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과 행정관료기구남한에서 미점령권력은 1945년 9월9일 조선총독이 태평양방면 미육군총사령관 맥아더(Douglas MacArthur)의 대리인인 남조선 주둔 미군사령관 하지(John Reed Hodge) 중장에게 항복한 그 시각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맥아더는 이날 ‘조선 인민에게 고함’이란 포고 제1호, 제2호, 제3호를 발표했고 맥아더의 포고 제1호는 38도 이남의 모든 통치권과 행정권이 맥아더사령부의 군정하에서 시행된다는 것을 밝혔다. 따라서 인민공화국이 불법단체가 되는 것은 물론 중경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조차
지난달 21일 전·현직 총리가 맞붙은 그리스 총선에서 우파 성향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압승을 거뒀다. 조선일보는 5월23일 ‘그리스, 포퓰리즘에 두 번 속지 않았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와 3면을 모두 털어 ‘좌파가 거덜 낸 그리스… 12년간 구제금융 빚 갚으며 고통의 세월’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포퓰리즘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좌우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은 그 나라 국민들을 괴롭힌다. 필리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나 인도 모디 총리가 대표적인 우파 포퓰리스트인데도 조선일보는 그들을 포퓰리스트로 부르진 않는다.
신혼여행지에서 시차 때문에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켠 휴대전화에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관련 기사를 봤다. 고공농성 중 경찰들에게 곤봉으로 제압당해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을 보고 폭압적인 공권력에 분노하는 것도 잠시, 곧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김 처장이 왜?김 처장은 대단히 합리적인 노조간부다. 노조가 인원수만을 앞세워 완력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노사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에, 노사 간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지역에서 그는 후배 노조간부들이 결기를 앞세울 때도 항상 사측도 만족시킬 대안을
‘아빠노동자’에 대한 논문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통한 아빠노동자 탄생에 관한 사례연구’를 읽었다. 어느 기업은 남성들에게 배우자 출산 초기에 한 달간의 유급휴직을 줬다.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임원 성과평가에 휴직 실천 여부를 반영했다. 이를 통해 회사 내에서 ‘당연히’ 사용하는 복지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남성들의 변화를 이끌어내 여성 직원들이 육아휴직 후 퇴사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그 결과 남성들은 육아의 어려움을 몸소 깨닫고 공동양육자로서의 자신을 생각하게 됐다.
“짐이 곧 국가다.”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이렇게 말한 것이 17세기라고들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세력이 있을까? 불행히도, 오늘날 역시 말로는 몰라도 실천으로 저 말을 신조로 삼고 있는 정치세력은 숱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지난 2~3주 동안 새삼 확인한 것 역시 바로 공공의 안녕을 집권세력 자신의 안녕으로 이해하는, 그런 통치자의 존재였다.5월24일, 그동안 ‘용와대’ 앞 집회는 일단 경찰에게 금지하고 보도록 했던 윤석열 정부가 더욱 노골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평화롭던 6월 어느 평일 아침, 서울에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은 오전 6시41분. 누군가는 이미 출근했거나 슬슬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고, 누군가는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화들짝 놀라서 깨어나 우선 한 일은 가족과 친한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의 공통된 반응은 “출근은 어떡하지”였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직장을 먼저 떠올리는 한국인들. 이것이 바로 K-직장인인가 싶은 순간이었다.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
1. 자유의 세상이라고 요란했다. 틈만 나면 자유를 위한다고 외쳐댔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PC를 켜면 포털뉴스에, 밤에는 집에서 TV를 틀면 9시 뉴스에 대통령이 자유를 부르짖었다고 보도해서 도대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지겨워도 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자유에 대한 권력의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풀이 강조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취임 이후 지난 1년여간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어 온 자유는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알고 있는 그런 것일 거라고 누구나 생각할텐데 요즘 나는 자꾸 의문을 갖게 된다. 오늘 이 나
노동자들의 축제인 5월1일이 안타까움과 분노의 날로 변했다.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가 경찰의 탄압과 단속에 항거하며 분신했고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 노동자가 생명을 내걸 정도로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은 도를 넘었고 노조 불법화는 노골적이다. 경찰을 앞세운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건설노조만 19차례 압수수색했다. 천명이 넘는 조합원을 소환조사했으며 19명(석방자 3명 제외)을 구속시켰다. 그럼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진행형이다. 경찰의 단속이 끝나면 고용노동부나 국토교통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정부의 이어달리기 단
사회적 뇌어떻게 인간 지능은 높아졌을까. 여성이 똘똘한 남자를 선택해서 그 유전자를 받아 지능이 점점 높아졌다는 것이 '성선택설'이다. 그렇다면 남자가 여자보다 지능이 높아야 할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 도구를 이용하면서 인간 지능이 높아졌다는 것이 ‘도구지능설’이다. 그런데 똑똑해서 도구를 사용한 것인지, 도구를 사용해서 똑똑해진 것인지 불분명하다.인간은 모이고 연결돼 있어 지능이 발달했다는 것이 ‘사회적 뇌 가설’이다. 고립돼 자란 사람보다 여럿이 모여서 자란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요즘엔 온라인 회의·교육 등 온라인 접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3년 4월4일 필자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있었다. 서울 중구청 직원들과 경찰이 덕수궁 대한문 인도 한편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 천막에 난입했다. 분향소를 부순 자리에 모래를 쏟아부어 거대한 화단을 설치하던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한 조치였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때다. 그 후 전국 곳곳에서 집회 장소로 이용되던 공공장소에 대형화분 혹은 화단이 설치되고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집회를 통제하고 감시했다.지
