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급여 지급여부에 관한 잘못된 기준(근로복지공단 2003년 5월24일 질의회시 보상 6602-758)을 바로잡아야 한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산재 승인을 받고도 휴업급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고통받은 산재노동자들이 숱하다. 공단 산하 근로복지연구원도 ‘휴업급여 지급실태 분석보고서’를 통해 제도개선 필요성을 내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이 계속 외면한다면 국회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52
국제사무금융IT노조연합(UNI Global Union)의 세계총회 참석차 필라델피아에 다녀왔다. UNI에는 전 세계 150개국 약 2천만명의 금융·보건의료·언론·IT·우정·청소·간병 노동자들과 프로 운동선수들이 가입해 있다. 본조 사무소는 스위스 니옹에 있으며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UNI는 2021년 현재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과 50개 이상의 글로벌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국 내 가맹조직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와 의료노련, 우정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사무금융노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 제도가 공단 지침에서 노동부 고시로 개정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22년 근골격계질병 산재 신청건수는 1만2천491건으로 그중 추정의 원칙 적용 건은 468건(3.7%)에 불과하다. 이처럼 적용 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적용 직종 범위가 협소하고 고시에서 규정하는 근골격계 상병을 포함한 다른 상병이 동반하여 발생한 경우 제도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엄격한 기준 때문이다.최근 한국노총은 추정의 원칙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질병판정위원회 위원’을 대상으로 실태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노동자가 얼마나 죽어도 괜찮은지 알려 달라.”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한 정부 관료가 노·사·정·공익위원들을 향해 했던 말이다. 그동안 들었던 수많은 말들 중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그러고 보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는 말은 마법 같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안전보건규제 정도는 너무 쉽게 완화되고,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고 병들어서 겨우 만들어진 법과 제도도 하루아침에 고쳐질 운명에 처한다.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기업인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지난 7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지난달 8일 SPC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고 재해자는 치료 도중 결국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됐고, 올해 7월 50대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고 발생 당시 재해자가 수행 중이던 작업은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아 내는 작업이었다. 리프트 기계 아래쪽에서 2인1조로 작업 중이던 동료 근로자가 안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기계를 그대
“아빠! 파업이 뭐야?”‘아이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뭐라고 해야지?’선뜻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대충 얼버무렸다.“출근 안 하는 거야.”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고 뱉은 말이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 이 판국에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일터에 나가지 않고 놀고먹는 아빠라니. 방문 너머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또 파업이야?”나는 파업이 싫다. 잘살고 있는데 집회는 왜 연거푸 나오라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세상은 잘 살게 두질 않는다. 왜 또 집회는 내가 쉬는 날만 골라 하는 건지, 복도 지지리 없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했고 한국노총에서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추기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사회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노동계와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을 각자의 입장에서 내고 있다. 이 와중에 경사노위에서 ‘정년연장은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또다시 정부의 세대 갈라치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경기도일자리재단노조는 지난 7월 ‘초고령사회 대응 정년연장과 새로운 일자리
일상이 비상이다. 지난해 폭우로 발생한 반지하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는 오송 지하차도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특정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참사들.그 바깥의 통계를 보자.올해는 폭우로 숨지거나 실종된 이들이 올해는 50여명, 지난해는 20여명이다.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었던 2018년 여름에는 4천500여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이후로도 매년 2010년대 초반보다 두 배 가까운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관측 이래’라는 말도 흔한 수식어가 됐다. ‘관측 이래’ 최고 기온, 최장 기간 장마, 최대 강수량, 태풍 발생
연일 우리는 다양한 사고와 참사를 목도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각종 시스템은 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윤석열 정권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 소를 잃어 버리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게 지금의 윤석열 정권이다. 헌법 34조에 따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윤석열 정권은 막중한 안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국가의 안전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윤석열
특별사면·복권 남발 논란에도 어김없이 8·15 광복절 특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을 갓 지난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법치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사법특혜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특별사면은 김영삼 정부 4회, 김대중 정부에서 3회, 노무현 정부 5회, 이명박 정부 5회,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4회 집행됐다. 역대 정권은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는 시선을 의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면권 남용으로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지는 부작용이 반
