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절망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 몰린 노동자가 틀어쥘 마지막 풀포기는 대한민국에 없다고도 했다. 약자를 핍박하는 수단이었고 가진 자의 부를 위한 것이었다고 또박 말했다. 편들어 달라는 게 아니라고, 그저 최소한 공정하길 바란다고 보탰다. 짧은 머리, 목에 두른 하늘색 손수건, 왜소한 어깨, 증인 김진숙이다. 대법관 자격을 따져 묻는 자리, 그 살벌한 위엄
10일 오전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던 영등포 대형쇼핑몰 앞길이 사람으로 북적이니 좌판이 덩달아 신났다. "위대한 대통령님 사진, 작은 건 두 개 5천원, 큰 건 5만원." 비싸다 싶어 구경꾼 망설이니 장사꾼 놓칠세라 효험 설명에 나서기를 "가족 건강을 지키고 자녀 공부에 도움을 준다" 하니 그제야 지갑
'의원님' 특권 내려놓기에 너도나도, 여야가 따로 없다. 경쟁이다. 세비 반납에 연금 폐지, 겸직 금지까지 메뉴도 가지가지. 공청회가 잇따랐다.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은 불체포특권 포기까지 지르고 나섰다. 수제 생선커틀릿, 크림수프, 비빔쫄면까지 5일 국회 본관 식당 메뉴도 가지가지. 해장에 딱이라며 사람들 술렁였다. 잔뜩 낀 비구름 탓인지 배식 기다리는
바짝 엎드린 건 사진기자들. 노린 건 '인간답게 살고 싶다' 적힌 빨간 손팻말. 심심한 사진은 용납 못해 바닥을 오래 기었다. 떨쳐 일어선 건 저기 건설노동자들. 저임금에 체불임금 용납 못해, 참다 못해 나섰다며 외친 구호 절절했다. 선글라스에 마스크 칭칭 둘렀대도 카메라 플래시 세례 피할 길 없어 에라 모르겠다, 모델 노릇도 열심이다. 전국토 방방곡곡
5공이 날뛰니 멸공도 설친다. 참복도 아니고 종북이 제철이니 강태공 줄지어 눈이 벌겋다. 사방을 향한 스피커 쩌렁쩌렁, 종북 척결 목소리가 거기 서울광장을 돌고 돌았다. '북진멸공' 네 글자 뚜렷한 반공 포스터 경연대회라도 열릴 분위기. 반란수괴, 민간인 학살원흉 전두환 이등병은 일찌감치 감 잡고 육사 사열을 받았다. 브이아이피 골프장 찾아 화려한 휴가
줄줄이 절절, 절박한 마음으로 사람들 회견장에 섰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숙이고 엎드렸다. 사죄를 구했고, 절치부심 오랜 고민을 털어놨다. 호소는 절절했다. 절집인 듯 절을 했다. 포커페이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기도박 민낯이 드러났다. 사퇴불가 속내를 내보였다. 서푼도 안되는 6그램짜리 금불상을 고집했다. 진보정치 밑천은 바닥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절
총연맹이 총파업 총력투쟁을 선언하던 자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자 여럿이 앞줄에 섰다. 총파업 손팻말을 함께 들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며 거기 1만의 조합원과 더불어 선언했다. 그러나 그 표정 내내 어두웠다. 총선은 패배였다지만, 진보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기를 바란 10% 국민의 뜻은 여전하다. 총대 메겠다며 총선 출마, 앞장서 국회로 총진군했지만 반칙이
비보 비보, 구급차 황급히 빗길을 내달렸다. 비릿한 흙냄새 덕수궁 돌담 넘어 흐릿했다. 비상등 깜박이며 길가에 차 한 대 일행을 기다렸고, 비틀거리던 취객이 택시 잡아 떠났다. 비가 왔다. 비닐 천막 한 동이 덩그러니 돌담에 기댔다. 비슷한 처지 몇몇이 비좁은 자릴 지켰다. 비밀처럼 거기 스물둘의 영정이 가지런히, 비명횡사 비참한 사연을 전했다. 노랗고 붉
장마처럼 쏟아지던 봄비, 여름처럼 내리쬐는 봄볕. 파업이라 일 잘하는 기자, 해고자라 할 일 많은 사람.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엊그제도 꽃상여 떠 갔건만, 검찰에게 잡혀 온 정권 실세만이 한숨을 내쉰다. 돈 버는데 돈 없는 근로빈곤층. 돈 없어도 호화생활 전두환. 관광미항 해군기지 건설, 콘크리트 자연생태 하천.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낮 기온 22도, 봄볕 따사롭던 어느 봄날 저기 소녀들은 덕수궁 벚꽃길을 걸었다. 살랑 불어 봄바람에 꽃비 내리니 설레는 마음, 볕 볼 일 없어 뽀얗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눈부시게 뽀얗던 벚꽃을 똑 닮았다. '벚꽃엔딩' 유행가 가사를 흥얼거리며 사뿐 걸었다. 벗들과 나란히 졸업사진을 찍었다. 거기 대한문 앞 요란하던 북소리, 태평소 나팔소리. 매일같
플래시 요란하게 터졌고 선거, 잔치는 끝났다. 투표는 밥 먹여 준다고, 세상을 바꾼다고도 말하며 사람들 저마다 뜨거웠지만, 그 밤 쓰린 속엔 밥 대신 소주며 김빠진 맥주, 먹다 남은 미국산 와인이 출렁거렸다. 뒤바뀐 건 출구조사 예측결과였다. 독주를 막을 수 없었다. 독주를 들이켰다. 고배를 마신 누군가 그 밤 대한문 앞 천막 분향소를 찾아 서성였고 상주의
헬리콥터가 두두두 그 위를 지났다. 내내 고개 숙인 사람들 고개 들어 경계했다. 그것은 군용헬리콥터였으며 거기서 최루액 봉투 따위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찡그렸다. 그 옆으로 흰색 개 한 마리 공장 출입구 앞에 뻗어 봄볕에 꾸벅 졸다가 지나던 트럭에 놀라 자릴 피했다. 봄 샘 된바람에 거기 낡은 천막 몇 동이 뒤뚱거렸으며 노조 깃발이 파르르 떨었다.
