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을 하는 이유가 뭐야?”얼마 전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하던 친구가 갑자기 나에게 던진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내가 노무사로 살고 있는 이유를 가볍게 물어본 것인데, 나는 그 질문에 간단 명료하게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단순한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을 만큼 내면이 정돈돼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해 당황했던 것이다.“그 일을 선택한 계기는 뭔데?”앞선 질문에 “그냥 뭐…”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던 나에게 이 친구가 한 번 더 질문했다. 이 질문에는 그래도 답할 내용이 좀 있었다. 대학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34조와 35조에 최저임금제도 실시 근거를 뒀으나, 당시 우리 경제가 제도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저임금을 제도적으로 해소하고 더불어 노동자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도 도입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우리 경제가 이 제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해 1988년 1월1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최저임금제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
“지옥 안 가고 천국에 가려면 착하게 살아” 서구의 종교는 죽음 이후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을 들이대 인간을 계도했다. “역사가 너희를 심판하리라” 반면 동양에서는 후손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심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이번 생에서 잘 살아야 다음 생에 좋은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어” 삶의 중단으로서 죽음 이후의 심판과 지속되는 삶으로서 역사적 심판이 겹치면 삶과 죽음이 섞여 힌두적 윤회가 된다.지금 작동하는 권력에 영향을 받거나 지금 옳다고 생각한 제도에 따르는 법의 심판보다 훨씬 넓은 사람들의 인식과 훨씬 긴 맥락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 실무에서 직업이 없는 사람의 수입을 계산하는 경우 ‘도시일용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도시일용근로자 임금은 대한건설협회가 작성한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 중 ‘건설노임단가 보통인부 노임’을 이용한다. 이 조사보고서는 보통 상·하반기로 나눠 발표한다. 작업반장, 보통인부, 특별인부, 조력공, 비계공, 형틀목공 등의 1일 8시간 기준 노임단가가 기재돼 있다. 2023년 1월1일 기준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15만7천68원으로 시급으로는 1만9천633원이다.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는 일 단위로 계산되고, 도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가 후인 지난 15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그는 군수물자 지원, 인도적 자원, 정부 재정 지원과 재건 지원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갈 뜻을 밝혔다.이 말을 들으면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백의종군에서 풀려난 이순신 장군은 왜의 수군과 해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조선 수군은 칠천량해전 대패로 매우 약화돼, 왕은 육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9천860원과 2.5%라는 숫자의 ‘허무함’ 또는 ‘황당함’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합의 없이 갈등적으로만 이뤄지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노사 당사자들의 반성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이었던 9천920원을 선택할 수 없었을까.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면 차악이 아닌 최악을 선택해도 괜찮을 걸까.‘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면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은 사회운동적 구호로서는
지난해 가을 21년 서울살이를 마감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스무 해 넘게 이별했던 이산가족은 비로소 완전체가 됐다. 어린이집 다니던 큰딸은 20대 후반의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큰딸은 저축과 동시에 부동산 시세에 부쩍 관심이 많다.2001년 내가 처음 서울살이를 시작할 때 부산의 32평 아파트를 팔면, 강남3구는 아니라도 북한산 자락에 24평 아파트를 샀다. 그러나 지금은 부산의 32평 아파트를 팔아도 서울은 고사하고 경기도에 10평 소형아파트도 못 산다. 큰딸은 그때 무리해서 인(in)서울 했으면 엄마아빠 노후는 편했을 거라 말하
지난주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이 발표됐다. 2023년 상반기까지의 고용상황이 집계된 것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만 1년의 고용성적표가 공개된 것이다.정부는 고용률이 역대 최고(63.5%)이며 취업자(+33만3천명)도 2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언론은 늘어난 취업자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34만3천명)이며 청년들의 경우 8개월째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면서 6월에도 11만7천명 감소했다고 혹평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청년 취업자가 많이 증가했던 기저효과(2022년 6월 +10만4천명)의 영향이 크고
지난 12일, 미국 배우 노동조합(SAG-AFTRA)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 5월2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작가 노동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WGA)과 함께 63년 만에 영상산업에서 동반파업이 일어나게 됐다. 경향신문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언론이 맷 데이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파업에 동참 의사를 밝힌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배우‘조합’, 작가‘조합’으로 일컫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상·미디어산업의 대표적 노동조합이다.미국 작가노조의 뿌리는 1912
산업안전 분야 활동가들의 오랜 바람 중 하나는 ‘모든 노동자에게 모든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교육기관 등 교육서비스업에는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관리감독자를 둘 필요가 없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개최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청소·시설관리·조리’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업무의 위험성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데, 이들이 고용노동부 고시인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현업고시)에 따른 ‘현업업무
