 인력감축으로 2022년 말 44만5천명 대비 9천명 감소됨)이다. 예산규모는 2022년 791조원으로 추경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예산액의 1.16배다. 총자산 규모는 1천55조원으로 국가 총자산의 37.2%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한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 의외로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잘 알지 못한다.중앙 공공기관을 통일적 관리체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있어 대법원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를 환영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이론에 심히 우려를 표명한다.”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이렇게 논평했다.11일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부과한 7일 격리 의무는 5일 격리 권고로 바뀌고, 동네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게 된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현재도 코로나19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나갔다고 해서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 대신 다음 감염병
3월6일자 이 칼럼에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 바 있다. 그때 못다한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한다.윤석열 정권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국정의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서도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노동을 개혁해야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고, 경제가 잘 굴러가야 민생이 잘 될 수 있고, 민생이 잘 돼야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져서 다른 개혁(악)이나 수구보수 정책을 관철할 수 있다는 접근방식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저지하려면 그의 노동개혁부터 제대로 박살 내야 한다.하지만 노동운동·사회운동은 윤석열
현장 간부의 고민“우리는 어떻게 할 건지 판단해야죠.” “(절차 없이 불법 정치파업을 의미하는) 쌩파업은 어렵죠.” “그건 알아.” “총회를 소집하면 안 될까요. 총회를 소집하면 집회 참가 쪽수는 좀 늘 거니까.” “그것도 몇 시간은 일이 중단되는 부담이 있잖아요. 조합원 교육시간을 잡죠.” “뭐 총회 소집이나 조합원 교육을 잡는 거나 그게 그거지.” “총회 시간은 별로 없어요. 정 안되면 확간파업하죠.”총파업 지침이 떨어졌는데 이걸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한 노조 현장간부들이 하는 대화다. ‘확간파업’이란 확대 간부의 파업이다.
지난달 7일 한국복지패널 원자료가 일반에 공개됐다. 복지패널은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패널조사로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06년부터 구축해 오고 있다. 빈곤층 실태를 충실하게 파악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저소득층 표본가구를 조사대상에 충분히 포함하면서 가중치를 부여해 전체 가구를 대표하도록 하고 있다.이번에 발표된 17차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실시된 것으로 모두 8천169가구 조사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해마다 이 자료를 공개하면서 해당
‘노사 법치주의’ ‘노동규범의 현대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현재 고용노동부가 기치로 걸고 있는 3가지 노동개혁 방향이다. 모두 첨예한 주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정책을 집행하는데 주요한 대화 파트너인 노동조합을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점이다.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대화는커녕 관료들과 일부 학자들끼리 몇 개월간 논의해 도출한 결과를 마치 개혁의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입법예고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이 떼돈을 벌었지만 정작 플랫폼에 매달려 살아가는 배달 라이더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호소해도 별 소용이 없어 라이더들이 ‘배달료를 올려 달라’며 파업을 준비하자 조선일보는 ‘배민 라이더들 어린이날 파업’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이런 제목 달기는 전형적인 ‘의제 비틀기’로 본질을 숨기고 엉뚱한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노동자(라이더)와 자본(플랫폼기업)의 갈등을, 노동자와 소비자의 갈등으로 손쉽게 치환해 버렸다. 조선일보는 어린 동심마저 파괴하는 못된
“한국제강 대표 A씨 1년 징역, 법정 구속. 하청업체 사장 B씨 집행유예, 한국제강 벌금 1억원”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처벌법) 2호 판결, 한국제강 사내 도급업체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무게 1천220킬로그램에 달하는 방열판 인양 작업도중, 방열판을 인양하기 위해 고정해둔 슬링벨트가 끊어져 발생했다. 당시 작업공간 하부에 있던 피해자는 이를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열판에 한쪽 다리가 협착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이번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