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집회에 가려고 이른 점심을 먹으려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동지의 분신 소식을 접했다. 동지는 노동절인 1일 오후 3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아침 9시 30분께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당겼다. 하필 노동절에 영장실질심사라니. 하필 날은 왜 이리 화창한 건지. 평범한 사람을 투사로 만드는 세상이 분하고 억울하다. 동지의 분신을 두고 글을 쓰자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쓴다. 동지의 투쟁이, 건설노조의 투쟁이 한낱 뉴스거리로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되겠기에.동지가 소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직업체험 테마파크에 다녀오며 노동과 직업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지난 10여년 사이 이곳저곳에 직업체험관이 들어선 데는 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문화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장래희망, 내 꿈 찾기’ 수업을 자주 한다. 대학입시도 적성에 맞는 직업과 학과를 결정해 동아리 등 관련 활동 이력을 평가항목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업에 대한 선호로 인한 경쟁과 기피직업의 만성적 노동력 부족은 왜 더 심해질까.한국사회의
청년유니온은 창립 당시부터 최저임금에 주목했다. 최저임금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최저선의 임금이기에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세대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게 될 거라는 예측, 경험적으로 각종 아르바이트를 수행하는 청년들이 최저임금 혹은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현실을 때문이었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는 구호 아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캠페인, 기자회견, 관련된 일터의 실태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응했다.탄핵국면과 함께 사회적 요구들이 분출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담론 또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재로서 사회적
나는 지난 4월7일자 이 지면에 ‘챗GPT’가 얼마나 블랙코미디인지 소개했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학과 텍사스대학 연구진이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을 가동할 때 데이터센터 열을 식히는 데 쓰는 냉각수 양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챗GPT와 문답 50개 정도를 주고받을 때마다 생수 한 통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고 했다.(조선일보 4월25일 B1면, ‘물 먹는 하마, 챗GPT’)연구진은 지구온도가 2% 상승하면 전 세계 30억 명이 만성 물 부족에 놓인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8일 하버드대
여전히 ‘노동시간’이 문제다. 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출범한 1919년 채택된 1호 협약이 바로 노동시간 협약이다. 백 년도 전에 “1일 8시간 노동 또는 1주 48시간 노동”을 국제노동기준으로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1주일 평균 69시간 일해도, 아니 1주일에 80시간 이상 바짝 몰아서 일해도 괜찮다’고 강변하는 정부 밑에서 살고 있다.백 년 전 기준에도 미달하는 노동법도 문제지만 그런 수준의 노동법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는 현실도 더 큰 문제이다. 600만명에 달
정부가 지난 3월6일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이른바 ‘주 69시간제’ 논쟁이 격화되었습니다. 특히 노동시간 확대에 거센 반대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개정안 자체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정부는 개정안에 대한 6천명 규모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다듬을 예정이라 합니다.정부는 일률적으로 모든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줘 많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변명합니다. 물론 노동시간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자체가 사회적
임금체계는 국가별 맥락에 따라 만들어졌다. ‘호봉제’ 내지는 ‘연공급제’라 칭해지는 임금체계는 1960년대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던 ‘고성장 저임금’의 경제적 호황기로, 자본가들은 눈앞의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면서며 숙련노동자를 붙잡을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했다. 그 결과, 미숙련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입사시켜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을 점차 올려주는, 평생 고용을 전제로 성립된 연공급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자리잡게 됐다. 특히 연공급제는 고용안정과 더불어 생애주기 흐름에
1. 이 빌어먹을 세상은 틈만 나면 자유다. 지난 19일에는 대통령의 4·19 기념사에서 들어야 했다. 4·19로 쟁취한 자유, 민주주의가 사기꾼들에 농락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뉴스를 듣자니 이제 자유가 지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유를 위해 이토록 강렬하게 4·19 기념 연설했다는 걸 도대체 믿지 못하겠다. 권력에 피투성이로 맞서 싸웠던 이들의 자유를 위해서는 아닐 테다. 자꾸 궁금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를 생각해봤다.내가 이 세상에
노동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고양시노동권익센터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 설치 및 운영과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했다. 2021년 10월부터 (사)한국노동조합총연맹경기도지역본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고양시에서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먼저 우리 센터는 지난해에 388건의 노동상담을 진행했다. 이 중 사용자가 요청한 7건의 상담을 제외하면, 381건이 모두 노동자들이 요청한 상담이다. 그렇다.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사람들 대부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에 나설 기세다. 중국과 러시아가 상대다. 평화 보장을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 위반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니, 별문제 없다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중국과 러시아도 그렇게 생각할까.기왕 국제적 전쟁에 대한민국 군대가 나서는 것이라면 윤 대통령이 총사령관의 자리에 서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미군사조약에 따라 전쟁이 나는 순간 한국군 총사령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저절로 교체된다. 70여년 전 이승만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다 바친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은 자