무당층이 늘어나면 공백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거대 양당이 ‘누가 더 엉망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처하며 배지를 단 기본소득당이나 시대전환을 언급하고 싶진 않다. 기생 전략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제3지대’나 ‘대안’ 같은 수사를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일련의 ‘신당’ 물결은 어떨까? 한동안 언론에 의해 ‘금태섭신당’으로 호명되던 ‘새로운당’이나, 삼성 자본 옹호자 양향자가 추진하는 ‘한국의희망’, 정의당발 여러 이탈그룹이 대두하고 있다. 이들로
1. 지난주 금요일, 재판과 상담 사이 바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하고, 사무실에서 상담해야 했기에 장맛비를 맞으며 분주했지만, 무엇보다도 그사이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느라 나는 바빴다. 노동조합 없이 노동자협의회를 통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을 사용자와 교섭해 왔던 사업장에서 산재요양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요양 기간 중 상여금 등 산재요양보조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는데,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교섭해서 노사합의서 등 협약으로 규정해 놓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2. 이 나라에서 오랜 기간 삼성그룹은 ‘내
성소수자 노동권 활동 단체인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퀴어동네)가 생긴 지 이번달로 꼭 1년이 됐다. 처음 1년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니까 한 번에 모이기 힘든 회원들과 워크숍을 떠났다. 행사를 준비하며 지난 활동을 돌아봤다. 지난해 2월, 퀴어노동권 문제에 공감하는 몇몇이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집회에서 만나 뜻을 다졌고, 같은해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를 계기로 수습노무사 모임인 노동자의 벗 선후배 8명이 모임을 결성했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채 시작한 활동이 계속 바쁘게 이어졌고, 앞으로도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으니 뿌듯하면서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며 그 기초를 부숴야 한다는 주장에 노동조합 경력으로 국회의원이 된 임이자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노조 경력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도 ‘시럽급여’에 동조하는 형세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시럽급여’를 받아본 이는 없다.산재보험의 경우 1년에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장비로 나간다. 안전보건 감독이라는 미명 하에 사용자가 노동자를 위해 낸 산재보험료에서 ‘삥땅’을 뜯는 것이다. 그러고는 산재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며 산재 인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거니, 산재 보상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느
지난 7일 토요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3차 집회를 개최했다. 필자도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의 일원으로, 현장에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감시하고 제지하기 위해 참석했다. 100명 이내의 인원이 참가해 넓은 인도의 절반 이하 범위에서 지극히 평화롭게 연좌해, 비정규직이 감내해야 하는 열악한 처우에 대해 성토하고 인간다운 노동조건의 보장을 요구했을 따름이다.공동투쟁이 남대문경찰서에 낸 1박2일 집회신고에 대해, 경찰은 밤 11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의 집회
박열은 1923년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 했다는 이른바 대역 사건으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없다. 박열은 잘 나가는 양반집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 가서 이런저런 단체에 가입하지만 드러난 독립운동을 하진 않았다. 그는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을 피해 숨었다가 보호 검속에 걸려 체포됐다. 일본 경찰은 박열에게 폭탄 구매계획을 듣고 천황 암살 음모사건으로 과장했다.부산 기장군 출신으로 일제 때 일본에 가 노동운동을 했던 김태엽씨가 1981년 출간한 회고록 ‘투쟁과 증언’(풀빛)엔 박열의 일본 유학생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1945년 8월15일 일본 패전 이후 1948년 8월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기까지 노동운동을 고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노동조합의 전국조직으로 존재했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의 출범과 활동이다. 따라서 전평의 결성, 행동강령, 주요 활동을 알아보자.전평의 결성전평은 1945년 8·15 직후인 9월25일 경성토건노조 사무실에서 사업장별 노조 대표들이 회동한 뒤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가칭) 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전평 결성과정으로 보면 산별노조가 결성된 후 이들 산별노조를 모체로 결성된
청년 두 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대형마트 카트 정리업무를 지원하러 간 29살 직원은 친구에게 “하루 만에 4만보를 걸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열사병으로 숨졌다. 한 아파트 승강기를 점검하던 27살 청년은 두 명이서 작업해야 할 일을 ‘나홀로 작업’ 끝에 “혼자선 못하겠어요”라는 문자를 동료에게 남긴 채, 8층 높이 위에 떠 있던 승강기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져 숨졌다.사업주가 조금이라도 안전보건환경에 신경썼더라면, 두 청년은 평소와 같이 퇴근하고 내일을 준비했을 것이다.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방송을 타면서 전 국민이 안
지난 10일 금속노조(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낸 쟁의조정신청에 대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서를 읽었다. 한두 번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여러 번 읽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냈다. 그런데 충남지노위는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노동안전 의제와 관련해서는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뒤엎었으니 뭔가 대단한 근거라도 고안해 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결정서에는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 보았으나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말뿐
“사장님이 회사가 어렵다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는데 고용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그렇게 안 된다고 하네요. 사유를 적지 말고 사직서를 내야 퇴직금이랑 퇴사 처리를 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죠?”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실직자들이 구직급여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재취업 기간 경제적 지원에 그 취지가 있는 구직급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거나 자발적 이직 등 요건이 안 되면서도 사업주와 공모해 부정수급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