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이 늘어나면 공백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거대 양당이 ‘누가 더 엉망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처하며 배지를 단 기본소득당이나 시대전환을 언급하고 싶진 않다. 기생 전략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제3지대’나 ‘대안’ 같은 수사를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일련의 ‘신당’ 물결은 어떨까? 한동안 언론에 의해 ‘금태섭신당’으로 호명되던 ‘새로운당’이나, 삼성 자본 옹호자 양향자가 추진하는 ‘한국의희망’, 정의당발 여러 이탈그룹이 대두하고 있다. 이들로
1. 지난주 금요일, 재판과 상담 사이 바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하고, 사무실에서 상담해야 했기에 장맛비를 맞으며 분주했지만, 무엇보다도 그사이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느라 나는 바빴다. 노동조합 없이 노동자협의회를 통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을 사용자와 교섭해 왔던 사업장에서 산재요양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요양 기간 중 상여금 등 산재요양보조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는데,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교섭해서 노사합의서 등 협약으로 규정해 놓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2. 이 나라에서 오랜 기간 삼성그룹은 ‘내
성소수자 노동권 활동 단체인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퀴어동네)가 생긴 지 이번달로 꼭 1년이 됐다. 처음 1년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니까 한 번에 모이기 힘든 회원들과 워크숍을 떠났다. 행사를 준비하며 지난 활동을 돌아봤다. 지난해 2월, 퀴어노동권 문제에 공감하는 몇몇이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집회에서 만나 뜻을 다졌고, 같은해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를 계기로 수습노무사 모임인 노동자의 벗 선후배 8명이 모임을 결성했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채 시작한 활동이 계속 바쁘게 이어졌고, 앞으로도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으니 뿌듯하면서
본지 2023년 7월17일자 9면 “두원정공 ‘임금체불’ 소송 패소하자 법정관리 신청” 기사와 관련해 두원정공 사측은 “임금 소송 패소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동일 적용·지급하기로 한 점이 (법정관리에 나서게 된) 직접적 원인”이라면서도 “변제가 당장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산을 할 수 없어 종업원을 위해 회생을 택한 것”이라고 알려 왔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며 그 기초를 부숴야 한다는 주장에 노동조합 경력으로 국회의원이 된 임이자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노조 경력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도 ‘시럽급여’에 동조하는 형세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시럽급여’를 받아본 이는 없다.산재보험의 경우 1년에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장비로 나간다. 안전보건 감독이라는 미명 하에 사용자가 노동자를 위해 낸 산재보험료에서 ‘삥땅’을 뜯는 것이다. 그러고는 산재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며 산재 인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거니, 산재 보상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느
된더위 속 길에 나서 길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는다. 모자와 쿨토시, 얼음물이 흔한데 휴대용 선풍기도 빼놓을 수 없다. 손풍기라고 불린다. 저 작은 것은 제 얼굴과 목을 겨우 달랠 만큼의 바람이 나오는데, 그 시원함이란 아스팔트 위에서 땀 흘려본 사람은 잘 안다. 여름철 집회 필수품으로 꼽힌다. 손에 쥐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어 목에 거는 형태의 것도 나오는데, 그 부담스러운 모양 탓에 대세를 이루지는 못한다. 구호 외치느라 올린 주먹들 속에서 종종 손풍기를 찾아볼 수 있다. 저기 쭉 뻗은 팔 끝에도 손풍기가 있다. 노조
지난 7일 토요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3차 집회를 개최했다. 필자도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의 일원으로, 현장에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감시하고 제지하기 위해 참석했다. 100명 이내의 인원이 참가해 넓은 인도의 절반 이하 범위에서 지극히 평화롭게 연좌해, 비정규직이 감내해야 하는 열악한 처우에 대해 성토하고 인간다운 노동조건의 보장을 요구했을 따름이다.공동투쟁이 남대문경찰서에 낸 1박2일 집회신고에 대해, 경찰은 밤 11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의 집회
19년 만의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투쟁이 종료됐다. 의제, 규모 모든 면에서 역대급 투쟁이었다. 워낙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파업이다 보니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온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쓴다.장기파업 기조에서 왜 이틀로 마무리했나?처음에는 민주노총 일정에 따라 이틀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후 7대 요구에 대한 교섭이 전혀 진전이 없자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면 수정됐다. 9·2 노정합의 주요 사항들이 이번에는 현장에서 구체적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하지만 조정신청 이후 보건복지부와 고위급 면담,
박열은 1923년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 했다는 이른바 대역 사건으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없다. 박열은 잘 나가는 양반집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 가서 이런저런 단체에 가입하지만 드러난 독립운동을 하진 않았다. 그는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을 피해 숨었다가 보호 검속에 걸려 체포됐다. 일본 경찰은 박열에게 폭탄 구매계획을 듣고 천황 암살 음모사건으로 과장했다.부산 기장군 출신으로 일제 때 일본에 가 노동운동을 했던 김태엽씨가 1981년 출간한 회고록 ‘투쟁과 증언’(풀빛)엔 박열의 일본 유학생
- 한국지엠 비정규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지 13일로 3년이 됐다며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습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을 제기한 지 8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대법원은 시간을 미루고 있다”며 “늑장 판결에 피해를 겪는 것은 비정규 노동자들이고 이득을 얻는 것은 사측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은 이미 2016년 대법원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는데요. 소송을 낸 5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사측은 불법파견 문제는 소송 대상자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1945년 8월15일 일본 패전 이후 1948년 8월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기까지 노동운동을 고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노동조합의 전국조직으로 존재했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의 출범과 활동이다. 따라서 전평의 결성, 행동강령, 주요 활동을 알아보자.전평의 결성전평은 1945년 8·15 직후인 9월25일 경성토건노조 사무실에서 사업장별 노조 대표들이 회동한 뒤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가칭) 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전평 결성과정으로 보면 산별노조가 결성된 후 이들 산별노조를 모체로 결성된