전태일재단은 말이든 글이든 전태일 이름 뒤에 열사 표현을 붙이지 않는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을 대신해 41년을 올곧게 실천하다가 그 곁으로 떠난 어머니 이소선의 유지다. “태일이는 분신해서 죽어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데, 열사라고 하면 옆에 두는 것이 더 어렵다. 태일이를 저 하늘에 두지 말고 이 땅에다 둬라. 열사라고 하지 말고 그냥 전태일이라 하든지 형, 오빠, 삼촌이라 불러라.” 이소선은 누구나 편하게 아들 이름을 부르며 전태일 정신이 넓고 깊게 확산하기를 희망했다.2020년, 그러니까 3년 전 전태일 50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3년 5월19일 금속노조 규약(하부조직이 총회를 통해 집단탈퇴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 규정’)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했다. 노동부는 금속노조가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 규정’ 4조1호에서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 불가’를 정한 것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예외적으로 조직형태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5조1항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최소 500만명 이상(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영향률 16.4%, 약 350만명 특수고용 등 저임금의 비임금 노동자 포함)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임금협상인 2024년 최저임금이 시급 9천860원으로 결정됐다. 23년보다 2.5%(240원) 인상돼 2021년 팬데믹 상황에서의 1.5% 인상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률이다. 그다음으로 낮은 2%대의 인상률로 결정된 해는 세 차례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간 두 자릿수 높은 인상 후 하향 조정한 2020년 2.8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 2.75%, IMF 경제
19년 만의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투쟁이 종료됐다. 의제, 규모 모든 면에서 역대급 투쟁이었다. 워낙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파업이다 보니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온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쓴다.장기파업 기조에서 왜 이틀로 마무리했나?처음에는 민주노총 일정에 따라 이틀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후 7대 요구에 대한 교섭이 전혀 진전이 없자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면 수정됐다. 9·2 노정합의 주요 사항들이 이번에는 현장에서 구체적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하지만 조정신청 이후 보건복지부와 고위급 면담,
부채비율 2천프로가 넘는 공공기관이 등장한다. 국토교통부가 경쟁체제를 위해 2013년 출범시킨 ㈜SR이 주인공이다. ㈜SR은 철도 노선 중 가장 알짜노선인 수서역에서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만을 운행하는 공공기관이다.㈜SR 지분의 41%는 코레일이, 나머지 59%는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SR 설립 당시 코레일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연 복리 5.6%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고, 풋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6월 이들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당시 계약대로 59%의 지분은 코
“태어난 것도 죄인가요?”지난해 12월 필자가 미얀마 난민 학생 급식지원차 태국 난민학교 사하밋학교를 방문했을 때 열다섯 살의 야와도소가 내뱉은 말이다. 야와도소는 세 살 때 부모와 함께 미얀마에서 탈출해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 있는 메라 난민캠프에 3년 동안 머물렀다. 이후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resettlement program)의 일환으로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부모의 비자에 문제가 생겨 미국에서 추방당했다.우여곡절 끝에 태국 난민캠프로 다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태국인과 재혼했지만 새 아버지가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차별 없는 일터 조성으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다’가 핵심 임무다. 하지만 최근 노동부는 노조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듯하다. 국민을 위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아! 정부가 믿었던 소위 ‘MZ청년’들에게도 외면당한 ‘주 69시간’ 정책은 있었다.노조 때리기 중 단연 으뜸은 노조 회계장부 시비 걸기다. 대부분의 노조에서 회계장부는 이미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료를 노동부가 보겠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노동부가
최근 윤석열 정부는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배제하고 있다. 3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을 해촉한 데 이어, 이번 달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양대 노총을 건너뛰었다. 지난해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의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노동계 위원을 배제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개별 법령에 의거해 운영되는 정부위원회에서도 양대 노총을 찍어 내고 있다. 민관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정부위원회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가장 많이 쓴소리를 내뱉은 양대
5월12일은 전 세계 간호사의 사회공헌을 기리기 위한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하지만 국제 간호사의 날에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가지며 일하는 간호사는 몇이나 될까. 수많은 간호사들은 오늘도 ‘탈 임상(의료기관을 떠나서 일자리를 찾음)’을 꿈꾸며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국립대병원 간호사 중 2년 이내 퇴직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54.5%에 달한다. 국립대병원은 ‘입사 대기’까지 할 정도로 가고 싶은 병원이지만 절반 이상이 2년 이내 퇴직한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 간호사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퇴직한 자리는 매년 2만5천명씩 배
5월1일은 세계노동절이다. 대부분 올해 세계노동절을 133주년으로 칭하지만, 민주노총이 개최하는 세계노동절 대회명은 ‘2023 세계노동절대회’로 정해졌다. 그 연유를 알아보니 주년 계산에 이견 때문이라고 한다. 벌써 10년 전의 결정이라고 하니 지금껏 몰랐던 나의 무심함을 먼저 반성한다.이견을 제기하는 쪽은 세계노동절을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로 해석한다. 1886년부터 셈하면 올해는 137주년이 된다. 1886년 메이데이를 ‘기념’했던 1890년 5월1일 국제 집회를 기점으로 삼더라도 올해는 134차 세계