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별이다. 요즘 내가 변호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차별, 고령자 차별사건이다. 비정규직 차별에 관해서는 20년 넘게 하고 있고, 이에 더해 최근에는 고령자 차별에 관해서도 하고 있다. 차별받는 이가 비정규직과 고령자뿐은 아닌데도 나는 이렇게 해 온 것이다. 남녀 차별에 국적과 종교, 나아가 사회적 신분 등까지 차별을 하지 말라고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니 차별 피해자가 찾아와 상담하고 법적 대응을 의뢰하면 변호사로서 그 차별사건들을 맡은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고령자를 차별하는 사
이른바 진보진영 안에서 노동시장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조직노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들의 선의를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효과적인 방법일까 싶어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경우도 있다.진보의 강점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있다. 구성원의 이해와 리더의 판단을 협소하게 만드는 조건을 해명해, 변화를 이끌 주체에도 다가갈 수 있어서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현재 구조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풍부한 내용을 접하진 못했다. 가령 권위주의 정부가 1963년에는 산별노조를, 1980년엔 다시 기업별노조를 강제했던 법적 변화가 이후 노동운동의 폭발적
강릉은 커피의 도시이자 여행자의 도시다. 맛집도 많다.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좋은 풍경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사는 도시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릉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어떨까?몇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노동조합은 없고, 사업장 규모는 작고,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사건이나 상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지역이라면 노동권익센터·비정규노동센터 같은 곳에서 상담이나 조력을 받을 만한 일들이다. 즉 돈을 내고 상담하거나 사건을 의뢰하기 어려운 기초적인 노동법 위반 사건들이라는 의미다. 어디서라도 도
나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놀라기도 한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전철을 타거나 이마트 같은 큰 쇼핑몰의 계산대에 서 있거나 거리의 흔하디 흔한 카페에서 외국인을 마주쳤을 때, 아직도 나는 놀란다.왜 그럴까. 급히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법무부 통계로 2022년 말 기준 장·단기 체류 외국인이 224만5천912명인데, 어쩌면 그 많은 체류 외국인들을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한 까닭이 있다. 다른 이유는, 아마도 내 안의 어딘가에서 발동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놀라
는 연극계에서 화제를 모은 동명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긴 실험적 형태의 영화다.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극한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체험시키는 작품으로, 외국에서 먼저 주목했다. 2022년 웨일즈 국제영화제(WIFF) 베스트극영화상을 수상했고, 라스베이거스 독립영화제와 바르셀로나 독립영화제에서도 수상했다. 해외 호평에 힘입어 지난달 5일 국내에서 개봉했다.원작자 최원석이 희곡을 쓰고 연출을 맡은 연극 는 2013년 34회 서울연극제 공식 개막작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쇼핑몰의 화장품매장을 배경으로,
오늘날 대중은 사회 문제에 날카롭게 반응하는데 정치인은 점점 둔감해진다. 지금 대중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중이 아니다. 자신은 피해자라던 가수 임창정의 동영상이 나오자마자 세븐일레븐은 그와 함께 기획한 ‘소주한잔’이란 증류식 소주 판매를 중단했다. ‘소주한잔’은 임창정씨가 원재료 선정부터 병 디자인까지 제품 개발 전 과정과 홍보에 직접 참여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시중에 판매돼 꽤 인기를 끌었는데, 세븐일레븐은 상당한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도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세븐일레븐이 발빠르게 임씨를 손절한 이유는 주가조작 논란이 그에게
올해 최저임금은 9천620원이다. 재계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시급은 1만1천540원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9천620원에 주휴수당 1천920원(약 20%)을 합치면 사실상 최저임금이 1만 5천원이 된다는 논리다. 2011년 가을, 청년유니온은 커피 전문점 7곳의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를 발표하면서 시간제 노동시장에서 사문화됐던 ‘주휴수당'을 화두로 만들었다. 당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체불임금 추산액만 197억원에 달했다.청년유니온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주휴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라는 슬로건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11년부터 매년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회 차를 맞았다. 지난 1일 수상작·응모작 중 44편을 엮어 (도서출판 동녘)라는 책을 펴냈다. 19일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은 단순히 글쓰기 실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비정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과 삶을 얼마나 진솔하게 풀어냈는지, 힘든 현실을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찰했는지, 변화를 위해 어떤 몸짓을 담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출판기념회 특강 강연자로 나온 이시백 소설가(수기 공모
“내가 공장에 가서 일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노조 가입이다.”놀랍게도 미국 해군 출신인 대통령 루스벨트가 1930년대 한 말이다. 그로부터 85년이 흐른 2023년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노조를 사회악, 범죄집단으로 규정짓고 탄압을 일삼아선지,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는 데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한마디로 매우 험난한 길이다.충남 천안에도 홀로 험난한 길을 가는 노동자가 있다.주류 배송회사인 ㈜유일주류에서 배송기사로 6년 넘게 일하던 한 노동자가 코로나 핑계로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고 오래 일해도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는