청년 두 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대형마트 카트 정리업무를 지원하러 간 29살 직원은 친구에게 “하루 만에 4만보를 걸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열사병으로 숨졌다. 한 아파트 승강기를 점검하던 27살 청년은 두 명이서 작업해야 할 일을 ‘나홀로 작업’ 끝에 “혼자선 못하겠어요”라는 문자를 동료에게 남긴 채, 8층 높이 위에 떠 있던 승강기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져 숨졌다.사업주가 조금이라도 안전보건환경에 신경썼더라면, 두 청년은 평소와 같이 퇴근하고 내일을 준비했을 것이다.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방송을 타면서 전 국민이 안
지난 10일 금속노조(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낸 쟁의조정신청에 대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서를 읽었다. 한두 번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여러 번 읽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냈다. 그런데 충남지노위는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노동안전 의제와 관련해서는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뒤엎었으니 뭔가 대단한 근거라도 고안해 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결정서에는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 보았으나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말뿐
-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2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년을 맞아 여성노동자회 전국 11개 지역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2022년 직장내 괴롭힘 상담 370건을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했다”고 밝혔는데요.- 전체 상담 건수 중 직장내 괴롭힘 상담은 9.9%를 차지했습니다. 2017년 3.3%였던 것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난 셈입니다.- 평등의전화는 직장내 괴롭힘 상담을 ‘폭언·폭행 괴롭힘’과 ‘폭언·폭행을 제외한 괴롭힘’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각각 255건(68.8%), 92건(24.9%)이었습니다.- 폭언·폭행을 제외
“사장님이 회사가 어렵다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는데 고용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그렇게 안 된다고 하네요. 사유를 적지 말고 사직서를 내야 퇴직금이랑 퇴사 처리를 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죠?”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실직자들이 구직급여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재취업 기간 경제적 지원에 그 취지가 있는 구직급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거나 자발적 이직 등 요건이 안 되면서도 사업주와 공모해 부정수급하는
자영업자 10명 중 3명(29.5%)은 여성이다. 여성 자영업자 10명 중 7명(76.7%)은 고용원 없이 홀로 일하고 있다. 자영업에 뛰어들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본인의 비전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자발적인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 여성들은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으로 인한 고용(경력)단절을 겪거나 가사노동·돌봄노동과 생계활동을 양립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또는 회사에서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겪는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용형태의 프리랜서도 증가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시
- 지난해 9월 대형화재로 노동자 8명이 숨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사고와 관련한 책임자들의 재판이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열렸습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황재호 부장판사)은 11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현대아울렛 안전관리 담당자와 하청업체 관계자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피고인들 입장을 확인하고 공판 준비사항을 점검하는 차원인데요.- 그런데 재판부는 별도 설명 없이 재판을 비공개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 진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전 정부와 현 정부가 노동정책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사건을 주로 맡는 변호사로서 느끼는 확연한 차이는 ‘형사사건의 증가’다. 그리고 집회·시위에 대한 ‘엄정 대처’. 물론 둘은 서로 연결돼 있다.‘엄정 대처’의 신호탄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에서 설정한 집회의 금지구역 중 하나가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인데, 새로 옮긴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대통령실 앞 집회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번번히 금지통고 했지만, 법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을지로위원회가 11일 오후 코스트코 하남점을 찾습니다. 지난달 19일 카트 직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현장방문을 하는 겁니다.- 사측에서는 코스트코 부사장과 하남점 점장, 노동자측에서는 마트노조 사무처장과 조직국장, 코스트코 지회장과 하남점 직원이 참석합니다.- 카트 이송업무 환경 점검과 사고 재발 방지대책, 폭염 시기 업무 및 휴게 지침을 논의합니다.- 노조측은 사측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코스트코는 혹서기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논의한다는데요. 어떤 대책이 나올지 지켜봐야겠
최근 몇 달 휴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취미로 삼을만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도 읽고, 베이킹·우드버닝·책 보수·목공 원데이 클래스를 해보기도 했다. 그동안 해온 노동관계법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주로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들이라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러면서도 매번 공통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 강사의 계약관계는 어떨까, 내가 취소하면 강사의 소득에도 영향이 있겠지’ ‘인두나 오븐을 사용하다 화상을 입으면 학원에서 산재로 처리해 줄까’ 등 모든 사람들이 다 ‘노동자’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노동환경을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