세상살이는 힘든데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전태일은 수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물질화 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그 이후 50년 이상이 지났다. 인간들은 희망의 가지를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가?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3포, 5포, 7포, N포를 말했다. 3포가 연애·결혼·출산 포기라면 5포는 여기에 취업과 내 집 마련이 추가되고 7포에는 인간관계와 희망이 추가됐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이 말이 실
부산 부산진구엔 서울 여의도공원의 5배나 되는 부산시민공원이 있다. 시민공원은 번화가인 서면 바로 옆이라 부산시 한가운데다.이 땅은 슬픈 한국사를 담고 있다. 일제가 1930년에 여기에 서면경마장을 조성했다가 1937년 중일전쟁 때 부산항 배후 군사기지로 바꿨다. 일제 패망 뒤 미군이 캠프 하야리아 기지로 반세기 넘게 차지했다가 2006년 철수했다.미군기지 철수 얘기가 흘러나오던 90년대 중후반부터 부산시 권력자들은 이곳에 아파트를 짓고 싶어 안달했다. 그러나 미군기지 철수와 공여지 반환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당시 미군기지 앞에서 1
왕정과 계급사회를 넘어 등장한 근대는 ‘누가 시민인가?’라는 매우 정치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구한말을 다룬 드라마 에서 노비 출신으로 조선을 떠나 미군 장교가 된 유진초이는 양반집 애기씨이자 독립운동을 하는 고애신에게 ‘귀하가 구하려 하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라고 묻는다. 전근대적 질서에 대한 질문을 해방 이후 80년이 지난 2023년에도 하는 이들이 있다.‘공익(公益)’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지만 전혀 공익적이지 않은 제도 가운데 놓인 사회복무요원이 바로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연차휴가와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사회보험 가입 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사업주가 영세하고 지불능력이 취약하며, 정부의 근로감독이 제대로 미치기 어렵다는 이유를 많이 들고 있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농림어업과 비사업체, 비공식 부문에 5명 미만 사업장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는 것도 법적용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덧붙이곤 한다.비공식 부문 비중 높아 근로기준법 적용 어렵다?2022년 상반기 통계청의 지역
필자는 대학의 비정규 노동자다. ‘강사’ 혹은 ‘비정규교수’라 불리며 강의를 하고 학생 지도를 한다. ‘강사’가 하는 강의와 교수가 하는 강의는 학점 차이가 있는 것도, 강의 평가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규직인 ‘교수’는 월급제인 반면 강사는 시급제로 강의 시간당 보수 이외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의 대학 강의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강사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10분의 1(사립대)에서 4분의 1(국공립대) 수준이다.그래도 필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대학이 강사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은 매일 새벽 5시4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청주공장으로 출근한다.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생산된 하이트진로 주류제품을 싣고, 하이트진로 광고로 도색된 화물차를 운전해 하이트진로가 지정한 담당 권역(강원권역, 충청권역, 호남권역 등) 내 도매장이나 소매점까지 주류제품을 운반한다. 하이트진로 도매장 등에서 발생한 빈 병이 있다면 이를 회수해 하이트진로 공장으로 돌아온다. 이런 과정을 속칭 ‘1회전’이라고 한다.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은 평균적으로 2~3회전을 마친 후 저녁에 하이트진로 공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일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 사업장변경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처음 이 토론회 개최 소식을 들었을 때 제목에 ‘사업장변경’이 언급돼 놀랐고,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문구에 거듭 놀랐다.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이주인권단체들이 줄곧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원칙적으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도록 막아 이주노동자들을 옥죄는 현행 사업장변경 제도에 대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들도 “사업장변경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9건. 5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지게차 작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 건수다. 한 해 평균 지게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30명 정도다. 5월 한 달 동안 한 해 지게차 사고의 3분의 1이나 발생한 셈이다.지게차는 회전반경이 좁아 협소한 장소에서도 쓰기 편하다. 여러 종류의 화물을 싣고 옮길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부터 제조업 공장, 건설현장, 화학물 공장 등 광범위한 산업군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중장비다.지게차는 특성상 시야 확보가 어렵다. 사각지대가 많아 각종 사고에 쉽게 노출된다. 산업용 차량들이 그렇듯 승차감이 좋지 않다.
일제시대 조선노동자 노동시간은 보통 12시간을 초과했고 임금은 일본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58전이었다.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해야 월 15원의 수입을 얻었다. 최하층 생계비 4분의 1도 되지 못하는 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도 유지할 수 없어 인간 이하의 생활을 강요당해야 했다.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일제는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검거하고 투옥했다.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했고 일제의 식민지배 통치하에서 노동자들은 일제 자본가와 투쟁할 뿐만 아니라 일제 자본가를 비호하
나는 고향이 통영이다. 고향 지키며 사는 친구 중에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 이가 몇 있다. 20년 전쯤 친구 양식장에 놀러 갔다가 창고에 가득 쌓인 포르말린 통에 깜짝 놀랐다. 물어보니 치어를 키우는 수조에 기생충이 많이 생겨 물고기 폐사가 많아 살충·소독제로 사용한단다. 포르말린을 뿌리면 수조 벽에 낀 이끼와 그 속의 기생충도 죽는다.친구는 그렇게 키운 양식 물고기는 안 먹는다고 했다. 치어가 자라면 바다에 띄운 가두리로 옮긴다. 양식장은 가로세로 10미터쯤인 가두리 10여 개를 연결해 하늘에서 보면 바둑판처럼 보인다. 친구는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