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SPC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고 재해자는 치료 도중 결국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됐고, 올해 7월 50대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고 발생 당시 재해자가 수행 중이던 작업은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아 내는 작업이었다. 리프트 기계 아래쪽에서 2인1조로 작업 중이던 동료 근로자가 안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기계를 그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어원을 가진 잼버리, 전 세계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이 참가해 민족,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이념을 초월해 우애를 다지는 청소년 국제행사 잼버리가 지난 8월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렸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4만명의 참가자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에게 불쾌하고 우울한 일이 돼 버렸다.주요 외신들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이번 행사를 “국가적 망신”이라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한국 시민들이 전 세계 잼버리 대원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제거하려는 정권의 처사로 시끄럽다. 육사의 설립 목적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라 그렇게 한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라며 헌법을 거론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헌법이 강조하는 국가질서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다. 많은 이들이 여기서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로 오해하는데, 잘못된 것이다.헌법 영문판을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basic free and democra
한낮 더위가 가실 줄을 몰라, 올 여름은 징글징글 길기도 하지. 별일도 없이 땀만 죽죽 흘린다. 집 밖은 위험하니 모니터 속 사진 몇 장과,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글자를 노려보며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거북목이 따라 늘어났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라 창을 열고 하늘을 보니 시퍼런 하늘이 부쩍 높다. 거기 비행기가 남기고 간 태극 문양 연기가 또렷했다. 땅만 보며 걷던 노인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여중생 무리가, 아기만 내려다보던 엄마도 다 같이 하늘 보고 탄성을 지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 문양이 새삼 달리 보이는 시절이다. 얼
두 거대 정당이 철 지난 ‘이념 놀이’에 흠뻑 빠진 사이에 청년 실업은 바닥을 치고, ‘묻지마’ 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지친 교사들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그 틈에 낀 언론은 정파로 나뉘어 ‘자기 편 이겨라’는 응원단장 같은 기사만 쏟아낸다.후쿠시마 핵 오염수 배출로 어느 때보다 한·일 국민 신경이 날카로운 이때 우리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별장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었지만 화려한 미사여구 외에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1면과 3면에 걸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인터뷰해 일본에
미군정기의 권력구조와 정치상황, 노동운동, 노동법의 전제하에 당시의 노동조직인 전평과 대한노총을 중요하게 고려해서 평가한다면 미군정기의 노동관계는 다음의 세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첫째, 미군정기의 노동관계는 미군정의 ‘전평 궤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군정의 전평에 대한 태도를 노동조합의 ‘정치성’을 배제하고 ‘노동조합주의 그 자체의 실현’에 목적을 둔다는 일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자유를 향한 민족해방투쟁과 긴밀하게 결합돼 노동운동이 전개돼 왔고 미래의 국가정치체제가 형성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아빠! 파업이 뭐야?”‘아이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뭐라고 해야지?’선뜻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대충 얼버무렸다.“출근 안 하는 거야.”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고 뱉은 말이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 이 판국에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일터에 나가지 않고 놀고먹는 아빠라니. 방문 너머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또 파업이야?”나는 파업이 싫다. 잘살고 있는데 집회는 왜 연거푸 나오라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세상은 잘 살게 두질 않는다. 왜 또 집회는 내가 쉬는 날만 골라 하는 건지, 복도 지지리 없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인구동향에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여성들의 ‘출산 파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는 결혼은 안 해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 생각을 유보하게 된 건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이달 14일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었던 남성이 직장동료를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1년 되는 날이다. 남성이 여성만을 타깃으로 한 여성혐오 범죄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정부·여당 인사 중 국민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다.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라 공격하는 야당과 최전선에서 싸우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그를 여러 보수언론에서는 차기 대선후보로 점친다.그러나 정치이슈와 별개로 다른 관점에서 이미 그는 정치인으로서 등판을 준비 중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 장관이 정부·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성장할 무렵에는 그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인구정책을 책임 있게 제시했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런 한 장관의 정책 방향의