‘급성 독성간염이 집단 발병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직업성 질병 1호 사건이 될 법 하다’는 소식을 지인에게서 처음 접했다. 급성 독성간염을 일으킨 문제의 물질은 ‘트리클로로메탄’이다. ‘클로로포름’이라고도 하는 이 물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손수건에 적셔 상대를 기절시키거나, 동물 해부 수업에서 개구리를 마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익숙한 화학물질이다. ‘트리클로로메탄’이 다량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한 29명의 노동자에게 급성 독성간염이 발병했다.이어 수사가 진행되고 기소에 이르면서 이 사건은 ‘직업성 질
함경남도 신흥군에 있는 장풍탄광은 함경남도에서 가장 큰 탄광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는 500~60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했다. 200~300명은 산업프롤레타리아였고 나머지 200~300명은 이 지방 주민으로 구성된 일용노동자였다.광산에서의 노동조건은 대단히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수공업적 방식으로 탄광의 굴진작업과 채탄작업을 진행했다. 탄광에서 갱도가 허물어지거나 폭발하거나 침수되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12시간 이상의 지하노동을 했다. 노예에 가까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은 불과 60~80전에 불과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사회복지는 실용학문답게 방학 때면 2~3학점씩 주는 현장실습을 두 번 해야 졸업이 가능했다. 첫 실습은 잃어버렸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는 아동일시보호소에서 했다. 근무자는 첫날 내게 “절대 아이들을 함부로 안지 말라”고 당부했다. 버려진 아이들이라 안아주면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들 돌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마지막 현장실습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여름방학 때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했다. 홀트는 한국전쟁과 밀접하다. 미국인
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충남 아산의 어느 제조업체 생산 공장에서 일했다. 전체 직원이 50여명 남짓 소규모 업체였다. 관리직을 제외하면 작업 라인을 담당하는 노동자 30여명은 대부분 젊은 산업기능요원이나 이주노동자들이었다.사업주는 채용 포털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긴 했지만 대부분 알음알음 지인이나 친인척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관리부장의 동네 지인이었다. 그러나 우리 중 아무도 이러한 인력채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관리직이라고 해 봐야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별 볼 일 없었고, 사업주의 친인척이라도
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이상헌씨의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참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나 ‘길’은 지금 시대에는 어색한 단어다. 같은 전망을 가진 공동체는 해체됐고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만 남은 경우도 많다. 개인들은 파편화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지쳐 있다. 이런 사회에서 ‘함께 길을 만들어 보자’는 권유는 허망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희망이 오래된 농담처럼 취급되는 시대에 꾸준히 희망을 말하는
화장지가 없는 직장을 생각해 보자. 회사에서 비용이 부담된다고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과 업무공간의 화장지를 없앤다면 아마 대부분의 노동자는 황당할 것이다.지난해 연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는 건물관리 업체와 계약을 중단했다. 임금인상을 위해 건물관리 업체의 직원들이 파업을 하자 비용절감을 이유로 계약을 중단한 것이다. 그 이후 청소가 되지 않아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화장실의 화장지가 바닥이 나서 직원들은 개인용 화장지를 각자 집에서 가져와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돼 사람들은 황당해했다.그렇
‘무덤에서 요람까지’ 유명한 이가 했다던 말을 거꾸로 읽을 때 울림이 더 크다. 알 수 없는 미래 대신,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누구로부터 어떤 지지와 도움을 받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손길과 마음을 생각하다가, 내게 없었다면 안 됐을 것들로 추리고 추려보니 마침내 남은 것은 두 글자다. ‘돌봄’타인을 돌보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아직도 미덕이기를 바란다), 동시에 타인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그 타인이 혈연관계에 있을 때 미덕은 쉬이 의무로 바뀐다. 단순히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많은 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소방관을 꼽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방관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직업,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를 던져 다른 이를 구하는 고귀한 사람들이라는 것 외에 정작 업무가 무엇이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근무조건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해 7월께 직장암에 대한 공무상 재해 불승인 통지서를 가지고 온 소방관 부부를 상담하면서 필자 역시 ‘정말 소방관이 근무하는 환경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됐다.소방관 업무는 현장 지휘 및 화재 진압, 119구급, 구조업무와
1.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집단탈퇴를 막는 산별노조 규약이 노조법 위반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의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지난 14일 매일노동뉴스는 보도했다. 지난해 금속노조가 지회 총회를 통해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추진한 포스코지회 임원 등을 제명한 사건을 계기로 산별노조가 부당하게 자유로운 탈퇴를 막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윤석열 정부는 산별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추진해왔다. 이제 노동위원회에서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결까지 받았으니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등 집단탈퇴를 제
시민이 두 노총을 앞지르고 있다놀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이 지난 11일 발표한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2차 결과 때문이다.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69세 이하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시민인식과 양대 노총 인식이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민인식이 오히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보다 더 낫다고 할 정도다.시민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본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의견이 58.5%로 반대 11.1%의 다섯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