1. “21일 가 확보한 현대차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의 올해 1월 임금명세서를 보면 통상시급은 9천16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9천620원보다 460원이 적다.” 5월22일자 에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통상시급이 이렇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기사 제목을 읽을 때부터 어째서 현대차 비정규직 A씨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통상시급을 지급받는 것인지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2. 현대차 비정규직, 즉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 등 근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된 이후 폭발적인 관심과 다양한 예측이 이뤄졌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주제는 일자리의 미래다. 세계경제포럼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는 미래 일자리 핵심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디지털 기술을 꼽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리버흄 미래지능센터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미래에 여성차별 구조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학습’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교육과정과 사
지난해 7월부터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queerdong.net)는 퀴어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노동상담, 교육, 정책사업이나 법률구제사업을 하겠다며 뜻이 맞는 퀴어와 앨라이 노무사들 8명이 모여 지난해 7월 야심차게 출범한 단체다. 그런데 어디 가서 이런 활동을 한다면 꼭 듣는 이야기가 있다. ‘퀴어노동자와 관련해 특별히 할 일이 있느냐’ ‘퀴어노동자만 겪는 특별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이미 지역마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권익센터나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있고, 노동법률사무소나 노무법인도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병역의무의 한 형태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병역처분 된 사람을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서비스 업무나 행정업무 등을 하도록 만든 제도다.사회복무요원은 국기가관, 지자체, 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사회복무요원은 출·퇴근하며 복무기관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복무기관이 정한 업무를 수행한다.사회복무요원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극우언론 폭스뉴스가 지난달 24일 미국 가짜뉴스의 표준 모델인 터커 칼슨 간판 진행자를 해고했다. 칼슨은 2020년 대선 결과가 개표 조작 때문에 뒤바뀌었고, 이렇게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이 곧 나라를 중국에 팔아 먹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칼슨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동도 미 연방수사국(FBI)가 꾸며낸 선동이라고 호도했다.개표기 업체 도미니언은 칼슨 같은 허풍쟁이 입을 풀어놓은 폭스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였고, 최근 폭스뉴스는 1조원을 물어주겠다고 합의했다. 이는 미국 언론의 명예훼손 소송 역사에서 최고 배상금액이
1929년 원산 노동자 총파업, 1930년 5~6월 신흥 장풍탄광 노동자 파업투쟁에 이어 평양고무공장 노동자가 파업을 선언했다. 커다란 폭력적 파업투쟁이 벌어졌다.조선고무공업에서 평양고무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량으로 보나, 노동자 집중상태로 보나 큰 비중을 점한다. 조선 고무공장에서 서울이나 부산 등 다른 지방에 비해 평양에서 파업 발생건수가 빈번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평양은 서울보다는 다소 늦은 1922년 무렵부터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해 1928년에는 적어도 8개의 공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33년에는 18개 공장으
대학을 다닐 때 서울 성북구의 어느 학원에서 일했다. 사업주는 같은 고향 출신이었는데,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내게 동향이라 반가움을 표시하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을 시켰다. 당시 최저시급이 3천원이 채 안 됐다. 학원강사 노동은 시급으로 따지면 1만원이 넘어 매력적인 일자리였다.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원장은 “같은 고향 출신인데 형을 못 믿느냐고” 화를 냈다. 결국 두 달 동안 월급을 안 주다가 학원을 폐업하고 도망갔다. 당시 원장을 상대로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하려 했다. 그런데 노동청 부근의 법률상담소에서 “
2017년 노동절 오후 2시50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 중 다른 크레인을 충격해 하청노동자 31명이 사상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800톤급 크레인과 부딪쳐 무너진 크레인에 깔려 6명이 목숨을 잃었고, 동료의 사상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사고 후 몇 년이 지나도록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산재로 인정받았다. 참사 후 5년이 흐른 지난해 6월에야 법원은 원청인 삼성중공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인정하고 벌금 2천만원을 확정했다. 원청이 ‘크레인 간 중첩 작업시 충돌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우리 맑스님은 200년 전 공산당선언을 통해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하셨고, 이로써 오늘도 가볍게 1승을 적립하셨다. 국가를 대표하는 경찰이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무도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동자들에게만은 유독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공포의 몽둥이’가 된다. 이는 정권과는 상관이 없었으나, 체감상 이번 정권의 ‘빠따질’은 평소보다 맵고 얼얼하다. 노동자들을 향한 경찰력 사용의 경위는 아래와 같다.지난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 8명은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비정규직 실상을
평일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에서는 주로 기사를 읽는다. 구독 중인 뉴스레터에서 추천하는 기사도 읽고, 도 보고, 몇 개 언론사의 메인기사도 읽는다. 이번 달에 읽은 기사 중에는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키워드는 각각 성희롱과 임신·출산·육아기 노동자 차별이다.두 기사 중 하나는 ‘사귀라’며 분위기를 몰아가는 언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한 판결에 관한 기사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누구랑 만나 보라’고 몰아가는 일들은 회사에서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기사 속 노동자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상사가 신입직원에게 신입직원보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기준 중앙정부 산하 347개(2022년 350개) 공공기관의 공공기관 총정원은 1분기 기준 43만9천명(윤석열 정부의 인력감축으로 2022년 말 44만5천명 대비 9천명 감소됨)이다. 예산규모는 2022년 791조원으로 추경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예산액의 1.16배다. 총자산 규모는 1천55조원으로 국가 총자산의 37.2%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한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 의외로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잘 알지 못한다.중앙 공공기관을 통일적 관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