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뜨거운 날이다. 무더위에 하는 일 없이 짜증 나는 이 하기휴가 기간에 나는 칼럼을 쓰겠다고 노동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른바 MZ노조가 노란봉투법에 찬성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난달 25일 매일노동뉴스에서 “정부 ‘MZ노조’로 밀던 새로고침협의회 노란봉투법 찬성”이란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였다.MZ노조라니.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활동해야 하는 노동자단결체인 노동조합에 대해서, 어떻게 세대를 달리해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MZ’라는 것인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MZ노조’라고 한다면, 그에 대해 MZ세대보다 나이 많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인데 기억하시겠어요?”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기억나고 말고. “당연하죠, 잘 지내셨어요? 웬 일로 제게 전화를 다 주셨을까?” 딸(편의상 A라 하자)이 해고됐는데, 궁금한 게 있어서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잠깐의 안부를 묻고, 상담은 A와 직접 하는 것이 나으니 직접 전화 달라고 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사장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는데, 회사에서 다시 출근하라고 하니 어찌해야 하냐는 내용이다. 사장 험담으로 해고. 엇, 이거 내가 상담했던 사건
지난 5월 말 경찰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를 곤봉으로 직접 타격했다. 경찰의 명백한 인권유린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는 경찰의 강경진압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사용자의 불법을 용인하고 방치한 결과라는 점이다. 광양 유혈사태는 사측의 불법과 정부의 용인이 만들어 낸 참극이다.사건 발단은 2017년 성암산업에서 시작됐다.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던 성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로서 광양제철소 내에서 원자재 및 완성품을 운송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10월 갑자기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성
특별사면·복권 남발 논란에도 어김없이 8·15 광복절 특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을 갓 지난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법치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사법특혜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특별사면은 김영삼 정부 4회, 김대중 정부에서 3회, 노무현 정부 5회, 이명박 정부 5회,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4회 집행됐다. 역대 정권은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는 시선을 의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면권 남용으로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지는 부작용이 반
최근에 ‘추정의 원칙’ 도입으로 근골격계질환으로 업무상질병 인정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나 산재자문 과정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업무상질병 인정을 받은 뒤 보통 어떤 경과를 거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필자로서는 업무상질병 인정을 받은 이후에 어떤 치료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업무상질병으로 승인받으면 으레 수술로 이어지고, 수술 후에는 통증완화를 중심으로 한 물리치료를 받을 뿐 충분한 운동치료나 재활치료를 거의 받지 못한다. 따라서 근력·근육량은 수술 이전보다 현저하게 감소되
박영수 전 특검이 지난 3일 구속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50억 클럽’의 한 사람으로 지목돼 수사받아 온 지 1년 반 만이다. 휴대폰을 망치로 부순 것이 결정적 이유라나? 박영수 전 특검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로서 이재용과 박근혜를 구속시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2021년 8월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쉐 승용차를 무상 제공받은 비리에 연루돼 사퇴하면서 명성에 먹칠을 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유치장에 갇혔다. “사람 팔자 새옹지마”라는 옛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비울까, 채울까사찰 오르는 계곡에 사람이 가득했다. 더위가 사찰의 계곡에 사람을 모이게 한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찾았던 삼보(三寶)사찰 중 하나에 여름휴가를 핑계로 다시 갔다. 일행은 삼보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불, 법, 승’이다. 부처님의 몸에 해당하는 진신(眞身) 사리, 불경, 그리고 내공 깊은 스님이다.윤회를 종교적 믿음으로 본다면 살았다가 죽었다를 반복하는 전생과 이생이 어쩌고 저쩌구 하는 것이지만, 진리 탐구로 본다면 길흉화복이 돌고 도는 인생과 역동적 변화가 이어지는 세상에 관한 이치다. 그러니 불행하다고 좌절할 것도
땡볕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든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낮 최고 기온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 김동호씨(29세)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김씨가 계산원에서 주차장 카트 관리로 업무가 바뀐 지 2주가 되던 날이다. 김씨의 최초 사망진단서에는 ‘폐색전증’만이 사망원인으로 기재됐다가 추가로 발급된 사망진단서에서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가 명시돼 사측의 산재은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김씨는 사망 전 3일간 하루 평균 22킬로미터를 움직였다
전태일재단은 말이든 글이든 전태일 이름 뒤에 열사 표현을 붙이지 않는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을 대신해 41년을 올곧게 실천하다가 그 곁으로 떠난 어머니 이소선의 유지다. “태일이는 분신해서 죽어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데, 열사라고 하면 옆에 두는 것이 더 어렵다. 태일이를 저 하늘에 두지 말고 이 땅에다 둬라. 열사라고 하지 말고 그냥 전태일이라 하든지 형, 오빠, 삼촌이라 불러라.” 이소선은 누구나 편하게 아들 이름을 부르며 전태일 정신이 넓고 깊게 확산하기를 희망했다.2020년, 그러니까 3년 전 전태일 50
땀에 전 티셔츠와 장마철 습기 머금고 꿉꿉했던 이불이 땡볕 아래 잘도 마른다. 바람 타고 바스락거린다. 힘든 시절의 작은 위안이다. 지글지글 뜨거워 원망스럽던 한낮의 볕이 이렇게 반가울 때도 있는 법이다. 먹고 돌아서면 설거지가 한가득이고, 입고 돌아보면 빨래통이 꽉 차 있다며 혀를 차던 늙은 엄마 얘기를 이제는 잘 알게 됐다. 집안일은 과연 끝이 없다. 숨이 턱턱 막혀 오는 이 더위엔 그래도 끝이 있을 테니 벌게진 얼굴로 헐떡거리며 버티게 된다.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는 딸아이 얘기에 잠시 웃게 된다. 함께 길에 나섰다가