전세 계약을 했다. 과거 경험에 비춰 피할 조건 몇 가지만 정했다. 부모님 집에 짐을 맡기고 살지 않고 독립하려면 원룸은 좁다. 반지하에서 기관지와 피부 문제로 고생했었다. 1층은 치안 문제를 여러 번 겪었다. 나보다 5살 많은 집에 살았을 때는 누수와 냉난방 문제가 있었다. 매월 내야 할 금액은 예기치 못한 실업의 상태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처음엔 월세를 구하려고 했다. 전세와 전세자금대출은 무자본 갭투자의 동력이다. 임대인은 이자도 없이 전세보증금이라는 큰 금액을 사용할 수 있는 이익을 누린다. 임대인이 사용하는
고 양회동 열사께서 분신 자결한지 100일이 훨씬 지났습니다. 50세의 철근공. 두 아이의 아버지. 평범한 가장 고 양회동 열사께서는 올해 세계노동절, 무리한 수사에 절규하며 불꽃으로 산화하셨습니다. 이 사태를 거론할 때마다 법률가로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고 양회동 열사께서 자결하신 장소는 다름 아닌 수사기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 주차장이었습니다. 사법기관 앞에서 한 명의 피의자가 분신 자결로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국가의 사법시스템이 붕괴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국면에
1. 고용노동부는 4일 “근로시간면제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곳,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추가로 제공한 사업장 80곳” 등 법 위반 의심 사업장 200곳을 확인하고 이들 사업장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이달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부는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사용자에게 조사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1천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521곳 중 지난해 연말 기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적용하는 사업장 480곳의 실태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에 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결혼을 앞둔 여성을 만나면 축하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내 평범한 결혼생활을 비관해서도 아니고, 비혼이 좋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은 세대에게 결혼이란 자신의 ‘젠더’를 자각하는 기회이지 싶다.연애결혼이 보편적인 시대에 여성이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일은 지극히 사적인 선택같이 여겨진다. 그런데 가부장제란 일일연속극처럼 인격적 모독을 일삼는 남편·시부모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마치 공기와 같은 일상이다. 우리 구체적 삶에서 남녀 간 사랑과 양보, 부모·자식 간 보살핌 같이 지극히 개인적 얼굴을 하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했고 한국노총에서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추기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사회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노동계와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을 각자의 입장에서 내고 있다. 이 와중에 경사노위에서 ‘정년연장은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또다시 정부의 세대 갈라치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경기도일자리재단노조는 지난 7월 ‘초고령사회 대응 정년연장과 새로운 일자리
그게 뭔데소셜유니온에 대해 악담이든 덕담이든 듣고 싶어. 소셜유니온이 뭔데. 신생노조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이익이 중요하냐 권리가 중요하냐’는 질문에 ‘권리가 중요하다’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이렇게 이익보다 권리를 아무나 자연스럽게 누리는 사회성 높은 노조지. 이익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그렇지, 이익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노조할 권리가 있어야 이익도 챙긴다는 거지.노조는 정치권력을 위한 정당이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기업과 다르잖아. 그거야 그렇지. 정치-권력, 경제-이익, 사회-권리를 연결해 봐. 노조는 사회적 권리를
오늘로부터 1년 전 한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 동료에게 살해당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직장갑질119는 올해 9월4일부터 14일간 추모주간을 설정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오프라인 추모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1년 동안 변화는 있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의 가해자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스토킹 범죄는 처벌된다. 가해자의 집요한 합의 요구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게끔 했던 법의 구조는 개선됐다. 이외에도 스토킹 행위의 정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확대됐다. 스토
IRA(아일랜드 공화국군)활동 혐의로 수감된 양심수들이 1981년 3월부터 당시 영국 수상 마거릿 대처를 향해 자신들을 일반범죄자가 아닌 정치범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하며 집단 단식투쟁을 벌였다. 3월 1일 보비 샌즈가 단식을 시작했고, 5월 5일 그가 사망했다. 이 집단 단식투쟁은 200일 이상 진행된 끝에 10월 3일 종료되었는데, 수십 명이 참여한 이 릴레이 단식투쟁에서 보비 샌즈를 비롯한 10명이 결국 사망했다. 이런 희생 끝에 죄수복을 입히지 말라는 등 5개항의 요구는 대부분 수용되었다. 이 투쟁을 계기로 북아일랜드 독립운동
노동자에게도 시민에게도 정치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정치의 윤리는 시민의 윤리를 규정한다. 통치를 한다는 것은 이끄는 것이며 한 사회의 인적·재정적·제도적·도덕적 자원을 공적인 명령을 통해 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기에 지도자에게는 공적 명령의 힘을 선용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며 개별적인 시민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어찌 보면 가장 인간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에 우리의 대표자를 함부로 욕되게 하는 것을 쉬이 관용해서는 안 된다.우리는 5년에 한 번씩 우리가 함께
나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에 살면서 박 시장 정책에 대부분 동의했다.대리운전기사와 퀵서비스, 생활설계사 등 사무실 없이 노동시간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내는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는 박 시장 때인 2014년 3월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휴(休)서울이동노동자 서초쉼터’로 처음 문을 열었다. 플랫폼에 매달려 사는 이동노동자가 급증한 지금은 전국에 이런 쉼터가 30개 넘게 들어섰다.동사무소(주민센터)는 박 시장 때 ‘찾동’(찾아가는 동사무소)으로 탈바꿈하면서 지방정부의 대시민 서비스를 한 차원 높였다. 주민참여예산 제도
본지 2023년 8월31일 9면 “플랫폼 노동자 ‘사회보험료 냈는데 현실은 국가주도 보험사기’” 기사에서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이름은 ‘구교현’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