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5월, 나는 금속노련 위원장이 됐다. 노동자를 둘러싼 상황은 1970년대와는 전혀 달랐다.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민주화’가 이뤄졌고, 노동조합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88년 한 해만 무려 2천56개의 노동조합이 생겼다. ‘개혁’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개혁은 어떤 점에서는 혁명보다 더 고통스럽다. ‘파괴’ 없는 ‘건설’이란 여간한
경제 프레임 1980년 미국 대통령이 된 레이건과 뒤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버지 부시가 주도한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12년간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걸프전의 과다한 전비 사용과 감세를 앞세운 경제정책의 실패로 불황에 허덕였다. 이때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Stupid)’라는 슬
노조의 과두정치 소수의 지배, 특권적 파벌이 전제권력을 행사하는 정치형태를 ‘과두정치’ 또는 ‘과두제’라고 했다. 문자 그대로 寡(적을 과)頭(머리 두)制(억제할 제) 즉, 적은 수의 머리가 다수를 억제한다는 뜻이다. 인정하기 싫을지라도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모습은 이를 닮아 있다.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노동운동의 특정세력들이 번갈아 가면서 맡아 왔
노동조합을 하면서 내가 꿈꿨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혁명이었을까. 아니다. 나의 노동운동은 이념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욕구에서 비롯됐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노동자라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노동자로서 자긍심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과 만날 때가 있다. 타협도 해야 하고, 훗날을 기약
뒤통수칠 수 없는 노조 언젠가부터 노동조합의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회사에 흘러들어 간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노사 간 접촉횟수가 많아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담합적 노사관계’에 따른 노조의 자주성이 약해진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가 가진 정보의 기밀 유지력과 사회가 가진 정보기밀 유지력
‘노동조합 정화 조치’는 시작에 불과했다. 간부들이 쫓겨난 빈자리를 메우기도 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1980년 12월 신군부가 만든 입법회의에서 노동관계법이 개정됐다. 유니온숍 제도가 폐지되고, 산별노조가 기업별 체계로 바뀌었다. 80년대 내내 악명을 떨친 3자 개입 금지 조항도 이때 신설됐다. 유니온숍 폐지와 산별노조 해체 이러한 사태는
선전 선동 vs 소통과 공감 지금까지 노동운동은 선전 선동을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생각해 왔다.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이 반드시 배워야 했다. 일반적으로 선전은 어떤 사물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등을 남에게 설명해 동의를 구하는 일 또는 그 활동을 의미한다. 선동은 문서나 언동으로 대중의 감정을 부채질해 일정한 행동대열에 참여하도록 고무·격려하는 행
노동조합을 하면서 내가 꿈꿨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혁명이었을까. 아니다. 나의 노동운동은 이념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욕구에서 비롯됐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노동자라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노동자로서 자긍심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과 만날 때가 있다. 타협도 해야 하고, 훗날을 기약하
비정규직, 새로운 프레임의 출발? 노동자의 새로운 희망이자 상징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것이 비정규직이다.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로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상황을 보여 준다. 정부의 통계와 노동계의 통계는 비록 다르지만 이미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노동자의 50%를 훌쩍 넘어섰다. 일반적 노동자계급의 모습은 비정
사람 사이라는 게 참 묘하다. 주는 것 없이 괜히 미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뺏기면서도 밉지 않은 경우가 있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노동조합운동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금속노조 부산지역지부 사무장을 맡게 되면서 내 수첩에 적힌 사람들의 숫자는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못 만나면 가슴이 저릴 정도로 그리운 ‘동지(
‘공장 탈출’이라는 주장을 하면 공장은 버려야 할 곳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장과 직장을 모두 버리고 밖으로 나가자는 말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주목해야 할 활동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임금의 노예, 임금실리만을 추구하는 ‘공장귀신’이 아닌 ‘잠일술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과 이를 통해 삶의 시간적 재편, 건강권에 대
총아(寵兒)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사람”라는 뜻인데, 이 뜻대로라면 나는 확실히 ‘총아’였던 것 같다. 자랑이라기보다는 정말 고맙고 두려워서 하는 말이다. 4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아낌과 키움을 받았다. 마치 꽃나무에 물을 주고 가꾸듯 그분들께서는 나를 보살펴 주셨다. 조선공사에서 해직된 뒤 한동안 실의에 빠
노동자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총아(寵兒)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사람”라는 뜻인데, 이 뜻대로라면 나는 확실히 ‘총아’였던 것 같다. 자랑이라기보다는 정말 고맙고 두려워서 하는 말이다. 4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아낌과 키움을 받았다. 마치 꽃나무에 물을 주고 가꾸듯 그분들께서는 나를 보살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