일하다 죽었다는 소식은 늘 안타깝다. 감전돼 죽거나, 깔려 죽거나, 물체에 맞아 죽거나, 떨어져 죽는 일들은 수도 없었다. 이번에는 한 젊은 교사가 자신의 일터, 교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교사의 죽음엔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있었단다. 동료교사들은 망자가 근무했던 학교에 근조화환과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학교는 추모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아스팔트에서 교사의 안전과 노동권을 지켜 달라는 호소로 이어졌다.교직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여러 얘기를 들었다. 근무 외 시간이든,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이초등학교 24세 교사는 학부모들의 극성민원에 시달리다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전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학교는 선생님의 죽음이 학교 책임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희망하는 부서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다뤄야 하는 정부 책임자는 일선 교사들의 고통은 방관한 채 “학생인권 신장이 교사의 죽음을 불렀다”고 망언을 뱉어 내고 있다. 과거 야만의 학교에서 교사의 ‘권위'를 위장한 ‘폭력’을 배제하기 위해 학생으로서 인간의 권리를 규정하기 위해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다음날 이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4면에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 60% 돌파 … 73세까지 근로 희망”이란 제목으로, 한겨레도 14면에 “고령층 68% ‘73살까지 일하고 싶어’ … 평균퇴직은 49.3살”이란 제목으로 비슷하게 보도했다.경제활동을 하는 55세 이상 우리나라 고령층은 7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50세쯤에 직장에서 밀려나 퇴직한다. 일하길 희망하는 나이와 퇴직하는 나이 사
지난달 30일 국내 언론이 우리나라 전문의 급여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원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페이닥터)의 임금은 구매력 평가(PPP) 기준 미국 달러 환율로 표시할 경우 19만2천749달러로 자료를 제출한 2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다음으로 의사 급여가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19만1천482달러)였고, 3위는 독일(18만7천715달러)이었다. 한편 사업소득으로 집계하는 개원의 보수는 7개국에서 자료를 제출했는데 한국은 29만8천800달러로
“센터에 온지도 몰랐어요.”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방문한 날,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는 장관이 왔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폭염 수준이 가장 강한 오후 2시경 물류센터의 온열질환 예방수칙 이행실태와 근로자들의 건강관리 실태등을 점검”했다. 그런데 정작 수 년 전부터 물류센터 내 냉방장치 설치와 휴게시간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온 노조는 패싱했다. 이 장관은 동탄물류센터 외에 용인지역의 한 물류센터를 추가로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도 사측이 주선한 관계
본지 2023년 8월2일자 6면 “잘나가는 완성차, 부품사는 전전긍긍” 기사에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장은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무더위가 심각해지고 있다.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다들 지치고 힘들다. 또다시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한다. 실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 에어컨도 없는 실내에서 일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 그리고 열을 다루는 제조업의 노동자들, 거리에서 배달을 해야 하는 라이더나 택배노동자들 모두에게 힘든 계절이다. 우리 사회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잠깐 관심을 갖다가 무더위가 가시면 잊어버린다.무더위가 몰아닥칠 때에는 물·그늘·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당초 실외작업자가 아닌 실내에서 무더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20일 ‘범정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의 불법·부당행위 근절은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고했다.국토부는 후속조치로 같은달 28일 ‘건설기계 조종사의 국가 기술자격 행정처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3월10일 조종사의 성실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기준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발표에 따라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면허정지 사유를 보면 오히려 건설사의 위법행위가 확인된다.첫 번째 사유는 출퇴근 기
텍스트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인 챗GPT는 말 그대로 ‘범용 기술’이다. 1930년대부터 발전을 거듭하던 디지털 정보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됐고 과학의 모든 영역과 경제의 모든 부문에 걸친 영향을 미치면서 광범위한 부문에 활용되고 있다. 챗지피티가 과거의 디지털 기술과 다른 점은 단순히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과물을 창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최근 로챗지피티(Law 챗지피티)를 접한 적이 있다. 법률 부문에 초점을 둔 텍스트 기반 인공지능이다. 하비(Harvey)라는 챗지피티도 법률 부문 특화 인공지능이
1. “만도지부 ○○○입니다”로 시작되는 문자메시지였다. 기업노조가 조합원 약 1천300명의 압도적 다수로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합원 45명에 불과한 소수노조로서 주식회사 만도에서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활동해 오고 있다. 가끔 사업장에서 조합 활동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이 온다. 사실 만도지부는 2006년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 사업장들이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통해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훨씬 이전부터 기업지부로서 금속노조에서 산별교섭 등 산별노조 활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2년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