같은 옷 입은 사람들 우르르, 열 맞춰 앞으로 돌아 뒤로 돌아 일사불란을 바랐지만 아직은 오합지졸, 청년들 탁 트인 광장에서 자꾸 헤맸다. 노래 맞춰 팔짝 뛰다 구호 제창 물론이고 이름 연호 기본이니 고생길이 탁 트였다. 반짝 '알바' 이것도 한철이라니 바짝 벌어 누구는 등록금 보태려나. 또 누군 술 한잔 마시려나. 유세차량 뒤를 찾아 틈틈이 꾸벅 봄볕
봄이라고, 다 같이 돌자 광장 한 바퀴. 급하대도 뛰면 반칙이라니 이름하여 희망경보. 빨간 열매 대롱대롱, 작은 화분 바통 삼아 부지런히 걸었건만 저기 경찰 방패 막아서니 단거리 경주. 거기 방패를 반환점 삼아 찍고 돌았다. 바람 같은 추월을 꿈꿨지만 맘 같지는 않아 웃음만 터졌다. 웃자고 벌인 경기, 죽자고 내달린 사람도 거기 한 명은 꼭 있더라. 서울광
"기싸움에서 우파가 지고 있다"며 걱정 많던 그분. "맞짱을 뜨겠다"고 얼마 전 제주 강정을 찾아 맞불집회 선봉에 섰다던데 어찌 승전보를 듣진 못했다. "잘못하면 좌파가 집권하고 나라 엉망된다"며 목소리 높이던 그분. 우파 대동단결 주문하려 1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을 찾았는데 그 자리 '좌파'가
시작도 전에 울음, 터졌다. 뒷자리 지켜 선 동료가 꺼억 꺽 먼저 울었다. 바리캉 지났고 머리칼 툭툭,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 오르는 언덕길 인도에 떨어졌다. 눈물 따라 뚝뚝 그 바닥을 적셨다. 딸아이가 말렸다. 군에 간 아들도 걱정했다. 고정화(52)씨 그러나 머리칼이야 자라면 그만이라고 씩씩했다. 세상 등진 남편 대신 가장 노릇을 오래, 두 아이
소식은 빨랐다. 방청석 누군가 보내온 문자엔 '고법 파기환송'이라고 짧게 적혔다. 기다림은 길었다. 2년 넘게 기다린 판결. 싸움에 나선 지 1천848일째다. 별말 없이 길 건너편 잎 다 떨군 가로수를 한동안 바라봤다. 고개를 숙였다. 두어 번 맥없이 구호를 외쳤다. 기타모형 선전물을 만지작거렸다.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 현수막은 펴질 못했다. 현대자동차
보라색 어깨띠 두른 이들이 우르르, 기자들 따라 우르르. 4월 선거가 코 앞이니 낯설지는 않은 풍경. 밥집 향하던 여의도 사람들 멀리서 수군대기를 'TV에서 보던 사람들'이란다. 명망가 여럿 모였으나 도무지 그 당 이름이 귀에 쏙 들지를 않는다니 진보통합이던가 통합진보던가. 여기저기 '통합' 얘기는 많이 들려오니 두루 뭉친 야당이구나 헷갈리는 사람들
13일 낮 북적이던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하트 모양 풍선이 둥둥, 분홍빛 현수막이 펄럭. 거기 천정이나 칸막이 따위 없었다. 그리고 키스. 도대체 떨어질 줄 모르던 연인은 20대 청춘. 오랜 나눔 끝 한숨 돌리려는데 "한번 더!", 사진기자 독촉에 못이긴 척 '설왕설래' 또 오래도록 격렬했다. 기자들, 자리싸움에 덩달아 격렬했다.
"가카 귀는 깔때귀" 모든 얘기를 제 중심으로 듣는 귀를 이르는 말. 할 말을 미처 다 못해 탈이 난 누군가 광장에 나서 외친 한마디. 펜이며 수첩, 노트북에 카메라 다 내려두고서야 터져 나온 입바른 소리. 할 말을 못하면 탈 난다. 말하기를 업 삼은 이들 처지가 말로 다 못할 지경이라니 큰 탈이다. 제작거부를 했고 파업에 나섰다. 일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